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Extra in History RAW novel - Chapter (196)
사상 최강의 엑스트라 196화
66장 종말 협회의 끝(2)
다시 눈을 떴을 땐 리처드의 앞이었다.
여전히 그의 기운은 강대했지만 조금 전과 달리 지금은 그 끝이 보였다. 이건 둘이 경지가 비슷해졌다는 것을 의미했다.
“대체 무슨 짓을 한 거냐…….”
레이먼이 스스로의 변화를 느낀 것처럼, 리처드 또한 눈앞에 있는 레이먼의 경지가 범상치 않은 위치에 올랐다는 걸 알 수 있었다.
“화, 황제 폐하…….”
“이건 신격의 경지……?”
얼마 남지 않은 로열 가드들은, 갑작스러운 황제의 경지 변화에 오른손을 가슴에 얹고 고개를 숙이며 경의를 표했다.
하지만 다른 이들과 달리 레이먼을 바라보는 데시아의 눈동자에는 불안함이 가득했다.
초월의 경지라고 불리는 대마법사의 위치에 오른 그녀의 눈에는 보였다.
지금 이 순간에도 레이먼의 마나 로드는 빠른 속도로 파괴되고 있었다.
일시적으로 신격의 힘을 얻는 대신에 그가 무엇을 포기했는지 데시아는 감히 짐작할 수 있었다.
데시아의 걱정 가득한 시선이 닿는 것을 느낀 레이먼은 말없이 그녀를 향해 고개를 슬쩍 돌리고서 희미한 미소를 보였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데시아를 안심시키기에는 부족했다. 그 모습을 본 레이먼은 다시 정면의 리처드를 향해 시선을 옮기고 조용히 영혼검을 들어 올렸다.
“와라, 일천의 기사들이여.”
영혼검이 백색의 오러를 머금었다. 지금까지 함께 했던 그 모든 순간 중에서 가장 찬란하게 순백의 광휘를 내뿜고 있었다.
그리고 레이먼이 차분한 목소리로 주문을 읊자 그의 주위로 강대한 기운이 모여들었다.
마나와는 다른 성질의 기운이었다. 굳이 분류하자면 영혼이 머금은 순수한 힘에 가까웠다.
영혼검에 깃든 일천 기사들의 영혼이 모여들고 있는 것이었다.
그들 중 가장 강했다고 평가받는 일곱 기사의 영혼은 레이먼의 옆에서 실체화 되었다.
-사악한 기운이 넘치는 적이로다.
-신격의 경지에 올랐군.
-우리를 잊지 않았으니, 또한 그대의 곤란함을 외면하지 않을 것이네.
일곱 기사가 일제히 검을 들어 올렸다. 레이먼은 그들과 동조하였고, 리처드는 심상치 않은 흐름에 입술이 바짝 마르는 걸 느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가 모든 것을 압도하고 있었는데 일순간에 상황이 크게 변했다.
“어떻게 신격의 힘을 손에 넣었지?”
“네놈에게 굳이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리처드의 물음에 레이먼의 눈동자가 차갑게 빛났다. 그리고 다음 순간 날카로운 파공음과 함께 레이먼의 몸이 총탄처럼 쏘아졌다.
리처드는 황급히 검은 기운으로 몸을 보호하며 검을 들어 올렸다.
콰아아앙!
검격이 충돌하면서 굉음이 터져 나왔다. 땅이 요동치고 하늘이 비명을 질렀다.
“황제 폐하!”
“데시아 경! 피하셔야 합니다!”
신격의 전투다. 가까이 있으면 위험하다.
데시아는 피하지 않으려 했지만, 로열 가드들이 그녀와 쓰러져 있는 게슈타인을 격전지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데려갔다.
거리가 멀어졌지만 두 신격의 전투를 지켜볼 수 없을 정도는 아니었고, 데시아는 레이먼에게서 두 눈을 떼지 않았다.
콰아앙!
첫 번째 검격의 충돌로 인한 흙먼지가 가라앉기도 전에 두 번째 충돌음이 터져 나왔다.
다시 흙먼지가 솟구쳤고 오러 블레이드의 충돌로 인해 강렬한 마나 파편이 사방에 튕겨 나갔다.
“크윽!”
리처드의 입 밖으로 억눌린 신음이 흘러나왔다. 그에게는 안된 일이었지만 ‘강제 신격 각성’을 사용한 레이먼의 무위가 조금 더 높았다.
압도당할 정도로 경지가 차이 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레이먼에게는 일천 기사의 경험과 검술이 함께 하고 있었다. 그래서 리처드는 좀처럼 레이먼을 상대로 승기를 잡지 못했다.
“신격의 경지에까지 올랐는데! 어째서 이기지 못한다는 말이냐!”
답답한 마음을 이기지 못하고 리처드가 발악하듯 외쳤다.
신격의 힘이 깃든 칠흑의 검을 휘둘렀다. 그가 자랑하는 종말검을 구사했다.
하지만 레이먼의 방어 검술은 철벽과도 같았다.
종말 협회에서 배우고 지독하게 많은 실전 경험으로 담금질한 종말의 검술이 레이먼의 방어를 뚫지 못하고 허무하게 무뎌졌다.
“재롱잔치 같구나…….”
레이먼이 차갑게 내뱉었다. 신격의 경지에 오른 그는 지금 일천 기사의 검술과 경험을 모조리 흡수하고 소화했다.
경지의 차이는 크지 않지만, 무위가 크게 차이 나고 있으니, 리처드에게는 승산이 없는 싸움이다.
검술의 격부터가 차원이 다르다. 리처드의 종말검은 수준 높은 검술이었지만, 잊힌 일천 기사의 검술과 비교할 대상이 아니었다.
리처드가 발악하는 모습은 레이먼에게 있어서 어린아이의 재롱과도 같았다.
마음 같아서는 더 지켜보고 싶었지만, 레이먼에게는 시간이 없었다.
‘벌써 마나 로드가 무너지고 있다.’
초대 마검사 데이리안이 남긴 최후의 비전, ‘강제 신격 각성’의 부작용 때문이다. 레이먼은 두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싸늘한 시선으로 리처드를 빠르게 훑었다.
“시간이 없나 보군?”
차가운 시선 속에 숨어 있는 조급함을 읽은 것일까? 리처드가 씨익 웃으며 말했다.
시간을 벌면 시간이 있다고 생각한 것일까? 그는 공세를 멈추고 뒤로 물러나서 방어 자세를 갖췄다.
누가 봐도 시간을 끌 속셈이었다. 하지만 레이먼은 리처드의 방어 태세를 무너뜨릴 수 있을 것이란 자신감이 넘쳤다.
함께하는 일천 기사의 영혼들이 리처드의 방어 태세에서 보이는 허점들을 속삭여주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단숨에 끝내야 한다.’
레이먼이 땅을 박찼다. 단숨에 리처드와의 거리가 좁혀졌다. 힘차게 검을 내찌르자 예기를 머금은 칼날 바람이 휘몰아쳤다.
리처드는 검은 기운으로 자신의 몸을 칼날 바람의 폭풍으로부터 보호했다. 그리고 동시에 검을 들어 올려 레이먼의 찌르기를 방어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은 시도에 그쳤다. 일천 기사가 함께하는 찌르기는 리처드의 허점을 정확하게 노렸고, 이것은 방어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다.
“크윽!”
짧은 비명이 터져 나왔다. 붉은 피가 분수처럼 솟구쳤다.
리처드의 어깨에 구멍이 뚫려 있었다.
뒤늦게 방어의 무력함을 깨닫고 몸을 비틀지 않았더라면 심장을 당했을 것이다.
“제기랄! 대체 왜!”
리처드가 발악하듯 괴성을 내질렀다. 그토록 염원하던 세계의 종말이 코앞까지 다가왔었다.
종말 협회의 세력은 서대륙을 집어삼킬 듯 커졌었고 친우인 실버스와 함께 최고 회의까지 장악했다.
그런데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일까?
그래, 눈앞에 있는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가 개입한 순간부터 모든 게 어그러졌다.
리처드는 증오 가득한 눈으로 레이먼을 노려봤다. 그리고 칼날에 검은 기운을 있는 대로 끌어모았다.
“동귀어진할 생각이냐?”
“잘 알고 있구나, 필리어스 제국의 황제여.”
눈에 익은 자세는 아니었지만 일천 기사들이 속삭여 준 덕분에 리처드의 계획을 읽을 수 있었다.
리처드 또한 숨길 생각은 없었는지 무의미하게 던진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해 주었다.
극도의 긴장 속에서 대치가 이어졌다. 빈틈을 보인 순간, 그것이 끝이다.
이번에는 일천 기사들조차 빈틈을 찾아내지 못할 정도였다. 그래서 레이먼도 여유를 잃고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를 노려보며 검을 겨누고 있는 대치가 얼마나 이어졌을까? 먼저 움직인 쪽은 레이먼이었다. 그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에 답답함을 이기지 못하고 땅을 박차고 리처드를 향해 몸을 날렸다.
동시에 대마법 수준의 강력한 마법 세 개가 리처드를 노렸다.
“왔구나!”
그것은 환희였다. 리처드는 자신의 계획대로 레이먼이 움직인 것에 환호하며 검을 휘둘러 칠흑의 기운을 흩뿌렸다.
검은 기운은 살아있는 생물처럼 괴성에 가까운 비명을 내지르며 3개의 대마법을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하지만 레이먼은 멈추지 않았다.
날카로운 검격이 리처드의 목을 노렸다. 하지만 회피하거나 방어하려는 움직임은 없었다. 그가 동귀어진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레이먼이 뒤늦게 물러나려고 했을 땐 이미 늦었다. 백색의 광휘를 머금은 영혼검은 리처드의 목에 반쯤 꽂힌 채 빠지지 않았으니까.
영혼검을 해제하고서 뒤로 물러나려는 순간이었다. 리처드가 검을 내찔렀다.
그 찰나의 순간에 몸을 비틀어서 심장이 관통당하는 것을 피했으나, 칠흑의 검이 흉부를 꿰뚫었다.
신격의 기운이 몸을 보호하고 있었지만 같은 신격이 동귀어진을 각오하고 내지른 일격을 막아낼 정도는 아니었다.
“이대로 당할 것 같으냐!”
레이먼 또한 이대로 당할 생각은 없었다. 리처드의 팔을 붙잡고서 영혼검을 재소환하여 그의 심장을 찔렀다.
“커, 커헉!”
리처드가 입 밖으로 붉은 피를 한 움큼 토해냈다.
신격의 경지에 올랐다고는 하지만, 심장이 파괴되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다.
리처드는 최후의 힘을 내기 위해 왼손으로 단검을 뽑아 들었지만, 그 순간 레이먼은 강력한 마법을 사용하여 그의 몸을 갈가리 찢어 버렸다.
결국에는 리처드의 숨이 완전히 끊어졌다. 그는 레이먼의 흉부를 관통한 검을 놓치고서 힘없이 쓰러졌다.
“끝…… 났나……?”
마나 로드가 모조리 파괴되고 신격의 힘이 사라지는 게 느껴졌다. 조금만 더 늦었더라면 쓰러진 쪽은 레이먼이었을 것이다.
“크윽…….”
“황제 폐하!”
모든 기운이 빠져나가면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레이먼이 무력하게 비틀대자 데시아가 비명에 가까운 목소리로 레이먼을 부르며 달려왔다.
그녀는 쓰러지는 레이먼을 부축하고서 회복 마법을 사용하는 것과 동시에 흉부를 관통한 검을 조심스럽게 빼냈다.
마법으로 회복과 지혈이 동시에 이루어졌다. 마나는 고갈된지 오래였지만 데시아는 친애하는 황제를 살리기 위해 마나 로드의 훼손을 각오하고서 무리하게 마법을 사용하고 있었다.
“데시아 경! 이제 우리가 맡겠습니다!”
블리자드 후작이 로열 가드의 마법사들과 함께 다가왔으나, 데시아는 레이먼을 놓치지 않았다.
마치 자신의 손에서 떠나보내면 영원히 그를 잃을 것 같다는 생각에 손에 힘을 꽉 주고서 붙잡았다.
“데시아…….”
레이먼이 조용한 목소리로 말했다. 의식이 흐릿해지고 있었다. 아무래도 마나 로드가 망가진 것뿐만 아니라, 의식을 잃을 것 같기도 했다.
“황제 폐하. 상처가 벌어져요.”
“더 높은 경지로 데려가 주지 못해서 미안하다…….”
그것이 끝이었다. 레이먼은 천천히 두 눈을 감고서 의식을 잃었다.
“아니에요! 황제 폐하 부디!”
데시아가 울먹였다. 옆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던 실비아는 이미 눈물샘이 터진 듯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이곳을 이탈해야 합니다. 곧 하이펠 제국군이 몰려올 겁니다.”
블리자드 후작이 말했다. 조금 전 이곳에서 산맥 전체를 뒤흔든 전투가 있었으니, 당장 하이펠 제국군에게 위치가 노출되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다.
슬퍼할 겨를도 없었다. 데시아는 눈물을 훔치고서 축 늘어진 레이먼의 몸을 부축했다.
그녀의 슬픔을 알기에 로열 가드 중 그 누구도 도움의 손을 내밀지 않았다.
실비아는 슬픔을 이겨내지 못하고 혼절하고 말았다. 정령 정찰을 사용할 수 없게 되었지만, 블리자드 후작은 로열 가드 중 날랜 이들 뽑아서 척후로 삼았다.
“하이펠 제국군의 깃발이 사방을 포위했습니다.”
“적들의 수는 어느 정도인가?”
정찰을 다녀온 로열 가드의 보고에 블리자드 후작이 질문했다.
“최소 2천입니다.”
절망적인 소식이었다. 블리자드 후작은 싸울 수 있는 이들을 점검했다.
100명에 달했던 로열 가드 중 살아남은 이들은 절반이 되지 않았고, 그마저도 30명은 전투를 이어갈 수 없을 정도로 체력이 소진되거나 중상을 입은 상태였다.
아무리 생각해도 2천의 하이펠 제국군을 뚫고서 황제를 안전한 곳까지 모실 수 없을 것 같았다.
“블리자드 후작.”
차분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블리자드 후작은 목소리가 들린 방향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 의식을 되찾은 게슈타인이 힘겹게 서 있었다.
“제가 시간을 벌겠습니다. 황제 폐하를 안전한 곳까지 모시지요.”
“당신은 중상을 입었습니다, 게슈타인 경.”
“황제 폐하께 목숨을 구원받았습니다. 새로운 삶을 살게 해주셨지요. 지금 그 빚을 갚을 때입니다.”
“……당신의 용기와 충성에 경의를 표합니다.”
게슈타인이 검을 빼 들었다. 검에 깃든 오러가 그 어느 때보다 찬란하게 빛났다.
“어서 가십시오!”
멀리서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이 무거운 말발굽 소리는 하이펠 제국의 기사단이 분명했다.
“황제 폐하를 위하여.”
다가오는 하이펠 제국의 기사들을 향해 게슈타인이 검을 휘두르려는 순간이었다. 하늘에서 전격과 불벼락이 떨어졌다.
“크아아악!”
“으아아악!”
기사단의 대열이 무너졌다. 게슈타인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어 올렸다. 2척의 비공정이 마법을 난사하면서 천천히 고도를 낮추고 있었다.
“너무…… 늦게 왔군…….”
그토록 기다리던 제국 함대의 2번 함과 3번 함이 이제야 도착한 것이다. 필리어스 제국과 기사 여단의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는 게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