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182)
182화
“······드디어!”
감옥섬 중앙 감옥 3층.
비상 대피소에 몸을 숨겼던 사제들은 바깥에서 일어나는 소음과 전투에 열띤 감정을 내비쳤다.
그들이 흑마법사들처럼 피에 목이 마르다 거나 그런 것은 아니었다.
“분명 구출대가 온 게 분명해요!”
그것은 희망이었다.
흑마법사들과 마수들이 섬을 점거하고, 최악의 죄수들이라 불리는 이들이 철창 밖을 나온 상황.
이대로 대피소에만 갇혀 있다가는 평생을 이 안에서만 살거나, 언젠가 죄수들의 무기에 맞아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었다.
쿵! 쿠구궁! 콰앙!
저 밖에서 들려오는 전투의 소리.
바깥을 확인할 수 있는 수정구에서는 성기사들이 전투를 벌이며 이곳으로 향해 오는 것이 영사되고 있었다.
“오오, 루멘이시여! 저희를 버리지 않으셨군요!”
“드디어,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습니다!”
원래라면 분쟁은 좋지 않다며 평화를 설파하던 사제들도 이번만큼은 크게 환호했다.
이 중 가장 어린 사제인 멜리나 사제는 아예 눈물을 흘리며 기도를 올렸다.
그리고 그들의 바람대로 얼마 지나지 않아······.
쿵쿵쿵!
“세인트 이네스입니다. 다들 무사하십니까?”
사제들의 길을 열어줄 여인이 도착했다.
생각보다 앳된 여인, 세인트 이네스는 사십여 명의 성기사를 이끌고 대피소의 사제들을 찾아왔다.
이네스는 사제들에게 부상이나 거동의 문제가 없는지 확인했고, 즉시 그들을 이끌고 대피할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이네스는 한구석에서 작은 짐을 꾸리는 흰 머리에 강직한 인상의 노인을 바라보았다.
한 올도 빠지지 않게 뒤로 넘긴 흰 머리와 노인임에도 불구하고 건장한 체격의 모습은 자기관리가 철저해 보이는 장년이었다.
이네스는 이 노인의 정체를 어느 정도 짐작했다.
“사빌나르 사제······ 맞으십니까?”
“맞네. 어둠 속의 올빼미께서 이 노인을 알아봐 주니 고맙구려.”
자신의 비밀 신분을 알고 있음에, 이네스가 작게 놀라며 감탄했다.
악마 연구회의 주교직이었기 때문인지 잘 아는 듯한 눈치였다.
“······그렇다면 말을 돌릴 필요는 없겠죠. 교단에서는 사제님을, 사제님이 쌓아오신 지혜가 필요합니다.”
그렇게 말하며 이네스는 사빌나르 사제를 바라보았다. 과연 그의 반응은 어떨까.
자신을 이곳을 내쫓았던 이들을 탓할까. 아니면 이제야 자신이 옳았다고 통쾌해할까.
“그런가. 알겠네. ······음? 왜 그러지?”
“아, 아니 담담하신 게 꽤 의외라서요. 솔직히 교단의 정치를 탓하여도, 승리를 자축하여도 이상할 게 없으니까요. 결과적으로 옳으셨잖아요.”
이네스의 말에 사빌나르 사제는 피식 웃어 보이며 고개를 저었다.
“내가 악마 연구회의 주교를 맡은 건 악마를 상대하기 위함이지, 같은 신자들을 상대하기 위함이 아니지 않은가. 필요하지 않아 옮겼을 뿐이고, 필요한 때가 되어 불린 것일 뿐이네.”
인상 그대로 그의 심성 역시 강직했다.
“교단에 사제님 같은 분만 있었다면 더 교단이 성세했을지도 모르겠군요.”
“잡설은 되었네. 어서 움직이지.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지 않은가.”
이네스와 사빌나르 사제는 서로 고개를 끄덕인 뒤, 대피소 밖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그때.
우우우웅─
삐이이익─
탈출하는 사제들의 목걸이가 진동하며 경고음을 흘리는 게 아닌가?
그 모습에 사제들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심지어, 사빌나르 사제마저 매우 놀랄 정도로.
“이런······! 큰일이군. 이네스 경. 아무래도 서둘러야 할 것 같네.”
“무슨 일이죠? 설마······?!”
“경이 짐작하는 게 맞을 것이네.”
사빌나르 사제의 대답은 이네스의 고운 얼굴을 구기기에는 충분했다.
“······제0 구역이 열렸네.”
0등급 죄수, 살리아만이 있는 지하 3층. 그곳이 개방된 것이다.
그 신호를 받은 즉시 사제들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즉시 이 섬을 나가야 하네!”
하지만 이네스의 발걸음이 느려졌다.
“그, 그러면 누가 그자를 막죠? 여기서 막지 않으면 재앙이 펼쳐질 거라고요!”
하지만 사빌나르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그대는 태풍 앞에 홀로 걸어 들어갈 자신이 있나? 그건 용기나 신의보다는 오만이네. 교단에게 합류해 이 사실을 알려야 함이 옳네. 태풍을 대비해야 할 걸세.”
감옥섬 관리자 사제들 모두가 잘 알고 있었다.
살리아만. 그 미치광이와는 상대해서는 안 된다고.
이네스 역시 비슷한 생각이었기에 즉시 통신용 수정구를 꺼내 연락했다.
“제이드! 제0 구역의 개폐가 해제됐어! 어서 나와! 제이드! 제이드?”
어째서인지 통신용 수정구는 제이드에게 닿지 않았다.
그 대신 통신을 받은 건 다름 아닌 인디에고였다.
– 어, 음······ 이네스 님. 제이드 님은 이미······ 지하로 진입했습니다.
“······뭐?”
이네스의 얼굴이 종잇장처럼 구겨졌다.
* * *
지하로 뻗어 내려가는 계단.
그 아래로 어둠이 깔려 있었다.
에반은 그 아래를 바라보았다.
정확히는 몇분 전, 그 안으로 진입한 사내의 말을 떠올리며.
– 무서우면, 나한테 맡기고 계속 숨어나 있어.
‘숨어있으라고······. 이 감옥에?’
에반은 계단에서 시선을 돌려 감옥의 복도를 둘러보았다.
회색의 돌과 단단한 철창이 주변을 메운 감옥.
바깥의 햇빛도 보여주지 않게 설계된 감옥 안에서 5년이 넘는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에반은 이 안이 답답하다고 생각한 적이 없다.
오히려 에반은 이 감옥이 편했다.
그에게 세상과 감옥은 큰 차이가 없었으니까.
하지만 나가지 않을 생각은 아니었다.
그가 나가고 싶은 이유는 단 하나였다.
‘마이어스. 놈은 반드시 죽일 거니까.’
복수를 이루기 위해서.
눈을 감을 때마다 그날의 악몽을 에반은 잊을 수 없었다.
마이어스. 놈에게 붙잡혀 실험체로 지내던 몇 년을.
에반과 자신의 동생을 비롯한 제국의 수많은 아이가 한곳에 모였다.
그들은 암살자로서 훈련받아야 했으며, 마수와 인간의 결합이라는 생체실험을 자행했다.
– 몸에 뭔가가 들어갔어! 이게 뭐야? 몸이······!
– 유리아?
– 오빠, 몸이 아파! 이상해······.
떠올리고 싶지 않은 장면들.
하지만 눈앞에 선한 그 장면들.
매일이 고통에 사로잡힌 나날이었고.
결국.
– 미안해. 오빠. 먼저 떠나게 되어서······.
– 유리아! 안돼! 유리아!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이 죽었다.
하지만 실험은 멈추지 않았다.
며칠을, 몇 달을. 그리고 몇 년 동안 말이다.
끔찍한 고통 때문이었을까. 어느새 머리는 새하얗게 변했고, 의식은 점차 흐릿해져 갔다.
고통에 가득 차 의식조차 몽롱해지던 그때.
– ······724번의 실험은 어떻게 되었지?
– 실패입니다. 신체도 불안정해 얼마 안 가 붕괴할 것이 분명합니다.
– 쯧, 섬에 처박아라. 때가 되면 알아서 죽겠군. 알고 있겠지? 이 사실은······.
– 예, 전부 비밀로 하겠습니다.
에반은 이 감옥섬으로 버려졌다.
극악무도한 죄수들 사이로.
하지만 그조차 예상하지 못한 건 에반, 그가 이곳에서 살아남았다는 것이다.
까드드드득.
주먹을 꽉 쥔 손이 으스러지는 소리를 내었다.
에반은 마수의 갑각처럼 변한 자신의 오른팔을 내려다보았다.
감정이 격해지며 신체가 뒤틀려 변한 것이었다.
“······.”
놈의 실험을 받고 살아남은 뒤, 에반의 몸은 변했다.
인간이 아닌, 마수의 것처럼.
빛을 굴절시켜 투명하게 만들 수 있었고, 날카로운 머리카락을 조종할 수도, 날카롭고 단단한 갑각을 만들어낼 수도 있었다.
그 인간 같지 않은 힘들을 얻은 뒤로, 에반은 몇 년이 지났음에도 늙지 않았다.
여전히 소년의 모습이었다.
그제야 에반은 알 수 있었다. 자신은 더 이상 사람 같은 존재가 아님을.
그렇기에 에반은 용서할 수 없었다.
자신의 몸을 이렇게 만들고, 여동생을 죽인 그 악당을, 마이어스를.
복수.
그게 에반의 유일한 삶의 이유였다.
하지만 모든 게 막막할 따름이었다.
제국에서 파견된 간수들의 말에서는 마이어스, 그자의 영향력은 제국에서 날이 갈수록 막강해졌고, 자신은 바다 망망대해에 있는 감옥에 있었으니.
하지만 포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마침내 섬에서 나갈 기회가 생긴 것이다.
에반은 그 기회를 가져온 사내를 떠올렸다.
‘제이드.’
– 내 적은 너의 적과 같다. 마이어스.
정체를 알 수 없는 사내. 동시에······.
‘······엄청 강하다.’
실험 이후, 동물적인 감각을 지니게 되었기에 가늠할 수 있었다.
그 검은 머리의 사내에게서 느껴지는 강자의 기운을.
하지만 에반이 보기에는, 제이드가 불로 날아드는 나방 같았다.
실제로 그런 짓을 자행하고 있었다.
‘0등급 죄수한테 맞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
에반은 절대 불가능하다고 생각, 아니 판단했다.
마이어스에게 실험당하고 암살자로서 키워지면서, 상대를 분간하는 법을 가장 먼저 깨우친 에반이다.
‘단숨에 죽일 수 없는 상대를 잘못 건드는 건, 맨몸으로 벌집을 건드리는 것과 마찬가지. 랬지.’
암살자에게 그런 실수는 실패의 지름길이었고, 실패는 곧 마이어스를 위태롭게 할 수 있었다.
하여, 놈은 에반을 포함한 자신의 암수들에게 상대의 수준을 꿰뚫는 방법을 가르쳤다.
‘그리고 놈은······ 단순히 벌집을 건드는 것 따위가 아냐. ······괴물의 아가리로 들어가는 거지.’
그 이상의 말이 무엇이 필요할까.
놈은 괴물이다.
사실 이곳에 수감된 세월 동안, 에반 역시 0등급 죄수와 마주친 적은 거의 없었다.
녀석은 마나 농도가 최저한으로 낮은, 마나 차단실에서, 마력 구속구가 겹겹이 걸린 채 지하에 홀로 있으니까.
하지만 종종 그 기세는 두꺼운 바닥을 뚫고 올라왔다.
그럴 때마다 종종 느꼈다.
그 괴물이 풀려나는 순간, 이 섬의 모두가 잿더미가 되어서 죽고 말 것이라고.
“그런데······.”
에반은 계단 아래를 다시 내려다보았다.
어두컴컴한 어둠 속이지만, 마수처럼 변한 에반의 눈은 그 속을 꿰뚫어 볼 수 있었다.
지하로 내려가는 제이드와 그 뒤를 따르는 단원들이 보였다.
그들의 얼굴에는 망설임은 보이지 않았다.
······두려움을 상실했단 말인가?
“어이가 없군.”
제이드.
정체불명의 사내지만, 솔직히 어느 정도 기대하기도 했다.
에반의 기준으로도 괜찮은 실력을 갖춘 강자였다.
그런 녀석이 함께 마이어스를, 자신의 인생을 망친 원수를 죽이자고 했으니까.
막막했던 복수 계획에, 처음으로 나타난 변수.
‘마기가 느껴지지 않는 걸 보면 마이어스의 함정 같지도 않고.’
하지만 에반은 미련 없이 제이드를 포기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죽을 게 분명했으니.
왜냐하면.
“이미 풀려났거든, 그 괴물이.”
에반은 느낄 수 있었다.
두근
종종 느꼈던 0등급 죄수의 섬뜩한 기운.
그것이 그 어느 때보다 가장 큰 기운을 뿜어내고 있었으니까.
잠시 그 아래를 바라본 에반은 미련 없이 투명화를 사용했다.
저 괴물의 시선을 피해 달아나야만 했다.
곧 이 섬은.
아니, 해협 건너의 땅들 전부가 불바다가 될 것이다.
어둠 속에서 웅크린 채 굶주린 괴물 같은 존재가, 분노를 표출할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