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270)
270화
‘별의 군대라고?’
나는 그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별의 군대.
본래 망령왕의 군대에 붙여졌던 별칭이니까.
그것이 지금, 단원들에게, 내 병력에게 붙여진 것이다.
나는 그걸 읽으며 본래 나의 역할을 상기했다.
‘용병왕이었지······ 나는.’
그래. 나의 원래 포지션은 용병왕.
즉, 부하들과 함께 성장하는 게 올바른 성장법이다.
그게 이 서사에 맞는 병력을 만들어 낼 힘이다.
나는 고개를 돌려 단원들을 바라보았다.
단원들 역시 무언가 달라졌다는 걸 깨달았는지 제 몸을 두리번거렸다.
“힘이─”
“너도 느껴져?”
“뭐지, 이 충만감은?”
그런 단원들의 주위로 흑암성계 특유의 검보라빛 기운이 응집했다.
마치 오러처럼 무기와 갑옷 곳곳에서 일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이 마치 어딘가 신성한 느낌마저 들었다.
무력 또한, 확연히 달라졌다.
아니, 압도적으로 증가했다.
“이걸로 열 마리로군.”
“열 마리? 큭. 로빈, 난 열두 마리 잡았다!”
“한 번에 잡은 숫자를 말한 거다.”
“그, 그러면 나는 악마 열 한 마리 잡았거든!”
“······너네, 언제까지 그러려는 거야?”
로빈과 데릭의 티격태격하는 모습에 드렌트가 한 소리하는 게 보였다.
실없는 대화들이다.
역대 최악의 재앙에 둘러싸인, 절체절명의 순간에 치는 대사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하지만 녀석들의 움직임은 그런 여유를 품을 수 있을 만큼 극적으로 바뀌었으니.
피유우웅─!
로빈이 활을 쏘자, 달려들던 마수 서너 마리의 머리가 관통됐다.
콰직!
데릭이 도끼를 휘두르면 전방의 마수들이 그 궤적에 절단되었다.
지금 우리는 적들의 공세를 막고만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힘이 마왕의 군대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이 자식들, 갑자기 왜 이리 비실거리지?”
“덤비라고! 고작 이거냐!”
난이도 자체가 쉬워졌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단원들의 기세가 바뀌자 마수들은 쉽사리 다가오지 못했다.
그러자 곳곳에서는 중하급 악마들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 너희의 목을 왕께 바치리라!
– 그 목을 자르고 몸뚱이를 넘겨라!
지네의 몸에 잠자리 얼굴을 한 악마와 촉수로 꿈틀거리는 악마가 뛰쳐나왔다.
“어딜!”
“저리 꺼져!”
하지만 곧 브룹과 롭의 공격에 순식간에 베어 죽어버렸다.
로빈과 데릭이 아닌, 다른 단원들조차도 혼자서도 하급 악마를 상대할 수 있을 정도로 강해진 것이다.
쿵.
그때 저 앞으로 웬 거인이 걸어오고 있었다.
자세히 보니 그 모습이 라웨굴과 닮아 있었다.
창백한 회색의 피부, 이음새 곳곳에서 흐르는 검은 피까지.
“언데드인가.”
아마 마이어스가 죽은 라웨굴을 이용해 창조한 듯했다.
그 크기는 라웨굴의 절반 정도.
그것만으로도 10여 미터나 되니, 마치 벽 하나가 서 있는 것 같았다.
– 그르르륵.
언데드 라웨굴은 마수 따윈 신경 안 쓴다는 듯 그대로 팔을 휘둘렀다.
콰과과광!
채찍처럼 휘둘러진 팔에 마수도, 악마도 그대로 터져나갔다.
아군들과 함께 우리를 죽이겠다는 의도가 빤히 느껴졌다.
하지만.
쿵!
채찍처럼 휘두르던 라웨굴의 팔이 중간에 멈췄다.
다섯 명의 단원이 방패를 들어 일시에 막아낸 것이다.
“뭐야, 라웨굴이란 놈은 존나 무서워 보였는데······ 이 녀석은 막을 만하잖아?”
“흐흐. 원래 덩치 큰 놈들이 실속 없는 법이지.”
– 크륵······!
당황한 듯 주춤하는 라웨굴의 언데드.
나는 씨익 웃으며 단원들을 향해 말했다.
“자, 이제 반격을 시작해보자고.”
* * *
한편, 칼테르 요새의 성벽은 조용했다.
옆에 선 병사의 숨소리마저 들릴 정도로.
그들은 모두 제이드를, 그리고 그의 단원들을 지켜보았다.
포탈을 들어갔다가 나온 제이드.
그가 검을 만들어 내더니, 그의 주변으로 검보라빛의 마력이 피어오르며 영역이 만들어지더니.
그 안에 있던 단원들 역시 말도 안 되게 강해졌다.
공격 하나하나가 필살에 가까웠다.
“맨티스 스파이더를 일격에 죽였어······ 중급 기사 두 명이 있어야 간신히 죽이는 마수인데.”
“중급 기사와 비교할 게 아니야. 상급 기사······. 상급 기사는 되어야 할 거라고.”
그것도 뒤는 신경 쓰지 않고, 모든 힘을 쏟아부어야 겨우 펼칠 수 있는 위용이었다.
그런데 저들은 그런 위력을 계속해서 선보이고 있었다.
쉬지도 않는다.
가볍게 느껴진다.
어찌 경악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때.
그들을 향해서 언데드 라웨굴이 다가가는 게 보였다.
“아─”
“안 돼.”
성벽 곳곳에서 탄식이 터져 나왔다.
모든 힘을 쏟아 싸우고 있는 저들이 과연 라웨굴을 막을 수 있을까?
놀랍게도 그들은 막아냈다.
채찍처럼 휘둘러진 팔을 고작 다섯 명으로 막아내는 게 보였다.
“말도 안 돼 막았잖아!”
“마수들의 몸통도 터져나갔는데······?!”
그때, 후열에 있던 로빈과 그룬이 화살을 날렸다.
콰아앙!
화살이 박힐 때마다 언데드 라웨굴의 신형이 휘청이는 게 보였다.
“화살로 저만한 위력을······!”
“저들이 들고 있는 게 정말 활이라고?”
그때, 라웨굴의 다리 위로 두 사람이 뛰어올라 무기를 휘두르는 게 보였다.
드렌트와 데릭이었다.
쾅! 콰직!
각각 도끼와 창에 거대한 무릎이 찍히고 꿰뚫렸다.
한순간에 다리가 이상한 각도로 꺾인 라웨굴이 균형을 잃고 쓰러졌다.
“대체 저들은······.”
그 믿기지 않는 무위에 로지네 추기경이 중얼거렸다.
당황스럽고도 경악하게 된다.
경외심마저 들게 만든다.
그들의 몸을 감싸는 검보라빛 마력까지.
어딘가 신성하게 느껴지는 모습이었기에, 신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 것만 같았다.
‘······내가 무슨 생각을!’
자신도 모르게 불경한 생각을 한 로지네 추기경이 화들짝 놀랐다.
하지만 그만큼 놀랍고, 존경하게 될 정도의 모습이었다.
동시에.
“피가 끓는군.”
감상을 내뱉은 로지네 추기경이 주먹을 꽉 쥐었다.
제이드와 그의 동료들이 펼치는 무위.
자신도 저 신화에 동참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리고 그 순간.
퍼어엉!
저 멀리서 붉은 조명탄이 터졌다.
제이드가 보낸 신호였다.
그리고 그 신호의 뜻은······.
‘합류.’
신화의 한 장면으로 여겨질 정도의 전투.
그곳에는, 우리도 있다.
요새에 대기하던 모두가 그 사실을 상기했다.
두근!
기사들의 심장이 뛰었다.
자신들도 제이드처럼 신화의 주역이 될 수 있다는 생각에.
두근!
용병들이 흥분했다.
이 전장에서 살아남고 승리한다면, 자신들은 제이드의 전설 속에 속하는 것이다.
사제들도, 주술사도, 마법사도.
······그리고 지휘관들까지.
미하일 총사령관, 마누스 국왕 루퍼스. 그리고 카웰 황태자.
서로가 시선을 교차하며 고갤 끄덕였다.
이내 다 함께 칼을 뽑아 들며 소리쳤다.
“제이드에게 합류하라!”
와아아아아─!
제이드.
그리고 세이비어 결사단.
그들에게 감화되어 용기를 얻은 군대가.
성문 밖으로 돌격하기 시작했다.
반격이었다.
* * *
칼테르 요새 안에서 번데기처럼 움츠리고 있던 군대가 성문을 열고 돌진했다.
전장으로. 적의 심장으로.
“악을 처단하라!”
“오늘! 우리는 새로운 신화를 쓸 것이다!”
오러를 방출한 채 검을 휘두르는 기사들.
“크하하! 죽어라 더러운 마수들아! 내가 바로 강철 수염 탕타르다!”
“피도끼 톰브리오가 오늘 반드시 악마의 목을 벨 것이다!”
눈을 빛내며 제 이름을 외치는 용병들.
그들은 마치 하나의 광신도라도 된 것처럼 마수들을 향해 달려가 베어내며 세이비어 결사단에게 힘을 보태었다.
사제들은 부상자들을 돌보며 축복을 내렸고, 주술사들은 병사들의 신체에 힘을 불어넣었다.
당연히, 세이비어 결사단 역시 더욱 탄력을 받아 악마들을 쓰러트려 가기 시작했다.
크롸라라라!
그때 전방에서 터져나온 흉포한 울음에 몇몇이 고개를 돌렸다.
제이드의 상징이라고 할 수 있는 칼라마르가 마수들을 찢어발기고 있었다.
이제는 록드레이크보다 해츨링이라는 명칭이 더 어울릴 듯한 외형을 가지게 된 칼라마르.
녀석이 잠시 숨을 들이켜곤 커다란 피어를 발산했다.
그러자 한 무리의 마수들이 눈이 뒤집히며 의식을 잃었다.
그곳을 향해 광범위한 브레스를 뿜어내자, 마수 수십 마리가 일순간에 잿더미로 변했다.
그럴 때마다 죽은 자리에서 남은 마기들은 흑암성계에 흡수되었고, 흑암성계의 영역은 더욱 확장되어 갔다.
결정적으로.
“마기 폭발.”
제이드가 검기를 날리자 광범위로 터져나가는 마수들.
와아아아─!
그 광경에 전장의 함성이 보다 강렬하게 울린다.
희망을 얻었거나, 신화를 보았다.
그리고 지금.
승리에 한 발짝 더욱 다가간 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하늘에서 지켜보는 한 존재가 있었으니.
마왕.
마이어스.
그는 무감정한 얼굴로 아래의 전장을 내려다보았다.
인간을 초월하며 얻은 힘을 통해서 느낄 수 있었다.
전장 곳곳에서 죽어 나가는 마수와 악마들.
균형이 무너진다.
밀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 밀린다고? 나의 군대가?
마이어스는 그 광경에 미간을 구겼다.
– 건방지구나.
불쾌함을 느낀다.
네놈들이 신화를 쓴다고?
신화란 무릇 인간이 이룩할 수 있는 게 아니다.
– 보여주마. 진정한 신화를.
마이어스가 양손을 펼쳤다.
화륵! 화륵! 화륵!
열 손가락의 끝에선 검은 마기가 불꽃처럼 피어올랐다.
마이어스는 두 손을 하늘에다가 가져다 대었고.
움켜쥐듯 잡은 뒤, 좌우로 팔을 펼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쩌적! 쩌저적!
검은 마기로 뒤덮인 하늘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 속에서 드러난 건 붉은 균열.
세상을 다 덮을 정도의 거대한 균열이 하늘 위로 펼쳐졌다.
그 크기는, 이 자리에서 볼 수 있는 모든 하늘이었다.
바위산 전체가 모조리 균열에 뒤덮은 것이다.
그러한 것이 하늘에, 머리 위로 펼쳐지자, 전장의 모두는 자연히 고개를 들 수밖에 없었다.
그건 포탈이었다.
하늘을 대체한 거대한 포탈.
그 안에서 비친 건······
“······땅이잖아?”
“나무? 산들도 있어!”
마치 세상을 거꾸로 뒤집은 듯한 광경이 펼쳐져 있다.
언뜻 봐서는 거대한 바위를 떨어뜨리려는 것처럼 보였다.
도로시가 그러했듯 말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대재앙이겠다만.
“자, 잠깐 뭔가 이상한데······.”
저것은 바위가 아니었다.
뒤집혀 있었으나, 그것은 지형이었다.
산이 있었고 물이 흐른다.
하나의 세계였다.
그저 반전되어 있을 뿐.
그렇다면, 무엇을 소환한 것이란 말인가?
이윽고, 반전된 세계에서부터 무언가 떨어지기 시작했다.
“······비?”
키텔로 레인저 한 명이 고갤 갸웃하며 떨어지는 점들을 응시했다.
점들이, 무수히 많은 점이 반전 세계로부터 떨어진다.
그런데 그 점들이 점차 커지고 있었다.
“자, 잠깐 저거······!”
“마수다! 마수가 하늘에서 떨어진다!”
“피, 피해! 피하라고!”
각종 마수.
악마들이 뒤집힌 세계로부터 떨어져 나와서, 이 세계로 추락한다!
그 광경에 몇몇 마법사들이 진실을 깨닫고 경악했다.
“미친! 마계를 뒤집었어!”
“젠장! 다들 배리어를 펼쳐!”
마계와 이 땅의 하늘을 서로 연결했다.
그리고 마계에 모든 것을 이 땅에 낙하시켰다.
떨어진다.
오만가지의 마수와 악마들이.
그리고 바위와 나무들이.
중력을 머금은 채, 아군의 머리 위로 쏟아진다.
“피해라!”
“다들 방패를 들어!”
전열 곳곳에서 다급한 소리가 터져 나왔다.
쾅! 콰앙! 쾅!
마치 포격처럼 곳곳에서 떨어진 마수들에 병사들이 휩쓸렸다.
운이 좋은 누군가는 피하거나 막아내었지만, 대다수는 대응도 못 한 채 깔려 비명횡사했다.
– 나를 향해 조아려라.
마이어스는 추락해 살아남은 마수들을 지배했다.
추락해 그대로 죽은 마수들은 합성하여 새로운 악마들로 창조해냈다.
승기를 끌어오리라 생각했던 전투의 방향이 수세로 몰리기 시작했다.
“막아! 으아아악!”
“사, 살려줘!”
각성한 제이드와 세이비어 결사단은 여전히 버티고 서 있었으나, 다른 이들은 아니었다.
자신 있게 출격했던 이들의 얼굴에 당혹감이 들어서기 시작한 그 순간이었다.
그런데, 하늘에서 또 다른 이상 징후가 벌어졌다.
“저건······?”
병사들을 지휘하던 카웰 황태자가 한 곳을 응시했다.
저 멀리, 바위산 꼭대기.
그곳에서부터 웬 배들이 보이는 게 아닌가?
“······비공정?”
카웰은 당황했다.
하늘을 나는 배라면, 비공정뿐이 아니던가?
하지만.
‘그건 요새에 있을 텐데? 아니, 비공정은 한 대밖에 없는 게 아니었나?’
바로 알바트리온 말이다.
심지어 마계 원정을 갔다 온 알바트리온은 이미 한 차례 크게 파손된 상황.
현재는 운용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지금 보이는 비공정의 수만 30척이다.
그 크기도 알바트리온의 배는 되어 보였다.
그러다 문득, 카웰은 비공정의 모습이 이상하다는 걸 깨달았다.
“저건······ 비공정이 아니군.”
비공정의 외형은 낡아 삭았고, 부서진 부분이 곳곳에 보였다.
활짝 펴진 돛은 길게 찢어졌으며, 배의 척추라 할 수 있는 용골은 전부 부서져 있었다.
그래, 그 모습은 마치······
“······난파선?”
난파선이다.
바다 한가운데에 오래도록 침몰했을 것 같은 난파선.
그런 난파선들이 하늘을 날고 있다니?
너무나 기이한 모습에 급박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카웰은 난파선들을 바라보았다.
그런데 그때.
난파선들이 한순간 머리를 아래로 향하더니.
마수들의 머리 위로 처박히기 시작했다.
콰아앙! 쾅! 콰앙!
득세하던 마수들이 추락하는 난파선에 집어삼켜지고 짓뭉개진다.
이윽고.
파편이 비산하는 난파선 사이에서 녹색의 형체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 가자, 별빛의 기사들이여!
– 악마와 마수들을 몰살할 시간이다!
– 만 년 동안 응어리진 우리의 분노를 보여주마!
그건 유령들이었다.
기사들이나 입을 갑옷으로 구성된 유령 기사들.
쾅! 콰앙!
난파선들이 땅에 곤두박질칠 때마다 그 배에서 뛰쳐나온 유령 기사들이 사방의 마수들을 베어냈다.
그 모습이 마치 녹색 파도가 마수와 악마들을 휩쓰는 것만 같았다.
“이, 이게 무슨─!”
“유령들? 유령들이 어째서?”
모두가 당혹해하는 그때.
쿵!
하늘에서 뛰어내린 한 유령 기사가 외쳤다.
– 제3 별빛 군단장, 아이덴그르트! 모든 군단을 찾아 주군께 이끌고 왔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