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greatest tycoon of all time RAW novel - Chapter 144
143화.
전통 혼례.
밤 10시, 성현우는 손에서 물기를 털었다.
드디어 마을잔치가 끝났기 때문이다.
이장은 팔을 걷어붙이고 잔치를 도운 성현우의 손을 꼭 잡았다.
“귀한 분께 이런 일까지 시켜서 어떡하나요?”
“제가 돕고 싶어서 한 건데요. 괜찮습니다.”
“그래도 저희가 면목이 없어서……. 저희 집 방 중에 제일 좋은 방을 드릴 테니까 오늘은 여기서 묵고 가셔요. 알겠죠? 냉거지(나머지)는 우리 아! 들에게 맡기고 따라오이소. 너분지리(무질서한) 설거지 같은 건 우리들이 해야지라.”
남자는 경상도와 강원도, 전라도 사투리를 섞어서 말했다.
그리고는 이윤희의 팔을 잡고 앞장섰다.
뒤에서 보는 두 사람의 모습은 딱 막내삼촌과 조카 같은 모습이었다.
성현우는 비서에게 내일 서울에 간다는 말을 남기고 두 사람을 따랐다.
약 10분 후, 성현우는 방을 보며 눈을 크게 떴다.
이장은 자기 세컨하우스로 안내하겠다며 호기롭게 앞장섰다.
조금 오래된 한옥이었는데 각 방의 크기가 일반 방의 10배는 되는 것 같았다.
눈을 크게 뜬 성현우를 향해 이윤희가 말했다.
“여기가 내가 오던 시즌방이에요. 열 명 넘게 함께 자던.”
“아!”
안쪽에서 방을 정리하던 이장이 성현우의 손을 끌었다.
“자자! 우리 회장님은 여기서 주무시고, 화장실을 저쪽이어요. 우리 윤희는 이리 따라온나.”
이장은 그 말을 하며 이윤희를 가장 끝 쪽 방에 안내했다.
성현우는 그 모습을 멍하게 바라보았고 이장은 이윤희의 방문을 닫으며 누구 들으라는 식의 말까지 했다.
“윤희……. 아니지. 총지배인님은 방문을 꼭 잠그고 자야혀요. 내 말 무슨 말인지 알겄죠잉.”
그리고는 성현우의 방을 힐끗 쳐다보았다.
성현우는 그런 이장을 잠시 노려보다가 방문을 닫았다.
“나를 뭘로 보시고.”
그때 휴대폰이 울렸다.
이윤희였다.
“응.”
[우리 이장님이 엄청 보수적이에요. 아마 새벽에 순찰까지 나오실걸?]“정말?”
“하하하!”
“그래도 방이랑 욕실은 깨끗하니까 오늘 푹 잘 수 있을 거야. 뒤에 쪽문 쪽에서 닭 울음소리가 들릴 수도 있으니까 이불 머리 위까지 덮고 자.]
이윤희는 그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그러고 보니 욕실도 양쪽 끝에 하나씩 있는 것 같았다.
성현우는 샤워를 한 후 잠깐 밖을 보았다.
전 삶부터 지금까지 이런 시골에서 잠을 잔 건 손에 꼽을 정도였다.
첫 직장이 호텔이고 죽을 때까지 호텔리어 생활을 하느라 그런 것도 있지만 대학 때도 스키나 여행을 즐기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지난 몇 시간이 정말 꿈만 같았다.
마치 한 가족인 것 같은 마을 사람들과 그런 사람들과 자연스레 어울리는 이윤희.
또 마을 사람들에게 하나라도 더 대접하기 위해 애쓰는 직원들까지.
더구나 직원들은 자기의 휴무일을 반납한 채 이곳에 왔다고 했다.
“서울 사람들을 깍쟁이라고 하는데 우리 직원들은 예외인가?”
성현우는 흐뭇한 미소를 머금은 채 잠자리에 들었다.
* * *
다음날, 성현우와 이윤희는 툇마루에서 아침상을 받았다.
“누렝기(누룽지)를 좋아할지는 모르는데 울 집사람이 정성 들여 끓인 거니까…….”
이장이 쑥스러운 표정으로 말을 잇는데 이윤희가 큰 소리를 냈다.
“우와! 맛있겠다. 잘 먹겠습니다.”
그리고는 성현우의 손에 숟가락을 쥐여주었다.
“자기도 누룽지 오랜만이지? 빨리 먹어봐. 여기 여사님 누룽지가 얼마나 맛있는데?”
이윤희가 말을 마치며 누룽지를 먹기 시작하자 이장이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우리 윤희 식성 하나는……. 자자 두 분 다 느끈하게(배부르게) 드시쇼잉!”
이장은 그 말과 함께 사라졌고 성현우는 그제야 한입 맛보았다.
고소함이 일반 누룽지와 차원이 달랐다.
“오오!”
“맛있지? 이거 가마솥에서 직접 만드신 누룽지일 거야. 서울에서는 귀한 거니까 자기도 많이 먹어. 아니야. 많이 먹어야 해.”
“……!”
“오늘 여기서 전통 혼례가 있는데……, 현우 씨 우리 서울 올라갈 때까지 그거나 도와주는 게 어떨까?”
“아는 분 결혼이야?”
“조금 전의 그 이장님 딸. 어제 내려왔을 때 말씀하셔서 많이 준비하지는 못했는데 2차로 내려오는 직원들이 조금 가져와서 대충은 될 것 같아.”
“도와드리는 건 좋은데 자기가 이렇게까지 하는 게…….”
“대학 때 아빠가 보낸 사람들이 잡으러 올 때마다 이장님이 얼마나 도와주셨는데. 난 이장님 아니었으면 친구들도 못 사귀고 우리나라 시골 인심이 이렇게 좋은지 몰랐을걸?”
이윤희는 그 말을 한 후 성현우의 밥그릇에 누룽지를 더 담았다.
많이 먹고 힘내서 일을 잘 도우라는 뜻일 거다.
성현우는 이장과 가족 같은 약혼녀 덕에 전통 혼례까지 본다는 생각을 하며 누룽지 두 그릇을 깔끔하게 비웠다.
약 3시간 후, 마을주민들은 이윤희의 손을 잡으며 고마움을 표현했다.
이윤희가 마을회관을 현대식 결혼 공간으로 꾸며놓았기 때문이다.
마을회관은 어제 보았던 오래되고 낡은 시설 대신 근사한 조명과 호텔식 오브제가 배치되어 있었다.
한쪽에는 마을회관 기증용 음향시설과 마이크, 대형 모니터도 설치되어 있었는데 모니터에는 신랑, 신부의 웨딩포토가 상영되고 있었다.
또 앞쪽 중앙에 놓은 연단과 가운데 깔린 버진로드는 스테이 호텔 것과 같은 것이었다.
“이게 다 뭔가?”
“어머 세상에!”
사람들이 놀라는 가운데 신부 어머니는 눈물까지 글썽거렸다.
“전통 혼례만 치르게 해서 딸한테 미안했는데……. 너무 고마워서 어떡해요!”
“에이 무슨 그런 말씀을 하세요? 따님이랑 저랑 친구 같은 사이였잖아요. 제가 친구한테 주는 선물이에요.”
이윤희는 그 말을 하며 비서에게 눈짓했다.
빨리 신랑, 신부를 체크하라는 뜻이었다.
그러자 비서는 전통 혼례 복장을 준비하고 있는 신랑, 신부 쪽으로 향했다.
원래 마을에서 준비한 혼례복은 오래되고 낡은 것이었다.
그것을 안 이윤희가 아침에 출발하는 직원에게 전통 혼례복을 가져오라고 지시한 것이었다.
덕분에 신랑, 신부는 우리나라 최고의 한복디자이너가 제작한 전통 혼례복을 입고 있었다.
하지만 두 사람은 결혼식 자체로 얼떨떨한 상태라 이윤희가 무슨 일을 했는지 잘 모르는 상황이다.
그저 마을주민들만 이윤희에 대한 고마움으로 흥분하고 있었다.
성현우는 이윤희에게 엄지를 들어 보인 후 조만식에게 전화했다.
“오고 있나요?”
[1시간 후면 케이터링 차가 도착할 거니까요. GM은 위치 선정만 해주시면 됩니다.]“실장님 솜씨가 제대로 발휘된 것이겠죠?”
[GM, 저를 원데이 투데이 보십니까? 걱정 콱 붙들어 매시고 음식 먹다가 기절하는 사람이 나오는지나 봐주세요.]성현우는 그 말을 들으며 싱긋 웃어버렸다.
처음 조만식은 자기 요리에 자신 없어 했다.
유학파들이 득실거리는 호텔 조리실에서 자신감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그래도 특유의 리더쉽과 성실함으로 조리실장까지 올랐지만, 그는 자신의 실력을 완전히 인정하지 못했다.
한동안 그의 밑에 주방장급 한식 쉐프가 있었던 것도 그 이유였다.
하지만 지금은 HY 조리실장과 브랜드 ‘조만식’을 이끌고 있다.
한해 그의 연봉 포함 그의 계좌에 들어가는 돈만 해도 30억대다.
외국 사람들은 한식 요리하면 조만식을 먼저 떠올린다.
그런 조만식이 직접 준비한 케이터링이다.
만약 다른 행사에 이 정도 케이터링을 보내면 수천만 원으로는 명함도 못 내밀 거다.
이곳 분들이 조만식을 제대로 알았다면 요리를 먹다가 체할 수도 있었을 거다.
성현우는 자기 재능을 아낌없이 발휘하는 직원들의 모습에 고마움을 느꼈다.
* * *
약 10분 후, 전통 혼례가 시작되었다.
전통 혼례는 집례자가 입장한 후 전통 혼례에 대해 설명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이후 신랑, 신부 어머니들이 화촉을 밝혔고 양가 부모의 상견례가 있었다.
그다음이 신랑 입장인데 전통 혼례 신랑 입장은 신랑이 기럭아범과 함께 신부 어머니께 기러기를 드리는 의식인 전안례로 시작되었다.
집례자는 기러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기러기는 한 번 맺은 짝이 죽으면 끝까지 홀로 지냅니다. 영원한 사랑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신랑이 신부와 백년해로하겠다는 징표라고 보시면 됩니다.”
이후 신랑과 신부가 초례청에서 처음으로 인사를 나누는 교배례가 시작되었고 술잔과 표주박에 각각 술을 부어 마시는 합근례로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신랑과 신부가 하객들에게 감사 인사를 하면서 예식은 끝이 났다.
약 40여 분에 걸쳐서 그 어떤 예식보다 진지하고 근엄하게 진행되었다.
성현우는 평창 시골집 마당을 바라보며 그 뒤에 경복궁을 배치해보았다.
신랑과 신부도 일반 전통 혼례복 대신 임금과 왕비가 입는 면류관과 적의를 입고 어가행렬과 등을 재연하면 그야말로 장관일 것 같았다.
지금도 궁중 예식을 진행하는 곳이 있긴 하다.
하지만 구색을 갖춰서 제대로 하는 곳은 없다.
성현우는 비서에게 문자를 보낸 후 마을회관으로 향했다.
약 30분 후, 성현우는 마이크 앞에 섰다.
“혼주들께서는 앞에 마련한 혼주석에 자리해주시기 바랍니다.”
사람들은 성현우의 말에 모두 탄성을 질렀다.
아무리 평창에 있는 분들이라고 해도 성현우의 신분을 알고 있다.
그런 사람이 사회자석에 서 있는 것이었다.
그때 뒤쪽에 있는 사람들도 웅성거렸다.
신부의 도우미가 바로 이윤희였기 때문이었다.
양가 혼주와 친척들이 귀한 분들께 이럴 수는 없다며 어쩔 줄 몰라 했지만, 아무도 성현우를 대신해 마이크를 잡으려 하지 않았다.
성현우는 그대로 예식을 진행 시켰다.
“양가 어머니들의 화촉은 바로 전 예식에서 치러진 관계로 생략하고 신랑 입장을 진행하겠습니다. 여러분, 한복에서 양복으로 말끔히 변신한 멋진 신랑을 향해 박수와 환호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성현우의 말이 끝나자 신랑 입장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예식이 시작되었다.
30분 후, 성현우와 이윤희는 혼주들과 함께 바로 앞 잔디밭으로 향했다.
그곳은 조만식의 케이터링과 함께 호텔 직원들이 대기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연이어 터진 놀라움에 아예 소리도 못 냈고 혼주들은 성현우와 이윤희의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저희가 대접해야 하는데 이렇게 받기만 해서 어떡해요. 감사합니다. 정말 너무 감사합니다.”
“우리 아이 결혼식이 이렇게 근사하게 치러질지 정말 몰랐어요.”
어쩔 줄 몰라 하는 혼주들에게 이윤희는 지나가는 것처럼 말했다.
“평창 리조트가 잘 지어질 수 있게 마을 분들께서 힘 좀 써주세요. 여기는 괜찮은데 다른 마을에서 말이 나올 수 있거든요.”
그 말을 들은 성현우는 이윤희를 한참 동안 바라보았다.
그러니까 어제부터 오늘까지의 일이 평창 리조트 건립 때 혹시 나올 줄 모를 현지의 저항을 피하기 위한 전략이었다는 거다.
성현우는 이윤희 귓가에 대고 말했다.
“좀 웃어봐.”
“……!”
“저쪽에서 우리를 찍고 있는데 몰랐어?”
그 말에 이윤희는 성현우를 향해 함박웃음을 머금었고 그 사진은 인터넷 언론에 그대로 보도되었다.
-성현우와 이윤희, 평창에서 마을잔치와 결혼식을 치러주며 노블레스 오블리주 실천.
-평창의 작은 마을잔치에 HY와 스테이호텔 직원 총출동. 평창 리조트 건립을 위한 사전 공들이기인가.
-지역주민과 함께하는 셀럽.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에 기업 호감도까지 상승.
* * *
다음날, 성현우는 부총지배인 회의를 진행한 후 3관으로 이동했다.
3관 부총지배인은 3관 주변을 안내했다.
“전통 혼례에 가장 적합한 장소는 여기일 것 같습니다.”
“본관 건물과 정자는 저쪽에 올리면 될 것 같네요. 잔디를 더 늘려서 예식을 진행하면 될 것 같은데 하객 식사는 2층 연회장으로 이동하면 되겠어요. 그쪽에 폐백과 신부 대기실 장소도 따로 있죠?”
“마침 빈 공간이 있었는데 그곳을 꾸미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GM, 벌써부터 전통 혼례 문의가 들어오는데요. 어떻게 할까요?”
“우리가 전통 혼례를 준비한다는 걸 어떻게 알고 문의를 합니까?”
“기자들이 기사를 올리고 있어서 아는 것 같습니다.”
“참 빠르네요. 나와 관련해서 기사가 나오면 전부 사업과 연관시키는 건가요?”
“그것보다는 GM이 트렌드를 이끌다 보니 그렇게 해석되는 것 같습니다.”
“……!”
“요즘 GM이 관심을 보이는 것은 미래 신사업으로 여겨진 지 오랩니다.”
순간 성현우의 머릿속에 ‘HY키즈’가 지나갔다.
HY키즈의 발표로 AI와 로봇, 자율주행 관련한 연구가 더 활성화되었고 스마트폰도 예상보다 빨리 나올 거라는 말이 나오고 있었다.
명품 브랜드들도 호텔과 리조트 건립을 적극 검토하고 있었고 각 호텔의 PB브랜드 출시도 계속 늘고 있었다.
HY24시 덕분에 편의점 내 메뉴가 다양해졌고 브랜드 ‘조만식’은 전통 한식 이외에 한식과 서양식을 조합한 다양한 요리법을 선보였다.
성현우가 고개를 끄덕일 때 3관 부총지배인이 성현우의 의상을 보며 말했다.
“그것뿐만 아니라 어제 GM과 이윤희 총지배인께서 입은 의상은 벌써부터 매진행렬이 시작되었다고 하던데……. 못 들으셨습니까?”
“어제 내가 입은 옷이…….”
성현우는 어제를 생각하다가 푸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어제 입은 옷은 S물산 옷이었는데 아침에 이윤희가 골라준 옷이었다.
그러니까 이윤희는 자신의 행동과 의상 하나까지 전부 계산한 것이었다.
성현우는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이윤희의 사업 감각을 생각하며 흐뭇한 미소를 머금었다.
며칠 후, 성현우는 결재 때문에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때 2관 식음팀장 왕지영이 들어왔다.
왕지영은 성현우의 책상에 청첩장을 놓았다.
“GM, 저 결혼해요.”
“왕 팀장이 결혼……. 축하해요. 정말 축하합니다.”
성현우는 결혼을 왜 하느냐는 말을 하려다가 참았다.
전 삶, 왕지영은 결혼은 물론이고 한 번도 갔다 온 적도 없으며 연애도 안 하는 오리지널 싱글이었다.
직원들은 왕지영의 까칠한 성격 때문에 평생 결혼하지 못할 거라는 말을 했었다.
너무 FM 적인 일 처리와 성격 때문에 고객들의 컴플레인도 있는 편이었다.
그런데 이번 삶은 왕지영에 대한 컴플레인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성현우는 왕지영의 연애가 성격도 변하게 한 것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며 청첩장을 펼쳤다.
성현우가 왕지영을 향해 입을 열었다.
“신랑 이름이 없는데 일부러 안 적은 건가요?”
그런데 왕지영은 대답 대신 다른 말을 했다.
“GM, 3관 전통 혼례 첫 번째 고객이 제가 되면 안 될까요?”
“그건 어렵지 않죠. 그런데 신랑이 누군데…….”
“감사합니다. 잘 준비해서 호텔 홍보자료로 쓸 수 있게 할게요.”
왕지영은 신랑에 대한 얘기를 끝까지 하지 않고 총지배인실을 나갔다.
성현우는 3관 부총지배인에게 전통 혼례 첫 번째 주인공이 왕지영이라고 하며 직원 할인을 적용하라고 지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