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decided to become a star RAW novel - Chapter 66
66. 가장 빛났던 시간
“진혁아. 어서 와. 하이스쿨 진짜 잘 보고 있다. 완전 대박이야!”
“네. 감사합니다.”
마지막 화에 들어갈 진혁의 노래를 봐주기로 한 WP엔터의 보컬 트레이너가 진혁을 반갑게 맞았다.
“작가님까지 이렇게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네 안녕하세요.”
한유경 작가가 굳이 동행할 일은 아니었다. 그런데도 진혁과 함께한 것은 순전히 한유경 작가의 개인적인 호기심이었다.
“진혁이 너 랩 진짜 끝내주더라. 아니 이렇게 잘 생기고 연기력까지 갖춘 애가. 가만 보면 완전 사기캐야. 안 그렇습니까, 작가님?”
“훗. 그렇죠. 진혁이가 좀 사기죠.”
“메이킹 영상에 랩 실력 공개되고, 지금 회사에 진혁이 가수 데뷔시키라는 요청이 빗발칩니다.”
한유경 작가의 미소에 보컬 트레이너가 신이 나서 말했다.
“진혁아. 노래도 기대한다. 아, 그렇다고 너무 긴장하진 말고. 편히 불러. 이미 보여준 게 이렇게 많은데. 노래 못 불러도 많이 실망 안 할게. 하하.”
그렇게 보컬 트레이너와 한유경 작가가 연습실 한쪽에 자리하고, 진혁이 준비한 기타를 메고 둘 앞에 섰다.
“바로 하겠습니다.”
“그래.”
진혁이 쓱 기타 코드를 잡고는 전주를 시작했다.
당 당당 탁 다 당당.
적절한 뮤트가 섞인 능숙한 기타 스트로크.
“오!”
진혁의 기타 연주에 놀란 보컬 트레이너와 한유경 작가의 눈이 커졌다.
그리고 첫 소절.
누구나 그런 건 있어.
꺼낼 수 없는 마음 같은 거 말야.
“와!”
두 사람의 입이 떡 벌어졌다.
CD를 집어삼킨 진혁의 보이스가 유영하듯 연습실 공기를 휘저었다.
부드러운 파도가 거친 풍랑이 되고, 거세게 몰아친 바람이 두 사람의 심장을 강타한 후에 잔잔히 내려앉았을 때.
넋을 잃고 바라보던 보컬 트레이너가 잠시 눈을 껌벅이고는 말했다.
“진혁아, 잠깐만. 주희태 실장님 좀 모셔올게.”
트레이너가 벌떡 일어나서는, WP엔터테인먼트의 메인 프로듀서를 부르러 연습실 밖으로 후다닥 사라졌다.
아직도 놀란 눈을 수습하지 못한 한유경 작가가 할 말을 잃은 채 진혁을 바라보았다.
잠시간의 침묵 후 한유경 작가가 탄식하듯 말을 흘렸다.
“와. 진혁아. 너 진짜 뭐야….”
***
하이스쿨2 마지막 회.
이전 화에서 이미 27% 넘긴 시청률. 현재의 시청률 집계 방식이 도입된 이래, 하이틴 드라마로는 닿아 본 적이 없는 기록을 남기고, 드라마는 이제 마지막 유종의 미를 향한 걸음을 내디뎠다.
[씬 5 / 서진 아버지의 집(아침)]“엄마 병원에 안 가볼래?”
아침을 먹던 서진(진혁)의 아버지가 서진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이미 5년 전에 아내와 헤어진 서진의 아빠였다. 서진이 아빠를 찾아오던 날, 그는 아내에게 연락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고.
아내의 집으로 직접 찾아간 아버지가 발견한 건 발작을 하고 쓰러져 있는 서진의 엄마.
극도의 정신적 스트레스에서 오는 발작과 서진이 나간 뒤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한 상태에서 찾아온 탈진이 겹친 상태였다.
그렇게 서진의 엄마는 병원에 입원해 있게 되었다.
“몸은 많이 좋아져서 이제 만나도 괜찮을 것 같아.”
“……”
“정신과 치료 받는다고 했다더라. 너희 엄마.”
서진(진혁)의 젓가락이 멈췄다. 서진이 아빠를 바라보았다.
아무리 권해도 듣지 않던 정신과 치료였다. 포기한 아빠가 이혼을 택했고, 아빠의 만류를 뿌리치고 엄마와 사는 걸 택했던 서진이었다.
잠시 아빠를 바라보던 서진이 다시 시선을 아래로 향하며 젓가락질을 시작했다.
“가볼게요. 엄마한테.”
[씬 13/ 병원(낮)]초점이 없는 서진(진혁) 엄마가 벤치에 앉아 있고, 서진 역시 그 옆에 아무 말 없이 앉아 있었다.
서진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갈게요.”
서진이 엄마를 잠시 응시하는 듯하더니 천천히 돌아설 때였다.
“서진아.”
엄마의 부름에 서진의 시선이 다시 엄마를 향했다. 여전히 초점 없는 눈으로 정면만을 응시하고 있는 엄마.
엄마의 입이 들썩이는가 싶더니,
“미안하다.”
서진이 형의 죽음 이후 엄마에게 처음 들어보는 단어였다. ‘미안’이라는 건.
서진(진혁)이 울컥 치미는 무언가를 꿀꺽 삼키고, 떠오른 것과는 다른 말을 내뱉었다.
“몸조리 잘하세요. 또 올게요.”
돌아서는 서진의 등 뒤로, 정면만 응시하던 엄마의 시선이 와 닿았다.
[씬 25/ 야구장(낮)]“제발!”
여주인공 김아린(안예나)이 두 손을 꼭 모았다.
대통령배 전국 야구 대회 결승.
9회 말 2아웃 만루. 마지막 역전 찬스에서 동화고 에이스이자, 부동의 4번 타자 강혁이 등장했다.
““강혁! 강혁!””
동화고 학생들과, 함께 응원하는 관중들이 강혁을 연호하기 시작했고.
따악!
경쾌한 타격음과 함께, 과감하게 초구를 통타한 강혁의 타구가 쭉쭉 뻗어 날아가는 순간.
““우와와!””
관객들이 전부 자리에서 일어났고,
““우와와!””
공이 훌쩍 담장을 넘어갔다.
“홈런! 홈런!”
응원단들이 펄쩍펄쩍 뛰고 난리가 났다.
“……”
펄쩍펄쩍 뛰고 있는 진서진(우진혁)을 김아린(안예나)이 놀란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김아린의 시선을 의식한 진서진이 자기도 모르게 치켜들었던 주먹을 슬그머니 내리며 머쓱한 표정을 지었다.
“풉!”
웃음을 터트린 김아린이 손을 들어 진서진에게 하이파이브를 청했다.
“자!”
진서진이 피식하고 웃으며, 손을 들었다.
짝!
하이파이브!
***
방송제가 열리고 있는 동화고 강당. 이제 드라마는 20부작 긴 여정의 마지막 장면을 준비하고 있었다.
꿈같은 이야기의 마침표는 진혁의 몫이었다.
“이번 순서는 방송제 드라마 주연을 맡은 진서진 군의 인사말과 소감을 들어보겠습니다.”
““와!””
짝! 짝! 짝!
짧지만 인상 깊었던 방송제 드라마에 감동한 관객들이 주연을 맡았던 진서진(우진혁)을 향해 진심 어린 박수를 보냈다.
진서진이 기타를 메어 들고 무대 중앙 마이크 앞에 섰다. 갑자기 들고나온 기타에 방송반 아이들도 고개를 갸웃했다.
원래대로라면 진서진이 간단한 인사와 함께 친구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담은 편지를 읽어주는 장면.
하지만 편지 대신 기타를 들고선 진서진(우진혁)이 허리를 숙여 관객들에게 인사를 했다.
짝! 짝! 짝!
“먼저, 오늘 방송제를 찾아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지금까지의 모습과는 사뭇 다른, 편안한 서진의 미소가 입가에 그려졌다.
“그리고 관객분들과 친구들에게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데요.”
서진이 고요한 객석을 천천히 둘러보며 말했다.
“제가 말주변이 없어서요. 노래로 대신하겠습니다.”
친구들을 향한 서진의 마음을 담은 노래.
서진(진혁)에게 스포트라이트가 비추고, 강당의 모든 관객들이 서진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실시간 댓글들이 주르륵 올라가기 시작했다.
– 뭐야 우진혁 노래 부르는 거야?
– 진짜 부르는 건가?
– 설마 이 상황에 다른 사람 노래를 립싱크하진 않겠지.
– 꺅♡
“후.”
진혁의 호흡이 마이크를 통해 강당과 TV 스피커에 울리고, 관객과 시청자들이 더욱 숨을 죽였다.
당 당당 탁 다 당당.
고요한 강당에 홀로 빛을 받으며 기타 스트로크를 쏟아내는 진혁의 모습은,
지금까지 진혁이 드라마에서 보여주었던 모습과는 또 다른 모습으로 빛났다.
세상을 향해 자신의 이야기를 노래할 준비가 되어있는 가객(歌客)의 아우라가 진혁의 연기를 타고 모든 사람들의 시선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첫 소절.
“누구나 그런 건 있어.
꺼낼 수 없는 마음 같은 거 말야.“
진혁의 매력적인 중저음 보이스가 시청자들의 시각에 이어, 남아있던 청각까지 사로잡아 버렸다.
드라마는 강당 객석의 반응을 보여주지 않았다. 하지만 TV 모니터 앞에서는 집집마다 난리가 나버렸다.
– 꺅♡
– 어머. 어머. 진혁이 넌 도대체….
– 아 씨. 왜 벌써 눈물이 나지.
– 어떡해. 어떡해.
적절한 호흡이 배인 진혁의 유려한 음색이 강당과 화면을 스르륵 쓸고 지나갔다.
그게 그래. 말할 수 없어서.
말조차 담겨 있지 않은 건 아니야.
너무도 오랜 시간에
나조차 잃어버렸던 꺼내는 방법을
네가 내밀어 내 손을 잡아주던 때에야 알게 되었지.
진혁의 목소리가 강렬함을 더하며 하늘로 향했고, 가슴을 울리는 고음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뒤흔들었다.
……
실시간 게시판이 고요했다. 차마 아무도 키보드를 움직일 수 없었던 이유였다.
시청자들의 가슴에 하이스쿨2, 지난 20화의 장면들이, 마치 자기 인생의 추억인양 필름처럼 스쳐 지나갔다.
덤덤하게 노래하는 진혁의 모습. 강렬하면서도 아련한 진혁의 음색은 그렇게 모두의 가슴에서 울컥하는 무언가를 끄집어내고 있었고,
“그렇게,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갇혔던 내 마음의 그늘 속에서―.”
비상하는 진혁의 고음에서 가장 먼저 목 놓아 울어버린 사람은,
“흐어엉-.”
의외로 감성적인 구석이 많은 하이스쿨 정두일 PD였다.
촬영장에서 처음 들었던 진혁의 노래는 충격 그 자체.
하지만 자신이 연출한 마지막 화면에서 울리는 그 노래는 또 다른 의미로 정두일 PD의 가슴을 뒤흔들고 있었다.
자신의 인생작이었다.
정두일 PD는 감히 장담했다. 이전에도 이후에도 자신에게 이와 같은 작품은 없을 거라고.
앞으로 자신의 남은 삶 동안 얼마나 많은 작품을 연출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이후 자신이 어떤 더 놀라운 작품을 연출하든, 어떤 놀라운 성적을 거두게 되든 그건 상관없었다.
오디션에서부터 촬영과 방영 기간까지, 하나하나가 꿈같았던 이 시간은, 오롯이 내 인생의 가장 빛났던 시간으로 남으리라.
진혁을 통해 인간 정두일을 다시 만나고, 마치 메가폰을 처음 잡았던 그 날처럼, 가슴 벅찬 연출의 기쁨을 다시 경험할 수 있었던 시간.
고마웠다. 진혁아!
정두일이 진심으로 화면의 진혁에게 감사했다.
마지막 방송, 이런 상황을 충분히 예상하고, 일부러 혼자이기를 고집했던 그였다.
“흐어엉-.”
정두일 PD가 그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마치 어린아이같은 울음을 오랫동안 쏟아내었다.
***
그렇게 모두가 진혁의 보컬에 놀랍고 신선한 충격을 받고 있을 때, 혼자 쓰린 속을 움켜쥐고 있는 사람도 있었다.
“아휴….”
깊은 한숨의 주인공은 NTN의 장동수 프로듀서.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잡았어야 했는데.”
장동수가 쓰디쓴 입맛을 다셨다. WP엔터 이승수 사장이 직접 움직였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장동수는 무릎을 ‘탁’ 쳤다.
아니 왜 그 방법을 생각 못 했을까.
소위 대중예술을 한다는 사람의 생각이 이렇게 굳어져 있어서야.
데뷔도 하지 않은 신인 하나 잡자고 대표가 움직이는 일은 NTN에서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대중예술가에게 무슨 전례가 중요하다고, 그런 생각조차 해보지 못한 자신의 답답함이 한심했다.
만약 생각이라도 해 봤다면, NTN 대표의 바짓가랑이를 붙들어서라도 우진혁 앞으로 끌고 갔을 일이었다.
전례를 깨는 파격적 행보를 보인 WP 이승수 사장. 과연 60이 다된 나이까지 시대에 뒤떨어지지 않는 감각을 유지하고 있는 이유가 있는 것이었다.
큰 교훈을 얻은 셈 쳤지만, 그 교훈을 얻기 위해 잃은 대가가 우진혁이라는 게 너무 컸다.
“그렇게,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갇혔던 내 마음의 그늘 속에서―.”
3옥타브 도, 미. 절대음감인 장동수의 귀에 3옥타브 영역을 무슨 산책 하듯 넘나드는 진혁의 보컬이 들려왔다. 기타 한 대를 오케스트라로 만들어 버리는 목소리의 풍성함.
우진혁. 연세린.
미래 가요계의 투톱을 노려볼 만한 남녀 최고 보컬 자원을 프로듀싱해볼 기회였다.
프로듀서로서 생각할수록 속이 쓰렸지만, 장동수는 연세린을 떠올리며 쓰린 속을 쓸어내렸다.
‘그래. 세린이가 있으니까.’
이렇게 된 이상 어쩔 수 없었다.
이젠 우진혁도 경쟁자.
진혁을 놓친 아쉬움이 덜어질 만큼 연세린을 높은 자리에 올리는 수밖에.
NTN의 자부심, 프로듀서 장동수의 눈이 이글이글 타올랐다.
같은 시각.
장동수 실장만큼이나 강렬한 열망에 불타오르고 있는 또 한 사람.
WP엔터테인먼트 프로듀서 주희태 실장.
얼마 전, 보컬 트레이너가 넋이 나간 표정으로 자신을 급히 불렀다.
‘실장님. 지금 와서 꼭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왜, 뭔데?’
그렇게 만났던 진혁의 충격적인 보컬. 아직 고동치는 그의 심장이 화면 속 진혁의 노래에 거칠게 반응했다.
그토록 찾아 헤매던 보석이 같은 회사 연기자들 속에서 휘황하게 빛을 내고 있을 줄이야!
자신은 연기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없었다. 하지만 자신이 확실하게 알 수 있는 것이 있었다.
얘는 노래를 해야 한다.
노래해야 하는 운명을 타고난 아이다.
주희태 실장의 시선이 노트북 모니터로 향했다. 어느덧 끝이 난 진혁의 노래 때문에 인터넷 게시판이 발칵 뒤집혀 있었다.
최근 침체되어있던 WP 뮤지션 사업부에 불을 지필 뜨거운 무엇이 주희태 실장의 가슴에서부터 타오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