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hidden second life of the soldier RAW novel - Chapter (43)
43화
댕──!
그랑힐 시의 첨탑, 그 안의 커다란 종이 울리기 시작했다.
첨탑 위 한쪽, 10명의 흑마법사가 자신의 생명을 바쳐 만든 그 마법진이 마기를 폭주시키며 강력한 기파를 내뿜었기 때문이었다.
그 기파는 저 멀리 4구역까지 뻗어나갔고, 잠시 후 흑색의 마기가 첨탑을 향해 날아들었다.
“드디어─!”
그를 기다리던 구르달이 한껏 미소 지었다.
4구역에서 주민들을 갈기갈기 찢어서, 언데드로 만들었을 그 농축된 마기가 가득 흡수한 생기를 함께 가져올 것이다.
이로써 위대한 계획이 시작될 것이다.
이윽고 저 멀리서 커다란 마기가 첨탑을 향해 날아들었고 구르달이 그걸 감싸들었다.
“······이게, 무슨.”
마기를 받아 든 구르달의 미소가 내려갔다.
아니 도리어 크게 일그러졌다.
“이 빌어먹을─! 젠자아앙!”
악귀처럼 일그러진 구르달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
뭔가 잘못됨을 느낀 마티스가 조심스레 물었다.
“무, 무슨 일이지? 문제라도 생겼나?”
마티스가 보기엔 충분히 흉흉한 기운을 내뿜고 있었고, 그 크기도 제법이었다. 마차 하나에 가까운 크기였으니까.
하지만 흑마법사인 구르달이 보기엔 아니었다.
“부족해! 어째서 마기가 부족하단 말이냐! 분명, 이 정도 양으로 끝날 것이 아니었을 텐데!”
분명 많은 양의 마기다. 허나 이보다 더 많은 양의 마기여야 했다.
그러나 예상보다 적었다.
마치 누군가가 마기를 빼돌리기라도 한 것처럼.
게다가······.
“어째서······! 어째서 생기가 거의 없는 것이냐!”
4구역의 모든 주민의 생명력을 빨아들였어야 할 것이 어째선지 사람 대여섯 명분의 생기밖에 존재하지 않았다.
그리고 생기가 없다는 건······.
‘4구역의 주민들. 놈들이 죽지 않았다고? 몸에 흡수된 마기를 어떻게 빼낸단 말인가!’
구르달이 입술을 잘근잘근 씹었다.
계획이 어긋났다.
지금껏 계획이 어그러졌어도 구르달이 참아왔던 이유가 무엇인가?
4구역 놈들의 생명력과 마기를 전부 회수한다면 손해가 아니었으니까.
허나 지금껏 견뎌온 인고의 시간이 헛수고가 되었다.
그리고 자신이 헛수고하게, 공들인 모든 계획을 망친 주범이라면 한 녀석밖에 없다.
“제이드으으으!”
으드득.
씹혀 뜯어진 입술 조각과 함께 피가 흘렀으나 구르달의 온 신경은 마기에 쏠려 있었다.
구르달은 분노와 함께 이성의 끈이 끊어졌다.
모순적으로 구르달의 생각은 도리어 차분해졌다.
그 빌어먹을 놈을 그랑힐 시와 함께 죽음으로 뒤덮어 버릴 극단적이면서도 확실한 방법을 떠올렸기에.
구르달이 자신의 앞에서 흉흉한 기운을 뿜어내는 마기를 향해 손을 뻗었다.
칠흑보다 어둡고 끈적이는 마기가 구르달의 손을 타고 흘러들었다.
본래의 예상보다 못한 양이라지만 몇 년 동안 이백 명이 넘는 주민들에게 들어갔던 마기가 뭉친 것이었다.
구르달이 홀로 감당할 크기가 아니었다.
“크아아악!”
마기에 맞닿은 손톱이 갈라지며, 빼빼 마른 구르달이 전신이 풍선처럼 부풀기 시작했다.
한계 이상의 마기로 신체가 버티지 못하고 찢겨져 나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이미 육신은 포기했으니.
‘부족한 부분은 내 몸으로 대체한다!’
심장에 새긴 서클이 부서지기 시작했으나 구르달의 손은 멈추지 않았다.
새어나온 마기가 선형을 그리며 부푼 구르달의 몸 위로 무엇인가를 새기기 시작했다.
소환의 묘리.
본래라면 충분한 제물과 마기로 이루어져야 할 흑마법이었다.
그러나 구르달은 자신의 몸을 제물로 부족한 마기와 생기를 대체했다.
원래의 계획과는 어긋났으나 상관없었다.
“레드 혼 타우로스! 놈의 힘으로 제이드, 놈을 짓이길 것이다!”
“이보게 구르달, 이게 지금 무슨─!”
“어둠이여, 죽음이여, 분노여, 절망이여, 내게 깃들라!”
그 순간.
쩌저저적─
구르달의 몸이 붉게 달아오르며 근육이 터질 듯 부풀어 올랐다.
이미 헝겊이나 다름없어진 검은 로브가 부푼 몸을 버티지 못하고 찢겨나갔다.
굽었던 그의 등이 펴지며 그 덩치가 첨탑의 종과 비슷한 크기로 부풀었다.
동시에 양 관자놀이에서 뒤틀린 뿔이 자라나기 시작했다.
반인반수의 마물, 소의 머리를 가진 마수가 구르달의 몸으로 재현되기 시작한 것이다.
인간의 형태에서 벗어나는 기괴한 광경에 마티스는 몸을 벌벌 떨었다.
하지만 마티스는 그의 도움이 필요했다. 용기를 낸 마티스가 관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구, 구르달! 약속을 이행하시오! 내 연인 로라! 그녀를 살려내 주시오!”
마티스의 외침에 구르달이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중년의 사내였던 구르달의 얼굴은 이제 소의 형상에 가까워져 있었다.
“허억!”
그 모습에 마티스가 뒤로 한 발자국 물러섰다.
“아직도 남아 있었나? 용감해 보일 정도로 아둔하구나! 큭 좋다! 네가 사랑하던 그녀를 살려주지!”
구르달이 손을 휘저었다.
가벼운 손짓이었지만 풍압과 함께 강대한 마기가 로라의 관을 뒤덮었다.
“이걸로 네 연인은 충분히 살아날 것이다.”
“그, 그게 정말이오?”
참으로 멍청한 녀석이었다.
속으로 놈을 비웃은 구르달이 고개를 슬쩍 돌렸다.
차갑게 식은 시신 열 구가 보였다. 계획을 위한 희생으로 한 몸 바친 자신의 부하들.
“너희에게도 영광을 나눠주마.”
구르달의 손짓에 마기로 이루어진 실이 날아들었다.
마기의 실은 흑마법사들의 시신을 붙잡아 기워냈다.
애초에 한 몸이었다는 듯 뭉치기 시작하는 시신들이 점차 들썩이기 시작했다.
그워어······.
구르달의 손길에 한데 뭉친 시신들이 들썩이며 언데드 골렘으로 재탄생하기 시작했다.
‘이걸로······ 충분, 하군.’
구르달의 사고가 점차 느려지기 시작했다.
자신의 일부가 되기 시작한 마수의 의식이 점차 좀먹어가기 시작한 것이었다.
어느샌가 이곳이 답답하게 느껴지기 시작했다.
콰앙!
구르달이 팔을 휘두르자 첨탑의 벽이 터져나갔다.
답답했던 공간이 뻥 뚫리자 도시의 풍경이 들어왔다.
붉게 물든 시야로 구르달은 볼 수 있었다.
첨탑을 향해 달려오는 스무 명의 병사들.
그 가운데 병사들을 지휘하는 검은 머리의 청년.
“······제이, 드.”
자신의 계획을 계속해서 망치게 한 장본인.
“······죽인다.”
쿠워어어─!
그 외침과 함께 구르달이, 변이된 레드 혼 타우로스가 뛰어내렸다.
* * *
“모두 뒤로 물러서!”
내 다급한 외침과 함께 첨탑 위로 육중한 붉은 덩어리가 떨어졌다.
콰아앙!
강한 충격음과 함께 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이윽고 강한 풍압과 함께 그 거체의 모습이 드러났다.
데릭보다 서너 배는 더 큰 몸집.
붉은 피로 칠한 듯 달아오른 가죽이 눈에 들어왔다.
크르르르─.
소의 머리와 거대한 인간의 몸을 가진 마수, 불처럼 붉은 눈동자에 당장이라도 찌를 듯 앞으로 솟아난 뿔까지.
나는 저 마수를 알고 있었다.
“레드 혼 타우로스, 사람보다 몇 배는 센 힘을 가진 마수다! 다들 정신 바짝 차려!”
미노타우로스의 아종이자 성문 파괴자라고 불리는 마수였다.
“그건 또 어떻게 알고 있는 거야?”
“우리 고향에 은퇴한 마수 사냥꾼이 있었거든.”
“큭. 다음에 제이드네 고향이라도 한번 가봐야겠는데?”
데릭이 내 말을 비꼬면서 도낏자루를 매만졌다.
녀석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으나 숨은 가빠졌다.
늘 객기를 부리는 데릭일지라도, 이번만큼은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데릭, 힘 싸움은 최대한 피해. 힘이 세다는 오크도 쉽게 짓이기는 녀석이야.”
“그러면 어떻게 싸우란 거야.”
내 말에 데릭이 끙─ 소리를 내며 손을 뗐다.
그사이 나는 레드 혼 타우로스를 노려보았다.
나는 그랑힐 시에서 저 마수를 마주한 적이 없었다. 아예 나타난 적이 없었으니.
1회차 그랑힐 시를 점령했던 건 수백, 수천 마리의 독각충떼였으니까.
반면 이번에 상대해야 할 것은 저 거대한 소 한 마리였다.
쿵!
그때 뒤에서 엉겨 붙은 언데드 골렘이 첨탑에서 튀어나왔다.
‘젠장, 하나 더 늘었군.’
레드 혼 타우로스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마기, 그것의 영향을 받은 듯했다.
“제이드. 혹시 저 괴물을 상대할 방법도 알고 있나?”
로빈이 가라앉은 목소리로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러면서도 활시위를 바짝 당겨 언제든지 화살을 쏠 수 있게 준비하고 있었다.
“어, 두 개 있어.”
운이 좋게도, 다른 곳에서나마 레드 혼 타우로스를 상대해본 경험이 있었다.
레드 혼 타우로스의 특징은 커다란 덩치와 강한 힘, 그리고 약한 체력이었다.
녀석은 오래 움직이지 못한다. 그 거대한 체구와 힘을 유지하는 건 오래 지속되지 못했다.
“로빈, 멀리서 화살을 쏴. 급소 위주로.”
너무 뻔하지만, 놈을 잡는 방법 중 제일 쉬운 것은 당연히 원거리 공격이었다.
놈의 손이 닿지 않는 고층에서 화살 다발로 계속 쏘아낸다면, 놈은 언젠가 지치게 된다.
“로빈! 그룬! 건물 위로 올라가서 요격─”
말은 더 이어지지 못했다.
타우로스의 거대한 주먹이 나를 향해 내려찍으려 하고 있었기에.
“제이드! 뒤로 피해!”
콰앙!
다급히 다리에 마력을 닥치는 대로 부어 넣고 뒤로 피했다.
재빨리 고개를 돌리자 그룬이 건물을 타고 올랐고, 로빈은 이미 지붕으로 올라 화살을 쏘았다.
“모두 멀리서 화살을 쏴라!”
로빈의 외침과 동시에 활을 들고 있던 대원들이 활시위를 튕겼다.
푹! 푹! 푹! 푹!
달려드는 타우로스의 어깨에 화살이 여럿 박혔지만, 놈은 상관없다는 듯 계속 달려들었다.
쾅! 콰앙!
나는 그런 놈의 공격을 피하며 놈의 체력이 떨어지길 기다렸다.
“제이드! 너희 마을에 투우사는 없었나 봐? 피하는 솜씨가 영 아닌데!”
“닥쳐 그룬! 화살이나 쏴!”
내 말에 낄낄 웃어 댄 그룬이 특유의 속사로 타우로스의 얼굴을 난자했다.
크워어억─!
운이 좋게도 화살 한 발이 눈 중앙에 꽂히며 놈이 걸음을 멈췄다.
‘지금이다!’
나는 곧장 놈의 팔을 디딤대 삼아 박차고, 녀석의 이마를 베었다.
완벽한 유효타였다.
아니 유효타여야 했다.
“뭐······?”
괴롭다는 듯 괴성을 지른 녀석이 눈에 박힌 화살을 눈알 채로 뽑았다.
푸화악!
하지만 잠시 후 놈을 뒤덮은 마기가 눈으로 모여들더니 새로운 눈동자가 자리잡는 게 아닌가?
베인 이마 또한 아물고 있었다.
“미친!”
‘어째서 ‘변이된’이라는 수식어가 붙었나 싶었더니!‘
흘러넘치는 마기가 놈의 재생력을 증폭시킨 것이 틀림없었다.
“어쩐지, 안 지친다 싶더니만······! 이러면 나가린데!”
놈의 상처가 재생될수록 마기가 줄어드는 것이 느껴졌지만 큰 차이는 없었다.
콰앙!
어느새 상처를 완전히 회복한 놈이 소리를 지르며 달려들었다.
땅을 박참과 동시에 서 있던 자리의 도로가 부서졌다.
“녀석이 제이드를 노린다!”
“제이드를 엄호해!”
“전부 오지 마! 놈은 내가 맡겠다!”
검과 창을 뽑아 든 드렌트와 데이브, 브룩 등의 대원들이 타우로스에게 달려드는 것을 급히 막았다.
녀석의 거대한 덩치와 힘 앞에선 조금의 실수도 위험했다.
한 번의 공격이라도 허용했다간 치명상이었다.
“너희들은 저 뒤의 언데드 골렘을 상대해! 그리고 주위로 언데드가 못 오게 막아!”
그렇기에 나는 대원들이 타우로스 근처로 오는 것을 막았다.
후웅! 쾅!
아슬아슬하게 고개를 젖히자 강한 바람과 함께 도로의 파편이 튀어 오르며 내 이마를 긁고 지나갔다.
주륵.
이마에서 뜨거운 피가 흘러내렸다.
‘이렇게 된 이상 두 번째 방법을 써야 하겠군.’
놈을 사냥했던 1회차 시절 기사가 된 지 얼마 안 되었을 무렵, 선임 기사들과 놈을 상대했었다.
화살이 다 떨어진 요새의 성문을 사수하기 위해 나섰을 때였다.
‘선임 기사들이 놈의 팔과 다리를 잘라버렸지. 물론 그건 이놈처럼 변이된 녀석이 아니라서 가능했지만.’
어쨌든, 그때 깨달은 것은, 이런 거구는 움직이지 못하게 제압하는 게 유효하다는 점.
“놈을 제압해야 해.”
마기 포식자를 고쳐 잡고서 흑암성의 오러를 키웠다.
화륵.
검보라빛의 오러가 마기 포식자의 검 끝에서 피어올랐다.
콰앙!
놈이 내가 서 있던 자리에 주먹을 내리꽂은 순간.
서걱!
타우로스의 오른 어깨가 깊게 베였다.
쿠워어억──!
하지만 일격에 놈의 신체를 절단하기에는 녀석의 신체가 너무나 두꺼웠다.
놈의 벌어진 어깨가 마기로 뒤덮이며 아물었다.
‘······한 방으론 부족해.’
그렇다고 계속 붙어서 검을 휘두르자니, 놈이 나를 짓뭉개려 들 것이다.
팔다리를 절단하는 건 불가능하다.
다른 수단이 필요하다.
그때 콧김을 뿜어내는 녀석의 뒤로 반쯤 부서진 첨탑이 보였다.
그 끝에 매달린 거대한 종이 유난히 눈에 띄었다.
“저거라면······.”
내 머릿속에서 빠르게 계산이 이루어졌고.
계산을 마친 내 입꼬리가 솟았다.
“데릭! 로버트! 롭!”
나는 첨탑을 가리키며 대원들에게 소리쳤다.
“종탑으로 가!”
내 말에 세 사람이 동시에 움직이기 시작했다.
내 의중을 이해한 것이었다.
그간 합을 맞춰왔기 때문인지, 최소한의 명령만으로도 알아서 척척 움직인다.
하지만 종탑을 오르는 것도 쉽지 않은 듯했다.
“사다리가 부서졌어!”
“대충 벽을 잡고 올라가!”
“이런 썅, 데릭! 빨리 올라가! 떨어지면 골로 간다고!”
나는 지금 골로 가게 생겼다고!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지만, 그럴 여유도 없었다.
쾅!
미친 괴물이 공성추나 다름없는 주먹을 휘둘러댔으니까.
한 방 한 방에 바닥이 짓뭉개지고 벽이 무너진다.
‘단 한 방이라도 허용하면 곤죽이 된다!’
나는 모든 힘과 모든 집중력을 동원해서, 오직 피하는 데 집중했다.
간간이 검을 휘둘러서 반격할까 했으나, 포기했다.
어차피 유효타를 주긴 글렀다.
그때.
휙─
휘파람 소리.
나는 바닥을 구르며 휘파람 소리가 들린 곳을 슬쩍 바라보았다.
첩탑 위에서 로버트가 손을 흔들고 있었다.
데릭과 롭이 도끼를 들고 있었고.
“이쪽이다!”
나는 레드 혼 타우루스를 유인했다.
첨탑을 향해서.
놈이 내 등을 향해서 주먹을 휘두르는 순간, 나는 몸을 날려 첩탑 안으로 들어갔다.
곧 놈도 첩탐의 벽을 뜯어내고는 안으로 비집고 들어왔다.
그어어어!
이거. 진짜 미친놈이네.
무슨 분노에 찬 건지 몰라도 끝까지 나만 노리겠다는 심보다.
기사가 몇 명 붙지 않는 이상 이런 괴물을 제압하는 건 불가능했다.
하지만, 물리법칙은 어디에서나 통한단 말이지.
“지금!”
그렇게 외치는 순간, 머리 위에서 작은 진동들이 연달아 울렸다.
쩍! 쩍!
대원 중 가장 힘이 좋은 데릭과 롭의 도끼질.
곧 두꺼운 밧줄이 끊어지며 말리는 소리가 들리고.
동시에, 거대한 쇳덩어리의 종이, 낙하하기 시작했다.
쿵─
쿵─
콰앙!
첨탑의 벽을 부수고 잔해와 함께 떨어진 종이 나와 놈을 덮쳤다.
콰아아앙!
종과 벽돌과 나무 기둥들이 녀석의 오른팔과 다리를 완전히 짓뭉갰다.
그 잔해들이 뒤이어 나를 휩쓸었지만.
[에메랄드가 박힌 목걸이를 사용합니다.] [귀속 마법 보호막이 발동됩니다.]웅─
그동안 잠들어 있던 목걸이가 녹색의 빛을 내뿜으며 공격을 막았다.
“미안. 난 마지막 한 수가 있어서 말이야.”
쿠워어억──!
놈이 믿기지 않는다는 시선으로 분노에 가득 찬 괴성을 내질렀다.
동시에 놈은 유일하게 깔리지 않은 남은 팔을 휘둘러 나를 잡으려 들었다.
쿵! 콰앙!
하지만 나는 녀석의 팔을 요리조리 피하며 집요하게 놈의 심장부를 향해 마기 포식자를 내질렀다.
퍼억!
“크악!”
녀석의 팔이 내 허리를 스쳐 지나갔다.
빗맞았을 뿐인데도 견갑과 흉갑 일부가 찢겨나갔고, 바위에 맞은 것 같은 격한 통증이 느껴졌다.
나는 쓰러지지 않기 위해 놈의 가슴에 박아넣은 검을 강하게 쥐었다.
[특성 – 흑암성의 오러가 발동합니다.]마기 포식자에서 검보라빛의 오러가 다시금 피어올랐다.
오러에 감싸진 검이, 놈의 살을 헤집으며 더 깊숙이 파고 들어갔다.
하지만 이걸로는 부족하다고 느꼈기에 모든 마력을 전부 쏟아내야 했다.
심장부에서 피어오른 마력이 전신을 순환했고, 마기 포식자의 검날로 폭포처럼 쏟아져 나왔다.
“으아아아!”
놈의 손이 스치고 지나간 가슴께, 늑골이 부러졌는지 소리를 지를 때마다 욱신거렸다.
나는 그 고통을 연료 삼아 더욱 전신에 힘을 주었다.
‘지금 힘을 푸는 순간, 더 이상 힘을 못 낸다. 지금 반드시 죽여야 해!’
마기 포식자를 넘어서 전신으로 검보라빛 오러가 거칠게 쏟아져나왔다.
내 검보라빛 오러에 저항하듯 타우로스의 몸에서 시커먼 마기가 거세게 흔들렸다.
마치 두 물결이 서로 뒤엉키며 용솟음치는 것만 같았다.
한껏 비슷해 보이면서도, 놈의 마기와 내 마력은 달랐다.
녀석의 것은 끈적했고, 내 것은 따스했다.
그리고 근본적으로 녀석은 몸에 두른 마기를 내뿜을 뿐이었다.
[특성 – 흑암성의 오러가 마기를 흡수합니다.] [마기 포식자가 마기를 흡수합니다. (82%)]‘이쪽은 다르거든.’
친환경 충전식이란 말씀.
몸속으로 새로이 들어오는 마력에 나는 다시 힘을 주었다.
내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고, 거칠게 마력이 다시 뿜어져 나왔다.
마력이 다시금 힘을 얻었고, 오러는 더욱 몸을 부풀렸다.
크륵!?
그러자 놈의 붉은 눈동자가 당황으로 물들었다.
내 마력이 다시 힘을 얻는 것을 느낀 것이다.
눈치채 봤자 이미 늦었다.
놈이 할 수 있는 것은 괴성을 지르며 바닥을 향해 주먹을 내려찍는 것일 뿐이었다.
놈이 발악할수록 흡수되는 마기의 양은 더욱 커졌고······.
그 순간.
[마기 포식자가 마기를 흡수합니다. (85%)] [마기 포식자가 마기를 흡수합니다. (92%)] [마기 포식자가 마기를 흡수합니다. (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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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기 포식자가 마기를 흡수합니다. (100%)] [마기 포식자의 조건이 일부 충족되었습니다.] [마기 포식자의 두 번째 봉인이 개방됩니다.]마기 포식자가 꿈틀거리기 시작했고.
[마기 포식자의 두 번째 봉인이 개방됩니다.]또 다른 길이 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