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271)
271화
인(人)과 마(魔).
두 세력의 전투는 극적으로 치닫고 있었다.
하늘에서 쏟아지는 마수들을 피하며 눈앞으로 달려드는 악마의 목을 꿰뚫는다.
양쪽 모두 광포하게 소리를 지르며 무기와 발톱을 마구잡이로 휘둘렀다.
어느 한쪽이 사라지기 전까진 멈추지 않겠다는 강렬한 의지. 혹은 본능이었다.
그들이 흘리는 피는 전장의 바닥을 데웠고, 가쁜 호흡은 전장의 공기를 달궜다.
그러던 차였다.
치열한 전장에는 새로운 바람이 분 것은.
쾅! 콰앙! 콰아앙!
마수들의 머리 위로 난파선이 추락했다.
하늘을 바다 삼아 나타난 배들이 침몰하듯 마수들을 덮치며 파괴되었다.
쿠르릉!
판자들이 박살 나며 일으킨 먼지 폭풍이 전장을 뒤덮었다.
휘오오오오.
다시금 바람이 불어서 먼지 폭풍을 밀어냈다.
그런데 후끈 달아오른 전장에서, 바람만은 서늘했다.
모든 걸 냉랭하게 식혀버릴 만큼 스산했다.
피가 끓던 병사들은 오한을 느꼈고, 전투에 달아오르던 전장엔 서늘한 공기가 감돌기 시작했다.
그때.
뿌연 먼지 사이에서 무언가 일렁였다.
어딘가 음산하고 서늘하게 느껴지는 녹색의 빛.
이 서늘한 기운이 망자의 것이라는 걸 깨달은 순간.
자욱한 먼지 사이로 갑옷들이 뛰쳐나오기 시작했다.
– 가자! 별빛의 기사들이여!
“유, 유령이다!”
“다들 뒤로 물러서!”
그 정체를 깨달은 이들은 기겁하며 물러섰다.
추락한 배를 뚫고 나타난 유령 기사들.
그들에게 쉽게 당하지 않겠다는 듯 마력을 피워올리며 대비했다.
그런데.
– 악마와 마수들을 몰살할 시간이다!
– 만 년 동안 응어리진 우리의 분노를 보여주마!
그들의 목표가 예상과 달랐다.
눈가에서 푸른 귀화를 피워올린 유령들은 기다렸다는 듯 마수와 악마들에게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응?”
“뭐, 뭐야!? 악마와 같은 편이······ 아니야?”
전장의 모두가 당혹했다.
전장의 대부분은 그들의 등장에 당혹했다.
무릇 유령이라 하는 존재들은 영계에서 빠져나온 영혼이 실체화된 존재들이다.
생에 집착하며 육신을 탐하는 존재들.
그들을 선과 악으로 구분한다고 하면 단연코 악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지금은······
– 감히 유령 주제에 주제도 모르고 설치는구나!
– 흥! 세상이 많이 바뀌었구나! 고작 하급 악마 따위가 내게 발톱을 내보이다니!
– 크아아악!
녹색으로 빛나는 갑옷으로 이루어진 유령 기사들.
그들의 검이 향한 곳은 악마와 마수들이었다.
‘유령이······ 우릴 돕는다고?’
미하일은 악마의 공격을 쳐내고 목을 베어내는 유령 기사들을 바라보았다.
녹색으로 빛나는 몸.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 피어오르는 푸른 귀화.
분명한 유령이다.
그런데 왜 저들이 자신들을 돕는 것이란 말인가.
심지어 저 유령 기사들은 악마와 마수들을 상대하는 게 능숙해 보였다.
악마들이 날린 저주도, 마수들이 판 함정도 능숙하게 파훼했다.
마수들은 눈 깜짝할 사이에 목이 베였고, 악마들은 고통에 울부짖었다.
‘평범한 유령들이 아니다······ 대체 뭐지?’
저들의 정체는 무엇인지.
어디서 왔는지.
심지어 자신들을 돕는 이유는 뭔지.
도움을 받아도 괜찮은지.
하나도 알 수 없어 당혹스러워하는 그때였다.
– 제3 별빛 군단장, 아이덴그르트! 모든 군단을 찾아 주군께 이끌고 왔나이다!
하늘에서 추락하는 난파선에서 뛰어내린 한 유령 기사.
그가 자신의 주인을 찾아 부르짖은 것은 말이다.
그 말을 들은 모두가 눈을 번쩍 떴다.
‘주군이라고?’
‘대체 누가? 설마 주술사인가?’
이만한 유령들을 거느리고 전투에 참전한 자가 있단 말인가?
미하일을 비롯한 기사와 용병들이 힐끔 고개를 돌렸다.
주군이라 불린 이의 얼굴을 보기 위해서.
그리고 그곳에 서 있는 건······
“음?”
“제, 제이드 백작?”
······제이드였다.
* * *
– 주군이시여! 제3 별빛 군단장 아이덴그르트, 지금 복귀했습니다.
내 앞으로 달려온 아이덴그르트가 무릎을 꿇었다.
녹색으로 빛나는 갑옷과 눈가에 피어오르는 푸른 귀화.
그런 갑옷 곳곳에 새겨진 문양은 그가 고대의 존재임을 알게 해주었다.
그는 다름 아닌 고대 망령왕의 부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내게 충성을 맹세한 유령 기사였다.
“그래, 아이덴그르트. 목적은 이루고 돌아온 건가?”
나는 아이덴그르트를 보며 씨익 웃었다.
물론 대답은 듣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온 사방이 녹색의 영체들로 들썩였으니까.
– 예! 주군의 자비 덕분에 옛 동포들을 구해낼 수 있었습니다.
긴급한 사정으로 떠났던 부하가 더욱 강해지거나, 증원군을 이끌고 오는 이야기.
흔히 있는 클리셰다.
나 역시 마계 원정이 끝난 뒤, 아이덴그르트를 보내주었다.
깊은 바닷속에 수장된 동료들을 데려오라고 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보다시피······
‘······제대로 떡상한 거지.’
옛 동료들을 데려온 아이덴그르트가 시기적절한 타이밍에 합류했다.
그 덕에 자칫 커질 수 있던 피해를 막아내고 있었다.
나는 절로 흡족한 미소가 지어지는 걸 느끼며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들을 바라보았다.
[강한 원혼들의 분노와 투지가 들끓습니다.] [영광의 와일드헌트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그들은 생의 목표를 이루기 전까지 충성을 바칠 것입니다.]생의 목표.
그건 마계를 정벌하고, 마왕을 잡는 것이다.
즉, 아이덴그르트가 데려온 이들 역시 내게 충성을 바칠 수 있다는 뜻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 주군이시여. 주군께 소개해 드릴 자들이 있습니다.
자리에서 일어나는 아이덴그르트가 운을 띄우자, 양옆에서 유령 기사 둘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 과거, 저와 함께 첫 번째 주군을 모셨던 이들. 제1 그리고 제2 별빛 군단장입니다.
양옆에 선 유령 기사들은 나와 주변에 퍼진 흑암성계를 보며 놀란 듯 중얼거렸다.
– 정말로······ 주군이 가졌던 별의 힘이 느껴지는군.
– 아이덴의 말이 사실이었군요.
그리고 곧장 내게 무릎을 꿇으며 말을 이었다.
– 제1 별빛 군단장, 리아몬드입니다. 바닷속에 잠긴 저희를 구해주었다 들었습니다.
– 제2 별빛 군단장, 미에레스입니다. 동포들의 원한을 풀어주셔서 감사해요.
나는 둘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의 이름은 제이드. 너희의 생각대로 별의 힘을 이은 자다. 그리고 너희의 숙원을 이뤄줄 자이지.”
– 숙원이라 하심은······.
내 말에 리아몬드가 되물었다.
“악의 종말.”
화륵!
내 말에 두 군단장이 반응하며 귀화가 타올랐다.
“너희의 과거를 보았다. 마계의 군주를 죽이고자 했지만, 끝내 이루지 못했지.”
나는 리아몬드와 미에레스를 일으켜주었다.
실패했던 과거의 언급 때문일까?
그들의 영체에서 서늘한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쩌저적!
둘의 어깨를 잡고 있던 건틀릿에 작게 서리가 피었다.
하지만 나는 내색하지 않고 그대로 말을 이어 나갔다.
“과거, 너희가 잡고자 했던 마계의 군주는 죽어 사라졌다. 하지만 그에 상응하는, 아니 그보다 더욱 위험한 마왕이 탄생했지.”
– 마왕······ 말입니까?
“그래. 너희도 느끼고 있을 거다. 저 하늘에 있는 악마의 힘을.”
둘의 시선이 하늘로 향했다가 다시 내게 돌아왔다.
“놈을 잡기 위해서는 너희가 필요하다. ······함께 하겠나?”
화르르륵!
그들의 고조된 감정을 대변하듯 눈의 귀화가 크게 터져 나왔다.
쿵! 쿵!
이내 리아몬드와 미에레스가 가슴을 두드리며 외쳤다.
– 제1 별빛 군단장, 리아몬드. 주군께 충성을 바칩니다!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 제2 별빛 군단장, 미에레스. 악의 화신이 사라질 때까지, 주군으로 모시겠어요.
나는 씨익 웃으며 명령을 내렸다.
“나의 목표는 마왕을 죽이는 것. 그러니 너희는······ 마왕의 군대를 격퇴해라!”
– 맡겨 주십시오!
– 맡겨만 주세요!
내 명령이 떨어지자 둘은 곧장 땅속으로 들어가더니 각기 제 부하들의 근처로 나타났다.
– 새로운 주군께서 명령하셨다! 마왕의 군대를 쓰러트려라!
– 별의 군대여! 그대들의 임무를 수행할 때입니다!
두 군단장의 함성이 전장을 크게 울린 순간.
유령 기사들의 몸에서 일제히 터져 나온 푸른 귀화가 전장에 드리운 어둠을 밝혔다.
– 와아아아아아!
– 오늘 우리는! 이루지 못한 한을 풀고 마리라!
함성을 외친 유령 기사들은 곧장 마수들을 향해 쇄도했다.
어떤 이는 높이 뛰어올랐고, 누군가는 아군들을 통과해 달려 나갔다.
그 모습을 멀리서 바라보니, 마치 물결치는 녹색의 파도와도 같았다.
아군은 건들지 않는. 하지만 적들에겐 일말의 자비조차 없는 거칠고, 서늘한 파도 말이다.
그에 마수들 역시 이빨을 드러내며 달려들었다.
마수들의 검은 파도와 유령들의 녹색 파도가 격돌했다.
쾅!
두 파도는 서로 집어삼킬 듯 격렬하게 부딪혔다.
하지만.
끝내 집어삼켜지는 건 마수들의 파도였다.
– 놈들은 악이다! 그 어떤 자비도 보이지 말아라!
마수들과 충돌한 기사들의 몸에서 ‘망자의 기운’이 피어올랐다.
유령들이 등장했을 때 일대의 기온이 낮아지는 현상이 있다.
그게 바로 망자의 기운.
그리고 유령기사들은 그 유령 중에서도 가장 진한 한을 품은, 최고위 존재.
그들이 뿜어내는 망자의 기운은 혹한─ 아니, 절대영도에 가까웠으니.
쩌적! 쩌저적!
발톱을 세우던 마수들의 팔과 다리가 그대로 얼어붙었고, 부서지기 시작했다.
기세를 잃은 마수들은 녹색에 파도에 그대로 집어삼켜졌다.
일제히 검이 휘둘러지고, 날카로운 창이 꿰뚫는다.
공격은 통하지 않는다.
노련한 기사들의 방패는 발톱이 파고들 틈조차 내주지 않았다.
크워어억!
캬아아악!
마수들은 정말 거대한 파도를 상대하는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버둥거리다가 쓸려나갔다.
망령왕이 이끌던 고대의 전사들.
그들의 힘은 내 기대 이상이었다.
‘아니······ 가히 압도적이다.’
나는 녹색의 파도를 응시했다.
마수들을 격멸하는 유령 기사들의 몸으로 검보라빛 기운이 스며들고 있다.
단원들이 별의 군대로 각성한 뒤 보였던 현상과 똑같다.
‘흑암성계의 힘이 저들을 강화하고 있는 거야.’
넓게 펼쳐진 흑암성계가 유령 기사들을 강화한다.
유령 기사들이 마수들을 처치할수록 흑암성계의 영역은 더욱 넓어진다.
그 순환이 이어질수록 마수들이 줄어드는 속도가 빨라진다.
‘이길 수······ 있다!’
머릿속으로 뭉뚱그려 상상하던 모습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내 머릿속에서 그려지기 시작했다.
마왕을 이기고 승리하는.
하여 엔딩에 도달하는 모습이 말이다.
씨익.
희망에 부푼 입꼬리가 절로 올라갔다.
그러던 그때였다.
띠링!
메시지가 떠올랐다.
“뭐야, 이건······ 아무리 봐도 퀘스트 같은 게 아니잖아?”
차라리 채팅 같다.
나에게 시스템 메시지를 전달하던 존재.
그 정체불명의 존재가 내게 개인적으로 말하고 있다.
메시지를 읽으며 그자가 지금, 나를 지켜보고 있다는 걸 알았다.
동시에 그자의 감정을 느꼈다.
이 순간을 오랫동안 기다려 왔다는 것을.
‘물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라고.’
나는 어딘가에서 듣고 있을 존재를 향해 말했다.
“이쯤 했으면 됐잖아. 얼굴 좀 보자고.”
띠링!
[나중의 일입니다. 집중하세요.]“큭.”
끝까지 아주 철두철미하네.
‘그래도 뭐······ 이 정도면 긍정의 뜻 아니겠어?’
스릉!
나는 마기 포식자를 쥔 채 칼라마르의 등에 올라탔다.
여전히 별의 군대는 마수들을 밀어붙이고 있었고, 그 뒤로 미하일을 비롯한 지휘관들이 병력을 이끌고 전투를 벌이고 있었다.
나 역시 합류하려는 그 순간이었다.
[영광의 와일드 헌트가 진행 중입니다.] [막대한 음기가 전장에 퍼집니다.] [영계의 힘이 더욱 강력해집니다!]유령 기사들의 기세가 더욱 강해졌다.
반대로 마왕의 군대는 위축되었다.
문득.
메시지를 읽으며 그런 생각이 들었다.
영계.
망자들이 가는 영혼의 세계.
어쩌면······ 세계수가 그랬듯, 영계 역시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공간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말이다.
[영계의 문이 열립니다.]그리고 그 순간.
휘오오오오─
기이한 녹색의 기류가 전장을 감쌌다.
맨 처음, 유령 기사들이 등장했을 때와 같은 서늘한 바람이었다.
소용돌이치며 하늘로 솟구친 기류는 녹색의 운무가 되어 하늘을 감쌌다.
그리고 녹색의 운무 속에서 무언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하늘에 떠 있다기엔 심히 이질적이고 기이했다.
“저건······ 문?”
원형으로 소용돌이치는 녹색의 운무.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것은 문이었다.
성의 문을 연상시키는 두껍고도 거대한 강철의 문.
그것이 땅을 마주 본 채 모습을 드러냈다.
쿠구구구구.
그 문이 양쪽으로 갈라지며 열렸다.
그리고 그 순간.
마왕의 군대를 밀어붙이던 유령 군단이 크게 요동쳤다.
그건 내 옆을 보좌하던 아이덴그르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 아, 아아! 이 기운은······! 이 기운은······!
“아이덴그르트! 무슨 일이냐!”
갑자기 부들부들 몸을 떠는 그의 모습에 나는 되물었다.
– 느껴집니다! 오래전······ 충성을 맹세했던 그분의 힘이!
대답하는 그의 모습은 감격과 환희에 찬 듯한 모습이었다.
유령 군단 역시 비슷한 낌새였다.
“힘이라고? 그분? ······잠깐 설마?”
아이덴그르트가 존칭을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
아니, 단둘이라고 해도 될 정도다.
‘한 명은 나. 그리고 다른 한 명이라 한다면······.’
나는 천천히 하늘을 향해 고갤 들었다.
문 속에서 수많은 빛무리가 날아오고 있었다.
녹색으로 이루어진 빛무리들.
그건 유령 기사들이었다.
내가 이끄는 유령 기사들 보다 두 배는 될 법한 규모의 유령 기사들.
– 악을 처단하라!
– 이번에야말로 모든 것을 끝장내리라!
그들은 한순간 폭포처럼 쏟아지며 마왕의 군대를 압도했으며, 학살했다.
– 별의 군단이여! 우리는 멈추지 않는다!
그 순간, 나는 선두에 말을 탄 한 유령이 눈에 들어왔다.
다른 유령들과 달리 말을 탄 채 수많은 유령을 이끄는 존재.
그런데 그 모습은······
“······카일?”
카일과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그리고 그때, 내 머릿속으로 몇 가지 기억들이 떠오르고 조립되었다.
용사 카일.
흑암성의 두 번째 후계자.
카일이 가지고 있던 망령왕의 펜던트.
마지막으로······ 똑 닮은 듯한 외모까지.
그리고 직감했다.
저 존재가 카일의 먼 조상이라는 것을.
그리고······ 저 존재가 내가 그리도 찾았던 망령왕이라는 것을.
악을 쓸어버리는 데 실패하고, 후대에게 힘을 넘긴, 첫 번째 용사.
그때였다.
유령 기사들을 지휘하던 망령왕이 유령마를 탄 채 이쪽으로 날아온 것은.
히히히힝!
푸른 귀화에 휩싸인 유령마가 칼라마르의 옆에 착지했다.
그리고 내 옆에는 첫 번째 용사가 섰다.
– 아아! 주군이시여!
아이덴그르트가 불꽃으로 된 눈물을 흘리는 그 순간.
다른 유령들과 달리 생전의 모습을 갖춘 유령.
카일을 닮은 사내가 나를 바라보았다.
나 역시 그를, 망령왕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드디어 만났네.”
– 드디어 만나는군.
누구랄 것 없이 입을 뗐다.
피식 웃은 망령왕이 이어 말했다.
– 자네의 활약. 이전부터 지켜보고 있었다.
“당신도 이 시스템과 한패인가?”
망령왕은 의외의 질문을 들었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그리곤 피식 웃으며 고갤 끄덕였다.
– 뭐, 어떤 의미에서는 동업 관계지. ······묶여있다고 할 수도 있고.
나는 그를 향해 십수 년간 묻고 싶었던 것을 물었다.
“대체 시스템은······ 그리고 너희는 무슨 존재지?”
– 그건······
내 물음에 망령왕이 천천히 입을 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