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207)
207화
카야는 푸른 잎 마을 소속의 안내자였다.
숲을 방문하는 손님들을 인도하고, 때로는 숲 밖과 교류하는 일종의 외교관.
하지만 그 전에 세계관측자에 소속되어 활동하기도 한 그녀였다.
카일이나 바바크처럼 무력을 갖지는 못했지만, 오랜 세월을 살아오며 꽤 높은 식견과 경험을 쌓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언컨대 태어난 지 100여 년의 시간 동안.
오늘만큼 크게, 많이 놀란 날은 없지 않을까- 카야는 그런 생각이 들었다.
눈 앞에 펼쳐진 거대한 불기둥을 본다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화르르르륵!
그 화력이 어찌나 거센지, 주변의 높게 솟은 나무들과 크기가 비슷했고, 햇빛마저 가렸던 숲의 어둠은 불빛에 밀려서 사라졌다.
불기둥은 거인의 모습으로, 타오르는 피닉스의 형상으로도 변하더니 이내 거대한 도마뱀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했다.
불의 정령.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는 거야······.”
카야는 허공에 현현한 화염의 정령체를 목도하며, 저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놀라운 광경은 끝나지 않았다.
“가라, 이프리트.”
제이드의 그 한마디에 정령이 움직였다.
마치 바람을 타고 흐르듯이, 허공을 미끄러지듯 움직이는 불의 정령.
이윽고 거대한 앞발로 엔트들을 움켜쥐었고.
콰아아아아!
타다닥! 타닥!
거센 화염의 열풍이 터지더니, 샐러맨더의 앞발에 붙잡힌 엔트들이 새까맣게 타들어 갔다.
‘그저 단순히 움켜쥐기만 했는데?!’
압도적인 불길.
수십 년을 살아온 고목일지라도, 잡초처럼 단숨에 잿더미가 되어버리는 위력.
숲으로써는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은, 대재앙.
그런데 신기하게도 주위의 나무들로는 불이 번지지 않았다.
불타는 건 오직 악에 물든 엔트들뿐.
불에 닿은 다른 식물들은 오히려 생기를 얻었다.
시들었던 이파리가 되살아났고, 꺾인 줄기는 다시 달라붙었다.
기적 같은 현상. 회복의 권능.
그것은 분명 생명의 힘이었다.
그 모습에 엘프들은 입을 벌린 채 그 광경을 바라보았다.
‘말도 안 되는 통제력이야. 고위 정령······ 아니, 그 이상의 격인데!’
믿기지 않는 상황에 카야는 제이드와 불의 정령을 바라보았다.
단순한 정령의 기운이 아니었다.
마치 수십의 정령이 한데 뭉친 것만 같은······
‘······설마?’
그때 카야의 머리로 한가지 단어가 스쳐 지나갔다.
고대 시절. 거대한 악에 맞서기 위해 고위의 정령들이 서로 융합하며 완전한 자연의 의지로 거듭나는 경우가 있다고 들었다.
정령 병기.
‘설마 저 방패가? 대체······ 제이드, 저 사람은 그걸 어떻게 얻으신 거지?’
카야가 경악에 찬 시선을 보내는 그사이.
제이드는 그 성능에 만족스럽게 미소 짓고 있었다.
[이프리트의 영원한 불꽃이 피아를 구분합니다. 이프리트의 불에 닿은 모든 적은 영혼까지 타오릅니다.] [이프리트의 활력의 불꽃이 반경 5미터의 모든 생물을 회복시킵니다.]‘역시, 이프리트야. 효과 하나는 확실하다니까?’
샐러맨더의 형태를 취한 이프리트.
녀석이 거대한 괴수가 되어 화염의 발톱을 휘두를 때마다 엔트들이 새까만 숯덩이처럼 변했다.
치이이익.
그 짓을 몇 번이고 반복하자 겁 없이 다가오던 엔트들은 전부 새까만 숯덩이가 된 채 시커먼 연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진작 이렇게 할 걸 그랬군.’
꼬르르륵.
이제 남은 엔트는 늪에 빠져서 발판 역할을 했던 엔트들뿐.
콰아아아아!
제이드의 의지에 따라 이프리트는 늪지대 속 엔트들까지 순식간에 불태워 버렸다.
기습해오던 엔트들을 모조리 정리한 제이드가 고개를 돌렸다.
이프리트 또한 제이드의 의지에 똑같이 고개를 돌렸다.
다음으로 처리할 곳은······
“······저기다.”
이네스와 성기사들이 처리하고 있는 누에 거미들.
정확히는 놈들이 자리를 트고 있던 둥지였다.
숲 곳곳에 널린 거미줄.
그곳에 걸려 있는 수십의 고치들을 향해 이프리트의 불꽃이 쏘아졌다.
콰아아아!
끼이이!
둥지 속에 숨어 있던 누에 거미와 새끼들이 불에 휩싸인 채 튀어나왔다.
타닥! 탁!
순식간에 녹아내리는 거미줄과 고소한 냄새를 풍기며 떨어지는 거미들.
역시나 고치로 결박된 사람들에게는 피해가 가지 않았다.
그 광경을 지켜본 데릭은 헛웃음을 흘렸다.
“제이드 녀석. 애초에 이럴 거면 처음부터 이걸 쓰던가······. 난 나설 필요도 없었잖아?”
제이드가 가진 방패이자 불의 정령.
분명 마누스의 수호자였다던가?
어느새 결사단의 저지선으로 다가간 이프리트는 달려오는 마수들을 향해 거센 화염을 내뿜고 있었다.
그 모습을 지켜본 데릭이 중얼거렸다.
“저게 있다면 얼마나 몰려오던지 다 쓸어버릴 수 있겠는데?”
하지만 제이드의 판단은 달랐다.
‘어디냐.’
이프리트가 내뿜는 화염에도 숲은 완전히 밝아지지 않았다.
이 깊고 짙은 숲속 곳곳이 어둠에 물들어 있었다.
짐승 떼가 나오는 길목은 여전히 어둠에 휩싸여 있었고, 신수들의 모습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엔트 무리와 누에 거미 무리 등 두 방향에서 오는 적들을 잡았음에도 제이드는 그 점이 걸렸다.
삐이이이이익!
바로 그때였다.
숲 전체를 울리는 날카로운 울음소리.
그와 동시에 일대의 마나 흐름이 기이하게 뒤틀렸다.
정체를 알 수 없는 힘에, 제이드는 긴장을 하고 감각을 키웠다.
그런데 그때, 화염을 마구잡이로 내뿜던 이프리드의 움직임이 굳었다.
“어?”
아니 점차 사그라들 듯이 사라져가는 게 아닌가?
그런 제이드의 시야로 한 메시지가 떠올랐다.
그와 동시에 이프리트의 불꽃이 사그라들며 방패 속으로 사그라드는 게 아닌가?
“이건······!?”
“숲의 신수의 울음소리에요.”
“응?”
카야의 얼굴이 그 어느 때보다 굳어 있었다.
“스톨라스. 숲의 밤을 다스리는 올빼미······ 숲의 신수에요.”
그녀의 말과 동시에 어둠 속에서 세 쌍의 붉은 안광이 드러났다.
신수들의 등장이었다.
* * *
나는 방패를 바라보았다.
이프리트가 역소환되었고, 방패는 응답이 없었다.
기이한 새의 울음소리가 들린 이후 벌어진 일이었다.
“스톨라스는 밤을 지배하는 신수로, 정령계와 현실의 흐름을 조율할 수 있는 존재에요. 그러니까, 현실의 정령들을 무력화시킬 수 있어요. 제이드님이 가지고 있는 그 방패도 마찬가지고요.”
나는 방패를 집어넣으며 혀를 찼다.
이프리트로 끝장을 볼 수 있었다면 좋았을 텐데 말이다.
나는 아쉬움을 삼키며 곳곳에 흩뿌려두었던 모노리스 병기들을 한곳으로 모았다.
그래도 최악은 면했다.
엔트들은 전부 처치했고, 누에 거미와 소울 플라이들도 거의 다잡은 상황.
‘이제 남은 건······ 마수화된 짐승들, 그리고 신수들인가?’
나는 어둠 속에서 빛나는 붉은 안광들을 바라보았다.
크르르르!
어느새 내 옆에 선 칼라마르가 어둠 속의 신수들을 향해 이빨을 드러냈다.
그때 저 어둠 속에서 커다란 무언가가 꿈틀거리더니─
곰처럼 커다란 덩치를 가진 흑색 올빼미가 모습을 드러냈다.
그것이 우리를 응시한 것은 찰나.
쐐애애액!
다음 순간, 놈이 바닥을 박찼다.
“─대비해!”
마치 스프링처럼 튕겨 나가, 엄청난 속도로 쏘아져 오는 거구의 괴수.
놈은 우리를 향해서 포탄처럼 날아들었다.
단원들이 방패로 만든 저지선을, 놈의 발톱이 긁고 지나갔다.
콰가가가각!
“크악!”
“바, 방패가!”
“끄아아! 내 팔!”
동시에 단원들이 들고 있던 방패 대다수가 찢겨나갔다.
몇몇은 발톱에 크게 베였는지 풀썩 주저앉았다.
하지만 그 정도만 다친 게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
지지대 삼았던 나무들은 아예 절반 이상이 터져나간 채 쓰러지고 있었다.
대체 얼마나 발톱이 날카로운 거야?
“모두 다시 대비해!”
스톨라스, 놈은 여유를 주지 않았다.
숲을 선회해서 다시 날아오기 시작한 것이다.
삐이이이이익!
스톨라스가 다시금 울음을 터트리며 무지막지한 속도로 날아오는 그때.
녀석을 향해서, 칼라마르가 바닥을 박차고 뛰어올랐다.
“칼라마르!”
놈과 칼라마르가 뒤엉킨 채 추락했고, 나무에 부딪힌 뒤 수풀 속에 나동그라졌다.
스톨라스가 부리로 찌르려고 하자, 칼라마르가 비늘을 날카롭게 세우며 몸을 뒤틀었다.
촤아아악!
칼라마르의 비늘이 놈의 깃털이 찢겨나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어느새 놈이 칼라마르의 중심을 무너뜨리고 그 위에 올라탔다.
스톨라스가 날카로운 발톱으로 칼라마르를 내려찍었다.
콰앙!
여태껏 강한 신체 능력으로 다른 짐승이나 몬스터들을 찢어발긴 칼라마르다.
그러나 스톨라스는 다리 하나만으로 칼라마르를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옆의 나무에 내던지는 게 아닌가?
그리고.
스릉!
스톨라스의 남은 한쪽 다리의 발톱이 날카로이 펼쳐졌다.
“그렇게는 못 두지!”
나는 곧장 모노리스에 의지를 불어넣었다.
촤르르륵!
모노리스를 놈을 향해 쏘았다.
콰앙!
묵직한 타격음이 들리며 스톨라스가 밀려났다.
그러나 그 찰나의 순간에 날개를 들어 올려서 막아냈고, 몸을 빙그르르 돌리더니 날개를 펼치며 공중에서 다시금 중심을 잡았다.
“칼라마르, 피어!”
크롸라라라!
칼라마르의 마나하트가 크게 박동하며 커다란 울음을 토해냈다.
칼라마르의 피어는 마기를 가진 대상이라면 더욱 큰 효과를 낸다.
‘그건 신수들도 마찬가지겠지. 악마에게 마기를 전이 받았을 테니.’
아니나 다를까 공중에 날아오른 스톨라스의 몸이 한순간 멈췄다.
나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모노리스를 둘로 쪼개어, 그중 하나에 의지를 불어넣었다.
두꺼운 모노리스가 길게 늘어나더니, 긴 쇠사슬이 탄생했다.
촤르르르륵!
쏘아진 검보라빛 사슬이 스톨라스의 한쪽 날개를 휘감았다.
‘지금이다.’
나는 그대로 남은 한 조각의 모노리스를 랜스의 형태로 만들어 그대로 쏘았다.
파앙!
어찌나 강하게 날렸는지, 공기가 터져나가는 소리가 들릴 정도.
그렇기에 나는 확신했다.
‘이걸로 한 마리는 처리다.’
스톨라스,
검은 올빼미 신수는 처리했다고.
그런데 쇄도한 모노리스의 창끝이 녀석에게 닿기 직전.
내 시야에 광선 같은 푸른 궤적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콰앙!
─갑자기 모노리스가 튕겨 바닥에 처박혔다.
모노리스는 놈에게 닿지도 못한 것이다.
‘뭐야······?’
나는 순간 상황을 빠르게 파악하지 못했다.
그때 내 시야에 들어온 건 바닥에 처박힌 찌그러진 모노리스. 그리고 거기에 박힌 한발의 화살이었다.
“······화살?”
모노리스를 화살 한 발로 찌그러트렸다고?
이 정도의 실력이라면, 설마······?
그때 숲 위에서 인영 하나가 떨어졌다.
붉은 기가 감도는 금색의 머리.
뾰족하지만 길지 않은 귀.
허리에 걸린 새하얀 활과 화살통.
그리고 머리에 올라탄 은빛 날다람쥐까지.
내가 기억하는 모든 요소가 똑같았다.
용사 파티의 마지막 일원.
‘······신궁.’
그가 내 앞에 나타난 것이다.
나는 얼굴을 구기며 녀석을 향해 물었다.
신궁, 아니 로빌리오는 나와 스톨라스 사이에서 막아서고 있었다.
그대로 새하얀 활에 시위를 걸며 나를 향해 겨눈 채로 말이다.
허튼짓하는 순간 쏘겠다는 듯, 그 의도가 너무 명백해 오히려 기가 찰 정도였다.
나는 얼굴을 구기며 신궁을 노려보았다.
“이게 뭐 하는 개짓거리지?”
“저 존재는, 숲의 어머니의 가호를 받는 신성한 신수다.”
“신수? 저게 말이야?”
나는 신궁을, 그리고 뒤에서 속박된 채 푸드덕거리는 스톨라스를 바라보았다.
삐이이익!
새빨간 안광. 발버둥 칠 때마다 흘러나오는 시커먼 마기까지.
그 분위기는 영물이라기보다는 마수에 가까웠다.
“내 눈에는 악마의 충견으로 보이는데 말이야.”
나는 모노리스 사슬로 녀석을 옴짝달싹 못 하게 더욱 압박하며 말을 이었다.
그러자 신궁은 더욱 시위를 팽팽히 당기며 내게 소리쳤다.
“스톨라스를 놔줘라.”
“로빌리오!”
그때 뒤쪽에서 카야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이분들은 저희의 문제를 해결해 주실 분들이에요! 아무리 크로그리프라고 해도 이건 아닙니다! 당신은 지금 이성을 잃었어요!”
카야 역시 녀석이 이럴 줄을 몰랐던 것일까?
그녀의 목소리는 어딘가 다급했고, 어딘가 분노가 서려 있었다.
하지만 로빌리오는 단호하게 고개를 내저었다.
“아니. 이 문제를 도와줄 수 있는 인간은 아무도 없어. 엘프도 마찬가지지.”
로빌리오는 나를 향해 경계하면서, 천천히 스톨라스를 향해서 다가갔다.
위험천만한 장면이기 비이성적이 장면이었다.
저 신수가 지금 제정신이 아니며, 악마에게 조종당하고 있는 걸 모르지 않을 텐데?
“······스톨라스.”
로빌리오가 작게 읊조리며 손을 뻗었다.
그러자 발광하던 검은 올빼미 신수가 발광을 멈추는 게 아닌가?
진정된 듯이, 숨을 천천히 내쉬며 로빌리오를 바라보는 스톨라스.
그뿐만이 아니었다.
부스럭.
어제 보았던 커다란 덩치의 푸른 사슴. 또 다른 숲의 신수가 천천히 신궁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솔리무어.”
신궁은 그런 사슴 신수의 이름을 부르며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푸른 사슴의 몸에서 검고 진한 마기가 흘러나온다.
“큭!”
신궁은 애써 마기를 참으며 푸른 사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엘프들이 마기에 얼마나 취약한지를 생각한다면, 아마 녀석은 속으로 엄청나게 고통스러워하고 있을 것이었다.
그런 녀석의 각오, 정신력에 감동한 것일까?
놀랍게도 두 신수는 공격하지 않았다.
로빌리오는 희미하게 웃어 보였다.
“카야, 보여? 이 녀석들은 악마에게 조종당했을 뿐이지. 본질은 선한 아이들이야. 해치지 않더라도······ 마수로부터 구해낼 방법이 있어.”
신궁은 그 모습에 활짝 웃으며 우리를 향해 설득하듯 말했다.
“악마의 꾀임에 타락했다고 해도 이 아이들은 우리를 그렇게 쉽게 배신할 리가 없어. 그렇지?”
진실로 저 신수들이 로빌리오의 마음에 감동하고 다시 돌아와 준 걸까?
‘아니, 그럴 리가.’
아주 짧은 찰나.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솔리무어라 불렸던, 푸른 사슴의 몸에서 흘러나온 마기.
그것이 신궁을 향해 쏘아지려는 것을 말이다.
그것을 느낀 것은 나뿐만이 아니었다.
찍!
신궁의 머리에 매달려있던 은빛 날다람쥐.
녀석도 그것을 느꼈는지, 벌떡 일어나며 두 앞발을 다급히 펼쳤다.
그러자 신궁의 몸을 은빛의 보호막이 감쌌고.
콰아앙!
갑작스러운 폭발과 함께 신궁이 튕겨 날아갔다.
녀석이 쓰다듬었던 푸른 사슴 신수, 솔리무어의 뿔에서 강한 마력이 쏘아져 나온 것이었다.
“크악!”
날다람쥐 신수가 만든 보호막 덕분에 신궁은 다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녀석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 어째서?”
나는 더 이상 그 작태를 관망할 수 없었다.
혼란스러워하는 신궁의 앞을 막아서며, 동시에 전방의 신수들을 노려보았다.
“쯧─ 꼭 주인들이 그딴 소리를 하곤 하지. 자기네 개는 안 물 거라고.”
나는 아직도 상황을 부정하고 있는 신궁을 바라보며 비꼬았다.
“그런데 주인까지 물어? 개새끼들 교육을 잘못시켰네.”
딱!
그리고 손가락을 튕겼다.
내 의지에 움직인 모노리스.
그것이 아군 진영 중심부로 날아가서, 무언가를 낚아채더니 돌아왔다.
그리고 내 앞에 그것을 떨어뜨렸다.
텅─
그것은 거대한 상자.
그리고 그 안에 든 것은, 은빛의 갑옷이었다.
철컹!
마기에 대항할 수 있는 최고의 갑옷.
어비스 킬러가 내 몸에 맞게 조율되기 시작했다.
철커덕! 철컥!
“그런 개새끼들은.”
이어 모노리스가 형태를 변환하더니, 칼라마르에게 다가갔다.
그리고 칼라마르 곳곳에, 모노리스가 덧씌워지기 시작했다.
검보라빛으로 길어진 발톱. 네 다리를 감싸는 날카로운 칼날들.
채찍처럼 길어진 꼬리까지.
마치 군마를 위한 갑옷처럼.
칼라마르만을 위한 갑옷으로.
나는 모노리스로 만든 흑암 한 자루를 쥐며 신수들을 노려보았다.
“내가 훈육해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