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ealing life of a regressed top star RAW novel - Chapter 335
외전. 가족 05
태주는 견우와 통화하기 위해 메시지를 먼저 보냈다. 시차를 생각해서 미리 연락해서 양해를 구하려던 것이었지만, 그다지 필요 없는 일이었다. 그가 메세지를 보내기 무섭게 견우에게서 연락이 왔기 때문이었다.
그는 견우에게 해안가에서 발생한 일과 현지에 있던 한국 예능 촬영 팀 촬영진에 그가 포착된 상황을 설명했다. 설명을 들은 견우가 저도 모르게 깊은 한숨을 쉬는 걸 태주가 듣고 있을 때였다.
“어딜 가십니까. 얌전히 경찰이 오는 걸 기다리시죠.”
“놔!”
분위기가 심상치 않게 흘러간다는 것을 느낀 남자가 2호를 밀치고 운전석에 올라타려고 했다. 그러나 남자의 그런 시도는 성공할 수 없었다. 그의 상대가 아이를 안고 있는 태주였다면, 가능했을지도 몰랐지만, 그를 가로막고 있는 것은 2호였다. 어설픈 힘으로 밀치고 차에 탑승할 수 있을 정도로 허술한 상대가 아니었다.
견우와 통화를 마친 태주는 다시 어머니의 안색을 살폈다. 태산이와 2호의 능력을 믿는 그는 2호가 남자를 제압하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정체를 모르는 사람들이 보기에는 뒤를 생각하지 않는 무모한 행동처럼 보일 수 있어서였다.
‘휘유! 괜한 걱정이었네.’
그의 걱정과 다르게 어머니의 표정에는 동요가 없었다. 현재 상황이 부담스럽다고 불편한 표정이 아니었다. 아마 이 정도 일은 언제라도 깔끔하게 처리할 수 있다는 자신이 있기 때문이리라.
“곧 경찰이 도착할 거에요. 안심해요.”
“네.”
태주의 어머니는 예능팀 카메라를 발견한 뒤 계속 두리번거리는 연우를 진정시켰다. 그녀는 점점 늘어나는 구경꾼이나 촬영하는 사람들에겐 눈길도 주지 않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렇게 사람들의 이목을 끌면서 얼마간의 시간을 보내자 기다리던 경찰이 도착했다. 2인 1조로 현장에 도착한 경찰들은 처음에는 2호를 위험인물로 여기는 것처럼 보였다. 특별히 난폭하게 굴진 않았지만, 차 주인처럼 보이는 남자를 제압하고 있는 모습이 범상치 않아 보여서였다.
“혹시 신고하신 분 계십니까?”
“저예요. 이 차 트렁크에서 난 이상한 기척 때문에 신고했어요. 저기 제압당한 사람이 차 주인이에요. 도망가려는 걸 막고 있었어요.”
“알겠습니다. 이제 저희가 맡겠습니다.”
“네.”
“선생님. 트렁크를 열어 주시겠습니까?”
경찰들은 트렁크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다는 어머니의 제보를 듣자마자 2호에게 보내던 의심스러운 시선을 거뒀다. 그들은 주변을 둘러싼 사람들을 뒤로 물리더니, 그때까지 2호에게 잡혀 있던 남자에게 차 트렁크를 열라고 요구했다.
“두고 봐. 내가 당신들 전부 고소할 거야.”
2호한테서 풀려난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외치면서 차 뒤쪽으로 돌아왔다. 그는 경찰을 앞에 두고도 거리낄 것이 없다는 듯, 당당한 태도로 차 트렁크를 열어젖혔다.
“특별히 이상한 물건은 없는데…. 자네는?”
“저도 이상한 점은 안 보입니다.”
남자가 연 차 트렁크 안에는 선물이 들어 있는 쇼핑백과 대형 캐리어 그리고 상자 몇 개가 있었다. 내용물은 선물을 위한 것인지, 특산품과 공예품이었다. 모두 평범한 물건으로 어디에도 이상한 점은 없었다.
“저기. 저 캐리어. 그 안에서 이상한 소리가 났어요.”
경찰들이 캐리어를 여는 걸 망설이는 순간이었다. 태산이에게서 얘기를 들은 태주가 이상한 소리가 났다면서 캐리어를 가리켰다. 관광객이 많은 공개적인 장소에서 캐리어를 열게 하는 걸 망설이던 경찰들은 태주의 사람을 홀리는 듯한 얼굴과 목소리에 즉각 반응했다.
태주의 말을 들은 그들은 언제 관광객의 눈치를 봤냐는 듯이, 남자에게 캐리어를 열게 했다.
“평범한 캐리어에요. 이 안에는 옷하고 세면도구뿐이라고요.”
경찰이 오기 전까지 수상한 태도를 보였던 남자는 경찰이 온 뒤에는 오히려 침착해졌다. 마치 자신은 찔리는 것 하나 없이 떳떳하다는 듯 되려 목소리를 높이기까지 했다. 주변에 몰린 사람들이 무슨 오해가 있어서 경찰이 왔나 보다 하고 여길 정도였다.
“보세요. 아무것도 없죠?”
남자가 연 트렁크 안에는 그의 말대로 옷가지와 신발 같은 것들이 들어 있었다. 태산이와 2호를 굳게 믿고 있던 태주였지만, 순간 둘이 착각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만큼 평범한 모양새였다.
그러나 경찰들에겐 그렇게 보이지 않은 모양이었다. 경찰들은 평범해 보이는 캐리어 안에서 옷을 모두 끄집어내더니 남자에게 자르겠다는 말을 한 뒤 바로 캐리어의 안감을 잘라 냈다.
“헉! 저게 뭐야?”
“새?”
“앵무새인 것 같은데?”
“뭐야? 뭐야?”
경찰들은 안감이 잘려 나간 대형 캐리어 안쪽에서 테이프로 고정된 플라스틱 통을 떼어 냈다. 플라스틱 통을 꺼내는 경찰이나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이나 모두 안타까운 신음을 참지 못했다.
뚜껑을 닫은 둥근 플라스틱 통은 전체적으로 구멍이 뚫려 있었지만, 결코 굵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그런 통 안에 화려한 깃털의 새들이 옴짝달싹 못 하는 상태로 갇혀 있었다.
“야생 동물 밀반출?”
“네. 통마다 새가 들어 있습니다.”
“미친. 대체 몇 마리야?”
“스물일곱 마리입니다.”
과자 통처럼 보이는 작은 통에 다리도 날개도 펴지 못한 상태로 갇혀 있던 새들은 기운이 없어 보였다. 만약 태산이와 2호가 발견하지 못했다면, 그런 작은 통에 갇혀 공기도 제대로 통하지 않는 캐리어 안에서 다시 몇 시간을 갇혀 있어야 했을지 몰랐다.
‘그사이 폐사 당할 가능성도 크지. 잔인한 인간!’
동남아시아 지역의 야생 동물 불법 거래와 밀반출이 많다는 뉴스를 여러 번 봤지만, 현장에서 보는 건 처음이었다. 회귀 전에도 동남아 지역에 여러 번 방문했지만, 항상 안전한 곳에서 촬영하거나 행사에 참석하는 정도였었다. 이렇게 범죄 현장을 목격한 적은 없었다.
“태주 형. 우리도 경찰서로 가요?”
“그러게. 신고만 한 거라 갈 필요 없을 것 같기는 한데.”
“태주야, 산이랑 연우 데리고 먼저 숙소에 가 있으렴.”
“예?”
“아까 호 군이 남자를 제압한 것이 문제 될 수 있어. 그거 해결하고 갈 테니. 두 사람 데리고 먼저 가. 보아하니 네 쪽에도 해결해야 할 문제가 있는 것 같은데, 이쪽보다 그것 먼저 해결하는 게 낫겠다.”
경찰서는 어린아이가 갈 만한 곳이 아니라며 어서 가라고 손짓하는 어머니의 말이 맞았다. 그에게도 여기서 해결해야 할 일이 있었다.
예능 촬영 팀은 범행 증거인 새나 범인이 경찰에게 체포되는 장면보다 그의 반응을 촬영하는 중이었다. 실제로 촬영한 영상을 쓸 수 있는 건 아니라도 그쪽에 영상이 남는 것 자체가 문제였다.
“알았어요. 다녀오세요.”
“그래.”
촬영 중인 예능 프로그램의 이름을 견우한테 알려 줬으니, 곧 담당 피디가 올 것이다. 2호의 일을 처리하는 걸 보러 어머니와 경찰서로 가는 것보다 여기서 영상 문제를 처리하는 게 나았다.
*
“하하하. 미안합니다. 우리 막내 피디가 경험이 없어서, 허락도 없이 이태주 씨를 촬영했지 뭡니까.”
“…예.”
예능 프로그램 K-food 레스토랑의 담당 피디는 태주와 만난 자리에서 바로 사과를 입에 담았다. 그러나 입으로는 사과하고 있었지만, 열이 올라 붉어진 얼굴과 번득이는 눈빛이 그가 얼마나 흥분하고 있는지 잘 알려 주고 있었다.
한숨이 나오는 상황이었다. 기껏 그들을 피해서 다른 음식점에 갔는데, 어떻게 따로 떨어진 출연진을 따라온 카메라에 걸린단 말인가. 범죄를 저지른 사람을 경찰에 신고한 것이 나쁜 짓은 아니었지만, 괜한 일 때문에 휴가를 방해받는 게 마음에 들지 않았다.
“어떻게. 회사와 연락은 하셨습니까?”
“네. 통화했어요. 피디님께도 연락한다고 했는데, 받으셨나요?”
“받았습니다.”
“내일 촬영에서 주의할 사항이 있나요?”
“딱히 주의하실 건….”
말은 서로를 살피는 것 같았지만, 태주도 예능 피디도 이미 결과가 어떻게 되었는지 알고 있었다. 촬영한 영상을 국내 뉴스에 제보하지 않는 대가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기로 얘기가 된 상황이었다.
초대 손님 같은 거창한 역할은 아니고, 수고하는 출연자들을 응원하기 위해 특별한 손님이 가게에 방문한다는 것 정도였다. 태주의 개인 일정을 고려해서 방문은 저녁 장사가 끝나 갈 즈음에 손님이 전부 빠진 다음에 하기로 했다.
‘운석이 형이랑 희주도 도와주고 팬들도 반가워할 테니, 좋게좋게 생각하자.’
두 사람을 돕는 게 아니더라도 이런 기삿거리는 연예인에게 나쁘지 않았다. 특히 불법적인 일도 아니고, 야생 동물을 밀반출하려던 범인을 신고해서 기사에 나는 정도는 무척 괜찮은 기삿거리였다. 물론 이런 예능에 잠깐 출연해서 얼굴을 비치는 것도 당연히 나쁘지 않았다.
단지 오랜만에 어머니와 함께 휴가를 보내는 태주가, 그것도 휴식이 절실한 상태라 일정을 모두 뒤로 미룬 그가 제대로 쉬지 못하게 되는 게 문제였다. 회사에서 걱정하는 것은 이런 일들이 쌓여 그의 회복이 늦춰지는 것이었다.
“그럼 내일 뵙겠습니다.”
“네. 내일 뵐게요.”
당장에라도 카메라를 들이대고 싶은 얼굴의 예능 피디의 인사로 짧은 미팅이 끝났다.
*
“그래서 어떻게 됐어? 그 식당에는 다녀왔어?”
태주는 지난 정원 방문에서 야생 동물을 밀반출하려던 범인을 발견하고 신고한 일과 그 일의 영상을 찍혀서 예능에 얼굴을 비치게 된 일을 설명했었다. 정원 식구들이 그와 태산이가 보내는 휴가 소식을 듣길 바라서 얘기하다 그 사건까지 얘기했었다.
“네. 다녀왔어요. 알고 보니까 거기 출연진들 대부분이 안면이 있더라고요.”
“몇 명이라고 했지?”
“다섯 명인데요. 예전에 인터뷰 진행자로 나갔던 프로그램에서 만났던 사람도 있고, 시상식장에서 만났던 사람도 있더라고요. 덕분에 편한 분위기로 있다 왔어요.”
노골적으로 그를 써먹길 바라던 예능 피디와 다르게 출연진들은 해외에서나 있을 법한 스토커 사건을 겪은 그를 편하게 해 주기 위해서 상당히 노력했다. 다들 인기 연예인이라서 한두 번씩 극성팬에게 시달려 본 적이 있어서 그런 듯했다.
“뺘아아.”
“응? 그럼. 맛있는 것도 먹었지.”
“뺘아아아.”
“아이스크림 먹었는데, 도도도 먹을 수 있으려나? 해나 도도가 아이스크림을 먹어도 될까요?”
“흐음. 아직 어리긴 하지만, 드래곤이니 괜찮을지도…. 좋아. 도도도 먹을 수 있는 거로 만들어 줄게.”
해나의 장담이 기쁜지 퍼덕거리던 도도의 몸이 반쯤 공중으로 떠올랐다. 태주는 그런 도도의 몸을 든든하게 받쳐 주었다.
‘호기심이 많아. 태산이랑 내가 먹은 음식과 같은 걸 먹어 보고 싶다니.’
도도는 모든 것을 다 신기해했지만, 그중에서 특히 음식에 대한 호기심이 컸다. 덕분에 정원에선 매번 식사하기 전에 도도의 이유식과 우유를 챙겨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정원 식구들이 식사하기 힘들었다.
솔직히 그렇게 하고도 식사하기 힘들었다. 배가 볼록해진 도도가 식탁 한구석에 앉아서 사람들이 밥을 먹을 때마다 입맛을 짭짭 다시거나, 숟가락이나 포크를 따라서 고개를 움직이는 게 너무 귀여워서였다.
“이가 나면 좀 더 맛있는 것을 먹을 수 있을 텐데.”
“호호호. 아직 부화하고 몇 주 되지 않았잖아. 이는 조금 더 기다려야지.”
“4~5개월부터 유치가 나기 시작한대요.”
“아직 멀었네.”
“그러니까요. 빨리 이가 생기면 좋겠다, 그치?”
“뺘아!”
그리고 빨리 정원을 레벨 5로 만들어서 정식 펫으로 등록했으면 좋겠다. 태주는 짙은 아쉬움을 속으로 삭였다. 알일 때도 부화한 후에도 여전히 임시 펫인 도도 때문에 조바심이 들었지만, 그 혼자서는 욕심만큼 정원을 개간하기 힘들었다.
‘어지간한 섬보다 더 커서 그런지, 혼자서 개간하는 건 속도가 안 나.’
만약 도도가 정식 펫이었다면, 이번 여행을 같이 갔을지도 몰랐다. 그러면 정원에서 보지 못한 열대 기후도 겪어 보고 신기한 식물이나 동물을 구경할 수 있었을 것이다. 또 어머니에게 그가 아끼는 아이라고 소개하고 도도가 얼마나 의지가 강한지 자랑했을 것이다.
“여행이 언제까지라고 했지?”
“현실 시간으로 일주일 더요.”
“최근엔 쿠첼루스의 음식만 준비해서 보내니까, 어쩐지 부족한 느낌이야.”
“아!”
“대용량으로 준비하는 일에 너무 익숙해졌나 봐. 호호호.”
평소에는 태주와 태산이, 쿠첼루스와 가끔은 2호가 현실에서 먹을 분량까지 많은 양의 음식을 준비하는 해나였다. 가족 여행을 시작한 뒤로 태주와 태산이가 먹을 음식이나 디저트는 제외하고 쿠첼루스가 먹을 것만 보내는 게 어색한 것 같았다.
“냉장고에 음식 많이 챙겨 두고 왔는데….”
“그런 음식만 먹어서야 쓰나. 마법사 씨 성격에 연구에 홀딱 빠지면 제대로 몸도 돌보지 않을 텐데, 먹는 거라도 충실해야지.”
“그렇긴 해요. 특히 요즘 쿠첼 진짜 바빠요. 매일 연구실에서 살거든요.”
“무슨 연구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주 푹 빠진 모양이네.”
정원에서 같이 지내지 않아도 쿠첼루스와 2호는 여전히 정원 식구였다. 해나는 멀리 떨어져서 살고 언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모르는 두 사람을 잊지 않고 꼼꼼하게 챙겼다. 어머니와 떨어져 살게 된 후로 잊고 살다시피 한 그와는 상당히 대조적이었다.
“크흠! 희랑 애들은 뭐 하고 있지?”
태주는 멋쩍음에 헛기침을 하고 화제를 정원의 식구들에게로 돌렸다. 얼굴만 살짝 비치고 다들 어딘가 가 버려서 뭘 하는지 궁금하기도 했다.
“아까 태산이까지 해서 채집 채를 들고 가던데.”
“나비 사탕 또 발견했나?”
“그게 남아 있었어? 마법이 오래 가네.”
“저도 몰랐는데, 남았더라고요. 며칠 전에도 도도가 한 마리 잡았었어요.”
“뺘아아.”
그는 뺘아 거리는 도도의 등을 토닥이면서 텃밭 근처에서 본 나비 사탕에 관해 설명했다. 몇 년간 키우고 모은 나비 사탕은 양이 상당히 많았다. 부화 축하 파티에서 쓰고 남으면 원하는 손님한테 선물할 생각으로 전부 꺼내 놓았다가 날아가 버렸었다.
희랑 아이들이 채집 채를 들고 갔다면 그중에 남은 걸 발견한 모양이었다.
“태쭈!”
“호호호. 제 말 하는 걸 알았나?”
“킥! 호랑이잖아요.”
부화 축하 파티 때도 신이 나서 채집 채를 휘두르더니 오늘도 신나서 놀고 온 듯했다. 목줄에 채집통을 넣어도 될 텐데, 태산이는 한 손에는 채집 채, 다른 손엔 채집통을 들고 뛰어오고 있었다.
“도도야, 사니가 나비 자바떠.”
“뺘아아.”
“도도 주려고 잡아 왔어?”
“앙! 이꺼 텬물.”
“태주, 태주. 희랑 제피르가 나비를 이렇게, 이렇게 했어.”
채집통 안에는 나비 사탕과 젤리, 쿠키 등이 이파리, 나뭇가지와 얼키설키 뒤섞여 있었다. 태산이는 그런 통을 도도의 작은 품에 안겨 주려 애를 썼고, 희는 제피르랑 나비 사탕 무리를 몰이한 일을 설명하느라 바빴다.
태주는 그의 주변을 감싸고 떠드는 아이들의 즐거운 목소리에 빙그레 웃었다. 뿌듯함과 애정이 가득 담긴 눈빛은 덤이었다.
회귀 전에는 상상도 못 했던 시끌벅적한 작은 아이들에게 둘러싸이는 장면은 이젠 무척 익숙하고 당연한 장면이 되어 있었다. 매일 잠들고 깰 때 작은 아이를 품에 안고 있는 것도 익숙해졌고, 어려운 일이나 힘든 일이 생겼을 때 해나나 쿠첼루스에게 조언을 구하는 일도 익숙해졌다.
‘언제 이렇게 늘어났을까.’
예전이라면 이 시기에 한창 드라마 주연을 맡아서 바쁜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었을 것이다. 동생인 태우와는 지금처럼 따로 살았지만, 거의 만나지 못했었다. 어머니와는 이혼 후로 연락을 끊다시피 했었다. 어머니를 만나러 가족들을 데리고 가는 일을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오후에 배 탈 사람?”
“뺘아!”
“태주, 희! 희 배 탈래.”
“사니! 사니도 가티 타.”
“히이힝!”
태주는 너도나도 손을 드는 아이들을 보다 웃음을 터트렸다. 그는 웃으면서 속으로 언젠가 생각했던 회귀의 기회가 다시 생겨도 절대로 돌아가지 않겠다는 생각을 다시 했다. 그에겐 이렇게 사랑스럽고 소중한 가족을 두고 불확실한 과거로 돌아갈 마음이 전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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