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206)
206화
숲속에서 느껴지는 움직임들.
그리고 괴성들.
이내 나무들이 꺾이는 소리와 함께, 어둠 속에서 피어나는 붉은 안광들.
포위당했다.
뒤늦게 무언가 잘못됨을 깨달은 단원들이 술렁였다.
“하, 함정?”
“에, 엔트?! 엔트가 왜 어머니의 정원에!”
“이네스 부단장님! 서쪽에서 마수화한 짐승 무리가 달려오고 있습니다!”
일행들의 당황한 목소리가 내 귀를 타고 울렸다.
“제이드! 함정이다!”
“어쩐지 거미들이 힐끔 쳐다보는 것 같더라니! 어서 움직여!”
작전을 위해 진입을 시작했던 로빈 일행이 다급히 되돌아오고 있었다.
“함정이다! 전원 전투 준비!”
나는 함정에 술렁이는 일행들을 향해 소리쳤다.
“세이비어 결사단! 방어 대형으로! 모든 화력을 준비해!”
“와이트 아울 기사단! 무기를 뽑아라! 사제들은 악에 물든 짐승들을 구제하리라!”
로빈과 데릭이 단원들에게 소리치며 무장을 시켰다.
교단의 그림자인 이네스 역시 사제와 기사단을 일깨우며 무장했다.
“이네스! 축복을 부탁할게! 상황이 좋지 않아! 힘을 아껴선 안 돼!”
“알았어! 사방이 가득한 악의에서도 흔들리지 않을 불굴의 용기를─”
이네스와 사제들의 기도에 환한 신성력이 우리를 감싸기 시작했다.
[축복 – ‘멈추지 않는 힘’을 받았습니다. 30분간 힘이 20% 상승합니다.] [축복 – ‘어둠을 밝히는 빛’를 받았습니다. 30분간 마기저항력이 20% 상승합니다.] [축복 – ‘부러지지 않는 용기’를 받았습니다. 30분간 공포저항력이 20% 상승합니다.]나는 시시각각 중첩되는 축복을 느끼면서, 스틸스왈로우의 시선으로 전장을 훑었다.
원체 빽빽한 식생들 때문에 시야 확보가 어려웠으나, 그래도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게 나았다.
말 그대로, 사방에서 접근하는 적들.
먼저 엔트들.
쩌저적!
곳곳에 나무처럼 위장해있던 엔트들이 뿌리로 이루어진 다리를 들어 올렸다.
그 크기만 5미터에서 10미터에 이르기까지.
마치 하나의 숲이 다가오는 것만 같은 광경이었다.
거대한 나무들이 뿌리를 움직일 때마다 바닥이 쿵쿵 울렸다.
컹컹!
쿠워어어!
그 반대편에서는 신수들이 끌고 온 짐승들이 수풀과 헤치며 달려오고 있었다.
마수화되고 변이하며 폭주한 짐승 떼들은 눈앞에 있는 모든 걸 잡아먹을 듯한 기세였다.
그런 짐승 떼 사이로, 검은 부엉이, 녹색 원숭이, 푸른 사슴이······ 숲의 신수들이 보였다.
키이이익!
숲 위로는 펼쳐진 거미줄을 타고 달려오는 거대한 누에 거미와 영혼을 수확하는 파리들까지.
사면초가라는 게 이런 건가.
‘젠장, 한 방 제대로 먹었어.’
이미 우리는 함정이라는 거미줄에 걸린 벌레나 다름없는 상황이었다.
어설픈 발버둥은 거미줄을 더욱 옭아매게 만들뿐.
‘한 번에 세 무리랑 충돌하면 순식간에 궤멸할 거야.’
그렇다고 한 방향으로 도주하는 것도 어려웠다.
나무 위를 기어 다니는 거미들과 짐승 떼에 공격당하면 그대로 전멸할 가능성이 컸다.
‘우선 무너지지 않을 벽이 필요해.’
생명의 숲은 나무들이 빽빽해 다수의 병력을 운용하기 어려웠다.
하지만 반대로 떼 지어 달려오는 변이된 짐승과 신수들 역시 뭉치기 힘들다는 것이다.
“돌격대원들! 나무 사이로 방벽을 세워! 차단선부터 만든다!”
“알았어, 단장!”
“뭐해! 다들 움직여!”
내 명령과 동시에 드렌트와 브룩이 돌격대원들을 통솔하며 움직였다.
빽빽한 나무 틈 사이로 몸을 받친 단원들이 어깨를 붙이며 방패를 세우자 꽤 긴 차단선이 형성되었다.
이걸로 짐승 떼의 충돌은 어느 정도 저지할 수 있을 것이다.
“궁수 부대! 달려드는 짐승들을 향해 화살을 쏴라! 방패조! 너희는 핸드 캐논을 준비해라!”
“마리온의 신병기를 써먹을 때가 왔군!”
단원들은 내 명령에 분주히 움직이며 화살을 쏘았다.
동시에 나는 칼라마르를 바라보았다.
“칼라마르. 먹이사슬이 무엇인지 알려줘.”
크롸라라라!
칼라마르가 대답하듯 비늘을 날카로이 세우며 자세를 낮췄다.
그때, 뒤에서 엘프 카야가 다급한 목소리로 외쳤다.
“제이드 님! 엔트들이 접근하고 있어요!”
그 말에 반대 방향을 돌아보니, 검게 물든 엔트들이 나무들을 쓰러트리고 헤치며 다가오고 있었다.
그 수만 서른이 넘어 보였다.
나는 카야와 정령술사들을 향해 소리쳤다.
“놈들의 발을 묶을 수 있겠어요?”
“시도해 볼게요! 광활한 대륙의 무수한 파편이여, 지맥에 잠든 운하의 방울이여!”
카야와 눈빛을 주고받은 정령술사들이 바닥에 손을 얹으며 소리쳤다.
그러자 엔트들 주위의 흙들이 물컹거리기 시작하더니, 한순간 거대한 늪지대가 탄생했다.
그러자 엔트들의 거대한 몸뚱어리가 한순간 기우뚱거리더니, 균형을 잃고 바닥에 처박히기 시작했다.
꾸륵꾸륵.
늪 속으로 처박혀 끌려 들어가는 엔트들.
몇몇 엔트가 나무줄기를 밧줄처럼 발사해서 다른 나무를 휘감고는 기어 올라오려 했다.
하지만 카야의 바람 정령에 의해서 줄기들이 잘려 나갔다.
우지직!
한 엔트는 자신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다리 역할을 하는 뿌리가 으스러지기도 했다.
“됐다!”
“성공했습니다!”
정령술사들이 환호했으나, 카야가 굳은 얼굴로 내게 말했다.
“당장은 시간을 끌 수 있겠지만, 저희끼리 처치하는 건 불가능해요.”
“얼마나 버텨줄 수 있지?”
“5분? 최대한 끌어도 10분 정도······ 네, 그 정도는 묶어둘 수 있어요.”
“그 정도면 충분해. 부탁하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데릭을 불렀다.
“데릭, 엘프들을 도와서 엔트들을 최대한 저지해! 싹 다 장작으로 만들어버려!”
“알았어! 맡겨만 달라고!”
데릭이 거대한 도끼를 쥐고는 앞으로 성큼성큼 걸어갔다.
마지막 한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생명의 숲 위쪽이었다.
빽빽한 수풀 사이로 늘어진 흰색의 거미줄.
키이이이!
그 위를 누에 거미들이 먹잇감을 사냥하려는 듯 몸을 움츠리고 있었다.
그런 거미들 주위로 거대한 파리들이 날아다니며 기회를 엿보듯 붉은 눈동자를 빛냈다.
그 모습에 이네스가 얼굴을 구기며 내게 설명했다.
“소울 플라이야. 영혼을 악마들에게 바치는 시종이자 마수지.”
“상대법은?”
“날아다니는 놈들 상대하는 게 다 똑같지. 날개를 맞춰서 떨어트리거나, 화살을 쏴서 떨어트려야 하지. 그것도 아니면 내려올 때까지 기다리거나.”
날아다니는 것들은 다 까다롭다.
하지만 내게는 일전에, 칼테르 요새에서 그리핀 추격대를 상대해본 경험이 있었다.
옆에서 푸른 마력의 화살 한 발이 쏘아지더니 날아드는 소울 플라이 한 마리를 터뜨렸다.
“사격 연습하기에는 안성맞춤이야.”
로빈이었다.
키이이익!
하지만 벌집을 건드린 듯이, 소울 플라이들이 동시에 날아들었고 로빈이 혀를 찼다.
“이건······ 과녁이 너무 많은데.”
또한, 누에 거미들이 나무를 타고 접근하며 거미줄을 쏘아댔다.
촤아아아악!
일시에 떨어지는 거미줄은 마치 그물망처럼 변하며 우리에게 날아들었다.
‘곤충들 주제에 연계 공격이라니.’
거미줄에 뒤엉키면 움직임이 봉쇄될 것이고, 그대로 소울 플라이한테 영혼이 뽑힐 것이었다.
거미줄을 일시에 제거할, 광역 공격이 필요하다.
“에반!”
내가 부르기도 전에 에반은 이미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머리카락이 와이어처럼 뻣뻣해지며 길어지더니, 사방으로 흩어졌고.
스스스슷!
······순식간에 거미줄을 전부 잘라내 버렸다.
날아들던 거미줄들이 사분오열되며 힘을 잃더니, 사방으로 흩어져버렸다.
놀라울 정도의 능력이다.
한편, 인디에고는 그렇게 떨어진 거미줄을 확보하기 시작했다.
“하하, 누에 거미의 거미줄을 드디어 얻다니! 이게 그렇게 귀한 재료라던데!”
인디에고는 팔에서 튀어나온 그림자 뱀을 이용해 잘려 나간 거미줄들을 한데 모으고 있었다.
“뭐, 바로 쓰는 건, 좀 아쉽지만!”
그리고 그걸 그대로 몇 개씩 뭉치더니 그대로 소울 플라이들을 향해 던졌다.
끼기긱!
끼익!?
날아들며 펴지는 거미줄들.
그것에 뒤엉킨 소울 플라이들이 우수수 추락했다.
콰직!
푸직!
이네스는 신성의 방벽을 펼쳐 떨어지는 소울 플라이들을 막아내면서 감탄했다.
이처럼, 거미줄 분사를 이용한 제압이 실패하자, 거미들이 직접 달려들기 시작했다.
키이이익!
놈들은 나무를 타고 몸을 날렸다.
육탄전을 통해서 우리에게 독침을 꽂아 넣을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건 놈들의 실수였다.
놈들 스스로가 유리했던 고지대를 포기한 셈이니.
퍼엉!
달려들던 누에 거미 한 마리가 로빈이 쏜 마력 화살에 그대로 터져나갔다.
터져나간 체액과 살점들이 숲 곳곳에 흩어져나갔다.
“심판의 쇠사슬이여, 저들을 구속하라!”
이네스는 신성력으로 이루어진 쇠사슬을 나무 사이에 이리저리 엮었다.
그렇게 탄생한 빛의 그물망에 부딪힌 거미들은, 그 충격을 받고 추락했다.
당연히 추락한 거미들은 성기사들의 메이스와 검에 곤죽이 되었다.
‘좋아. 이대로면 이쪽은 문제없겠어.’
“이네스! 여긴 마저 부탁할게!”
나는 이네스에게 나머지 거미들의 처리를 맡기며 반대편을 살폈다.
신수들과 함께 짐승 떼가 달려들던 방향이었다.
“쏴라!”
나무 사이사이에 방패벽을 형성한 돌격대원들.
그 뒤에서 수색대원들이 화살을 쏘며 저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수로 변한 짐승들은 화살 몇 발 정도는 몸으로 받아내며 밀고 들어왔다.
그 사이로 칼라마르가 뛰어들며, 달려드는 짐승들을 물어뜯고 찢어발겼다.
크롸라라!
칼라마르가 피어를 터트릴 때마다 달려들던 짐승들이 그대로 몸이 뻣뻣하게 굳었고, 달려들던 힘을 주체하지 못해서 나무에 충돌하기도 했다.
그런 놈들을 향해서 칼라마르가 발톱을 휘둘렀다.
하지만 짐승들의 숫자가 너무 많았다.
칼라마르가 신경 쓰지 못하는 부근, 늑대와 곰들이 화살비를 뚫고 방패벽에 접근했다.
“놈들이 온다!”
“충돌 대비!”
거대한 짐승들이 방패와 충돌했다.
쾅! 콰앙!
방어벽이 파도치듯 출렁거렸고, 몇몇은 뒤로 튕겨나가기까지 했다.
“큭! 버텨!”
“꺼져, 이 미친 짐승 새끼들아!”
방패 사이로 어떻게든 고개를 비집으려는 짐승들.
단원들은 어떻게든 기를 쓰며 방패로 막아냈다.
하지만 변이되어 이성을 잃은 짐승들은 전혀 모르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바로 이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것을.
“지금이다!”
내가 저지선을 향해 소리쳤다.
그와 동시에 단단히 막혀 있던 방패의 틈이 벌어졌다.
철컥!
철컥!
그 사이로 모습을 드러낸 건 대포를 작게 축소한 것 같은 모습의 무기.
마리온이 만든 핸드 캐논이었다.
“발사!”
쾅!
콰앙!
콰앙! 쾅!
일격에 수십 개의 쇳조각을 탄산으로 발사하는 핸드 캐논.
그것이 총 35정.
적어도 일천여 개의 쇳조각들이 전방의 짐승들을 그대로 찢어발겼다.
그 강력한 일격에 달려들던 짐승들이 동시에 쓰러지며, 피분수가 일었다.
수풀이 갈가리 찢어지며 무너졌고, 나무 조각들이 사방팔방으로 흩어졌다.
숲의 일면이 짓이겨지는 듯한, 압도적인 화력.
시야 속에서 움직이는 짐승은 없었다.
핏물이 넘쳐흐르며, 저지대를 타고 흘렀다.
‘좋아, 이대로라면······’
······막을 수 있다.
그런 생각이 들었을 때였다.
뒤쪽에서 카야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제, 제이드님! 엔트들이!”
고개를 돌렸다.
아직 늪은 유지되고 있었고, 늪에 빠진 엔트들은 여전히 허우적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뭐야? 엔트의 숫자가 왜······?”
그 배는 될 법한 엔트들이 나무 사이로 튀어나오고 있었다.
분명 서른 마리의 엔트였을 텐데 지금은 오십 마리는 거뜬히 넘어 보였다.
“제이드! 이 나무 새끼들, 숫자가 너무 많아! 나 혼자 처리할 수가 없겠어!”
“엔트들이 계속 몰려들고 있었어요! 이대로는 다 막기 어려워요!”
카야의 말대로였다.
심지어 늪에 빠져 있던 엔트들은 스스로 빠져나오는 걸 포기하고 발판 역할을 하고 있었다.
빠진 엔트들을 다리 삼아서 다른 엔트들이 늪을 통과하는 것이었다.
그리고, 선두의 엔트들이 커다란 바윗덩이들을 손에 쥐는 게 보였다.
“설마······.”
마치 공을 던지려는 것처럼, 그대로 손을 뒤로 젖히는 놈들.
“미친!”
단순히 돌을 던지려 하는 것이다.
하지만 저 정도 크기가 되면 공성 병기나 다름없었다.
막아야 한다!
“모노리스!”
내 의지에 호응한 모노리스가 비상했다.
동시에 여러 개의 철침으로 분화되며, 날아드는 바위들을 요격했다.
쾅! 콰앙! 쾅!
모노리스에 막혀 깨져나간 돌조각들이 우수수 떨어지는 것이 보였다.
‘······아슬아슬했어.’
하지만 이대로 방어만 할 수만은 없는 상황.
“제이드님! 늪지대만으로는 막을 수 없어요! 다른 방법이 필요해요!”
카야가 외쳤다.
쿵─ 쿵─
5~10미터에 이르는 저 거구들을 한 번에 쓸어버릴 방법이라······.
당연하지만, 웬만한 방법으로는 저것들을 멈추는 건 불가능하다.
엔트 본디 평화주의자들이라서 전쟁을 일으키는 경우는 없는 종족.
그래서 그 압도적인 체구를 두려워할 이유는 없고, 그들과 맞서 싸울 이유도 없다.
즉, 인간이든 엘프든 엔트와 상대할 방법을 고안하지 않은 게 현실이다.
‘엔트랑 싸운다는 생각은, 나도 해본 적이 없으니까.’
하지만 지금의 엔트들은 마기에 의해서 변이한 괴물들.
쿵─쿵─
저 전차 부대 같은 놈들을 저것들을 저지할 방법······.
사실, 확실한 방법이 있긴 있다.
단순하고도 확실한 방법이.
“불을 지르자.”
“······예?”
“그, 그게 무슨 소립니까?!”
내 말에 카야와 정령술사들이 다급히 말렸다.
“안 됩니다! 어머니의 숲에서 불이라니!”
“게다가 이곳은 어머니의 정원입니다! 자칫하면 정령계로도 불이 퍼져나갈 거라고요!”
“제이드. 미친 거야? 숲에서 불을 지르겠다고? 거대한 화재가 일어날 거라고!”
심지어 데릭마저 과격하다고 생각한 듯하다.
나는 방패 하나를 꺼내 들며 말했다.
“요컨대, 불이 퍼지지만 않으면 된다는 거잖아?”
은빛의 원형 방패.
정령 병기를 말이다.
[흑암(黑暗)이 사라졌습니다.] [모노리스를 소유하고 있습니다.] [새로운 소유권이 인정됩니다.] [정령 병기 – 이프리트를 사용할 수 있습니다.]“소환. 이프리트.”
방패로부터 붉은빛이 터져 나왔고.
빽빽한 나무숲의 어둠을 층층이 밀어내며.
거대한 불의 정령이 모습을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