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216
216. 그거 알아?
“꺄아아악!”
강당이 폭발해 버릴 것 같은 비명과 함성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악!”
“뭐야! 뭐야, 이거!”
“커어어억! 미쳤냐?”
“실화냐? 이거?”
“어떡해, 어떡해, 으앙―.”
우진혁, 그리고 뒤이어 나온 민서연까지.
교사들과 교생들의 눈이 전부 튀어나올 듯이 커졌고, 아이들은 환희, 흥분, 눈물로 초토화되어 버렸다.
“우와. 저런 거구나…. 아우라라는 게.”
“개 멋있어.”
“진짜 미쳤다. 너무 예쁘다.”
도무지 진정이 되지 않을 것 같던 강당의 분위기를 가라앉힌 건 진혁의 목소리였다.
“아아. 안녕하세요.”
우진혁의 목소리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자 강당이 순식간에 쥐죽은 듯이 고요해졌다.
진혁이 빙긋 웃고는 다시 한번 인사를 했다.
“안녕하세요. 배우 우진혁입니다.”
“안녕하세요!”
학생들이 강당이 떠나갈 듯 씩씩하게 인사를 했다.
진혁이 강대상에서 살짝 물러나서 서연 쪽을 바라보았다. 서연이 마이크로 다가와 역시 진혁처럼 인사했다.
“안녕하세요. 배우 민서연입니다.”
“안녕하세요!”
다시 한번 떠나갈 듯 인사하는 학생들. 서연이 빙긋 웃으며 말했다.
“저희 둘이 명성고 출신인 건 알죠?”
“네!”
“진혁이 하고 저는 고등학교 1, 2학년 때 같은 반이었어요. 오늘 진혁이가 여러분들에게 특강을 한다기에 저는 그냥 따라왔어요.”
서연이 몇 마디 인사를 더 건네고는 뒤쪽 의자에 가서 앉았다. 진혁이 강대상 앞으로 다시 다가왔다.
“……”
왼쪽에서부터 오른쪽으로 시선을 움직이며 강당에 앉아 있는 학생들을 천천히 바라보는 진혁.
수많은 눈동자 중 어느 하나 길을 잃지 않고 전부 똘망똘망 하게 진혁을 향하고 있었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이 새로운 세상에 처음 발을 내디뎠던 그때, 그 시간이 송두리째 되돌아오는 것이 느껴졌다.
‘으아함. 특강은 왜 이렇게 항상 지겨운 거냐. 야, 진혁아. 우리 오늘 끝나고 햄버거 먹으러 가자.’
학생 도민우의 속삭임이 귓가에 들리는 듯도 했고.
“사실 특강이라고는 하지만 제가 딱히 강의할 내용은 없어요. 그냥…. 조금은 특별한 경험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니까요. 그걸 좀 나눌까 해요.”
사실 정말로 특별한 얘기는 할 수가 없다는 게 아쉬웠지만.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이곳 명성고 1학년 3반 교실에서부터였죠.”
친구 영준 때문에 우연히 만나게 되었던 이봉춘 감독의 이야기로부터 얘기는 시작되었다.
‘연기 한번 해 보면 어때? 아, 일단 그냥 부담 없이. 혹시 모르잖아. 꽤 적성에 맞을지도.’
그리고 이봉춘의 손에 붙들려 따라나섰던 연기학원. 그곳에서 만난 소녀 연세린의 이야기.
‘난 연세린. 넌?’
‘아, 아냐. 무슨. 누가 노래를 한다고. 나 노래 같은 거 안 해.’
‘엄마…. 노래…. 였다고…?’
그리고 서연과 함께 하게 된 첫 드라마 하이스쿨2.
‘혹시 오디션 보러 온 거야?’
‘아, 그, 뭐. 그냥. 그렇긴 한데.’
그렇게 진혁이 써내려간 새로운 삶의 여정이 한 걸음 한 걸음 더 깊어져 갔다.
학생들은 누구 하나 졸거나 딴 짓을 하지 않고, 온전히 진혁의 이야기에 몰두했다.
“우와!”
“헐. 대박 여기서 연세린이 나오다니.”
“크아. 에단 스미스! 등장!”
그렇게. 평소 같으면 한없이 길게만 느껴졌어야 할 특강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가 버렸다.
“그렇게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어떻게 보면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지난 몇 년간의 삶.
따지고 보면 지난 생 진혁의 삶도 드라마라면 드라마였다. 아니, 드라마도 그렇게 만들면 개연성을 지적받을 만큼 비현실적이었던 삶.
전혀 다른 두 장르의 드라마를 살았던 진혁의 삶.
그 감회가 녹아 있는 진솔한 이야기가 두 생애를 통틀어 처음으로 진혁의 입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가끔 꿈을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어요. 하지만 고등학교 때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고 저는 딱히 꿈이 없어요.”
꿈, 미래…. 이전 생 전장에서의 진혁과는 관계가 없는 단어였다. 그곳, 지옥도에서는 오늘조차 온전히 자신의 것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새로 얻은 삶에서 역시 꿈과 미래는 진혁에게 속한 단어가 아니었다.
새로 얻은 오늘이 너무 소중했기에, 그 오늘을 살아내는 행복 이상의 것을 욕심낼 수 없었던 까닭이었다.
“그저 오늘을 소중하게 살고 싶고, 저로 인해 주변 사람들이 조금은 더 행복해질 수 있는 삶이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했었고, 아직까지는 그 생각이 바뀌지 않은 것 같아요.”
진혁이 다시 한번 학생들과 천천히 눈을 맞추고는 말을 맺었다.
“제 얘기는 여기까지입니다.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진혁이 인사를 하자 우레와 같은 함성과 박수가 터져 나왔다.
“우와와!”
짝! 짝! 짝! 짝!
“아아, 다시 한번 우리 우진혁 선배님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
단상 옆에 선 교사의 멘트에 학생들이 다시 한번 손바닥이 부서져라 박수를 쳤다.
“네. 그럼, 시간이 많지는 않지만, 우리 학생들 질문이 있으면 좀 받아 볼까요? 시간 관계상 딱 세 학생만. 아, 저기 학생.”
그렇게 학생들의 질문이 이어졌다. 그리고 마지막 학생의 질문.
“저기, 그, 우진혁 선배님하고, 민서연 선배님 사이가 궁금합니다. 제가 두 분이면 그 외모에 도저히 그냥 친구일 수가 없을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솔직한 답변 부탁드립니다.”
그냥 보기에도 장난기가 넘치는 학생의 질문에 강당의 모든 학생이 자지러졌다.
“꺄악―!”
연애란 사춘기 광란의 트리거.
“끄어억!”
“꺅!”
학생들이 옆에 있는 친구의 등과 어깨를 사정없이 두드려주며 부르르 떨었다.
진혁이 피식 웃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진혁이 서연을 한번 쓱 쳐다보고는 말했다.
“서연이가 예쁘긴 하죠.”
“꺄아아아!”
학생들이 다시 한번 서로를 향해 광란의 주먹질을 해댔다. 서연도 얼굴이 빨개졌다.
“그래서.”
학생들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냥 친구로 아주 잘 지내고 있습니다.”
“에이―!”
원하는 대답이 아니었던 탓에 실망한 학생들이 장난 섞인 야유를 보내왔다.
“그냥 사귀어요!”
누군가가 소리쳤고. 이내 그 소리는 함성이 되었다.
“사귀어라!”
“사귀어라!”
미소를 머금은 진혁이 학생들을 진정시켰다.
“하하. 본의 아니게 여러분을 실망시킨 것 같네요. 그 벌로 노래 한 곡 하고 내려가겠습니다.”
“으와와!”
“꺄악!”
노래라는 말에 학생들이 금방 태세를 전환했다.
꽤 오래 가수 활동을 하지 않은 진혁이었다. 하지만 여전 목 빠지게 기다리고 있는 팬들이 좀 과장해서 지구 한 바퀴였고.
진혁의 라이브를 들을 수 있다는 건 정말 엄청난 기회였다.
따라라라―
약속된 MR이 흘러나왔다.
세련된 전주. 진혁의 미니앨범 타이틀 “기억한다는 것”의 전주였다.
기대와 흥분으로 학생들이 전부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랜 시간이 지나도 그렇게 선명해지는―.”
“꺄악!”
CD를 집어삼킨 것 같은 진혁의 매력적인 음색. 시작부터 여학생들의 비명으로 강당 건물이 흔들거렸다.
“아마도 넌 이미 잊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미 떼창이 시작되고 있었다.
“기억 안에 시간.”
“기억 안에 시간!!”
“시간 안에 기억.”
“시간 안에 기억!!”
위문공연의 전설 우진혁 답게, 절규와 같은 수컷들의 울부짖음이 다른 모든 소리를 이미 압도하고 있었다.
“되돌아간다 해도 후회하지 않아. 우리가 함께했던 그 시간들―!”
이미 진혁의 노래가 아니었다.
그 시절 진혁의 노래와 함께했던 축구장 전사의 후예들이, 그리고 미래엔 장병들이 될 이들이 처절하게 절규하고 있었다.
“너와의 기억. 그리고 그 순간을 영원히.”
그들은 지금,
아직 사귄 적도 없는 여자친구에게 이별을 고했다.
“하―.”
전사들이 만족한 한숨을 내쉬었다. 곧 우레와 같은 함성이 강당에 메웠다.
“우와와와!”
“앵콜! 앵콜!”
“앵콜! 앵콜!”
그렇게. 끝없는 앙코르 세례가 강당에 쏟아져 내렸다.
***
끼이익.
“뭐야. 왜 굳이 여길 와 보고 싶다고.”
졸업한지 5년이 지났지만, 여전한 학교 옥상이었다. 잡동사니들이 이곳저곳에 쌓여 있는 조금은 어수선한 풍경.
서연이 장난스럽게 물었다.
“왜 애들하고 주먹질하던 게 그리워?”
장석환과의 시비로 처음 방문하게 된 곳이긴 했다.
“아니면 내 손목을 처음 잡았던 게 그리웠나?”
“…. 손목을 잡았었어?”
“우와. 뭐야. 나 그때 얼마나 아팠는데.”
진혁은 정확한 기억은 나지 않았다. 서연을 데리고 계단실로 갔다는 생각은 났지만.
그때는 진혁이 워낙 정신이 없던 때였던 이유였다. 서연의 얼굴에 미령의 그림자가 너무 짙었던 때이기도 했고.
“그 뒤로 자주 여기 오곤 했거든.”
진혁은 이곳이 좋았다.
새로운 삶의 터전인 학교에서 하늘과 제일 가까운 곳. 그가 얻은 자유를 가장 만끽할 수 있는 장소.
진혁이 자신의 집을 고층 아파트의 최고층으로 선택한 이유와 다르지 않은 마음이었다.
진혁의 걸음이 옥상 난간으로 향했다.
“……”
눈을 감았다. 예전과 똑같았다. 그 시절 새롭게 얻었던 그의 자유, 그 공기와 그 향기.
기분 좋은 봄바람이 진혁의 머리카락을 부드럽게 흩날렸다.
톡. 톡.
진혁의 바라보던 서연이 구둣발로 옥상 바닥을 살짝 두드렸다.
곧 조심스러운 걸음으로 진혁의 옆에 다가선 서연. 서연이 팔꿈치로 난간을 짚고는 교정을 내려다보았다.
진혁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던 봄바람이 이번엔 서연의 머리카락을 따뜻하게 어루만졌다.
서연의 긴 생머리가 늦은 오후의 햇살 조각을 흩뿌리며 부드럽게 물결쳤다.
잠시간의 고요함을 깨고 서연이 말했다.
“그거 알아?”
“……”
“지금 아니면, 영영 말하지 못할 것도 같아서.”
진혁이 감았던 눈을 뜨고는 서연을 바라보았다. 서연이 진혁의 시선을 피해 슬쩍 교정으로 눈을 옮겼다.
“그땐 나도 긴가민가했는데.”
“……”
“고등학교 때, 나 너 좋아했어.”
진혁의 시선도 서연이 바라보고 있는 교정 한편을 향했다.
“그랬구나. 전혀 몰랐네.”
전혀 몰랐었나? 말을 뱉고 나서야 진혁의 머리에 물음표가 떠올랐다.
“그랬겠지. 근데.”
서연이 진혁을 바라보았다. 진혁의 시선도 천천히 서연에게로 옮겨졌다.
“지금도 전혀 모르는 거야?”
……
바람이 고요해졌다.
***
“별아! 잘 왔다! 잘 왔어!”
“으아. 오빠 보고 싶었어요!”
도민우와 윤초록별이 손에 손을 맞잡고 빙글빙글 돌았다.
“하하. 정말 잘 선택하셨습니다. 저희가 진짜 최고의 가수로 키워보겠습니다.”
이광수 사장이 별의 아버지와 할머니를 향해 환하게 웃었다.
“네네. 사장님 잘 부탁드립니다.”
“우리 아기가 말썽을 부리는 애는 아닌데, 혹시 눈에 차지 않는 게 있더라도 선생님이 많이 이해해주셔요.”
연신 고개를 숙이던 별 아버지와 할머니의 인사가 진혁에게로 향했다.
“진혁 씨, 잘 부탁드립니다.”
“무슨 말씀을요. 저희가 잘 부탁드려야죠.”
“아휴, 우리 선생님은 어찌 이렇게 잘 생겼을까….”
진혁의 위문 공연 직캠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윤초록별이었다. 이곳저곳에서의 출연 제의, 그리고 수많은 기획사들의 러브콜.
하지만 별의 가족은 별이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는 섣부른 선택을 하지 않기로 했다.
그리고 지금.
별의 선택은 진혁의 회사였다.
진혁으로서는 미래의 대스타를 맞게 된 기쁨이 있었고, 별로서도 자신의 미래를 아는 진혁에게 오게 된 건 큰 행운이었다.
뿐만 아니라, 이미 프렌드엔터는 유망주 육성에 있어서는 3대 기획사 못지않은 시스템과 인력을 갖추고 있었다.
대한민국 최대 기획사인 WP를 바닥부터 일궈온 이광수 실장, 거기에 진혁이라는 초대형 스타. 그리고 마르지 않는 투자.
유망주를 중심으로 찬찬히 회사를 키워갈 목표를 세워서 그렇지, 지금이라도 마음먹고 대형 스타들을 영입한다면, 3대 기획사에 필적할만한 덩치를 키워낼 수 있는 게 프렌드엔터였다.
프렌들리걸스를 통해 유망주 육성에 관한 실력을 입증한 이후, 연속해서 조연급 배우 몇을 주연급으로 우뚝 세워내었다.
이미 프렌드엔터는 유망주들이 가고 싶은 1순위 회사였다.
‘이젠 별이까지 왔으니.’
어떤 일이 펼쳐질지 진혁 조차도 흥미진진할 지경이었다.
자신이 성장한다는 것과 다른 사람을 성장시킨다는 것은 사뭇 다른 종류의 기쁨을 가져다주는 일이었다.
“으하하! 별이가 왔다. 별이가 왔어.”
별이 계약을 마치고 돌아간 뒤에도 도민우는 춤이라도 출 듯 서성이며 별의 이름을 되뇌었다.
‘참 신기한 녀석이야.’
진혁은 미래를 알고 있으니 그렇다 쳐도, 도민우 이 녀석은 회사를 세울 때부터 별이, 별이 하고 노래를 불렀으니.
진혁이 도민우를 향해 피식 웃었다. 도민우가 신이나서 말했다.
“야, 기분 좋은 날인데. 오늘 저녁 맛있는 거 먹으러 가자! 내가 쏜다!”
“저녁에 민영이 안 만나?”
“아니 뭐, 같이 못 만날 사이야? 오히려 민영이가 너 같이 먹는다고 하면 엄청 좋아할 건데.”
신이나 있던 도민우가 딱 하고 손가락을 튕겼다.
“아! 이참에 애들 다 불러 볼까? 우리 같이 본 지 오래 됐잖아. 어차피 너 다음 주엔 또 미국 가야 하고.”
발 빠른 도민우가 말이 떨어지자마자,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진짜?!”
도민우의 얼굴이 환해졌다.
“크. 오늘이 날 이긴 날이네. 세린이가 시간이 된단다. 대박!”
그렇게 세린, 영준과도 약속을 한 도민우가 서연에게 전화를 돌렸다.
“아…. 그래, 그럼 어쩔 수 없지…. 아니야. 너 바쁜 거 다 아는데. 뭘. 그래, 그럼 나중에 보자.”
전화를 끊은 민우가 진혁에게 말했다.
“서연인 다음 주까지 보기 어렵겠다. 하긴, 너는 미국에서 같이 촬영할 거니까.”
다음 주엔 미국에서 진혁과 서연의 크로우 3편 촬영 일정이 잡혀 있는 상황.
“근데….”
도민우의 미간이 살짝 좁혀졌다.
“너 서연이하고 무슨 일 있어?”
“…. 왜, 서연이가 뭐라고 해?”
“아니. 그건 아니지.”
“근데?”
도민우가 진혁의 어깨에 손을 탁 얹었다.
“촉이지. 알지? 도문어의 촉은 피해 갈 수 없다는 걸. 형님께 이실직고해라.”
진혁이 자신의 어깨에 얹혀 있는 도문어의 촉수를 그대로 잘라 버릴지 말지를 고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