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enius singer who returned from the sea RAW novel - Chapter 79
79화. 물밑작업.
– 징건? 진구언? 한국 이름은 발음이 참 어렵군. 그래 마이클. 매니저 일은 좀 어때? 직접 활동하는 아티스트가 아니라 아티스트 일을 돕는 일을 하는 건?
– 무슨 일이야. 빅 야크.
– 별 거 아니야. 그냥 잘 지내나 해서. 벌써 뉴욕을 떠나 한국에 간지도 오래 되었잖아? 그동안 여기는 네가 없어서 작업도 잘 안 되고 있지만, 프리랜서를 탓할 순 없는 거지. 안 그래?
– 그때 약속한 거, 잊지 않았을 텐데?
– 맞아. 맞아. 잊지 않았지. 그 아이들이 한국에서 탑을 찍고 뉴욕에 오면, 네가 이곳에 함께 따라와 우리와 전속 계약을 맺은 다음 그 아이들의 총괄 프로듀서가 되겠다는 것 말이야.
– ······, 전속 계약을 하겠다고 하진 않았어. 그 아이들을 전담하겠다고 했지.
– 아무렴. 하지만 그 아이들이 이곳에 온다면, 우리 회사의 다른 아티스트들과도 합동 작업을 하게 되겠지. 너는 그 작업을 총 감독해야 할 거고. 그러면 사실상 전속이지 않나?
– 좋을 대로 해. 그래서 용건이 뭐야.
– 궁금하단 말이지. 네가 그런 아이들을 위해서, 왜 이렇게까지 하나 싶어서. 그 보컬 놈은 분명 뛰어난 원석이긴 하지만, 다른 애들은 그렇지 않잖아? 그 정도 작곡하는 놈이랑 피아노 치는 놈은 미국 전역에 널리고 널렸다고. 당장 어제 오디션을 보러 온 피아니스트도 그 친구에 비할 바가 안 됐다고 생각해. 한참 뛰어넘었지.
– 그건 네 생각이고.
– 같은 국적 사람이라고 편드는 거야?
– 나도 너처럼 보컬을 제외하면 다들 농익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여길 와서 직접 보고 난 뒤에는 생각이 좀 변했어.
– 오, 새로운 가능성을 본 건가?
– 좀 다르지. 어쩌면, 이 보컬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은 그 어떤 작곡가나 연주가보다도, 이 아이들이 더 뛰어날지 몰라.
– ‘시너지’인가?
– 그렇지.
–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군. 나는 오늘 시상식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 할 것 같아. 제이미가 그래미를 받을 예정이거든. 이번 4집이 노미네이트 됐는데, 거기에 아마 2곡 정도 네가 참여했지? 3곡이었나?
– 2곡이든 3곡이든 내 알 바는 아니야.
– 그래, 너는 제이미를 인정하지 않았으니까. 생각해 보니, 네가 푹 빠질 만큼 인정을 한 가수가 있었나? 그래서 참 이상해. 그 신율이라는 보컬에게서 무엇을 봤길래, 한국까지 가서 그 고생을 자처하고 있는 거야.
– 끊을게, 시상식이나 가 봐.
– 싱겁긴.
빅 야크는 통화를 끊기 전, 마지막 한 마디를 남겼다.
– 곧 보자고! 물밑작업은 잘 되고 있으니까. 곧 좋은 소식이 있을 거야.
*
고등학교 행사 무대가 성공적으로 끝나고, 기세를 이어 대학 공연도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당분간은 회사 측에서 싱글앨범 작업에 집중해도 좋다는 연락이 있었고, 그 덕분에 우리는 작업을 순조롭게 마칠 수 있었다.
“이제 마스터링만 하면 되겠네. 그동안 수고 많았어.”
그리고 소미에게도 연락이 왔다.
“앨범 자켓 작업이 끝났어. 조만간 회사로 직접 갈게. 언제가 편해?”
“이번 주 목요일에 시간 괜찮아? 그때 마스터링이 끝날 것 같아서, 회사에 있을 것 같네.”
“좋아. 그럼 그때 찾아갈게.”
그렇게 목요일이 되었고, 나는 작업실에서 승현이와 함께 곡이 완성되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던 중이었다.
“신율씨, 작가분께서 찾아오셨습니다.”
직원의 안내를 받고 나는 미팅룸에 들어갔다. 그곳에는 이미 도착한 소미가 노트북을 펼쳐둔 채, 책상 위에는 정사각형으로 포장 된 무언가를 올려둔 채였다.
“저게 앨범 자켓이야?”
“응, 이미 실물로 완성해서 이미지 파일로도 스캔한 상태야. 한 번 볼래?”
소미는 포장지를 뜯어 안에 든 그림을 보여주었다.
“그때 스케치했던 것에서 조금 디테일을 추가했어. 어때?”
소미가 보여준 그림은 놀라웠다. 그곳엔 황금색 물고기 한 마리가 형형색색의 비늘을 달고 튀어 오르고 있었는데, 어찌나 현실감이 생생하던지 당장이라도 그림판을 뚫고 회사 이곳저곳을 파닥거릴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그 외에도 배경을 뒤덮은 사소한 오브제들이 앨범 자켓의 풍성함을 가중시켰다.
미팅룸에는 소미와 나 말고도 앨범 자켓 컨펌을 위한 직원들이 함께 있었고, 직원들은 나와 마찬가지로 소미의 그림을 보곤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전문 일러스트레이터가 아닌 순수미술 작가님과 작업을 하게 된 건 처음인데요. 기대하긴 했지만 기대 이상이네요. 슈팅 스타의 첫 생글 앨범 자켓으로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어쩌면 노래 만큼이나 화제가 될 것 같아서 걱정이 될 정도네요.”
소미는 직원의 말에 그저 조용히 미소를 지었다. 그리곤 내게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저분 입술이 너무 작아서 발음이 잘 안 보여. 뭐라고 하신 거야? 칭찬한 거 맞지?”
나는 그런 소미에게 또박또박한 입모양으로 대답해 주었다. 아주 작은 목소리로.
“응, 너의 그림이 아주 훌륭하대. 내 노래보다 좋아서 걱정이 된다던데?”
그러자 소미는 꺄르르 웃으며 내 어깨를 찰싹 때렸다. 하루 종일 붓을 잡고 세밀한 선을 거두는 화가의 손목 스냅은 날카로웠고 나는 어깨에 따끔한 통증을 느꼈다.
“너 손이 생각보다 맵네.”
“아팠어? 아이고 미안해.”
“아니야. 그냥 장난 친 거야.”
그렇게 최종적으로 앨범 자켓은 컨펌되었고, 우리는 구체적인 앨범 발매 일자를 잡았다.
공식적인 앨범 발매는 3주 가량이 걸린다고 했다. 그때까지는 신곡에 대한 홍보를 할 예정이라고.
그러는 동안 우리는 몇 개의 행사를 더 치러야 했다. 의 직원들은 곧 있을 행사들에서, 신곡에 대한 소개를 덧붙이면 좋을 것이라고 일러주었다.
미팅에서는 최근 치렀던 행사에 대한 반응들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누군가 행사 무대를 촬영하여 동영상 플랫폼에 올린 것이 수많은 조회수를 얻고 있었고, 이런 경우에는 영상을 내려달라는 대응을 하는 것보단 영상을 그대로 두고 영상의 수익을 음원 수익으로 요청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영상 게시자도 그런 것 정도는 염두에 두고 업로드를 했을 것이라고.
모든 반응들이 긍정적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회사는 나의 SNS 팔로워 수 이야기를 하며, 앞으로는 SNS 활동을 하며 유의해야 할 것들에 대해서도 일러주었다.
그렇게 미팅이 끝났다.
나는 소미를 데려다주기 위해 회사 밖으로 걸어나왔다.
“택시 타고 갈 거야?”
“아니, 아버지가 데리러 오기로 했어.”
그러자 얼마 지나지 않아 저번처럼 아버지의 차가 도착했고, 나는 아버지에게 꾸벅 인사를 드린 뒤 소미에게 인사를 전했다.
“나중에 그림 전시하게 되면 연락 줘. 꼭 보러 갈게.”
“응, 너도 신곡 나오면 말해줘.”
소미가 떠나고 난 뒤, 나는 작업실에 돌아왔다. 그곳에는 이미 모든 작업이 완료된 곡을 재생시켜 놓고, 감상에 빠져 있는 승현이와 예송이형의 모습이 보였다.
“정말 아름답지 않냐. 이게 우리의 데뷔곡이라니···.”
“이거 꿈 아니지? 누가 내 볼 좀 꼬집어 줄 사람?”
“다 승현이랑 예송이형 덕분이죠, 저 혼자 했으면 이 정도로 못 했을 거예요.”
우리는 그렇게 서로에게 덕담을 나누며 신곡에 대한 기대감을 부풀렸다.
그리고 또 며칠이 지나고,
우리는 몇 개의 행사를 더 치렀다.
지역축제, 대학축제, 고등학교 행사, 족히 여섯 군데는 돌아다닌 것 같았다.
조금은 정신없는 시간이 흘렀고, 그러는 동안 앨범 발매일이 되었다.
[ 우승자, ‘슈팅 스타’ 신곡 나온다.] [화제의 밴드 ‘슈팅 스타’의 첫 싱글 앨범 발매. 독특한 앨범 자켓 선보여.]앨범 발매 직후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스트리밍이 이어졌고, 동영상 플랫폼에는 우리들의 노래에 가사를 단 영상이 조금씩 올라오고 있었다.
우리는 회사 직원들의 축하 속에서 성공적으로 앨범을 발매했고, 이제 대중들의 반응을 지켜볼 타이밍이었다.
우리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였다.
‘과연 그레이프 차트에 들어갈 수 있는가.’
회사에서도 그레이프 차트를 주목하고 있었다. 차트의 갱신 시간은 하루에 한 번씩 있었고, 우리는 다음 날을 기다렸다.
내부 직원들이 예상한 차트인 최초 순위는 80위~89위였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긍정적인 결과라고 전해줄 정도로, 대중 가요 시장에서의 경쟁은 쉽지 않을 것이었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우웅-
우웅-
우웅-
잠을 자고 있는데 핸드폰 벨소리가 그칠 줄을 모르고 울렸다. 나는 비몽사몽한 채로 어둠 속에서 빛나는 핸드폰을 들어올려 전화를 받았다.
“어 승현, 무슨 일이야.”
“너 지금 그레이프 차트 봤냐?”
“아니, 지금 막 일어났어. 왜?”
“우리 50위로 차트인했다!!!”
“뭐? 50위??”
나는 곧장 그레이프 어플을 켜 실시간 인기곡 차트를 확인해보았다. 그리곤 스크롤을 얼마 내리지 않았는데, 50위에서 우리의 곡을 찾아볼 수 있었다.
“와······.”
회사 내부직원들이 기대했고 예측한 순위보다 훨씬 높은 차트인이었다. 우리들의 위아래 순위에는 유명 아이돌과 인기 발라드 가수들이 포진해 있었고, 그런 이름들 사이에 당당히 자리 잡은 ‘슈팅 스타’라는 글자를 보는 순간, 나는 이루 말할 수 없는 어떤 카타르시스를 느꼈다.
“미쳤네.”
“확인 했지? 그럼 나는 끊는다! 자랑하고 다녀야 돼서 바빠!”
뚝-
그렇게 승현이는 잔뜩 흥분한 목소리로 전화를 급히 끊었고, 나는 다시 방안에 혼자 남게 되었다.
문득 나는 이 소식을 누구에게 전하면 좋을까 생각하다가, 어머니에게 전화를 걸기로 했다.
뚜루루루루···
몇 번의 신호음이 있었고, 어머니가 전화를 받았다.
“어~ 아들~~ 무슨 일이야~”
“엄마! 나 그레이프 차트 50위 들어갔어!”
“헉 진짜!? 우리 아들 대견하네! 잘 됐다. 잘 됐어. 축하해 아들~!”
오랜만에 들뜬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으니 기분이 좋았다. 생각해보니 그동안 행사 뛰고 앨범 작업하느라 바빠서, 어머니에게 신곡이 나왔다는 말도 제대로 전하질 못했다.
“곡이 나왔으면 말을 해주지! 흐흐, 지금 한 번 들어볼게. 아들 다시 한 번 축하해~”
그렇게 어머니와의 통화를 마치고, 몇 분 지나 문자 한 통이 도착했다.
– 역시 우리 아들! 노래 잘 들었어!
어머니는 단순한 축하 외에, 음악에 대한 감상을 전해주지는 않았다. 아무래도 가수였던 자신이 어떤 음악적 피드백을 줄 경우, 나에게 부담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셨던 듯하다. 일부러 나를 배려하여 말을 절제하는 것이 느껴지는 문자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수많은 사람들의 축하 문자가 쏟아졌다. 외국에 있는 지혜에게도 문자가 왔고, 요즘은 뭘 하고 지내는지도 모르는 유진에게도 문자가 왔다.
SNS DM창은 폭발 직전이었고, 그곳에는 내 신곡에 대해 감동에 찬 감상을 전하는 사람들로 떼를 지었다.
그때, 도진권 매니저에게 문자가 한 통 도착했다.
– 어쩌면 더 빠르게 갈 수도 있겠네요. 축하해요.
나는 이때부터, 도진권 매니저를 수상하게 여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