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Musical Genius RAW novel - Chapter 119
119 이거야말로
* * *
독일 베를린의 뷔페식당.
“아쉽네. 벌써 한국으로 돌아갈 때가 되다니. 내가 너였다면 이곳에 남는 선택을 했을 거 같은데 말이야.”
루이스 볼프가 치킨을 하나 집어 먹으며 내게 말했다.
오늘은 갈라쇼 뒤풀이 겸, 내 송별 파티 겸해서 에틀링겐 수상자들과 가족들이 모여 뷔페에 왔다.
베를린에서 꽤 대중적인 프렌차이즈 뷔페라고 들었는데, 가격도 저렴하고 음식도 제법 다양하게 있었다.
나는 먹고 있던 캘리포니아 롤을 마저 우물우물거린 뒤, 루이스에게 대답했다.
“교육 때문에?”
“그런 것도 있고. 공연 잡기도 여기가 더 편하잖아.”
“음. 그런데 나는 지금 당장은 공연이 1순위가 아니라서.”
루이스가 새우를 콕 찍으며 나를 가리켰다.
새우의 검은 눈이 제법 또렷했다.
“너도 진짜 특이하다니까. 나 같으면 ⌜Schmid⌟가 제안한 12회 공연은 넙죽 수락했을 텐데. 그걸 굳이 3회로 바꾸다니.”
“내 욕심은 그것보다 더 크니까.”
“큭큭. 그래. 퀸 엘리자베스를 준비한다고 그랬지? 다만, 나는 내년에 그 정도 콩쿠르에 나가는 건 엄두가 안나네. 쟤라면 모를까.”
새우의 눈이 옆 테이블의 금발 여자아이를 가리킨다.
안나는 조각 케이크를 자른 뒤에 딸기가 올려진 쪽을 콕하고 포크로 찍었다.
그러곤 고민도 하지 않고 수연이 입 쪽으로 내민다.
옴뇸뇸 잘도 받아먹는 수연이.
두 사람 얼굴엔 미소가 만연했다.
“안나도 사람이 됐다니까. 원래라면 ‘이 케이크는 내 거니까 탐낼 생각도 하지 마! 네가 직접 받아오도록 해!’라며 꼬마애한테도 투덜거렸을 애였거든.”
“설마 5살짜리 애한테까지 그렇게 했겠어?”
“뭐, 그건 조금 과장이었나? 어쨌든 달라지긴 했어. 안나에게 드디어 인격이 생긴 것 같긴 해.”
안나는 수연이를 보며 연신 눈을 빛내고 있었다.
‘귀여워서 어쩌지를 못하는구만.’
수연이가 다채로운 손짓을 하자, 둘은 손을 잡고 뷔페를 한 바퀴 둘러보기 시작했다.
둘이 사이가 좋아서 다행이었다.
내가 ⌜Schmid⌟에 제안을 받았듯, 안나와 루이스도 각각 공연 제안을 받았다고 들었다.
안나는 총 4회의 리사이틀과 1회의 협주곡 공연.
루이스는 이탈리아의 실내악 축제에 초청을 받았단다.
둘 다 영재원에서 공부를 하면서 해당 일정을 소화해 낼 거라고.
이런 의미에서 루이스가 내게 독일에 있는 게 더 괜찮지 않겠냐는 말을 했던 거였다.
“누구처럼 카네기홀 공연을 제안받은 레벨이라면, 어디에 있든 큰 상관은 없겠지만 말이야. 이제 겨우 13살이면서, 너무 앞서가는 거 아냐?”
루이스는 농담 섞인 말을 던지면서도 축하한다는 말을 빼먹지 않았다.
그때, 안나와 수연이가 테이블에 돌아왔다.
수연이는 내게 쇼콜라 케이크가 담긴 접시부터 건네줬다.
“언니가 분명 맛있을 거라고 그랬어! 오빠가 좋아할 거래.”
수연이는 테이블에 몸을 기댄 채 내 반응을 빼꼼 기다렸다.
독일에서 지낸 지 얼마나 됐다고 ‘좋아한다.’나 ‘맛있다.’ 정도의 말은 알아듣는 수연이.
누구 동생인지는 몰라도 무척 똑똑한 것 같았다.
나는 쇼콜라 케이크를 한입 먹고 나서 솔직한 평가를 해줬다.
“어떤 웨이트리스가 케이크를 잘 골라왔나 봐. 엄청 맛있네?”
“히히. 그럴 줄 알았어!”
수연이는 목을 가다듬으며, “크흠! 그러면 제게 팁이라도 주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손님.”이라며 뻔뻔하게 연기를 시작했고.
나도 조금 뻔뻔하게 “그러면 이 정도면 될까요?”라며 주머니에서 2유로짜리 동전을 꺼내줬다.
동전을 받으며 흐뭇해하는 수연이.
그런데.
우리 남매의 상황을 지켜보던 안나가 내게 지나가듯 말을 걸어왔다.
“······ 나는?”
“······.”
나한테 돈을 뜯어 가려는 안나.
수연이와 한국어로 말했는데도 상황은 대충 이해한 듯싶었다.
나는 수연이와 놀아주느라 고생했다는 의미로 1유로 동전을 안나에게 줬다.
안나의 표정은 금방 환하게 바뀌었고, 수연이와 함께 손바닥을 부딪쳐가며 한껏 좋아해 준다.
그 모습을 보고 루이스가 큭큭 웃는다.
“아직도 어린애라니까. 대체 쟤를 어쩌냐.”
“나도 모르지.”
“그런데 의외로 얌전하다? 나는 난리가 날 줄 알았는데 말이야.”
“안나가?”
“응. 너 내일 한국 가는 것 때문에 대성통곡이라도 할 줄 알았거든.”
루이스의 의미심장한 말.
그런데 안나에게서 그런 기색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안나는 지금 꽤 착실하게 수연이를 돌보고 있었다.
나름 독일어도 몇 마디씩 알려준다.
투정만 부릴 줄 알던 안나가 바뀌긴 했다.
14살의 철없던 여자아이가 조금은 나아졌다.
아이처럼 울지도 않는다.
태도가 달라졌다.
의젓한 자세가 느껴졌다.
고개를 들고, 주위를 살핀다.
사람들을 챙길 줄 안다.
그런 모습이 엿보였다.
‘아이의 성장을 옆에서 지켜보는 게 이런 느낌일까?’
이번 에틀링겐을 통해 많이 성장한 것처럼 보이는 안나.
나는 그런 안나를 보다가 조금은 뿌듯함을 느꼈다.
* * *
다음 날.
“어어어엉! 가지 마! 서진아 가지 마! 나를 버리고 어딜 가려고!”
“······.”
“차라리 나를 데려가! 나도 한국 갈래! 나 너랑 있을 거야!”
“······.”
여전히 한결같은 안나였다.
‘어제는··· 내 착각이었나?’
그럴지도 모르겠다.
안나는 닭똥 같은 눈물을 뚝 흘렸다.
“그런데 한국 가서 대체 어쩌려고?”
“크흫. 방해는 안 될 거야. 내가 알아서 살게. 피아노··· 학원에서 알바라도 하면 될 거야. 학교랑 집도··· 구하면 될 거고. 나 요리도 잘해! 나 한국어도 할 수 있어!”
“······.”
‘대체 어디서부터 태클을 걸어야 할지 모르겠네.’
그런 생각을 하다가 마지막 말만 되물어봤다.
“그런데 너 한국어를 할 수 있다고? 수연이한테 배운 거라도 있는 거야?”
“······ 응.”
안나는 눈가에 눈물을 머금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안녀엉하세여···. 감사압니다···. 마시셔여···.”
“······.”
“아이스크림 솨주세여···.”
“······.”
어설픈 한국어 발음.
얘가 펑펑 울고 있지만 않았다면 피식 웃음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공항에 있는 사람들 몇몇이 안나와 나를 번갈아 쳐다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우리를 보며 무어라 수군거린다.
“어머머머!”
“남자애가 잘생기긴 했는데.”
“후우. 그래. 이별이 슬프긴 하지. 나이와 상관없이 말이야.”
“저런. 여자애가 너무 서럽게 운다. 내가 다······ 눈물이 날 것 같네. 어쩜 저러니?”
“에잇! 갑자기 눈에 먼지가 들어가다니···. 이 나이에 주책이야···.”
나는 순식간에 어떤 사연이 있는 사람이 됐고, 이 상황의 실체를 아는 사람들만이 웃음을 터트렸다.
안나 어머니께서는 우리를 지켜보시다가 손으로 입까지 가리셨다. 워낙 크게 웃은 탓이었다.
“하여간···. 안나 쟤는 나중에 어쩌려고···.”
루이스도 안나를 놀리기 바빴지만, 막상 안나는 눈물을 뚝뚝 흘리기 바빴다.
그래도 그동안 정이 들었다고 수연이가 도도도 달려와서 안나를 토닥여준다.
손짓을 해서 키 높이를 맞춰달라고 하더니 안나를 꼭 안아준다.
“언니. 울지 말아요. 우리 오빠 나중에 또 보면 되잖아요?”
그러면서 등을 토닥토닥해준다.
수연이의 한국어를 못 알아들었을 게 분명했는데도, 안나는 수연이를 끌어안고는 한동안 더 펑펑 울었다.
그사이, 나는 음악가분들과 인사를 나눴다.
배웅을 나와주신 분들 중에서는 조금 의외인 분도 있었다.
콘체르트하우스 악장인 알렉산드라 로덴.
악장님께서는 내게 담담하게 말을 건네주셨다.
“너는 지금보다도 더 성장할 수 있을 거다. 나는 그걸 기대하고 있으마. 다음에도 너와 함께 공연할 기회가 또 생겼으면 좋겠다.”
“저도요. 그리고 제 데뷔 무대가 콘체르트하우스여서 좋았어요. 좋은 분들과 함께 연주할 수 있어서 뜻깊었고요.”
“그래. 네 마음은 이미 연주에서 들었다. 한국에 돌아가서도 몸 건강히 잘 지내라.”
악장님과의 인사는 짧게 끝났다.
호프만 지휘자님께서는 내게 가볍게 포옹을 해주셨다.
유럽식 인사.
공적인 관계가 아닌, 더 가까운 관계가 되었을 때 하는 인사였다.
‘이런 것도 조금 익숙해졌네.’
호프만 지휘자님께서는 곧바로 다음 공연을 준비하셔야 한다고 했다.
내일부터 다음 협연자와 연습을 시작하신다고.
다들 바쁘신 분들인데 일부러 시간을 내서 공항까지 나와주신 거였다.
“참. 로랑도 네게 안부를 전해달라더구나. 네 카네기홀 공연은 꼭 보러 갈 테니, 열심히 준비하고 있으라는 말을 전해 왔단다.”
“로랑 피아니스트님은 지금 LA에 계시죠?”
“그래. 미국 투어는 시간이 오래 걸리니 잘하면 타이밍이 맞을 것 같다는 전화가 왔었단다. 네가 뉴욕에 올 때쯤이면 자신도 뉴욕에 있을 거라고 말이다.”
한편.
강유한 교수님께서는 얼마간 더 유럽에서 시간을 보낸다고 하셨다.
몇몇 대학에서 요청이 들어오는 바람에, 마스터클래스를 짧은 시간 동안 맡게 되셨다고 했다.
유명 음악가들의 삶은 상상 이상으로 바빠 보였다.
교수님께서도 내게 포옹을 해오셨다.
유럽식 인사였다.
“서진아. 이번에 너무 잘해줬다. 고맙다.”
“······.”
어떻게 보면 무척 짧은 말.
하지만 많은 의미를 느낄 수 있는 말이었다.
나는 강유한 교수님께 진심으로 감사함을 전했다.
내가 첫걸음을 디딜 수 있게 도와주신 분.
그랜드 피아노 연습실부터, 교회 리사이틀, 에틀링겐까지.
아무런 대가도 없이 나를 지원해주신 분이었다.
“허허. 서진아. 이건 음악가의 본능 같은 거란다. 대단한 일이 아니지. 너도 훗날 이걸 알 수 있게 될 거다.”
“······ 그래도 너무나 감사한걸요.”
“그렇다면 그 감사함을 잘 간직하고 있거라. 그러면 언젠가 그 감사함이 쓰일 일이 있을 테니. 그거면 충분하다.”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고, 교수님은 다음 달에 한국대에서 보자며 내 어깨를 툭 쳐주셨다.
그 외에도 여러 사람들과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다.
루이스 볼프와 그의 아버지.
에틀링겐과 콘체르트하우스의 관계자들.
그분들은 하나 같이 내게 좋은 말을 해주셨다.
조금 진정이 됐는지 수연이가 안나를 끌고 다시 내 앞으로 왔다.
수연이는 안나가 보이지 않게 이마를 손등으로 닦으며 “휴우. 힘들었어.”라며 노력을 어필한다.
나는 수연이에게 먼저 고생했다는 말을 해줬고.
수연이는 “엣헴. 마음 여린 안나 언니 정도야 내가 챙겨줘야지. 그리고 오빠 친구인데 이정도야 뭘~”이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안나는 잠깐 쭈뼛거리다가 내게 팔을 뻗어왔다.
포옹을 하자는 의미.
나는 그 인사를 가볍게 받아줬다.
안나가 작게 중얼거린다.
“······ 독일 사람이 다 됐네.”
“독일에 좋은 분들이 많아서. 덕분에 문화를 금방 익힌 거지.”
“······.”
말없이 가만히 있던 안나 대신, 내가 먼저 인사말을 꺼냈다.
“독일에서 연습 잘하고 있고.”
안나가 고개를 살짝 끄덕인다.
“공연 준비도 열심히 하고.”
또 끄덕인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 다시 만나게 되겠지. 안 그래?”
“그게 언제인데?”
“글쎄?”
“그, 그런 게 어딨어!”
“나도 예상을 못 하는 걸 어떻게 해? 그리고 전화가 있잖아. 궁금하면 나한테 전화하면 되지.”
“치······. 알았어.”
“그런데 안나?”
“응.”
“나 안 놔줄 거야? 슬슬 가봐야 하는데.”
“내가······ 남들 보다는······ 더 오래 포옹할 거야!”
얘 봐라?
나를 꼭 붙들어 매는 금발의 여자애.
안나는 구수한 바이에른 사투리를 쓰며 내게 경고했다.
“니 독일에 다시 안 오면 내가 한국이라도 찾아갈 기다! 니 두고봐라! 마! 알겠나!”
“너··· 말이 꽤 강렬하네?”
“됐고! 알았나? 몰랐나?”
“그래. 알았다.”
“마. 그럼 됐다!”
할 말을 다 하고 나서야 나를 풀어준다.
수연이가 그 뜻이 궁금했는지 내게 통역을 요구했고, 나는 적절히 부산 사투리로 뉘앙스를 살려가며 수연이에게 설명해줬다.
착하디착한 수연이는 활짝 웃어줬다.
“안나 언니! 그러면 언제든지 한국에 놀러 오세요. 제가 서울··· 은 아니고, 새봄동은 안내해드릴게요. 좋은 곳이 많거든요.”
“수연아, 진짜지? 언니랑 약속한 거다? 새봄동이라고 그랬지?”
“네! 제가 한평생 살아온 곳이라 잘 알아요. 한 번 꼭 놀러 오세요!”
나는 두 사람 사이에서 통역을 해주기 바빴다.
그래도 수연이가 위로해준 덕분인지 안나의 표정이 한결 가벼워졌다.
독일에 와서 내 매니저 역할을 해주겠다는 수연이였는데, 그 역할은 톡톡히 하고 가는 것 같았다.
출국장에 들어가기 직전에 안나는 내게 쇼핑백을 하나 건네줬다.
뭔지 물어봤더니 비행기에서 먹을 간식거리란다.
“네가··· 좋아하는 거 같아서.”
“고맙네. 내가 보답으로 나중에 한국 과자라도 조금 보내줄게.”
“······ 응.”
“그럼 이만 가볼게. 독일에서 재미있었어.”
“나도 재미있었어. 서진아, 잘 가······. 항상 몸조심하고.”
조금 길었던 인사를 마치고, 우리 가족은 출국장 안으로 들어갔다.
⌜Schmid⌟에서 신경을 써주셔서, 공항을 안내해주시는 분이 한 분 따라와 주셨다.
우리 가족 좌석을 비즈니스에서 퍼스트클래스로 업그레이드해주신 덕분이었다.
‘내가 최대한 편하게 비행했으면 좋겠다고 하셨지.’
퍼스트클래스는 출국 심사도 따로 받았고, 비행기 탑승도 제일 먼저 했다.
짐도 따로 옮겨주셔서 신경 쓸 일도 없었고, 좌석만 해도 비즈니스석보다 2배는 넓어 보였다.
“와! 엄마는 태어나서 퍼스트클래스는 처음 타봐. 아들 덕분에 별 경험을 다 해보네?”
“저도 오늘 처음 타보는 거예요.”
“오빠 나도! 나도 태어나서 처음 타봐!”
“수연이는··· 그게 당연한 게 아닐까?”
“그래도 신기해!”
자리에 앉자마자 승무원분께서 나와 수연이에게 사과주스를 한 잔씩 따라 주셨다.
어머니는 우리 남매 눈치를 보다가 슬쩍 샴페인을 고르셨다.
“크흠~ 엄마도 기분 좀 내보려고.”
비행기가 이륙한 뒤에 나는 오선지를 꺼냈다.
널찍한 나무로 된 테이블.
기분 탓이겠지만, 괜히 음표가 더 잘 나오는 것 같았다.
문득, 안나가 줬던 쇼핑백이 생각나서 내용물을 열어봤다.
뭔가 했더니 초콜릿이었다.
‘제법 비싸 보이는 초콜릿이네.’
그 안에는 안나가 손수 쓴 편지도 있었다.
삐뚤빼뚤한 글씨체.
얘는 어째 글씨도 잘 못 썼다.
대단한 내용이 적혀있지는 않았다.
내 덕분에 무척 즐거웠다고.
다음에 날 보기 전까지 병아리 인형 잘 키우고 있으시겠단다.
나는 초콜릿을 하나 골라 입에 넣어봤다.
달콤하면서도 쌉쌀한 맛이 입 안에 감돌았다.
손을 쭈욱 뻗어 수연이에게도 초콜릿을 하나 건네줬다.
반을 잘라 입에 넣더니 한동안 우물거린다.
수연이의 평가는 정확했다.
“맛있어. 그런데 조금 써.”
“이게 비싼 맛일 수도 있어. 나도 처음 먹어보는 거지만.”
“으음. 그래?”
“아니면 우리, 더욱더 맛있게 먹을 수 있는 방법을 써 볼까? 초콜릿 풍미를 더 느낄 수 있게.”
“어떻게?”
나는 스튜어디스분을 불러 우유를 한 잔씩 달라고 했다.
비행기에 타기 앞서, 퍼스트클래스 승객은 언제든지 원하는 걸 말해도 된다고 하셨다.
우유는 금방 배달됐다.
우리 남매는 초콜릿을 한 입씩 베어 물고 우유를 한 모금 마셔봤다.
수연이는 곧바로 감탄했다.
“크흐! 오빠 이 맛이야!”
“나도 동감이야.”
이거야말로 힐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