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indolent genius decided to become a tycoon RAW novel - Chapter 64
64화. 무대 (1)
도착한 톡을 확인하는 건지 어쩐지 방금 엘리베이터에서 내린, 코와 입에 피어싱 달린 장미르 프로듀서는 바로 움직이진 않았다. 그저 엘리베이터 바로 앞에 서서 핸드폰 화면을 터치해댈 뿐.
-톡, 톡.
밋밋한 남자 목소리가 침투한 것은 이때.
“ 안녕하세요. ”
덕분에 고개를 올린 장미르 프로듀서 눈에, 적당히 큰 키에 짙은 흑발과 메마른 무표정. 대체로 심드렁한 얼굴의 강기찬이 보였다.
그런 기찬을 보며 장미르 프로듀서는 작게 미간을 좁히면서도.
‘ 이 남자는 아침에 보면 안 되겠네, 얼빠진 분위기 전염되겠어. ’
약간 억지로 고개를 까딱했다.
“ 네, 안녕하세요. ”
그런데 두 걸음 거리로 가까워진 기찬이 흐릿한 미소를 지으며 대뜸 물었다.
“ 지금 속으로 저 흉봤죠? 얼빠졌다든지. ”
“ 예. 어? 예? 아! 아니요, 아니죠! ”
저도 모르게 답했다가 빠르게 말을 바꾸는 장미르 프로듀서였고, 강기찬이 작게 고개를 꺾었다.
“ 아닌 게 아닌 것 같지만. 어- 뭐, 넘어가죠. ”
“ 아니, 진짜 아닙니다. ”
“ 약간 호흡이 흐트러지셨어요. ”
“ 그, 그럴 리가. ”
“ 동공도 무지막지하게 흔들리시고. ”
하나하나 핵심을 찌르는 기찬의 지적에, 장미르 프로듀서가 눈에 띄게 당황했다.
“ 지, 진짜 아닙니다. ”
“ 네. 어차피 하루 이틀 일도 아니라서 상관없어요. ”
“ ······ ”
뭐야 이 남자는. 여전히 당황 서린 장미르 프로듀서는 앞에 선,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는 강기찬을 보며 약간 놀랐다.
‘ 세상 나른한 얼굴로 겁나 날카롭네. 원래 감이 좋은 건가? ’
이쯤.
“ 일단 그- 장프로님. ”
시간을 확인한 기찬이 꺼낸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으며, 검지로 아래쪽을 찔렀다.
“ 저한테 좀 미안하시면, 아래층 휴게실 가서 얘기 좀 하실까요? ”
“ ······얘기요? ”
“ 네. 솔직히 질질 끌기가 좀 귀찮네요. ”
“ 뭐가요? ”
“ 아, 방금은 혼잣말입니다. 가시죠. ”
-스윽.
뭔가 이해 어려운 말을 뱉은 기찬이 장미르 프로듀서를 스쳐 계단으로 움직였고, 그의 느릿한 뒷모습을 보며 장미르 프로듀서가 두 눈을 끔뻑였다.
‘ 이미지가······내 생각이랑 딴판인데? ’
강기찬은 묘한 카리스마가 있었다. 홀리는 기분. 이걸 뭐라 표현해야 할까, 뿌연 검은색? 어쨌든 죄다 꿰뚫리는 기분에 뒤숭숭해진, 통 넓은 청바지를 추켜 올린 장미르 프로듀서가 얼결에 강기찬의 뒤를 따랐다.
그렇게 몇 분 뒤.
둘이 도착한 곳은 센터 2층 휴게실. 한창 오전 근무시간이라 휴게실은 텅텅 비어 있었고, 기찬과 장미르 프로듀서는 입구와 가까운 테이블에 자리했다. 마주 앉은 두 사람.
“ ······ ”
당장은 침묵이 흘렀다. 기찬은 자리에 앉고부터 핸드폰으로 뭔가를 조작하고 있었고, 장미르 프로듀서는 다리 꼰 강기찬을 바라보는 중. 시작부터 기세가 잡힌 그가 헛기침한 것은 이때.
“ 어흠! 강기찬씨, 그래서 할 얘기라는 게. ”
반면, 기찬은 반쯤 뜬 두 눈으로 핸드폰을 내려보며 답했다.
“ 장프로님 그만두신다고 들었어요. ”
꽤 뜬금없는 얘기에 작게 놀란 장미르 프로듀서였으나, 딱히 비밀도 아니었기에 금세 대수롭지 않게 변했다.
“ 그게 뭐, 매니지 팀에서 신경 쓸 일은 아니지 않나? ”
“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근데 장프로님. ”
“ 예. ”
“ 만약에 그- 박프로님이 털리면 계속 다니실 건가요? ”
“ ······예?? ”
순간 두 눈이 커진 장미르 프로듀서. 그러나 건너편 기찬의 묘연한 표정은 변하지 않았다. 여기서 장미르 프로듀서의 대답은 당연히 일반적이었다.
“ 그, 그게 무슨! 이상한 소리를 하시네요! 걔, 아니. 박프로랑 제가 그만두는 건 하등 상관없고, 그냥 제가 일이···있어서 그렇습니다. ”
그런 그를 빤히 보는 강기찬.
“ ······ ”
마치 모든 것을 가늠하듯이. 기찬은 뭔가 눈동자를 미세히 움직이며 장미르 프로듀서를 훑는 듯 보였다. 적어도 장미르 프로듀서는 그렇게 느꼈다.
‘ 뭘 하는 거야, 이 인간. 나를 스캔···하는 거야? ’
기찬의 낮은 음성이 들린 것은 이다음.
“ 네- 잘 알았습니다. ”
“ 예? 뭘요? ”
“ 아니요. 그것보다 장프로님, 이것 좀 들어봐 주세요. ”
대답을 듣기도 전에 강기찬이 자신의 핸드폰을 테이블 중앙에 올렸고, 핸드폰에선 뜬금 노래가 재생됐다.
-♬♪
가수의 목소리가 없는, 피아노 선율이 전부인 곡. 한아리가 작곡한 첫 번째 곡이었다. 물론, 그것을 장미르 프로듀서가 알 리 없었고.
“ ······ ”
어느새 팔짱까지 끼곤 노래를 감상했다. 집중하는 것이 상당히 빨랐다. 짐짓 진지해진 장미르 프로듀서는 약 30초 정도씩, 세 곡 전부를 가만히 듣다가 반대편 강기찬에게 시선을 맞췄다.
“ 이 곡들 설마 기찬씨가 멜로디 짰습니까? ”
무덤덤하게 재생을 멈추는 강기찬.
“ 그럴 리가요. ”
꼈던 팔짱을 푼 장미르 프로듀서가 약간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 혹시, 지인입니까? 우리 회사에 던지는 곡들이라든지 그런 거면, 제가 지금 뭘 말씀드리는 건 못 합니다. 정당한 루트를 통해서 평가받고 뽑혀야. ”
“ 아니요, 그것도 아닙니다. 그냥 느낌만 알려주세요. ”
“ 진짜 아니죠? ”
“ 네. ”
“ 곡들은 좋네요. 트렌드에 맞춰진 코드들이고 여기서 어떻게 살을 붙이냐에 따라, 걸그룹이든 보이그룹이든 사용할 수 있겠어요. 굳이 아이돌 쪽 아니라도 괜찮겠고. 아는 작곡갑니까? 신인은 아닌 것 같은데. ”
“ 신인이요. 아니지. 신인도 아닌가? ”
“ 신인도 아니라고요? ”
살짝 놀란 장미르 프로듀서에게 핸드폰을 집은 기찬이.
‘ 여기서 한 번 흔들고. ’
꽤 담백하게 읊조렸다.
“ 네, 어- 말 빙빙 돌리긴 번거로우니까 바로 말씀드릴게요. ”
“ 예? ”
“ 박프로님이 이 작곡가 곡을 훔쳤습니다. ”
“ ······? ”
멍때리던 장미르 프로듀서가 어렵게 입을 연 것은 몇 초 뒤.
“ 방금 뭐···라고. ”
잘 못 들었나 싶은 장미르 프로듀서였고, 느릿하게 자리서 일어난 기찬이 옅게 미소지었다.
“ 궁금하시면 내일 아침 매니지 3팀 팀장실에서 좀 뵙죠. ”
몇 분 뒤.
3연습실 뒷문을 통해 슬-쩍 복귀한 강기찬은 연습실에 들어서자마자, 안쪽 상황을 살폈다. 연습실 중앙 창가 쪽 놓인 인터뷰용 테이블 주변으로 세워진 조명들, 앞뒤 카메라, 오디오 장비들 등등. 이미 촬영 세팅은 끝나 있었고.
‘ 고주아 씨부턴가? ’
테이블엔 눈물점 찍힌 고주아가 앉아 있었다. 이미 그녀의 반대편 여자 작가 한 명이 질문지를 보며 인터뷰 중.
“ 주아씨, 연습생들끼리 부르는 별명이 있다면서요? ”
“ ······없어요. 그런 거. ”
“ 응? 아니, 있는데? 그러지 말고 편히 말해봐요. ”
“ 고, 고. ”
“ 고? ”
“ 고좌요······ ”
“ 고 뭐요? ”
“ 으아! 죄송해요! 이런 거 방송에서 말하면 안 되죠?! ”
NG를 신경 쓴 모양인지 급작스레 테이블서 일어나 앞에 작가나, 전신 거울 쪽 열댓 명 스탭들에게 꾸벅꾸벅 인사하는 고주아. 따라서 그녀의 단발이 풀럭였고.
“ 정확하게는 고에 ㅈㅗㅏ로 좌요, 좌! 자가 아니······헐! 죄송해요! ”
3연습실은 금세 웃음바다가 됐다.
“ 아하하하! 뭐야, 캐릭터 귀여운데? ”
“ 주아씨! 괜찮아요, 어차피 녹화라 이거 편집에서 덜어내면 돼요. ”
“ 지, 진짜요?? ”
“ 근데 안 덜어내도 될 것 같은데? ”
그런 촬영 장면을 뒷문 바로 앞, 어깨를 벽에 기댄 기찬이 멍하니 바라봤다. 턱 봐선 별생각 없어 보였지만, 속으론 분위기가 괜찮은 것에 꽤 만족을 느끼는 그였다.
이쯤.
“ 기찬씨. ”
언제 다가왔는지 키 작은 김정화 메인작가가 실눈을 뜨고 있었고, 기찬이 태연하게 반응했다.
“ 아, 작가님. ”
“ 어디 도망가셨다가 이제 나타나셨지? ”
“ 화장실 좀. ”
“ 화장실을 아예 지으셨어요? ”
“ 대충 그- 예. ”
“ 하? 후우, 포기. 기찬씨 캐릭터 완벽히 이해했어요, 그래서 정식 촬영 날 기대 중. ”
급작스레 빙긋 웃는 그녀에게 강기찬이 순간 주제를 바꿨다.
“ 작가님. 지금 밖에 프로듀서님 계시거든요? ”
“ 아, 정말요? ”
“ 네. 어- 고주아씨 그림 찍고 바로 좀 갈 수 있습니까? 바쁘시답니다. ”
“ 으음, 알았어요. 순서야 상관없으니까. ”
뒤로 몇 십 분 후.
고주아의 왁자지껄 인터뷰가 끝나고 뜬금 장미르 프로듀서가 테이블에 앉았다. 나름 프로듀서로서 잔뼈가 굵은 그였지만, 촬영 자체는 익숙지 않은지 불안한 듯 옷매무새를 계속 만져댔다.
그런 와중에도.
‘ 박성용이 곡을 훔쳤다고? ’
장미르 프로듀서의 머릿속엔 아까 기찬이 한 말이 계속 맴돌았다.
정말인가? 아니, 그럴 리가. 근데 굳이 그 강기찬이 나한테 왜 거짓말을? 녹화 직전, 작가들에 의해 마이크를 달던 장미르 프로듀서의 시선이 연습실 뒤쪽, 벽에 어깨 기댄 기찬에게 닿았다.
‘ ······ ’
그의 표정은 아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심드렁한 얼굴.
이때.
“ 자, 그럼 바로 시작하겠습니다! ”
장미르 프로듀서에게 마이크 달던 작가가 외친 뒤, 카메라를 향해 슬레이트 겸 양손을 부딪쳤고.
“ 먼저, 안녕하세요. 프로듀서님. ”
녹화가 시작됐다.
“ 네, 안녕하십니까. ”
“ 촬영 응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질문 많이 없으니까 편히 하시면 돼요. ”
“ 예. ”
“ 으음, 보니까 방금 고주아씨 포함해서 데뷔조 연습생들 선발에도 참여하셨네요? ”
“ 아, 맞습니다. ”
“ 프로듀서님이 보시기에 그녀들의 가능성은 어떤가요? ”
순간, 그의 눈동자가 살짝 흔들렸다. 꽤 예상치 못한 질문인 듯.
반면.
‘ 어떤가 보자. ’
자세는 그대로지만 강기찬은 그의 입에. 아니, 정확하게는 머리 위 메시지 박스를 단 장미르 프로듀서의 모든 것에 집중했다.
-【프로듀서 장미르(NPC)】
왜? 지금 질문들은 강기찬이 포스트잇에 적어, 의도적으로 작가팀에 전달한 거였으니까.
“ 가능성. 솔직히 세세한 건 말씀드리기 어렵지만, 그녀들 개개인의 능력은 제가 본 연습생 중에 가장 높아요. ”
대답하는 장미르 프로듀서의 호흡, 말투, 말에 실리는 리듬, 손짓 등등. 순간, 그의 모든 것이 기찬에게 슬로우모션으로 스며들었고.
“ 그렇군요? 만약 그녀들을 프로듀서님이 프로듀싱 한다면 어떤 방향으로 하시겠어요? ”
“ ······일단, 컨셉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해야 할 것 같습니다. 각자 가진 이미지나 캐릭터가 제각각이고, 부풀려야 하는 부분을 파악해야 해서요. ”
“ 컨셉! 중요하죠, 근데 프로듀서님 눈에서 욕심이 엄청 묻으셨는데요? ”
“ 그런가요? 솔직히 예. 꽤 욕심나긴 했어요. 아마 어떤 프로듀서라도 그녀들 보면 비슷할 겁니다. 키워보고 싶은 마음. ”
남들은 보지 못 할 세세한 또는 디테일한 것들을 확인한 강기찬.
‘ 진심. 됐어, 이쪽은. ’
그가 장미르 프로듀서의 진심을 확인하자마자 연습실을 조용히 빠져나왔고.
“ 혹시나 해서 확인했는데 뭐, 예상대로네. ”
복도로 나온 그가 핸드폰을 꺼내 어디론가 전화를 걸었다. 상대가 빨리 받았는지 어쨌는지 기찬이 입을 연 것은 빨랐다.
“ 누나, 지금까지 확인한 거 보내줘요. 음? 아, 괜찮아. 상관없어. 그거면 구워삶기 충분하니까. ”
상대는 유마리였다.
이후.
장미르 프로듀서 뒤로 ‘밤비디’ 멤버들의 촬영은 계속됐다. 속도는 생각보다 더뎠는데, 이유는 간단했다.
“ 애들 퀄 괜찮은데요? 질문했을 때 대답도 좀 신박하고. ”
“ 마스크도 예쁘잖아요? 노메이크업에 저 정도면 어후. ”
“ 요즘 아이돌치곤 순박한 맛이 있긴 해? ”
“ 잘~하면 이거 나중에 편집하기가 고역이겠는데? 쓸 그림이 많아서. ”
생각보다 ‘밤비디’ 멤버들의 촬영 퀄리티가 좋았기 때문. 물론, 전문적인 느낌보단 살짝 맹한 맛이 없지 않아 있었지만.
“ 무슨 걱정이야? 본방 상태 보고 괜찮으면, 미방분 컷으로 너튜브 뿌리면 되지? ”
“ 맞죠? 저기, 누구더라? 아까 HYN 엔터 홍보팀 좀 콜 해봐. ”
‘잡! 토킹어바웃’ 팀들에겐 퍽 긍정적으로 보인 모양.
그도 그럴 게.
“ 연정씨는 연습생 보내면서 뭐가 가장 힘들었어요? ”
“ 어어, maybe······식욕? ”
“ 아하하! 그렇겠네? 그럼 뭐가 제일 좋았어요? ”
“ 다 같이 고기 먹은 날? ”
강연정이나 도은서.
“ 은서씨는 키가 어엄청 크네요? ”
“ 네네! ”
“ 커서 좋은 건 뭐 같아요? ”
“ 아무래도 옷을 입으면 핏이 살아요. ”
“ 그렇지? 또? ”
“ 애들을 위에서 내려보는 거? ”
“ 아. ”
“ 근데 매니저 오빠는 살짝 올려봐야 돼요. 아쉽긴 한데, 또 좋기도 해요. ”
처음 타자였던 ‘고좌’ 고주아까지.
멤버들 전부가 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었으니까. 데뷔하면 사라질, 지금 상태에만 가능한 무드였다.
어쨌든.
“ 자! 다음 한아리씨요! ”
마지막 차례로 한아리가 연습실에 들어섰고 그녀가 어물어물 인터뷰용 자리에 앉을 쯤, 강기찬은 대기실로 이용할 옆 연습실에 있었다.
왜?
“ 강연정씨. ”
어차피 대기할 거 ‘밤비디’ 멤버들을 체크하기 위해서. 정확하게는 면담이랄지. 물론, 이른 아침부터 에너지를 꽤 사용한 기찬은 피곤한 얼굴이었으나, 미뤄봤자 일은 늘 뿐.
“ 요즘 그- 뭐냐, 식단 잘하고 있죠. ”
그녀들이 연습생 시절부터 했던, 한 명씩 불러 진행하는 면담과 비슷한 형식.
“ 5일 식단, 6일 자유, 7일 회복. 완전 perfect하게 지키고 있습니다아. ”
그나마 다행인 것은.
“ 응, 그러네. ”
“ 어? 딱 보고 아세요? ”
“ 알아요, 다음- 어, 고주아씨. ”
그의 숨겨진 능력이 여기선 꽤 유용하다는 것.
“ 원고들 계속 읽고 있어요? ”
“ 네, 읽고는 있는데. 오빠, 언제까지 그냥 읽기만 해요? 설마······평생? ”
“ 그러고 싶어요? 안 말려요. ”
“ 제발 살려주세요. ”
“ 이제 분석을 해봐요. ”
“ 분석이요?? ”
“ 네, 고주아씨 알아서 캐릭터 분석. 극 중 인물 하나 잡고 어- ‘어떻게’와 ‘왜’ 그리고 ‘무엇’을 파악하거나 그 비슷한 거. ”
이어 마지막 도은서.
“ 오빠 저저 공모전 냈어요. 저질러 버렸어요. 어떡해요, 이제? ”
질문하기도 전에 다가와 속삭이는 그녀를 약간 멍하니 보던 기찬이, 턱을 슬슬 긁으며 간단히 답했고.
“ 뭐. 기다려야죠, 이제. ”
동시에 책상 위 핸드폰을 집어 평소와 같이 약간 일과 중 하나처럼 변한, 한 너튜버의 팬카페에 접속했다.
“ 그 공모전 발표가 언제라고- 아. ”
그런데.
“ 떴네. ”
어떤 게시글을 확인한 강기찬이.
-‘걸그룹이 되고 싶습니까?!’ 쌉가능! 버츄얼 걸그룹 오디션 참가자 공지!!/말탱.
밋밋한 미소를 지으며 바로 앞 도은서에게 대강 요청했다.
“ 내일 점심쯤 본사에 모일 거니까, 전달 좀 해요. 멤버들 전부한테. ”
다음 날 아침, 13일 수요일. HYN 엔터 본사.
장소는 매니지먼트 3팀 팀장실. 시간은 대략 9시가 좀 안 됐다. 팀장실엔 얼굴을 잔뜩 구긴 채 자리에 앉은 황덕구 팀장, 그리고 팀장실 중앙 4인 테이블에 턱 괴고 앉은 강기찬이 보였다.
둘은 서로 다른 것을 하고 있었다.
황덕구 팀장은.
“ 후우- 토 나오네, 진짜. ”
책상에 널브러진 서류들을 정신없이 확인하고 있었고.
-톡, 톡.
강기찬은 핸드폰으로 뭔가를 확인하고 있었다. 그런 그에게 황덕구 팀장이 말을 건 건 이때.
“ 야! 너 아까부터 핸드폰을 뭘 하고 자빠졌어! ”
“ 그냥- 팬카페서 뭐 좀 확인요. ”
“ 카페? 뭔 팬카페. ”
“ 너튜버 팬카페. ”
“ 지랄, 노는 거 맞네. 그리고 장프로 진짜 온다는 거야 만다는 거야. ”
“ 오지 싶은데. ”
간단한 대답을 들은 황덕구 팀장이 긴 한숨을 내뱉었고.
“ 진짜 얘기 안 해줄 거냐? 맥락을 알아야 돕든지 하지, 임마. ”
“ 오면 같이 들어요. 두 번일 귀찮아서. ”
“ 뭠마? ”
짧게 혀를 찬 황덕구 팀장이 자리서 일어나, 턱 괸 강기찬 반대편에 앉았다.
“ 근데 장프로를 왜 여기로 불러? 좀 조용한 데서 보지. ”
“ 여기도 조용해요. ”
작게 웃던 기찬이 보던 팬카페를 닫고 인터넷을 끄려던 찰나.
“ 응? ”
뭔가가 그의 눈을 사로잡았다. 바로 검색사이트 실검이었다. 정확히는 실검 중 3위.
3. 파워S 슬림컷.
보자마자 기찬이 확신했다.
“ 주식. 뭔가 낌새가. ”
이때.
-덜컥!
닫혔던 팀장실이 열리며 짧은 머리의 남자가 등장했다.
“ ······강기찬씨. ”
“ 장프로님, 좀 늦으셨네요. ”
장미르 프로듀서였다. 그런 그를 보자마자 강기찬이 담백하게 앉으라는 손짓을 던졌고.
“ 앉으세요. 그- 주연도 왔겠다, 바로 무대 설명부터 할게요. ”
“ 주연? 무대? 대체 어제부터 무슨 말을. ”
뜻 모를 대답에 장프로가 고개를 미간을 찌푸리자, 초연한 얼굴의 기찬이.
“ 일단. 박프로님이 훔친 곡을 자기 거라 유난 떨며 동네방네 발표할 자리. 기다릴 거 없이 좀 앞당겨서. ”
담백하게 읊조렸다.
“ 그냥 그 무대 우리 손으로 직접 깔아줄까- 하는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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