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183)
183화
철컹!
“열었습니다!”
제0 구역의 문을 해체한 흑마법사가 그들의 우두머리, 코브나울을 향해 보고 했다.
“······마침내!”
코브나울은 그 보고에 만족스럽게 웃었다.
0등급 죄수를 꺼내라는 의뢰.
그를 해결하기 위해 감옥섬을 점거하고, 제0 구역으로 진입하는 길을 뚫고 있던 그들에게 마침내 끝이 보인 것이다.
무려 다섯 개의 철문과 마법 처리된 4중 결계를 해제하고 나서야 제0 구역의 길을 열 수 있던 것이다.
“하필 그루아이의 금속 문이 여기에 있을 줄이야. 그것만 아니었어도 더욱 빨랐을 것을,”
트롤도 부술 수 없는 금속 문이었기에 그들은 쉽사리 진입하기가 어려웠다.
부패의 손길로 철문의 경첩을 부식시키고, 유황의 눈물이라는 화염 마법으로 부식시킨 경첩을 녹여 끝끝내 길을 뚫은 것이다.
그때 부하 흑마법사 한 명이 반쯤 피범벅이 되어 꿈틀거리는 걸 가리켰다.
“코브나울 님. 이 녀석은 어떻게 할까요?”
“그 녀석은? 아, 간수장이었군.”
코브나울이 무엇인가 잠시 살펴보니 포로로 잡았던 간수장인 것을 깨달았다.
영혼을 쥐어 짜내는 고문에 이성을 잃은 간수장은, 입을 벌린 채, 침을 질질 흘리고 있었다.
제0 구역으로 가는 길 곳곳에 있던 보안용 함정들. 그걸 해제하기 위해 놈을 수 시간 동안 고문하며 길을 뚫게 했었지.
“그 녀석은 쓸모를 다했으니 마음대로 처분해라. 언데드로 가져도 좋다.”
기분이 팍 식은 코브나울은 대충 손을 휘저으며 처분을 명했다.
간수장이 한 줌의 핏물로 변하는 걸 잠시 바라본 코브나울은 다시 전방으로 신경을 기울였다.
이제 남은 건 마나 밀폐실의 문뿐이었다.
– 경고! 밀폐실로 마력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즉시 보안을 점검하십시오.
– 경고! 밀폐실로 마력이 유입되고 있습니다. 즉시 보안을 점검하십시오.
본래, 결계와 두꺼운 철문들에 걸러졌어야 할 마나가 여과 없이 마나 밀폐실로 흘러들고 있었다.
안에 있을 0등급 죄수, 아니 7서클의 대마법사인 살리아만.
“기대되는구나. 7서클 경지의 대마법사는 어떤 모습일지.”
코브나울 역시 5서클에 이른 흑마법사였다.
이 경지만 해도 이르기까지 5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6서클도 아니고 7서클?
전 대륙을 통틀어 최고 수준의 마법사.
코브나울은 이 안에 있을 마법사가 어떠한 경지에 닿아 있을지 짐작도 되지 않았다.
그의 부하들 역시 기대감에 부풀어 살리아만이 했던 행적들을 이야기했다.
“강력한 마법을 만들기 위해서, 흑마법부터 주술까지 연구했다던데?”
“실험을 준비하기 위해서는 제물을 바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던데······.”
진리를 탐구하는 진정한 학자.
수많은 이들도 희생시킬 줄 아는 결단력 있는 마법사.
흑마법사들이 보기에는 멋지고도 이상적인 이야기지 않은가.
끼이이익.
코브나울의 지시를 받은 한 흑마법사는 조심스럽게 문을 열었다.
그리고 안쪽에 드러난 모습에 입을 벌렸다.
‘이게, 방이야 감옥이야?’
마나 밀폐실의 안은 어둡지 않았다.
새하얗고 밝은 방의 내부는 감옥이라기보다는, 오히려 방에 가까웠다.
그 풍경에 조심스럽게 발을 내딛는 그때.
쩌저저적!
흑마법사가 붙잡고 있던 철문의 철창이 저절로 휘어지더니, 뱀처럼 움직여서 흑마법사를 옭아맸다.
“윽! 뭐, 뭐야!”
다음 순간, 철창들은 삽시간에 쇠꼬챙이들로 변하더니 맨 앞의 흑마법사의 팔과 다리 등 곳곳을 꿰뚫었다.
“아아아악!”
당황한 흑마법사의 비명이 방 안을 가득 채우는 순간.
쇠꼬챙이들이 반대쪽으로 펼쳐지면서 흑마법사의 전신이 사방팔방으로 뜯겨 나갔다.
콰지지직!
후두두둑.
쇠꼬챙이 곳곳에서 쏟아지는 장기와 핏물에 흑마법사들과 코브나울이 당황했다.
‘대체 방금 그 마법은!’
복잡한 수식의 마법이 철문에 각인되더니 흑마법사를 그대로 죽였다.
5서클의 경지에 다다른 코브나울도 이해하지 못할 고등한 마법이었다.
누가 행한 것인지는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살리아만.
아무리 7서클의 경지라고 할지라도, 수년간 마나 밀폐실에 갇혀 있었기에 당연히 마나를 받아들이고, 마법을 쓰기까지 시간이 걸릴 줄 알았는데······!
“지, 진정하시오! 살리아만! 우린 그대를 도우러 온 거요!”
그리고 그때, 흑마법사들은 그 방 한 가운데, 의자에 앉아 있는 한 사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제 서른 정도 되어 보이는 외모의 매우 잘생긴 사내.
코브나울은 그 외모에 속지 않았다. 살리아만의 나이가 자신의 두 배인 백에 가깝다는 걸 잘 알고 있었으니.
‘저자가 살리아만. 금지된 마법으로 젊음을 유지했다더니 정말이었군.’
잠시 그 외모를 바라보고 있자, 살리아만이 고개를 돌려 코브나울을 바라보았다.
코브나울은 흠칫했다.
살리아만의 표정이 마치 인형 같았기에.
아름답다는 뜻이 아니었다.
아무런 감정의 변화도 없는 얼굴의 모습.
그의 시선 역시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아, 서릿발이 자신을 관통하는 것만 같은 느낌을 받았다.
“대마법사, 살리아만 님을 뵙습니다!”
그 모습에 본능적인 두려움이 샘솟은 코브나울과 흑마법사들은 곧장 부복했다.
“저희는 당신에게 자유를 드리러 왔습니다. 당신을 원하는 분께서 보냈지요. 저희가 살리아만 님을 편히 호위하겠습니다!”
코브나울은 곧장 살리아만을 향해 크게 외쳤다.
그의 진심이 통한 것일까?
의자에 앉아 있던 살리아만은 일어나 그들을 향해 천천히 다가왔다.
뚜벅. 뚜벅.
감옥답지 않은, 고급스러운 석재바닥을 살리아만의 구둣발 소리가 작게 울렸다.
살리아만은 코브나울의 머리에 손을 얹었다.
칭찬이라도 해주려는 것일까?
뒤에서 부복하고 있던 흑마법사 몇은 그 손길을 부러움 섞인 시선으로 바라보았다.
한데, 다음 순간.
“끄아아아아악!”
코브나울이 비명을 내지르더니, 그의 피부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다음으로 내장들까지, 완전히 철퍽─ 소리와 함께 액화되어 바닥으로 떨어졌다.
순식간에 장기 하나 남기지 않고 녹아내린 것이다.
“꺄아아악!”
“뭐, 뭐야!”
눈 깜짝할 새에 우두머리를 잃은 흑마법사들이 소리치며 일어나려 했다.
그런데 무릎 꿇은 다리가 움직이지 않았다.
그들이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바닥은 마치 늪처럼 변해 그들의 몸뚱어리를 천천히 집어삼키고 있던 것이다.
“이, 이게 뭐야! 다리가─”
“조용히 해라.”
퍼억!
깜짝 놀라 소리치던 흑마법사 한 명의 머리가 터져나갔다.
그 모습에 비명을 지르려던 흑마법사들은 어떻게든 비명을 삼키며 벌벌 떨었다.
대체 왜 그런단 말인가?
이유 모를 그의 행동에 흑마법사들은 공포에 잠긴 시선을 보냈다.
“······고독 속에서 사색에 잠겨 있었다.”
살리아만은 그런 흑마법사들의 시선은 신경 쓰이지 않는다는 듯 고개를 들어 허공을 바라보았다.
“좋은 생각이 떠올라, 오랫동안 고심 중이었지.”
이내, 살리아만의 시선이 흑마법사들을 향했다.
“너희가 방해하기 전까진.”
자신의 영감을 방해한 무뢰배들.
마치 발가락을 깨문 개미에게 짜증이 난 것 같은 아주 사소하고 작은 분노.
살리아만은 싸늘한 눈빛을 보내며 손가락을 튕겼다.
탁!
그러자 흑마법사들을 옭아맨 바위 바닥이 무수하고도 작은 돌덩이로 변모했다.
콰득! 콰드득!
그 돌들이 흑마법사들의 전신을 뚫고 들어가 전신을 난자했다.
마치 수많은 개미 떼에 온몸을 뜯기는 것처럼.
“꺽, 끄윽─”
“커흑.”
흑마법사들은 입에서 핏줄과 내장을 쏟아내며 아주 약간의 단말마만을 남기고 죽었다.
싸늘한 시체가 된 흑마법사들.
살리아만은 이 자들을 보낸 게 누구인지, 어느 정도 감이 잡혔다.
마이어스. 놈이 분명했다.
아마 자신과 했던 약속을 지키라는 것일 테니.
‘벌써 때가 되었나.’
그런 살리아만의 시선이 입구로 향했다.
마력을 흡수하며 펼쳐진 그의 기감이.
새로운 방해꾼들을 감지한 것이다.
입구로 들어오는 한 무리의 용병들. 그리고 그들을 이끌고 있는,
제이드였다.
* * *
나는 눈앞의 사내를, 아니 살리아만을 바라보며 침을 삼켰다.
새하얀 방안, 주변에 흩뿌려지고, 녹아내린 시체들.
그 가운데에 자신은 아무 상관이 없다는 듯 무표정한 얼굴로 서 있는 살리아만의 모습은 어딘가 이질적이었다.
하지만 내가 긴장한 이유는 따로 있었다.
‘뭐야 이 기운은······.’
살리아만. 그의 주위로 흘러나오는 기운이 너무나 섬뜩하고, 무거웠기에.
마치 이 근방의 공기만 더욱 무거워진 것 같았다.
손끝은 피가 안 통하는 것처럼 저릿저릿했다.
‘인간의 한계를 넘어선 존재.’
이 자는 위험하다.
악마들보다도 더.
판단이 서자마자 나는 단원들을 향해 말했다.
“모두 올라가 있어.”
“뭐? 제이드, 그게 무슨 말이야?”
“미안하지만, 너희 상대가 아니야.”
내 말에 드렌트를 비롯한 단원들이 머뭇거렸다.
“이건 단장의 명령이다. 당장 올라가.”
나는 단호히 단원들을 되돌려보냈다.
하지만 온 신경은 눈앞의 마법사를 향해 있었다.
나는 녀석들을 신경 쓰면서 저자를 상대할 수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내가 살리아만을 노려보자, 살리아만 역시 나를 바라보았다.
“너는······ 뭐지?”
살리아만은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마치 학자가 처음 보는 생명체를 관찰하는 듯한 반응.
그런 녀석의 표정은 아무런 감정이 느껴지지 않았다.
그런데 갑자기 살리아만이 나를 보며 입꼬리를 주욱 올리기 시작했다.
매우 즐겁다는 표정이었다.
“네 심장. 이해할 수 없는 힘이 있구나.”
“오래 살고 볼 일이야. 흑마법도 주술도 아니야. 새로워. 완전히 새로운 힘이구나.”
살리아만이 흘리는 웃음은 어딘가 섬뜩했다.
좀 전까지만 해도 무표정이던 녀석이 이번엔 진심으로 즐겁다는 듯 꺄르르 웃고 있다.
그런 웃음 속에서 놈의 호선을 그린 눈은 내 가슴을 향하고 있었다.
‘심장? 흑암성의 힘을 느낀 건가?’
그 모습이 불쾌해 나는 흑암을 더욱 세게 쥐며 놈에게 소리쳤다.
“오늘이 마지막 날일 테니까. 많이 웃어둬라.”
크르르르.
내 말과 동시에 옆에 남아있던 칼라마르가 이빨을 드러내며 앞으로 나섰다.
“그 록 드레이크에게서도, 똑같은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아니, 저 짐승뿐만이 아니야.”
살리아만은 눈을 감고선 천장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방금 나갔던 그 용병들도, 이 섬 곳곳에서도······ 비슷한 기운이 느껴지는구나.”
씨익.
다시금 살리아만의 눈매가 호선을 그렸다.
“재미있는 연구거리가 잔뜩 몰려왔구나.”
그리고 살리아만의 시선이 나를 향했다.
“그리고 그 모든 기운이······너를 가리키는구나.”
“······.”
“분해를 해보면 답을 알 수 있겠어.”
한마디 한마디가 섬뜩한 놈이다.
나는 한번 혀를 차며 놈에게 물었다.
“그래? 그런데 이건 못 느끼나 보지?”
나는 흑암을 휘둘렀다.
놈이 아닌, 칼라마르의 등에.
서걱!
칼라마르의 등에 밧줄로 묶여있던 상자가 바닥으로 떨어졌다.
쿵!
그 위로 푸른 마탑의 표식이 드러났다.
“푸른 마탑?”
살리아만의 눈에 호기심이 들어찼다.
어디 한번 계속해보라는 듯.
‘후회하지나 말라고.’
나는 놈의 아량에 씨익 웃으며 상자 한 가운데의 손잡이를 돌렸다.
철컥!
푸쉬이이익!
동시에 상자가 갈라지며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암회색으로 빛나는 사람 형태의 무언가.
그건 갑옷이었다.
풀 플레이트로 이루어진 하나의 갑주.
띠링!
[아이템 정보]– 이름 : 위자드 킬러
– 설명 : 푸른 마탑의 3대 마탑주가 만들어낸 연금술의 역작. 안티 매직 스톤으로 만든 갑옷입니다. 10대 마탑주 듀크마가 설계하고, 마누스 왕국의 천재 대장장이 마리온이 마금속과 섞어 단조하여 만든, 대륙에서 단 하나뿐인 걸작입니다.
어떤 마법이 쏘아지더라도 갑옷은 마력을 흡수해 착용자를 지킬 것입니다.
– 효과 :
1) 실드 – 주변의 마법이 감지되면 마법의 마력을 흡수해 갑옷에 각인된 ‘듀크마의 매직 실드(LV. 5)를 발동합니다. 중첩은 최대 4번까지입니다. (쿨타임 10초)
2) 디코이 – 마력 흡수 시, 50%의 확률로 갑옷에 각인된 ‘듀크마의 유도 환영(LV. 3)’이 생성됩니다. 생성된 환영은 마법의 타깃을 착용자에서 환영으로 유도합니다. (쿨타임 60초)
3) 리플렉트 – 마력 흡수 시, 20%의 확률로 갑옷에 각인된 ‘듀크마의 굴절 마법(LV. 2)’이 발동합니다. 상대의 마법을 구현해 되돌려줍니다. (쿨타임 180초)
4) 리페어 – 갑옷의 외형에 손상이 갈 경우, 마력을 소모해 수복시킵니다. 갑옷의 30% 이상이 파괴된 경우, 반경 3m 이내의 금속을 전부 흡수하여 수복시킵니다. (쿨타임 1일)
– 착용 제한 : 제이드
’걸작? 아니, 말도 안 되는 병기지.‘
도로시와 듀크마의 설계와 마법 각인. 그리고 이제는 천재 대장장이라 불리는 마리온이 벼려 만든 갑옷이다.
푸른 마탑의 금고를 지키던 그 가디언의 안티 매직 스톤.
그것을 이용해 만든.
대마법사용 제압 병기.
나는 위자드 킬러의 뒤에 섰다.
그러자 풀 플레이트의 갑옷 뒤가 벌어지며 사람 한 명이 들어갈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냈다.
나는 그 안으로 몸을 집어넣었다.
철커덕! 철컥!
갑옷이 알아서 조율되며 내 몸에 맞게 조여지며 덮어 씌워졌다.
철컥!
내 눈앞으로 투구의 바이저가 내려왔다.
투구 밖으로 흥미가 가득 찬 시선을 던지는 살리아만이 보였다.
나는 그대로 흑암을 가슴팍으로 끌어당기며 놈을 향해 말했다.
“어디 이것도 연구할 수 있는지 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