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 Wizard Transcendent RAW novel - Chapter 184
회귀로 초월하는 대마도사 184화
땅의 주민들.
일반적으로 알려진 가장 대표적인 ‘숲’의 종족은 엘프다.
그렇다면 ‘땅’의 주민들 중 가장 대표적인 종족은 누구인가.
이 또한 고민할 필요 없겠지.
드워프.
그들은 도구를 만드는 것에 천부적인 재능을 가졌으며, 광석을 가려내고 캐는 기술 또한 우월하다.
당연히 그에 대한 장인으로서의 자부심 또한 상당하고.
저 멀리 보이는 건축물들.
온갖 미학과 정성이 들어간 독보적인 디자인의 신전이나 첨탑, 성벽까지.
전부 이 드워프들의 작품이다.
“대단하긴 하네, 진짜로.”
저 멀리 보이는 압도적인 광경에 리안은 벌린 입을 다물지 못했다.
이곳이 켈리보스의 땅인 것과는 별개로, 확실히 도시로서의 완성도는 인정할 만했다.
그걸 보며 집사가 말했다.
“예전부터 대단했지요. 물론, 이건 딱히 켈리보스라는 가문이 대단하기에 이런 게 아닙니다만.”
“그게 무슨 말입니까, 어르신?”
“켈리보스가 주인 행세를 하기 전에도 이곳은 그 자체로 훌륭한 예술 도시였다는 말이지요.”
집사의 말대로다.
애초에 말리엔의 아름다운 건축 양식은 유명했고, 예술 도시의 대표 격이었다.
드워프들의 왕국은 너무 멀다.
반면, 말리엔은 제국 내에 있었고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들를 수 있었다.
제국에서 말리엔이 이름을 떨친 건 어찌 보면 당연했다.
“……사실, 오히려 켈리보스가 다스리기 전의 말리엔이 좀 더 개성적이고 아름다웠습니다.”
“그런가요?”
“그 풍경을 다시 보지 못하게 됐다는 게 슬픈 일이지요. 후후, 참, 장관이었는데…….”
집사는 그렇게 말하며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그가 보았던 말리엔의 풍경은 달랐을 것이다.
물론 나조차 그 풍경은 모른다.
켈리보스는 빠르게 말리엔을 장악했으며, 그 모든 것을 제 입맛에 맞게 바꾸었으니까.
저 웅장함밖에 없는 건물도.
과하게 절제된 미학도.
판에 박힌 듯한 건물들이 나열된 거리도.
전부, 켈리보스의 입김이 스며든 결과물인 것이다.
물론 과거의 말리엔이 어떤 모습이었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집사의 반응으로 보자면, 개성적이고 아름다운 광경으로 가득했으리라.
“그러고 보니, 예전에 우연히 읽은 기록에서 과거의 말리엔을 봤던 거 같기도 해요. 그림이긴 했지만…… 확실히 대단했었죠.”
“……흐음.”
에일렌 역시 기억한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이렇게 여럿에게서 이야기가 나온다는 건, 확실히 뭔가 불협화음이 있다는 것.
‘그럼 좀 더 쉽겠네.’
켈리보스의 계획을 어그러뜨릴 내 입장에서 보자면, 이런 부정적인 의견은 오히려 환영이다.
대충 의견을 종합하면 이렇다.
– 켈리보스는 ‘예술가’의 창작을 저해했다.
즉, 그들의 개성을 존중하지 않고 본인들이 바라는 식으로 멋대로 도시를 바꿔버린 것이다.
역사도, 정성도 무시한 채…….
당연하지만 켈리보스의 그 강압적인 행위는 반발을 부른다.
땅의 종족들은 예술성을 타고난 이들이 많다.
가장 대표적인 이들이 드워프일 뿐이고, 산거인이나 땅굴 요정들 또한 그러하다.
대놓고 말은 안 해도 반발심은 이미 적지 않게 쌓인 상태일 터.
그들이 움직일 명분과 환경이 갖춰진다면, 그 반발심은 구체화되어 행동으로 옮겨지겠지.
‘명분과 환경.’
물론 그걸 쉽게 만들 수는 없을 테지만, 난 확신할 수 있었다.
켈리보스와 땅의 종족.
이 둘 사이에 벌어진 일들은 결코 정당하지 않았을 것임을…….
물론 이건 2차적인 목표다.
이번 일의 최우선 목표는 어디까지나 ‘태초의 영석’의 확보.
‘……태초에 존재했다고 알려진 가장 순도 높은 생명석.’
신화에 따르면 세상이 만들어질 적, 땅에 내려앉은 생명들 중 몇몇이 굳어 돌의 되었다고 한다.
그게 바로 ‘태초의 영석’.
태초의 생명을 품고 있는 돌.
그게 이곳, 말리엔 어딘가에 묻혀 있다.
그렇다면 태초의 영석을 찾겠답시고 이 넓은 광산을 하나하나 다 뒤져야 하는가.
아니, 그럴 필요는 없다.
그렇다면 이렇게 별 준비도 없이 오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떻게 할 건가요, 미하일?”
“일단 당장 말리엔으로 들어가지는 않을 겁니다. 먼저 만나야 할 사람이 있거든요.”
내 말에 아리안델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만나야 할 사람이라면?”
“드워프 장인입니다.”
물론 단순한 장인이 아니다.
단순한 드워프도 아니고.
“여기에 아는 사람이 있었나요?”
“예, 안다고 하는 게 맞을지는 모르겠지만, 다이달로스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잠깐, 다이달로스?!”
그 순간, 리안이 소리쳤다.
이상한 일은 아니다.
‘다이달로스’라는 이름은 검을 잡는 이들이라면 모르는 게 이상할 정도로 유명했으니까.
좋은 쪽으로건, 나쁜 쪽으로건.
“무기 분쇄자(Weapon breaker), 다이달로스!”
“……그래, 그 사람.”
위대한 장인, 무기 분쇄자.
상반된 이명을 가진 드워프.
지금 내가 찾는 장인, 다이달로스는 그런 인물이었다.
* * *
“……빌어먹을.”
한 노인이 풍성하게 자란 수염을 파들파들 떨며, 망연자실한 채 서 있었다.
쿵!
이내, 그는 손에 쥐고 있던 육중한 망치조차 떨어뜨렸다.
망치를 떨어뜨린다는 건 드워프가 결코 해서는 안 될 행위였지만, 지금 그에게는 그런 생각을 할 정신조차 없었다.
“빌어먹을 켈리보스! 네놈들에게는 최소한의 예의조차 없느냐! 감히, 감히 네놈들이……!”
물론 의미 없는 분노다.
아주 오래 전에 끝이 난 이야기니까.
노인이 뭘 하건 켈리보스는 신경 쓰지 않는다.
노인이 아무리 뛰어난 장인이라도, 켈리보스는 신경 쓰지 않을 만큼 강대한 가문이었으니.
이곳 말리엔에서라면 불합리함조차 당연함으로 만들 수 있는 것이 바로 그들 아닌가.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장인으로서의 자존심을…… 이리도 짓밟아서는 안 되지 않는가…….”
침울하게 가라앉은 눈동자가 주변을 훑는다.
본래라면 같은 장인들과 손님으로 가득했을 공간이 텅 비어 있었다.
그것뿐이던가.
장인으로서 작품을 만들기 위한 도구 또한 텅 비어 있었다.
그나마 있는 화로조차 처참한 현실을 증명하듯 차갑게 식어 있었다.
그렇다.
더 이상 노인은 ‘작품’을 만들 수 없다.
작품을 만드는 데 필요한 재료를 보는 눈이나, 광석을 캐는 재능이 있음에도…….
그 무엇도, 할 수 없게 됐다.
〈크레타〉.
그가 평생에 걸쳐 일군 결과물.
한때, 말리엔에서 가장 붐볐던 대장간이다.
물론 지금에 와서는 아무도 오지 않는 폐가로 전락하고 말았지만.
“흐, 흐……. 잘못된 것을 잘못된 것이라 말한 게 잘못이냐. 빌어먹을 가문 같으니라고.”
노인은 의문이었다.
어째서, 모두와 잘 지내고 있던 이 땅이…… 갑자기, 제국의 귀족 가문에 의해 통치되어야 하는가.
약속이 있었다.
구두에 불과했지만 그럼에도 믿을 만한 이의 입에서 나온 약속이었고, 그렇기에 믿었다.
하지만…… 배신당했고.
노인이 반발한 건 당연한 일이었다.
만약 켈리보스라는 가문이 정당하게 통치자로서 자신들을 배려했다면 괜찮아겠지.
하지만 그들은 자신들의 개성을 탄압하고, 예술혼을 멋대로 평가하며 끌어내렸다.
개성과 열망으로 가득 찼던 위대한 예술가들의 도시는 그렇게 그저 ‘광산 도시’가 되었다.
노인은 그 사실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
자신들의 선조들이 평생에 걸쳐 이룬 결과물이 더럽혀지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
그렇기에 모두와 일어났다.
하지만 그 기세가 무색하게, 그들은 켈리보스에 대항하기도 전에 분열되었다.
지금도 이해할 수 없다.
도대체 왜, 그렇게 쉽게 동료들이 자신을 배신한 것인지.
자신이 잘못된 걸까?
모르겠다.
여기까지 오니, 솔직히 그조차 확신할 수 없게 됐다.
어쩌면, 그저 고집만 셀 뿐인 노인네의 망집이었던 걸지도.
한참을 켈리보스를 욕하던 노인의 어깨는 점점 내려갔다.
이 짓을 몇 번이고 반복했다.
그 결과가 무엇인가.
텅 빈 대장간, 끊긴 손님.
그리고…….
“흐, 흐흐…….”
노인은 제대로 힘이 들어가지 않는 팔을 쳐다보며 한참을 키득댔다.
도구를 만드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장인의 두 팔…….
그는 아무렇게나 바닥에 나뒹굴고 있는 망치를 보며, 자괴감에 웃음을 흘렸다.
보아라, 망치를 제대로 쥐는 것조차 할 수 없지 않은가.
장인으로서의 자격조차 잃었다.
노인에게 남은 것은 아무 것도,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허망한 얼굴로 걸음을 옮기다가, 이내 털썩 주저앉았다.
그의 마음을 가득 채운 절망감.
그런데 그때.
“다이달로스, 맞습니까?”
“……음?”
노인, 다이달로스가 고개를 들어 위를 보았다.
흐려진 눈 사이로 가장 먼저 보인 건, 붉은 눈.
그리고, 환한 금발이 등 뒤로 비치는 빛을 받아 한층 밝게 빛난다.
거기에, 그가 걸치고 있는 순백의 로브는 마치…….
“다, 당신은……”
“제 이름은 미하일 발푸르기스.”
남자는 자신의 이름을 입에 담으며, 고요한 눈으로 다이달로스를 보았다.
“용사입니다.”
* * *
“……드, 들어오시오.”
떨떠름한 표정으로 다이달로스는 자리를 마련했다.
물론 그 자리라고 해도 낡아 빠진 탁자와 의자 정도가 전부였지만.
물론 딱히 신경 쓰진 않았다.
그가 원해서 이런 식으로 사는 게 아님을 알기 때문이다.
그는 겸연쩍은 표정으로 날 쳐다보며 말했다.
“미안하군……. 용사께서 방문을 했는데 대접을 할 것이 없어서 말이오. 나도 뭔가 대접을 하고 싶지만, 보다시피 내 상황이 그리 좋지가 않은지라.”
“괜찮습니다.”
난 그렇게 말하고는 아공간에서 찻잔과 차를 꺼냈다.
저번에 카산드라에게 받았던 찻잔 세트다.
즉석에서 마법으로 물을 끓이고, 인원수에 맞게 차를 우렸다.
“일단 차를 마시면서 이야기를 해 보지요. 정확한 사정도 들을 겸 말입니다.”
“사정이라…….”
찻잔을 쥔 다이달로스의 손이 떨렸다.
그는 떨리는 눈으로 한동안 찻잔에 시선을 고정했다.
재촉하는 건 좋지 않다.
난 조용히 그의 입이 열리길 기다렸다.
잠시 후, 간신히 감정을 가다듬은 그가 입을 열었다.
“먼저 말해 두자면, 난 더 이상 무기를 만들 수 없소. 그럴 만한 환경이 갖춰져 있지도 않고, 내 몸 상태 역시……”
그는 제 두 팔을 힘겹게 들었다.
팔은 당장이라도 떨어질 듯, 위태롭게 떨리고 있었다.
“……작업을 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니라서 말이오.”
“잠시, 실례 좀 하겠습니다.”
난 그의 팔을 붙잡았다.
‘베인 흔적은 없군. 적어도 물리적인 공격에 당한 건 아니야.’
“소용없소. 내 팔은 상처를 입은 것도, 그렇다고 마법이나 저주에 의해 이렇게 된 것도 아니니.”
다이달로스가 씁쓸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건 그냥…… 내 정신적인 문제요. 후후, 그래, 피폐해진 내 정신이 만들어 낸 결과지.”
“……흐음.”
난 다시 집중해서 다이달로스의 팔의 상태를 보았다.
확실히 겉으로만 보자면, 그의 말대로 별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래, 겉으로만 보자면…….
“이건 마법 같은 게 아니라……”
“마법 맞는데요.”
“그렇소. 마법이 아니라 내 심리…… 으, 응?”
“마법 맞습니다, 이거.”
난 작게 혀를 차며 다이달로스의 팔을 보았다.
내 말에 그가 눈을 동그랗게 뜨더니 말했다.
“……마, 마법이라고?”
“물론 일반적인 마법은 아니지요. 꽤 흥미롭기는 한데…….”
겉으로만 보자면, 다이달로스의 두 팔은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마법이건, 저주건, 혹은 물리적인 공격으로 인한 문제건…….
하지만 내 눈에는 보인다.
그의 두 팔에 틀어박힌 마법과 저주의 근원이.
그렇기에 흥미가 돋는 것이다.
“다크 서클.”
“……!”
내 말에, 주변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난 말리엔의 상황을 정확히 모른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에.
지금 발견한 사실에 더 흥미가 생긴 것이다.
“……다크 서클이라.”
다크 서클(Dark circle).
간단히 말하면, ‘반전된 서클’로서 일반적인 마법의 궤에서 벗어난 사도 중의 사도의 길.
다른 뜻으로는.
‘악마 군주의 축복.’
요컨대.
이번 일도, 이 빌어먹을 악마가 연관됐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