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영지 제르멜.
구름이 달을 집어삼켰고 영지는 어둠에 잠긴 상태였다.
야트막한 언덕 너머, 어둠 속에 몸을 숨긴 푸른 마탑이 보였다.
하지만 이내 탑에 걸렸던 구름이 사라지자, 고개를 든 달이 비추자 고아한 모습을 드러냈다.
음유시인이 보았다면 탄성을 자아내며 노래를 불렀으리라.
그런데 그 순간.
쿠구구구궁!
주변의 땅이 아주 약하게 흔들리며, 지축을 타고 소리가 들려왔다.
그 소리에 잠에서 깬 주민 몇몇이 밖으로 나왔고, 순찰하던 병사 몇이 깜짝 놀라 분주히 돌아다녔다.
하지만 그 누구도 무슨 일인지, 원인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그저 마탑에서 종종 벌어지나 마법 실험이었나 짐작하며, 마탑을 잠시 바라보곤 들어갈 뿐.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알아차리는 건 단둘뿐이었다.
언덕 위에서 푸른 마탑을 지켜보고 있는 노인과 한 여인.
듀크마와 알리나였다.
먼저 반응한 건 듀크마였다.
“······이 소리는.”
“제이드가 말했던 폭발음이군요.”
듀크마의 중얼거림에 알리나가 지팡이를 휘둘렀다.
“마탑 밖까지 흔들릴 정도의 폭발이라······ 과연 가디언의 코어가 부서졌을 것 같습니까?”
알리나는 마법진을 그리며 물었다.
알리나 역시 왕실 마법사이기 전에 푸른 마탑 출신이었다.
아니, 마누스 왕국 대다수의 마법사는 푸른 마탑을 거쳐 갔으리라.
그런 만큼 알리나 역시 지하 창고의 가디언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다.
3대 마탑주의 역작.
개념적으로는 마법사와 기사들이 상대할 수 없는, 무적에 가까운 문지기.
비록 둔중하여 무기로는 쓸 수 없으나, 한 장소를 지키는 데에는 최적화된 존재.
아무리 제이드라도 그것을 정말로 무력화할 수 있을지, 그녀는 쉬이 상상되지 않았다.
“성공하였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알리나가 그린 마법진을 따라 마력을 불어넣은 듀크마가 대답했다.
마법이 완성되었다.
듀크마와 알리나가 몇 시간에 걸쳐서 함께 그린 강력한 마법이.
“이미 일은 벌어졌으니······ 우리는 그 아이들이라도 꺼내와야 하지 않겠나?”
끌끌 웃은 듀크마가 지팡이 위의 수정구를 가져다 대자, 환한 빛을 발하던 마법진이 그 안으로 스며들었다.
“······위험하지 않겠습니까?”
알리나는 조심스럽게 듀크나에게 물었다.
그녀는 실로 계산적이다.
그렇기에 코하르펜이 이미 장악해버린 왕실 측을 배신하고, 상관의 머리를 가지고 루퍼스에게 충성을 맹세한 것이었다.
제이드, 그 밑천조차 드러나지 않는 수수께끼의 용병이 있는 이상 루퍼스가 질 것 같지는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런 알리나 역시 마음이 흔들릴 정도의 일이다.
오랜 시간 동안 쌓아온 위명, 그리고 쓰러지지 않을 힘이 있는 곳.
마탑이란 그런 것이다.
“위험하겠지. 하지만─”
그런 알리나의 우려에도 듀크마는 덤덤했다.
다시금 빛을 발하는 마법을 지팡이 안에 넣고는 텅 빈 소매를 흔들었다.
“적어도 하네른. 그 노인네에게는 한 방 먹여줘야 하지 않겠나?”
알리나를 보며 끌끌 웃은 듀크마가 다시금 마법진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 * *
도로시의 친구이자 푸른 마탑의 생도인 밥은 지하 창고를 따라 내려갔었다.
“저 아래에 그 사람이······.”
제이드. 그 영웅의 소문이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아이이자 마법사의 호기심이었다.
그런데.
콰아아아아앙!
“저, 저게 뭐야······.”
밥은 저 멀리, 지하 창고에서 일어나는 일들을 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밥은 푸른 마탑에 차출된 마법사 생도였지만, 기사들을 동경했다.
검 한 자루를 들고 적들을 쓸어버리는 그 모습은 가히 영웅적이며 낭만적이니까.
대륙의 모든 남자아이는 기사를 꿈꾸지 않은 적이 없으리라.
그리고 지금, 눈앞에서 보이는 제이드의 모습은······.
기사.
아니, 그 이상이었다.
쿵!
쿠웅!
콰아앙!
커다란 폭발과 함께 흩뿌려지는 커다란 철들.
지하 창고를 지키던 골렘의 잔해였다.
산산조각이 난 골렘이 쓰러지자 주변의 돌가루와 밑바닥의 모래가 솟구치며 자욱한 연기가 솟구쳤다 가라앉았다.
제이드는 오러를 가볍게 휘두르는 것으로 연기를 걷어내더니 골렘의 코어를 뜯어내고 있었다.
“저게······ 진짜 영웅······.”
거대한 괴물을 쓰러뜨리는 기사의 모습.
밥은 확신했다.
이 순간이 제이드라는 영웅의 역사적 행보에 길이 남을 장면이라고.
한편 제이드는 커다란 푸른 보석을 보며 혀를 내둘렀다.
수박 한 덩이만 한 푸른 보석. 마력 코어가 반쯤 금이 간 상태로 아직도 소리를 내고 있었다.
– 심각한 □□이 발□했□니다. 수□해야 합□□
“이게 아직도 작동을 하네. 진짜 역작이긴 했나 본데.”
삼백 년도 더 된 골렘일 텐데, 그 내구성 하나는 끝장나는 듯했다.
하지만 이제는 코어를 지켜줄 안티 매직 스톤은 붙어있지 않은 상황.
마법도 오러도 막을 수 없었다.
제이드는 마기 포식자에 오러를 피워 코어를 완전히 베어버렸다.
콰직!
푸른 보석이 빛을 완전히 잃으며 조각났다.
[특수한 적을 처치했습니다.] [경험치를 획득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 [레벨이 상승합니다.]떠오르는 메시지를 살피며 제이드는 창고로 다가갔다.
그가 멈춰 선 곳은 창고 깊은 곳의 새하얀 문.
– M. M
모리아 메네실의 창고였다.
백 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음에도 문은 때가 타거나 칠이 벗겨지지 않았다.
새하얀 순백색의 문은 고결했다던 호국경의 의지와도 비슷하지 않을까.
그렇게 생각하며 제이드는 문고리를 바라보았다.
둥근 문고리에는 오목한 홈이 파여 있었는데 그 모양이 익숙했다.
루퍼스에게 받아온 호국경의 펜던트. 그 모양과 맞아떨어졌다.
‘이 안에 왕성 결계의 열쇠와 호국경의 유산이 있다.’
펜던트를 문고리에 끼우려는 그 찰나.
콰아아아아─!
“큭!”
“뭐, 뭐야!”
갑작스러운 돌풍이 제이드와 그의 일행들을 날려버렸다.
“꺄악!”
“도로시 위험해!”
저 멀리 날아가는 도로시를 데릭이 붙잡아서 감쌌다.
어느새 하얀 문으로부터 멀찍이 밀려난 제이드는 돌풍이 불어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건 단순한 바람이 아니었다.
공간을 찢으며 나타난 이들의 마력 기파였다.
푸른 빛을 내며 나타난 노인들.
푸른 꼬챙이 모자나 로브를 쓴 이들.
“마탑주······ 그리고 장로들인가.”
금방 나타나리라고 생각했지만, 텔레포트 마법까지 사용할 줄이야.
제이드가 몸의 긴장을 끌어올리며, 마기 포식자를 쥐려는 그때.
맨 앞에 선 노인이 지팡이를 흔들며 말했다.
“깊은 땅의 힘이여, 저들을 감싸 안으라.”
쿠웅─!
한순간 제이드와 대원들이 그대로 바닥에 짓눌렸다.
“뭐, 뭐야! 뭐가 날 잡아당기는 거야!”
“큭! 이건······ 중력!”
중력 마법이었다.
“깊은 땅의 힘이여, 저들을 해방하라.”
노인이 지팡이를 위로 들어 올리자, 짓눌렸던 제이드와 대원들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어어─ 뭐야! 몸이 이상해!”
순식간에 허공으로 떠오른 제이드 일행.
노인이 손으로 흔들고 쥘 때마다 그들의 신형이 끈에 매인 인형처럼 무력하게 흔들렸다.
노인이 지휘하듯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온갖 마법들이 그들에게 적용되었다.
“모, 몸이······! 머리가 어지러워!”
“숨쉬기가······ 힘들어.”
처음 느끼는 부유감과 고통에 대원들이 괴로워하며 얼굴을 구겼다.
제이드 역시 마찬가지였지만, 상황은 좀 더 나았다. 아마도 영웅 특성 덕분이리라.
뒤집힌 시야에서 가슴까지 수염을 기른 백발의 노인이 보였다.
뒤의 노인들과 달리 푸른 로브도, 모자도 쓰지 않았지만, 저자가 마탑주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이곳, 푸른 마탑의 최강자이자 주인.
‘그리고 코하르펜에게 붙은 마법사들의 수괴다.’
제이드는 이를 악물고, 발바닥에 마력을 응축시켰다.
겹겹이 쌓인 마력은 오러가 되었고, 그대로 신발 밑장에서 발산했다.
파앙!
거센 오러를 견디지 못한 신발 밑창이 터져나가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덕분에 제이드는 그 반동으로 허공을 박찼고, 신형이 빠르게 쏘아졌다.
마치 우주 공간을 유영한 듯이.
마탑주를 향해서, 빠르게 가까워졌다.
“흡!”
제이드는 그대로 검을 휘둘렀다.
마기 포식자에서 뽑혀 나온 검보라빛 오러가 점차 길게, 그리고 날카롭게 늘어졌다.
날카롭게 늘어난 오러가 그의 목에 닿기 직전.
우뚝.
마탑주의 가벼운 손짓에 제이드의 신형은 공중에서 멈췄다.
이번에는 염력 마법이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제이드의 신형이 돌이 된 것처럼 굳었다.
그러다 문득 제이드의 눈이 커졌다.
“이건······.”
“깊은 땅의 힘이여, 중첩하고 또 중첩하라.”
이내 마탑주가 손가락을 아래로 내리자 제이드의 신형 역시 바닥으로 처박혔다.
콰앙!
운이 좋게도, 부서지지 않은 평평한 바닥에 떨어져 큰 부상은 입지 않았다.
하지만 무형의 기운이 계속해서 제이드를 짓눌렀다.
우드드득.
갈비뼈가 부서진 것일까. 고통이 몰려왔다.
“끄으으으──!”
이를 악문 제이드가 비명을 참아내며 마탑주를 노려보았다.
마탑주 역시 오만하게 고개를 치켜들며 제이드를 내려다보았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검보라빛의 마력. 들어본 적 있다. 그래, 네놈이 제이드로군?”
마탑주, 하네른이 흥미로운 눈길로 제이드를 바라보았다.
“3대 마탑주의 가디언을 파괴한 것으로도 모자라서, 내 마법을 뚫고 공격해 올 줄이야. 제법이구나. 그간 들려온 소문이 과장이 아니었어.”
중력에서 해방된 이들은 보통 혼란스러워하며 균형을 잃기 마련이다.
심지어 하네른은 균형 상실을 일으키는 마법, 고통 강화 마법, 근력 저하 마법 등 몇몇 저주 마법을 사용한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오러를 반동 삼아 추진력을 얻고는 검을 휘두르려 한 것이다.
“의지? 그걸로는 표현하기 힘들고, 그래······ 독종이로군.”
하네른은 자신을 표독스러운 눈길로 바라보는 제이드의 모습에 씨익 웃었다.
“듀크마가 보냈나?”
“······.”
“그렇겠지. 놈은 어디 있지? 말해준다면······ 그래, 적어도 마탑의 실험체로 살아남을 수 있게 해주지.”
제이드는 잠시 하네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민했다.
제이드의 품속에는 듀크마가 건넨 신호기가 있었다.
시기적절한 상황일 때 이를 누르면 듀크마가 나타날 것이다.
‘아니, 아직 때가 아니야.’
아직 마탑주가 어떤 수를 가지고 있을지 알 수 없었다.
파악이 우선이었다.
“다 죽어가는 노인네가 무슨 큰 꿈이 있어서 권력의 개가 되었지?”
“······그래. 그게 네놈의 생각이라면 원하는 대로 해주지.”
얼굴을 잠시 구긴 하네른이 지팡이로 땅을 내려찍었다.
그러자 제이드의 신형이 저 높이 떠올랐다.
동시에 부서진 바닥의 파편들이 뭉치며 쇠사슬이 되어 제이드의 몸을 구속했다.
“단 한 번도 녹지 않은 땅의 냉기가 창으로 현현하리. 만년설의 창이 뜨거운 심장을 굳게 하리라.”
동시에 하네른의 지팡이에서 흘러나온 마력이 날카로운 얼음의 창이 되었다.
평범한 얼음창과 달리 서늘한 냉기를 뿜어내는 창은 보는 것만으로도 체온이 내려갈 것만 같았다.
“영원한 동토의 창. 내가 만들어낸 가장 고통스러운 마법이다. 이 마법에 맞아 죽을 수 있는 걸 영광으로 여기거라.”
하네른의 말과 동시에 동토의 창이 제이드를 향해 쏘아졌다.
‘저건 위험하다.’
그리 판단한 제이드가 품속의 신호기를 누르려는 그 순간.
“안돼!”
“음?”
갑자기 이상한 일이 펼쳐졌다.
제이드를 꿰뚫었어야 할 동토의 창이 옆으로 빗겨나간 게 아닌가?
콰앙!
제이드를 아슬아슬하게 스치고 지나간 동토의 창이 천장을 부쉈다.
동시에 터져 나온 냉기가 균열이 일어나며 무너지려던 천장을 그대로 얼려버렸다.
그 모습에 제이드도, 하네른도 당황했다.
마법의 궤도를 빗겨낼 만한 이가 누가 있단 말인가?
뒤의 장로들? 그들이 미치지 않고서야 하네른을 방해할 일은 없었다.
“······이게 무슨! 듀크마? 듀크마가 온 것인가?”
그렇기에 판단했다.
듀크마. 그놈이 돌아온 것이라고.
궤도를 틀어낸 마력의 흔적.
그를 따라 하네른과 장로들의 시선이 돌아갔다.
그리고 그들의 눈이 커졌다.
“학생? 넌······ 누구지?”
푸른 마탑의 학생임을 증명하는 옷을 입은 소녀가 숨을 헐떡이며 지팡이를 든 게 보였다.
과하게 마력을 끌어올린 것일까?
그녀의 코에서는 피가 후두둑 쏟아지고 있었다.
“······돼, 됐다. 하아. 하아.”
설마 저 아이가 하네른의 마법의 궤도를 틀었단 말인가?
“대체 어떻게?”
하네른의 마력이 세찬 물살이라면, 저 소녀의 마력은 작은 돌덩이에 지나지 않는다.
물에 휩쓸려야 하는 작은 돌덩이.
그런데 그 돌덩이가 물살을 틀어냈다.
그것이 의미하는 걸, 마탑주인 하네른은 곧장 깨달을 수 있었다.
보잘것없어 보이는 돌덩이 아래로.
커다란 바위가, 아니 산세가 파묻혀 있었단 말인가?
압도적인 재능!
심지어 마탑주인 자신에게 마법을 간섭할 정도의 압도적인 재능이다!
그를 깨달은 하네른의 눈이 크게 흔들렸다.
뒤에 선 장로의 경악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 도로시!? 네가 왜 여기에?”
“도로시? 저 아이가?”
하네른도 기억하는 이름이었다.
장로 듀크마가 데려왔던 어린 마법사라 들었는데······.
그게 저 소녀란 말인가?
그리고 그런 말도 안 되는 재능을 가졌다고?
저건 반드시 손에 넣어야 할 재능이었다.
지금 상황마저 잊고 하네른이 도로시를 향해 소리쳤다.
“듀크마, 그놈의 명령을 들은 것이냐? 놈은 반역자다! 지금이라도 내 밑으로 와라! 내가 너를 제자로 받아들여 주마!”
“싫어요!”
그러나 도로시는 단칼에 거절했다.
그녀는 흘러내리는 코피를 문질러 닦고는 소리쳤다.
“마탑주님······ 지금 당신이 잘못된 편에 섰다는 걸 알고 있어요! 지금이라도 그만두세요!”
“도로시! 그게 무슨 소리냐! 그런 건 어린 네가 신경 쓸─”
“마탑주님의 마력에서 이질적인 기운이 느껴진다고요! 마력 사이에 숨어 있는 마기가!”
숨을 완전히 고른 도로시가 지팡이로 마탑주를 겨누며 소리쳤다.
너무나 충격적인 말이었기에 장로들이 잠시 얼어붙었다.
“그, 그게 무슨 소리냐!”
“네가 느꼈다면 단박에 우리가 먼저 눈치챘을 것이야!”
도로시는 고개를 저으며 소리쳤다.
“제이드 아저씨가 알려줬어요. 악마, 흑마법사들에게서나 느껴지는 기운이라고.”
도로시는 확실하게 느낄 수 있었다.
좀전의 제이드가 보여주었던 마기가 인첸트 된 수용철.
거기서 느끼던 섬뜩한 기운이 하네른의 몸속에 희미하게 흘러나오고 있음을.
그때 도로시의 뒤편에서 제이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도로시. 네가 맞췄어. 마탑주의 몸속에 마기가 꿈틀거리고 있네.”
“아저씨!”
“제이드? 놈! 대체 언제 빠져나왔느냐!”
깜짝 놀란 하네른이 허공을 올려다보았다.
어느새 부서진 쇠사슬만이 허공에 부유하고 있는 게 아닌가.
제이드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장로라는 인간 중 그걸 느낀 사람이 없나? 마탑주 안의 마기가.”
장로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정말로 모른다는 듯 말이다.
“당신들 몇 서클이지? 5서클? 6서클? 뭐가 됐든 도로시보다 못하네. 도로시 넌 역시 대마법사가 될 재목이야.”
그리고 제이드는 이미 느끼고 있었다.
우우 우우─
마기 포식자의 진동이. 아니, 이제는 흑암성이 있는 심장이 먼저 알려주고 있었다.
그의 마력에 희미한 마기가 있다고.
마탑주에게 검을 휘둘렀던 그때.
흑암성의 오러가 하네른의 마력을 흡수하며 알 수 있었다.
“마탑주, 설마 아니겠지.”
“말조심하시오. 그럴 리가 없지 않소!?”
“무슨 그런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장로들이 동요하며 하네른에게 물었다.
하네른의 얼굴은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푸른 마탑의 열 번째 주인으로서 명령한다. 저들 전부 푸른 마탑의 공적으로 선언, 전부 즉결 처형한다. 학생일지라도 예외는 없다.”
“그, 그게 무슨······?”
학생? 도로시까지? 장로들이 머뭇거리는 사이 하네른은 다시금 주문을 외우며 지팡이를 거칠게 휘둘렀다.
“얼어붙은 혹한의 기운이여······.”
하지만 머리는 그 어느 때보다 차가웠다.
평정심을 잃는 순간, 마법은 취약해진다는 걸 잘 알기에.
스스스─
지팡이 끝에서 뿜어져 나온 마력이 창들의 형상을 취한다.
영원한 동토의 창.
그 수만 일곱이다.
저 꼬마가 하네른의 마법 궤도를 틀었다고?
그렇다면 전부 막아내지 못하게, 다수를 소환하면 그만이다.
하나의 궤도를 틀 때 코피를 쏟았으니, 일곱 개라면 절대로 통제할 수 없으리라.
“만년설의 창이 뜨거운 심장을 굳게 하리라─!”
더욱 정교해진 동토의 창들이 기세를 키우며 창고의 기운을 뚝뚝 떨어트리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째서······ 저렇게 여유로운 거지?’
제이드. 저 빌어먹을 놈은 어째서 웃어 보이는 것이냐?
이유를 모른다.
그렇기에 조금씩 평정심이 흔들리려 했다.
“분노한 혹한이 네놈들을─”
애써 불안감을 가라앉힌 하네른이 주문을 끝내려는 그 순간.
제이드가 한 반지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콰아아아앙!
박살 난 채 그대로 얼어붙어 있던 천장이 부서졌다.
동시에 어떻게든 유지하려던 하네른의 평정심이 완전히 무너졌다.
무너진 천장 잔해 사이로 나타난 한 마법사를 보았기 때문이다.
“듀크마!”
“하네른. 내 왼팔의 빚을 받으러 왔다.”
왼 소매가 펄럭이는 마법사가 오른팔로 지팡이를 겨누었다.
동시에 몇 시간 동안 공들여 제작된, 스무 겹으로 이루어진 거대한 마법진이 뻗어 나왔다.
“쏘아져라, 천벌이여.”
───!
강대한 빛줄기가 하네른을 향해 쏘아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