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11)
11화
“제이드가······ 이겼군.”
가장 먼저 상황을 파악한 건 로버트였다.
“신병이 이긴 거야?”
“말도 안 돼. 기사 수련생을?”
뒤이어 다른 병사들도 그제야 깨닫고 웅성거렸다.
“제이드! 믿고 있었다고! 역시 내 친구야!”
어느새 일어선 데릭이 제이드를 향해 환호했다.
하지만 다른 병사들은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했다.
‘그만큼 충격이라는 거지.’
기사와 기사 수련생이란 이름에는 함부로 다가가지 못하는 위상이 있었기에.
더불어 강한 이들이 많았으니까 말이다.
‘이 녀석이 정말 허접한 거지.’
바닥에 누운 채로 아직도 입을 뻐끔거리는 케롭이 보였다.
“······내가 졌다고?”
아직도 상황 파악이 덜된 녀석은 허공에 중얼거리기까지 했다.
내가 신경 쓸 필요는 없지.
나는 녀석 대신 시야에 떠오른 메시지를 향해 눈동자를 굴렸다.
[최초의 결투에서 승리했습니다.] [경험치가 대폭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했습니다.] [스킬 : 검술을 개방합니다.] [24시간 동안 신체에 긍정적인 보정이 적용됩니다.]한 번의 결투로 얻은 것이 많았다.
나는 작게 미소 지었다.
최초의 결투라······.
1회차에서는 누군가를 처음 이기기까지 꽤 오래 걸렸는데.
그때 어떻게 이겼더라? 두들겨 맞고 넘어졌다가, 바닥의 흙을 집어 던졌던 거 같은데······.
하지만 내 생각은 오래가지 못했다.
갑자기 나타난 한 인물 때문이었다.
“참으로 인상적인 대련이군. 역겨울 정도로.”
그 목소리에 소란스러웠던 분위기가 무거워졌다.
온몸을 강철로 도배하듯 갑옷을 입은 남자.
기사였다.
“바, 바두스 기사님!”
쓰러져 있던 케롭이 기겁하며 벌떡 일어났다.
그러곤 절하듯 최대한 몸을 움츠리며 숙여대었다.
몸이 벌벌 떠는 게 겁에 질린 듯했다.
“일반 병사. 그것도 신병을 상대로 졌다고? 그러고도 기사 수련생이라 할 수 있나?”
“······.”
하지만 케롭은 대답할 수 없었다.
기사는 대답을 바라지 않았고 케롭의 머리를 발로 밟고 있었으니까.
“끄으으─.”
케롭이 신음을 흘렸지만, 기사는 신경조차 쓰지 않았다.
“쯧─. 이래서 검 좀 휘두른다고 다 받으면 쓰레기들이 모이는 거지.”
참으로 오만한 자태에 나는 할 말을 잃었다.
그때 바두스가 시선을 돌려 이쪽을 바라봤다.
“거기 너. 넌 이름이 뭐지?”
“제이드입니다.”
“검을 배웠었나? 재능이 있는 것 같군. 적어도 이 녀석보단.”
“좋게 봐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기사님.”
그리고 그 오만한 기사가 나에게 관심을 가졌다.
나는 최대한 책잡히지 않도록 공손하게 대답했다.
“이 녀석의 자리를 내어주지. 기사 수련생이 되어볼 생각 없나?”
그 말에 주변 모두가 놀란 표정이 되었다.
데릭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제이드가 기사 수련생이 된다고?”
그만큼 커다란 제안이었다.
기사란 마력을 깨우고 검을 수련하여 오러를 깨우치는 자들.
기사 수련생이 된다는 건 크게 강해질 기회인 동시에, 신분 상승을 의미했다.
병사들이 꿈꾸는 건 전쟁의 끝 혹은 기사가 되는 것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으니까.
나는 고개를 숙이며 감복의 뜻을 내비쳤다.
하지만 기사가 되는 건 원치 않는다.
“감사합니다. 하지만 저는 일개 평민일 뿐인데 어떻게 가능하겠습니까.”
“하긴 원래라면 너희 같은 하찮은 평민이 기사가 될 기회는 없겠지. 하지만 전란의 시기이기에 조금의 융통성을 펼치는 거다.”
기사 바두스는 크게 선심을 쓴다는 듯이 말했다.
그 말에 병사 몇몇이 안색을 굳혔다. 다만 티를 내진 않았다.
‘여기 대부분이 평민일 텐데 저런 말이라니.’
하지만 반대로 말하면 귀족이자 기사이기에 할 수 있는 발언이었다.
“죄송하지만 저는 이미 임무를 하달받았습니다. 기사님의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을 듯합니다.”
“······뭐라고? 이봐, 날 모르나? 하얀 송곳의 기사 바두스를? 이 기회를 걷어찬다고?”
바두스는 내가 거절하자 미간을 일그러트렸다.
“쯧─ 이래서 하찮은 평민들은 황금의 가치를 볼 줄 모르는 거다. 됐다 너 같은 녀석은 기사가 될 자격도 없군. 썩 꺼져라!”
[바두스의 호감도가 하락합니다. (-15)]내가 거절한 게 녀석에겐 큰 수치심이라도 느꼈는지 호감도가 크게 하락했다.
바두스는 얼굴을 크게 구긴 채 거칠게 날 밀치고선 요새 내부로 들어갔다.
“제이드 괜찮아? 저거 완전 미치─”
“쉿. 괜한 말 하지 마. 자칫하다간 형벌을 받을 거야.”
처음엔 당황하긴 했지만 나는 금방 평온을 되찾았다.
기사란 족속 대부분이 원래 이랬으니까.
‘미하일이 정말 특이한 경우지.’
철혈의 기사 미하일처럼 신분보다 능력을 중시하는 게 특이한 세상.
이 시대의 귀족이란 오만함과 명예로 가득 찬 꼰대들이나 다름없으니까.
하지만 한가지는 짚고 넘어가야지.
나는 녀석이 들어간 내성을 바라보았다.
내가 기사가 못 된다고?
이미 오러도 뚫었던 몸이야 새끼야.
피를 토하고 몸을 찢는 고통을 이겨내면서 뚫어낸 오러.
그 경험을 똑똑히 기억한다.
처음이 어렵지 두 번은 쉬운 법 아니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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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나는 임시로나마 조장으로 임명되면서 개인용 텐트 하나를 받을 수 있었다.
전생의 군대에서 쓸법한 1인용 텐트같이 생긴 매우 작은 텐트.
나는 그걸 숙소의 방 한구석 평평한 바닥에 텐트를 깔고 자리를 잡았다.
텐트 밖으로 조원들의 코 고는 소리만 들려오고 있었다.
‘이제 시작할 수 있겠어.’
[제이드]– LV. 6
– 힘: 13
– 체력: 13
– 직위: 제7소초 경비대 교대병력 임시조장
– 특성: 용맹함[D]
– 보유 스킬: 용병술(LV. 1), 화술(LV. 1), 검술(LV.1)
벌써 레벨이 6이다.
‘예전에 비하면 레벨이 장난 아니게 올랐네.’
그에 흐뭇하다가도 1레벨 때와 별 차이 없는 스탯들에 이맛살을 구겼다.
다시금 허약한 몸이라는 걸 떠올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이 게임, 아니 세상에서 레벨은 강함을 표시하는 게 아니다.
가진 능력과 명성, 그 외의 것들을 종합해 결정되는 ‘가치’다.
따지자면 이 세상에 끼치는 영향이 클수록 레벨이 높다고 할 수 있겠지.
가령······ 마리온같은 블랙 핸드인 생산직처럼 말이다.
‘스탯을 올리기 위해선 그에 맞는 행동을 해야지’
근육을 키우려면 운동하고 검술을 올리려면 검을 휘두르듯 말이다.
그 당연한 법칙이 여기에도 적용되어 있었다.
‘그래도 도핑 정도는 괜찮잖아?’
나는 아직도 사라지지 않은 시스템창을 바라봤다.
[19시간 동안 신체에 긍정적인 보정이 적용됩니다.]긍정적인 보정. 케롭을 이기고 얻은 보너스 버프.
무슨 행동을 하든지 추가적인 보상을 얻을 수 있다.
가령 운동해서 10의 근육이 생기면, 1의 근육을 추가로 얻을 수 있는 사기적인 버프였다.
워낙 얻기 힘든 버프이기에 얻자마자 몸을 굴려줘야 했지만, 시간이 나질 않았기에 지금을 기다렸다.
하지만 나는 그 어떤 운동도 하지 않을 거다.
‘대신 그 어떤 것보다 최고의 효율을 낼 수 있겠지.’
오러를 얻기 위한 첫 단계.
자연의 마나를 깨우치고 몸 안에 마력을 쌓는 것.
그리고 마력을 깨우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바로 연공법이다.
효율성과 안정성에 따라 용병이나 배울 법한 싸구려 연공도 있었고, 귀족들이 배우는 비전 연공법이 있었다.
그리고 기사 수련생들이 배우는 연공법은 기사 가문의 연공법의 일부분.
너무 높은 경지의 연공법은 여러 영약이나 좋은 환경이 필요했다.
‘하지만 내가 할 건 다르지.’
가장 간단하고 기본적이지만, 마력을 쌓는 연공에서는 그 무엇보다 밑받침해줄 기반이 중요했다.
그리고 내가 익히려는 연공법 또한 마찬가지였다.
카일룸 연공법.
연공을 하더라도 쌓이는 마력량이 많지 않아 가성비 최악의 비효율적인 연공법.
하지만 이 인식은 용사 카일에 의해 바뀌게 된다.
‘가장 정순한 마력을 쌓을 수 있는 연공법이지.’
마력을 쌓아 올리는 시간은 오래 걸리겠지만 자연의 마나처럼 정순하다.
이른바 대기만성이라는 거지.
비릿 미소 짓곤 눈을 감고 숨을 골랐다.
후으으─.
천천히 입으로 숨을 내쉬고 들이쉬었다.
에르뒴 산맥의 차가운 밤공기가 폐부를 가득 채우자 가슴 한구석이 차가워지는 기분이었다.
푸우우─.
그리고 천천히 숨을 내뱉으니 뜨거운 날숨이 입 밖으로 나왔다.
그 행동을 여러 번 반복하며 나는 내 주변의 대기와 몸 안으로 들어찬 무언가를 집중했다.
두근!
그 순간 내 심장 한구석에 모래 한 톨만 한 이질감이 느껴졌다.
‘마나다!’
나는 그 모래 한 톨이 행여 날아가지 않도록 천천히 호흡했다.
동시에 그 모래, 아니 마나를 붙잡아 천천히 심장부에 원을 그렸다.
‘뒤지게 어렵네.’
나름 원을 그린다고 해봤지만 그려지는 건 반듯한 원이 아니라 구불구불한 타원.
하지만 그것도 몇 번이면 충분했다.
[당신의 행동에 긍정적인 보정이 발생합니다!]나에겐 보정 시스템이 있었으니까.
빙글.
마치 누군가가 직접 그려주듯 구불거리던 마력이 반듯한 원을 그렸다.
그 순간 심장에서부터 시작된 시원한 쾌감이 온몸을 덮쳤다.
[카일룸 연공법을 익힙니다. 특성 – 카일룸 연공법을 획득합니다.] [특수 스탯 마력을 개방합니다!] [마력 (+1)]동시에 떠오른 메시지에 입꼬리가 파르르 떨렸다.
‘성공이다.’
1회차에선 2년에 걸쳐서 깨달을 수 있었던 마력을, 2회차에서 크게 앞당길 수 있었다.
‘진정해 이제 시작이야.’
저도 모르게 올라간 입꼬리를 억지로 내리며 집중했다.
수련은 이제 시작이었고 남은 시간은 한참이었다.
[당신의 행동에 긍정적인 보정이 발생합니다!] [마력 (+1)] [당신의 행동에 긍정적인 보정이 발생합니다!] [마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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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늘한 밤공기가 사라지고 해가 떠오르기 시작할 무렵.
후─
나는 천천히 숨을 내쉬며 눈을 떴다.
[마력 : 10]이 세계에서 가장 중요한 힘이.
내 심장에 각인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