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201
201. 치트키
“이제 사회로 첫발을 내어 딛는 여러분의 앞날에….”
학사모를 쓰고 열을 맞춰 앉아 있는 학생들의 얼굴에 다양한 빛이 어렸다.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 한국대. 아무래도 취업이나 진로 문제에 있어 다른 대학 졸업생보다는 여유가 있다지만, 그만큼 만족의 기준도 높기 마련이었으니.
이곳에도 만족함이나 기쁨뿐 아니라, 불안, 낙심, 그 외 온갖 다양한 감정이 공존하고 있었다.
“사회대 총동창회장상 경영학부 우진혁.”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단상으로 쏠렸다.
단대별 성적 최우수 졸업생에게 수여되는 총장상 후보로도 거론되던 진혁이었지만, 아쉽게도 총장상은 다른 학생에게 양보해야 했다.
공부로는 대한민국 최고라는 천재들이 다 모여 있는 한국대, 그것도 최상위학과인 경영학부에서 연예계 활동을 병행하며 수석을 한다는 건 아무리 진혁이라고 해도 어려운 일이었다.
대신 우수한 성적과 더불어 특별한 선행, 혹은 모교 발전에 이바지한 공로가 있는 학생에게 수여되는 ‘총동창회장상’이 진혁의 몫이 되었다.
성적 8학기 평점 4.3 만점에 4.21.
배우로서는 대한민국 대중예술문화상 대통령 표창.
선수로서는 14년 아시안게임과 16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선행으로 말하자면, 이집트 명예 시민권을 얻은 진혁이었다.
당연하게도 역대 총동창회장상 수여자 중에 이런 업적을 이룬 학생은 있을 수가 없었다.
대한민국 최고 대학 한국대에서조차 처음 만나보는 만능 천재. 이전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학생.
“다음 생이 있다면 우진혁이고 싶다.”
“되겠냐?”
모두가 부러워마지않는 한국대 졸업생들. 그런 그들조차 전부 부러운 눈길로 우러러보는 한 사람.
진혁이 당당한 걸음으로 단상에 올랐다.
“우와와!”
짝! 짝! 짝! 짝!
진혁이 상을 받자, 졸업식장에 있는 모두가 강당이 떠나갈 듯 함성과 박수를 보냈다.
하지만 졸업식에서 진혁이 가장 가슴 뭉클했던 순간은 상을 수상했던 그때가 아니었다.
뜻밖에도 모두가 다 받는 졸업장을 받았던 순간이었다.
– 학위증 –
성명 : 우진혁
위 사람은 본 대학교 소정의 전 과정을 이수하고 학사의 자격을 갖추었으므로 다음의 학위를 수여함.
……
이전 생, 진혁이 원했던 것은 대배우가 되는 것도, 올림픽 금메달을 따는 것도 아니었다.
현실적으로 그런 건 아예 꿈을 꿀 수도 없는 일이었던 까닭이었다.
진혁이 바랐던 건,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것, 그리고 좋은 대학에 가서 대학을 졸업하는 것이었다.
세상이 자신을 고아라고 무시할 수 없을 만한 좋은 대학.
좋은 대학만 나오면 고아라는 출신이 덮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건 참으로 세상 물정 모르는 순진한 생각이었지만, 어쨌든 그것이 이전 생 소년 진혁의 꿈이었다.
그랬기에 진혁이 연예 활동으로 힘든 와중에도 한국대를 진학하고, 휴학 한번 없이 과정을 마쳤던 거고.
그리고 지금 드디어, 꿈을 이루었다는 증거가 진혁의 손에 들려 있었다.
진혁이 졸업장을 한번 천천히 쓰다듬었다.
누군가는 꿈을 이루고 나면, 고작 이거였나 싶어 허망하다고도 하지만 진혁은 그렇지 않았다.
진심으로 기뻤다.
어쩌면 소박하다고 할 수도 있을 대학졸업이라는 꿈.
하지만 그 꿈의 근처에도 가보지 못한 채 비극적 삶을 살아야 했던 지난 생 용병단의 소년 우진혁.
그리고. 밀항조차 해보지 못한 채 허망하고 가엽게 이 세상을 떠난 이곳의 또 다른 소년 우진혁.
그들이 비로소 진혁 자신을 향해 환하게 웃고 있는 기분이었다.
코끝이 찡해왔다.
하지만 울지는 않았다.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미소 짓는 것으로 진혁은 차오르던 눈물을 털어냈다.
눈물을 털어내지 못한 건, 진혁의 아빠 우봉수였다.
“여보, 또 울려고요?”
“울긴 누가 운다고 그래. 참. 누가 요즘 촌스럽게 졸업식에서 울어.”
진혁 엄마 김선화의 말에 애써 당당한 척하고 있는 우봉수였지만, 벌게진 눈시울을 숨길 수는 없었다.
눈물이 나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시골에서 상경해 낮에는 일하며 겨우 야간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였다. 누구보다 공부하지 못한 한이 컸던 그였고.
“자, 자, 사진 찍어요.”
심상치 않은 우봉수의 기색을 살핀 김선화가 남편이 울음을 터트리기 전에 빨리 분위기를 바꾸려고 했다.
“영준아! 부탁해!”
“네. 어머니 걱정하지 마세요! 진혁아, 아버지 쪽으로 좀 붙어 서 봐.”
대한민국 국방부 공인 사진사 이영준이 DSLR 카메라를 들고 진혁에게 손짓했다.
진혁이 부모님에게 다가갔다.
“아빠, 엄마.”
진혁이 학사모를 벗었다.
“감사합니다. 모든 게 두 분 덕분입니다.”
진혁이 벗은 학사모를 우봉수의 머리에 씌워주었다.
“……”
대학을 가지 못한 것이 평생 마음의 가시였던 우봉수의 머리 위에 대한민국 최고의 대학, 한국대학교의 학사모가 올려졌다.
가까스로 참고 있던 우봉수의 울음보가 결국 터져버리고 말았다.
“으허엉―.”
진혁의 올림픽 금메달 시상식 이후, 다시 한번 터진 우봉수의 대성통곡이었다.
그렇게 요즘 졸업식에 누가 촌스럽게 우냐던 우봉수는 완전히 촌스러워져 버렸다.
하지만.
원래 시골 출신 촌사람이었으니, 조금 촌스럽다 한들 그 무슨 대수일까. 우봉수는 생각했다.
“아휴, 여보 그만 울어요. 좋은 날 왜 그래.”
울음이 길어지는 남편을 김선화가 다독였다.
“흑…. 흑….”
우봉수가 겨우 잦아든 눈물을 소매로 닦아내었다.
“훌쩍….”
“에고. 이제 다 울었어요?”
김선화가 건넨 손수건에 팽하고 코를 풀고 난 뒤에야 우봉수의 눈물이 수습되었다.
영준이 다시 사진 촬영을 할 자세를 잡았다.
“그러면 어머니, 아버지 이제 사진 찍겠습니다!”
“어, 어, 잠깐만.”
김선화가 통곡하느라 기울어져 버린 남편의 학사모를 바로 잡아주었다.
“하나, 둘, 셋!”
찰칵.
우봉수가 멋지게 학사모를 쓰고 있는 사진이 찍혔고.
다음은 엄마 김선화의 차례였다.
“……”
“으허허. 이 사람 나보고 운다고 뭐라고 하더니.”
남편에게 학사모를 건네받아 머리에 올린 김선화가 울먹였다. 남편과는 다른 의미의 울음이었다.
자신도 전문대 출신이니 딱히 내세울 학벌은 아니었으나, 그녀에게 학벌 같은 건 아무래도 좋았다.
그녀의 머릿속에서는 아들의 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갔다.
‘봉수 씨…. 우리 아들이야.’
진혁이 태어나던 그날부터.
‘오구. 오구. 잘한다! 하나둘! 하나 둘!’
아장아장 첫 걸음마를 떼던 그날을 지나.
‘선생님 말씀 잘 듣고! 씩씩하게! 알지, 아들?’
자기 몸보다 훨씬 큰 책가방을 메고 첫 등교를 하던 날, 짠했던 아이의 뒷모습이 손에 잡힐 듯 눈앞에 떠올랐다.
아들은 중학생이 되고, 다시 고등학생이 되어….
힘겨웠던 학창 시절의 아픔, 거기에 큰 사고까지 당한 어려움을 딛고. 여기.
김선화가 눈물을 찍어내며, 진혁의 엉덩이를 두드렸다.
“에구, 내 새끼. 언제 이렇게 다 컸어.”
아들이 이렇게 대견하게 커서 대학을 졸업할 나이가 된 것이 그저 고맙고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리고.
이제는 한참을 올려다봐야 하는 아들이 엄마의 어깨를 꼭 감싸 안았다.
찰칵.
아직 채 수습하지 못한 눈물로 반짝이는 엄마의 미소가 사진에 담겼다.
***
이제는 더 이상 캠퍼스에서 봄을 맞을 수 없다는 것이 조금은 어색한 시간이 찾아왔다.
하지만 진혁에게 아쉬울 새는 없었다.
진혁이 졸업하기만을 기다렸던 방송가에서 폭풍같이 밀려든 스케줄을 소화해 내야만 했으니까.
– 방송 전부터 이 정도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드라마가 있었나 싶을 정도로, 이번 드라마에 대한 관심이 엄청납니다.
진혁 씨, 오랜만에 드라마 복귀 어떠세요. 흥행에 대한 부담도 있으실 것 같은데요.
– 아무래도 제가 드라마로 연기를 시작해서 그런지, 뭔가 고향에 돌아온 느낌? 그런 느낌이 들고요.
흥행은…. 이런 말씀 드리면 가식 같아 보일 수도 있는데요. 제가 흥행은 그렇게 신경을 쓰는 편은 아니라서요.
그저 배우로 좋은 모습 보여 드릴 수 있으면 좋겠다 하는 생각만 하고 있습니다.
– 에이, 정말인가요? 혹시 이렇게 말씀하시고 매일 아침마다 시청률 먼저 확인하시는 건 아니죠?
“아니! 저 언니는 우리 진혁님에게 무슨 소릴 하고 있는 거야!”
걸그룹 위키플라워의 멤버 유요원이 TV 앞에서 분개했다.
“진혁 님이 흥행 따위, 시청률 따위, 그런 걸 왜 신경을 쓰냐고! 그냥 존재 자체가 빛인데!”
본래부터 진혁의 광팬이었으나, 지난번 진혁과의 만남 이후 광팬의 경지를 넘어가 버린 그녀였다.
“요원아. 리포터 언니가 그냥 농담한 거잖아.”
씩씩거리기까지 하는 요원을 리더 오윤지가 진정시켰다.
“흑….”
유요원이 테이블 위에 철퍼덕 엎드렸다.
“보고 싶어…. 보고 싶어…. 우리 진혁님….”
“언니, 나도….”
막내 고아람이 유요원의 등에 들러붙으며 말했다. 그런 둘을 보며 리더 오윤지가 한숨을 쉬듯 읊조렸다.
“에휴, 진혁 선배님 보려면…. 우리 일이 뭐가 좀 잘 되야 꿈이라도 꿔보지….”
결국 오윤지도 테이블 위에 엎드렸다.
“……”
그런 그녀들을 바라보는 도민우의 표정이 착잡했다.
위키플라워의 매니저 생활을 시작한 지 5개월째.
무명 걸그룹의 미래가 장밋빛은 아닐 거라는 건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도민우는 조금은 자신이 있었다. 방송스케줄 한두 개 따내는 거야 일도 아닐 거라고 생각했다.
비록 자신과 친구들의 관계를 알고 있는 관계자들은 절대 접촉하지 않겠다는 원칙을 세웠지만, 그들이 아니더라도 도민우의 인맥은 꽤 여기저기 뻗어 있었다.
WP 견습 매니저로 쫓아다니며 열심히 인사를 하고 다녔으니까.
하지만 그런 관계자들은 민우가 더 이상 WP 소속이 아니라는 걸 아는 순간, 민우에게 눈길조차 주지 않았다.
WP라는 배경이, 우진혁, 연세린, 민서연의 친구라는 그 뒷배가 얼마나 큰 치트키였는지를 절절하게 느끼고 있는 도민우였다.
‘하. 쟤들 조금만 밀어주면 잘 될 것 같은데.’
5개월 가까이 지켜본 위키플라워 멤버들. 도문어의 촉수는 강력한 파란 불을 켜고 있었다.
하지만 촉이 오면 뭐하겠는가. 기회가 없는데.
그냥 확 치트키를 꺼내 버려?
아냐, 아냐, 고작 5개월하고 치트키라니. 이 정도도 스스로 헤쳐나가지 못해서야 무슨 매니저를 하겠는가.
인생 치트키로 살면 안 되지.
“무슨 치트키요?”
“엄마야!”
도민우가 어느새 다가와 자기 옆에 앉아 있는 멤버 장이현을 보고 화들짝 놀랐다.
“야, 인마. 너는 기척 좀 해라.”
“했는데.”
장이현이 손에 들고 있는 과자를 입에 넣고는 오물오물 씹으며 말했다.
“나 아까부터 여기 앉아 있었는데.”
장이현. 21살. 팀내 비주얼을 담당하고 있는 멤버였다. 그리고 엉뚱함도.
전형적인 미인형의 얼굴과는 전혀 매칭되지 않는 성격이었다. 소위 사차원.
지난번 중국집에서 진혁 일행을 만났을 때도 그랬다.
다들 부들부들 떨고 난리가 난 상황에서도, 이현 만큼은 조용했다.
가만히 앉아서 신기한 듯 진혁을 한번 보고, 세린을 한번 보고, 서연을 한번 보고, 다시 진혁을 한번 보고….
끝내 말 한번 섞지 않는가 싶었는데.
‘이히히.’
멤버들이 떠나고 오직 이현의 손에만 세 사람의 싸인이 쥐어져 있었다.
‘으아아! 뭐야! 나 싸인도 안 받았어! 어떡해!’
뒤늦게 자신들의 실수를 눈치 챈 멤버들이 이현에게 애걸복걸했지만 소용없었고.
“근데….”
오물오물 씹던 과자를 꿀꺽 삼킨 이현이 다시 입을 열었다.
“치트키가 뭐예요?”
도민우는 신기했다. 장이현이 한 번씩 이러는 게.
분명히 속으로만 생각한 것 같은데. 그걸 어떻게 들었는지.
물론 무의식중에 아주 작게 혼잣말을 내뱉었거나, 아니면 우물거리는 입 모양이라도 보였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런 걸 캐치하는 것도 보통 사람의 영역은 아니었다.
“아, 그, 뭐…. 게임 얘기야. 게임. 게임에서 치트키 쓰면 재미없잖아.”
“아….”
고개를 끄덕이던 이현이 물었다.
“오빠. 게임 잘해요?”
“응? 아, 뭐 그냥저냥.”
“나는 잘하는데.”
“아. 뭐 잘하는데?”
“데스어택이요.”
“오! 계급이 어떻게 돼? 나 그거 원 스타야.”
도민우가 가슴을 쭉 폈다.
밖에 나갈 일도 없는 산골 대학 기숙사에 머물면서 그가 했던 딱 두 가지 일이 있었다.
그림 그리기, 그리고 데스어택.
“오. 꽤 잘하네. 오빠 우리 언제 같이 데스어택 할래요?”
“그러지 뭐. 내가 가르쳐줄게.”
“안 배워도 될 거 같은데.”
“응?”
“나 별 세 갠데.”
“뭐?!”
에이, 농담이지? 별 세 개면….
에이, 말이 안 되지. 하하하.
……
진짜냐?
도민우는 알 수 있었다. 이현의 저 흐리멍덩한 눈빛 저건 진실을 뜻하는 눈빛이었다.
데스어택 쓰리 스타라.
야, 너 진짜 미친 거 아니냐?
“나 안 미쳤는데.”
“……”
도민우가 눈을 껌벅였다. 이번엔 분명히 속으로만 생각한 것 같은데.
“히잉…. 다 먹었네.”
이현이 비어버린 과자 봉지를 보며 울상을 지었다.
***
대한민국이, 아니 전 세계가 떠들썩하게 기다리는 진혁의 새 드라마 방영 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 아, 떨려! 아, 떨려!
– 드디어 내일이네요!
– 오늘이 그냥 삭제됐으면 좋겠다ㅠㅠ 언제 기다려….
인터넷은 물론이고, 방송가도 난리였다.
“시청률 얼마나 나올까요?”
“하. 글쎄요. 거의 5년 동안 30% 넘는 드라마가 없었는데….”
1년 전, 기대를 모았던 세린의 드라마 복귀작조차 30%의 벽을 넘지 못하고 28.9%의 최종 시청률로 마무리된 상황.
케이블 드라마의 약진으로 쪼개진 시청률.
전체적으로 하향 평준화된 상황에서 진혁의 지상파 드라마가 어느 정도의 위용을 보여줄 수 있을지.
방송가의 모든 사람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