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RAW novel - chapter 103
거대한 불기둥이 제국군과 선제후들을 통째로 집어삼킨다. 본능적으로 위기를 느낀 선제후들이 악마화까지 시행하며 온 힘으로 장벽을 전개했다.
그중에는 순수개념의 장벽을 소환하는 보물의 힘도 있었으나──
“그르으으으윽?!”
피부가 타들어간다. 혈관이 들끓었다. 정면에서의 화염을 막았음에도 급격하게 올라간 기온만으로 전신이 익어 버린다.
‘말도 안 돼! 이런 확산된 힘을 어찌 못 막는──’
인간의 힘에는 한계가 있다.
허나, 이 불꽃의 기사에게는 그것이 없었다.
신벌. 그야말로 신벌.
대악마와 계약한 두 선제후가 재조차 남기지 않고 전소하기까지 채 3초가 걸리지 않았다.
압도적인 파괴. 전율하는 신의 기사. 도살자 불카누스.
그 압도적인 힘 앞에선 그 어떤 악종도 살아남을 수 없다.
* * * *
불카누스의 등장으로 일단락된 협곡 전투. 모든 것을 전소시킨 그는 지상에 착지한 레온을 향해 걸어왔다.
-쿵! 쿵! 쿵! 쿵!
2m가 훌쩍 넘는 덩치에 족히 수백 kg은 될 법한 중갑이 움직이나 큼직한 소리가 협곡에 울린다.
바이저 속, 불타는 시선 속에서 그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만신의 대리인! 사자심장의 주인이자 성배의 수호자! 라이온하트를 뵈오이다!”
궁중예법에는 다소 어긋난 말투였으나 레온은 그마저도 기꺼웠다. 그의 출신을 생각하면 이정도는 가벼이 넘길 수 있다.
“오랜만이군, 불카누스 경.”
“······.”
불카누스는 불과 얼마 전에 왕궁에서 만났을 그가 왜 이곳에 있는지, 어째서 자신에게 오랜만이라고 안부를 전하는지 묻지 않았다.
“예, 폐하! 강녕하셨소이까!”
쩌렁쩌렁한 대답으로 모든 의문을 일축시킬 뿐이다.
“폐하.”
그때, 베아트리체가 레온의 옆으로 다가왔다. 게이트의 움직임이 있었던 탓이다.
[퀘스트를 성공하셨습니다.] [황혼의 제레아 경을 도와 성물을 라이온하트 국경선까지 호송하십시오.]-부가 미션 : 제레아 경의 본대를 끝까지 사수하십시오.
생존자인 두 사람은 볼 수 없었지만, 게이트를 연 장본인인 베아트리체는 게이트의 움직임에 대해 파악했다.
그리고 그것이 퀘스트 완수로 인한 클로징 현상이라는 것도.
“게이트가 닫히기 전에 다들 소집해야 해요.”
“흠······.”
레온은 불카누스를 바라보다 이내 결정을 내렸다.
“경. 그대와 할 말은 많으나 사태가 시급하여 먼저 움직여야겠다.”
“옥체가 향하는 길을 그 누가 이의를 제기하겠소이까! 뜻하는 대로 행하시면 그뿐!”
“경. 그대를 상징하는 물건 하나를 내게 내어줄 수 있겠는가?”
“필요하시다면.”
불카누스는 팔을 뻗더니 이내 불꽃의 링을 형성했다. 그곳에서 나온 것은 금이 간··· 균열 속에서도 열기를 뿜어내는 단검 한 자루다.
“고맙네.”
이것이 어떤 가치를 가지는지, 불카누스에게 어떤 물건이지 아는 레온은 이 영광의 기사가 건넨 물건을 기쁘게 받아들였다.
“작별이다, 불카누스 경. 우리는 언젠가 다시 만날 수 있을 것이야.”
이를 끝으로 레온은 하늘로 비상했다. 그는 불카누스에게 받은 단검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신들의 낙원에는,
불카누스가 없다.
* * * *
필드 역에 흩어진 생도들을 회수하는 건 아슬아슬한 일이었다.
인위적으로 만들어낸 게이트에 입장하면서 그들의 출발점이 제각각 달랐던 탓이다.
하지만 베아트리체가 추적 마법을 걸어논 덕에 한 명 남김없이 찾아낼 수 있었다.
“폐, 폐하!”
“오셨습니까!”
-끼···룩.
마지막으로 라이온하트 국경선. 그곳에서 기사단과 함께 있는 하리와 대성, 야피를 만났다.
“이것이··· 성물입니다!”
레온은 대성이 바친 성물함을 열어보았다. 그리고 그것이 어떤 물건인지 단박에 알아보았다.
“놀랍군. 잃어버렸던 성물이 설마 이것이었다니······.”
이 또한 운명인가.
레온은 성물을 쓰다듬으며 씨익 웃었다.
“귀환한다.”
초대 라이온하트의 성물
한국 헌터협회 소속 감정사 박수진은 아침 출근시간에 정해진 느닷없는 출장소식에 다급히 시외버스를 타야 했다.
출장지는 요즘 고공행진을 이어나가고 있는 나주평야의 만신전 길드.
“후우~ 자기도 느꼈어? 완전 몸 보양 된다~”
“나··· 신을 느꼈어. 개종할까?”
“삼대 기독교 집안 아니었어?”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유명 카페 체인점으로 입장하는 관광객들. 이런 걸 보면 정말 이곳이 관광지인가 싶다.
한국인 뿐 아니라 외국인들도 잔뜩이다. 하루 관광객 방문객들만 1만 명이라고 했던가.
‘아무리 에픽 아이템을 들 수 있으면 준다고 해도 그렇지······.’
아시아에선 두 번째에, 한국에서는 최초라 밝혀진 에픽 아이템 게오브릭의 한손 망치.
존재 자체가 국보급··· 아니, 국보 1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보물을 만신전은 ‘들기만 해도’ 수여하겠다고 선언했다.
무려 에픽 아이템을 말이다.
이 말에 전 세계가 뒤집어졌다. 안 그래도 게오브릭의 한 손 망치는 그 넘실거리는 기운만으로 병마를 씻는데, 드는 데 성공하면 망치를 주겠다니?
전세계 헌터들이 미칠 법 했다. 도전은 물론이고 구경 한 번 해보는 것만으로 상당한 입장료를 내야 했지만, 무려 에픽 아이템이다.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의 아이템을 두고 고작 입장료 정도야.
‘나도··· 해볼까?’
혹시 아는가. 자신이 에픽 망치를 들고 그 주인이 될지. 판다고 내놓으면 수천억에도 사갈 국가가 널렸을 것이다.
겸사겸사 구경이나 좀 해볼까 싶어 만신전에 입장하는 박수진. 그때, 입구 앞에서 조막만 한 기계거미가 가로막아 섰다.
야크트 스피너. 통칭 야피. 청주 게이트의 악몽으로 군림한 킬링머신이나 요즘은 만신전의 명물이라는 모양이다.
-입장료 받음. 헌금 받음. 오성페이 결제 가능.
듣기로는 만신전의 교리상 가장 높은 계급이라는 ‘성배기사’라던데, 뭘 저리 돈을 밝히는지.
-안면체크. 헌터협회 감정과 박수진 과장.
“어? 알아보시네요?”
-헌터협회 데이터 뱅크는 모두 파악하고 있음.
“······.”
방금 굉장히 위험한 발언을 들은 것 같았지만, 박수진은 애써 그것을 무시하기로 했다.
-폐하께 연락함. 안에서 대기.
“아, 그래요? 그럼··· 온 김에 망치 구경 좀 해도 될까요?”
-도전?
“예에 뭐··· 겸사겸사. 근데 도전료가 어떻게 되죠?”
-오백 만원.
“비싸······.”
물론 에픽 아이템의 가치를 생각하면 그리 큰돈은 아니다. 맞으면 로또 수준이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박수진 같은 서민에게는 부담스러운 금액이었고, 그녀는 도전을 포기하려 했다.
-자산분위에 따른 감면액 존재. 귀하는 2분위에 속함. 50만원.
“와~ 그렇게나 할인이··· 잠깐만요. 제 자산분위는 어떻게······.”
-찍었음.
“예?”
-찍었음. 할거임 말거임?
“······안할 게요.”
수진은 뭔가 오싹해졌다. 만신전의 이미지라 하면 보통 중세시대에서 튀어나온 판타지 세계 국왕폐하의 사조직이지만, 사실 이 조직은 무시무시한 저력을 숨기고 있는 게 아닐까?
싸늘한 기분을 뒤로하며 사옥으로 입장하는 수진은 아는 얼굴을 만났다.
“앗! 박수진 과장님!”
“한 대리?”
성격이 싹싹하고 활기차서 협회에서도 퍽 귀여움받던 소녀는 여전했다.
“신수가 훤하네. 요즘 출세했다면서?”
“아~ 헤헤, 제가 이래봬도 신녀라구요.”
“바다와 파도의 신님이라던가?”
“전쟁과 불꽃의 페토스님도 있구요.”
어디에서든 사랑받는 성격은 이곳 만신전에서도 매한가지인 모양이다.
“오늘 감정하러 오셨죠?”
“그래.”
“그거라면 저를 따라오세요!”
망치가 있는 곳을 향하면서 두 사람은 오랜만의 대화를 이어나갔다.
“아침에 갑자기 협회장님이 문자 보내셔서 오기는 했는데, 어쩐 일이야? 최근에 게이트 엄청 많이 공략하던데 그것 때문이야?”
“음~ 네, 뭐 그렇죠.”
하리는 어색하게 긍정했다. 자신의 직장 동료에게까지 함구해야 할 정보가 있는 탓이다.
게이트를 인위적으로 열 수 있는 것. 이 정보는 아직 공개되어선 안 된다는 게 레온의 입장이었으니까.
“여기예요! 아! 폐하하고 여왕님도 계셔요!”
도착한 곳은 만신전 내부의 테라스였다. 그곳의 2층 테라스에서 티타임을 즐기며 전경을 감상 중인 두 사람이 보인다.
“와아······.”
박수진은 두 사람의 모습을 보며 무심코 감탄했다.
찻잔을 든 손과 올곧은 자세. 단지 티타임을 즐기는 것만으로 느껴지는 기품을 보자니 이것이 왕족인가 싶다.
베아트리체는 면사포를 써 얼굴을 확인할 수 없었지만, 척 봐도 굉장한 미인일 것이 분명했고, 레온은 사진이나 영상으로 본 것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귀공자였다.
금발에 벽안, 로맨스 판타지 표지에서 스테레오 타입으로 나올 것 같은 금발벽안의 황족.
로맨스가 철철 넘칠 것 같은 저 잘생긴 청년이 세계 최고의 슈퍼꼰대 기사왕이라는 걸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협회에서 온 자인가.”
“아, 예! 박수진이라고 하옵나이다···!”
수진은 어색하게 사극 말투를 따라하며 고개를 조아렸다. 레온을 대하는 협회의 방침은 철저하다.
대충 이 나라에서 공직에 몸을 담고 있다면 모두가 왕족 대응 메뉴얼을 2주 동안 교육받았고 협회에선 사내 시험까지 치르고 있다.
“하리. 물건을 보여라.”
“박 과장님, 이쪽이에요.”
하리는 박수진에게 감정할 물건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그것을 본 순간, 그녀는 크게 감탄했다.
“와··· 이게 대체. 잠깐, 저거··· 오크 챔피언의 도끼?”
“허억! 이 지팡이는!? 마탑에서 수백 억을 주더라도 사가겠는데요?”
“세상에, 이 써클렛은 뭐죠? 순수개념?”
하나하나가 엄청난 물건들이었다.
헬칸의 챔피언 발바자의 도끼.
고크록의 챔피언 마그하르의 지팡이.
스쿠닉의 챔피언 스키라의 향낭.
짐승신 백랑의 부족장 다길의 통가죽.
제국 선제후 법왕의 써클렛 등.
하나하나가 전부 레전더리 아이템. 이것만으로 대단한데, 레온이 건넨 단검이 하나 더 있었다.
“이, 이것도 대단한 아이템인데요?”
◆ 등급 : 레전더리
◆ 상세
위대한 전쟁과 불꽃의 성배기사 불카누스가 페토스께 자신을 바치며 응답으로 받은 단검입니다.
신의 불꽃이 서려 있습니다.
감정불가 : 오랜 전쟁의 풍화로 기능이 발동하지 않습니다.
낡은 단검. 하지만 그럼에도 레전더리 판정을 받을 정도로 단검에 담긴 힘이 대단했다.
불카누스에게 청하자 그가 기꺼이 건넨 물건으로 레온이 이 물건을 받은 이유는 다름이 아니다.
-비체. 그대가 이 물건을 통해 게이트를 열 수 있겠소?
-가능하답니다. 하지만 그렇다는 건······.
베아트리체는 레온의 질문만으로 불카누스가 낙원에 존재하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다.
게오브릭 때처럼 악마들에게 혼이 붙잡힌 걸까? 그렇다면 레온은 반드시 그의 영혼을 낙원으로 인도하기 위해 출정하겠지.
“이게 마지막이에요.”
그것과는 별개로 하리가 조심스럽게 모시다시피 가져온 함이 또 있었다.
“어디 보자······ 헉!”
함이 열리며 그 안의 물건을 본 순간, 수진은 숨이 턱 막히는 걸 느꼈다.
그것은 검집이었다.
눈이 번뜩일 정도로 화려하고 호화로운 세공은 무구라기보단 왕홀에 가까운 권위의 상징.
하지만 그 안에서 느껴지는 성스러운 아우라는 이것이 종교적 의식에 사용되는 물건일까 짐작게 한다.
-꿀꺽!
척 봐도 보통 물건이 아니다. 박수진은 감정용 하얀 장갑을 끼고 감정스킬로 검집을 면밀하게 살폈다.
“후우······.”
감정스킬의 기본은 아이템의 해석. 시스템에 의존한다곤 해도 그 개인의 역량에 따라 해석할 수 있는 기능, 문구가 달라진다.
박수진은 10년 경력의 베테랑. 그녀는 고려청자라도 다루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부드럽게 검집을 살폈다.
“최상급 염료에··· 축복받은 황금? 을 녹여 제조했고, 대체 이 언어는 뭐지? 시스템으로도 해석 불가능한 문자?”
“역경을 딛고 별을 향해, 라는 신어다. 요즘은 잘 사용 안 하는 언어지.”
“그, 그렇군요?”
그걸 레온이 어찌 아는 걸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덕분에 감정이 용이해졌다.
“저 폐하··· 괜찮으시다면 이쪽 문자들도······.”
깐깐하기로 유명한 레온이지만, 박수진의 부탁에는 기꺼이 응했다. 그 또한 이 검집을 귀히 여기는 듯 보였고.
“용기 있게 선을 행하라.
“하늘이 무너지더라도, 정의를 세우라.”
“별같이 빛나는 사랑을 하라.”
“네 운명을 찬란하게 하라.”
레온은 그것들을 읊으면서 피식 웃었다. 베아트리체가 의아한 듯 물었다.
“왜 그러시나요?”
“초대 사자심왕께서 남기신 격언들이오. 그분께서 후대의 사자심왕들에게 남긴 말들이지.”
“뜻깊은 말씀들이로군요. 그렇다는 건 이 검집은······.”
“짐의 가문의 시조 드라고니아 대공과 함께 왕국을 건설했던 초대 사자심왕. 리처드 라이온하트 폐하의 검집이네.”
[리처드 라이온하트의 검집]◆ 등급 : 에픽
◆ 상세
위대한 초대 사자심왕 리처드 라이온하트의 성검을 담기 위한 검집입니다.
내리쬐는 태양빛 아래 신성한 불꽃으로 녹인 별철을 대장장이의 신성이 직접 망치를 두드려 제조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