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Knight King Who Returned with a God RAW novel - chapter 257
“네 정부가 제안한 혜안이네만?”
“저, 정확히는 대통령 각하께서 국정원을 통해··· 귀띔하신 거지만요.”
“그래, 뭐 그런 걸로 해두자꾸나.”
류이밍 대통령 같은 대리인을 세워 암약하고 점진적으로 라이온하트 연방을 구성하자는 안은 안동길 대통령이 직접 국정원에 지시하여 세운 계획이다.
한국 정부가 이렇게 적극적으로 레온을 지원한 것은 헤이룽 인민국과 이어지는 식량안보 탓도 있었다.
오크 대륙연방이 한국의 주요 식량수입처인 중화대륙국을 장악하는 건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었으니까.
“폐하, 일단 중화대륙 여섯 개국을 포섭하긴 했습니다만······.”
“하지만 놈들의 연방에 비할 바는 못 되는군.”
중화대륙 53개국 중 40개국 이상이 오크들에 의해 집어삼켜졌다.
사회의 기반을 오크에 의존하는 대부분의 국가들은 속절없이 합병됐다고 봐야 했다.
헤이룽 인민국은 유난히 오크의 장악력이 크지 않은 곳이라 이토록 쉽게 집어삼킬 수 있었을 뿐이다.
“뭐 좋다. 차츰차츰 놈들을 압박해나가면 그만이니. 하지만 라이온하트 연방인가.”
졸지에 오크들을 따라하고 있는 셈이 됐다. 레온은 어느덧 기사단과 함께 어떤 건물에 도착했다.
오크들이 가득 틀어막고 있는 건물이었다.
“멈춰라!”
군복을 입은 오크가 레온과 야피 일행들을 멈춰 세웠다.
“이곳은 헤이룽 국방부 청사다! 아무나 들일 수는──크읍?!”
레온은 오크 군인들을 노려보며 거침없이 기운을 드러냈다.
그가 강압적인 기운을 드러내는 것만으로 어지간한 생물은 숨조차 쉬지 못한다.
하물며 상대는 불구대천의 원수인 악마 다음으로 혐오하는 생물.
지금까지 그가 오크의 존재를 윤허한 건 어디까지나 그 나라의 법치와 지도자들을 존중해서였다.
“류이밍 대통령이 본왕에게 모든 권한을 넘겼거늘, 짐승 따위가 감히 왕의 길을 막아서느냐.”
레온의 서슬 퍼런 시선에 오크 군인들은 식은땀을 흘리며 주춤거렸다. 그들은 곧장 무전기를 향해 지시를 기다렸지만, 무전기에서 들리는 목소리는 신경질적이기만 하다.
[어떻게든 막아! 시간을 벌라고!]그리고 그 무전기의 소리는 레온에게도 똑똑히 들렸다.
“얕은수를······.”
레온이 피식 웃으면서 손짓하자 야피가 순식간에 와이어를 휘둘렀다.
“크읍!”
“이, 이놈이···!”
단숨에 오크 군인들을 포박한 야피와 하리는 뒤따르는 기사들과 함께 국방부 청사에 진입했고──
“어어! 저놈들 봐라!”
“동작 그마아안!”
그곳에서 문서들을 파기하고 있는 오크들을 발견했다.
“제압해라. 나라를 배신한 매국노들이다.”
레온의 지시에 기사단은 오크들을 단숨에 제압하기 시작했다.
레전더리 별철무구로 무장한 기사단이다. 청사에 근무하는 오크들과 국방부 직원들이 막을 수 있는 무력이 아니었지만──
-콰아앙!
벽이 무너지며 웬 거구의 오크가 모습을 드러낸다.
제 거구만큼이나 큼직한 도끼를 든 그 오크는 풀무장 상태였다.
“이놈들! 여기가 어디라고!”
“그룸 장군···!”
하리가 레온 앞에서 검을 뽑았다. 충돌을 예상하고 기사단을 대동한 것이지만, 눈앞의 오크 장군은 경계대상이다.
“얌전히 지시에 따라주세요! 저희는 류이밍 대통령 각하에게서 권한을 일임받았습니다!”
“시끄럽다! 쬐깐한 계집년이!”
그룸 장군의 난폭한 목소리가 하리를 닥치게 했다.
과연, 헤이룽 인민국 전설의 오크 헌터. 무력만으로 국방부를 장악하고 쿠데타를 일으켜 대통령 선거에 나선 걸물다운 기세다.
“잘 정리하거라. 스피너 경은 짐과 함께 까지.”
-끼룩!
“폐하?!”
하리는 제 머리 위에서 폴짝 뛰어내려 레온을 뒤따르는 야피를 보며 경악했다.
“사, 상대는 S급 헌터인 그룸 장군인데요?! 저 혼자 상대하라구요?!”
혼자 남겨진 하리가 하다못해 야피라도 남겨달라는 눈빛을 보냈지만, 레온의 옥음이 무심하게 흘러나왔다.
“명색이 오크 장의사 르노아 공작의 심장을 이어받았다면 짐승 한 마리 정돈 장례까지 치르거라.”
혀를 차며 떠나가는 레온을 보며 하리는 입을 크게 벌렸지만, 목소리는 더 나오지 못했다.
레온의 등 뒤를 향해 도끼를 휘두르려는 그롬의 움직임을 막았기 때문이다.
-카앙!
도끼와 검이 부닥치며 거구의 오크와 가녀린 소녀가 힘 싸움을 벌였다.
“꺼져라, 계집!”
“으, 으익!”
요란한 소리가 흐르는 가운데, 레온은 야피가 이끄는 대로 건물 복도를 지났다. 바삐 움직이는 오크, 인간 군인들이 수두룩하다.
“쯧쯧. 군인의 미덕이 아무리 상명하복이라지만, 명예 없는 짐승들 따위에 저리 충실할꼬.”
-괜찮은 것임?
“무엇이 말인가?”
-그룸 장군. 헤이룽 인민국 최고위 헌터. 한하리. 허접임.
“꽤나 평가가 박하군.”
-데이터는 거짓을 말하지 않음.
그렇게 볼 수도 있겠다. 헤이룽 인민국의 게이트 영웅 그룸은 닳고 닳은 S급 헌터고 하리는 최연소라곤 하나 S급으로 승격한 지 1년도 안 됐으니까.
“비록 애송이라곤 해도 짐과 함께 악마사냥을 다닌 기사다. 재능도 타고났지.”
야피를 따라 계단을 내려간다. 몇몇 오크들이 막아서려 했지만, 야피는 와이어로 간단히 그들을 제압했다.
그렇게 도착한 곳은 서버실이다. 야피가 서버실을 불태우려던 직원을 포박하려던 그때였다.
“게다가 한하리가 품은 심장은 오크 상대로──”
-꽈앙!
천장이 무너지며 무언가가 함께 추락했다.
“흐익! 흐익! 흐엑!”
그것은 숨을 헐떡이는 하리와 까맣게 타버린 오크 장군. 숨은 붙어있는 듯했다.
“이, 이겨써요오······.”
“오냐, 수고했다.”
레온은 불카누스 이전, 선대 전쟁과 불꽃의 성자를 기억했다. 그들이 오크와의 전쟁에서 녹색물결을 태워버리던 기억을.
“뭐, 그 정도까지는 바라지 않겠으나······.”
내심 기대가 되는 건 사실이었다.
“스피너 경. 얼마나 걸리지?”
-7초면 충분.
야피는 기계팔을 변형해 서버실에 접속했다. 야피가 국방부 청사의 독립된 서버 내 모든 데이터를 확보하기까지는 불과 4초. 모든 자료를 분석하기까진 3초가 걸렸다.
-최근 6개월간의 데이터 확인 결과. 이상한 점 발견.
“그게 무엇이지?”
-라그나로크 플랜. 해당 계획과 관련해 길림 공화국 내 특정 국방 연구소와 연계한 흔적이 있음.
길림 공화국이라면 과거, 오크 쿠데타로 정권이 바뀌었다가 헤이룽 인민국을 침공한 나라였다.
분노의 주가 만회를 위해 야피가 직접 나서 그들을 처단한 뒤로는 오크들의 세가 예전만 못한 곳이었고.
“흥. 나라까지 진작 팔아먹은 작자였나.”
그래도 거두어진 나라일진대, 짐승 놈들에게 애국심을 바라기엔 거창한 바람일까?
-지금 당장 긴급대응부대를 파견하겠음.
“경의 뜻대로 하라.”
야피가 즉각 발신하자 황해 한가운데의 수면이 흔들리며 미사일들이 솟구치기 시작했다.
* * * *
-쿠와아아아아아아!!
요란하게 흔들리는 미사일 내부 속. 구대성은 빈말로라도 좋다곤 못할 승차감에 잔뜩 긴장하고 있었다.
“허허, 구대성 경! 어찌 그리 떠시오?”
불타는 검 기사단 라이하르 경이 안전벨트도 매지 않고 육포를 뜯는 모습이 영 해괴한 구대성.
“이, 이거··· 안전한 것 맞습니까?”
도미네이터급 잠수항모에서 쏘아진 기사 수송용 미사일은 현재 성층권을 통과하고 있었다.
기사를 다섯을 태우고 마하 20의 속도로 우주궤도로 솟구치더니 종말궤도로 낙하하는 것이 빈말로라도 안전과는 거리가 멀어보인다.
“뭐, 안전하지 않으면 어쩌겠소. 이만한 탈 것이 어디 있다고.”
“안전하지 않은 겁니까?!”
구대성이 경악하며 묻자 라이하르는 어깨를 으쓱이며 대답했다.
“가끔 추락하긴 하는데, 걱정마시오. 잘 착지하면 다칠 일은 없으니.”
스무 발 중 한 발꼴이라는 말에 구대성의 안색이 더더욱 창백해졌다.
“괘, 괜찮은 겁니까?”
“괜찮지 않을 건 또 뭔가? 불카누스 경은 우주까지 치솟다가 떨어져도 멀쩡한데.”
“아······.”
생각해보니까 그랬다. 불카누스는 뻑하면 성층권까지 올라갔다가 추락하는 일을 반복하는데, 어디 다쳤다는 이야길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럼 안심──!?”
급격하게 기우는 실내. 구대성은 미사일이 추락하고 있다는 걸 직감했다.
“우으어어어···!”
안전? 하다는 건 알겠지만, 역시 무섭다. 그러고 보면 어렸을 적 놀이공원에 가서도 롤러코스터는 못 타던 그였다.
“부, 불카누스 경!”
“으응? 뭐라고?”
“불카누스 경은 어디서 뭘 하시는 겁니까아아!”
점점 가속을 받는 미사일에 후회가 저민다. 그러니 이 자리에 없는 이를 원망하며 여긴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며 쓸데없는 말을 하는 것이다.
“어디 별장으로 봐둔 땅을 차지하러 간다던데!”
“예?!”
추락하는 와중, 구대성은 삐걱거리며 부서진 미사일의 철판을 보곤 식겁했다.
안전하다매! 안전하다매!!
미사일 껍데기 일부가 떨어져 실시간으로 분해되는 와중에 저 멀리 하늘에서 목격되는 붉은 불꽃.
-GRARARARARARA──!
아마 성배 기사단조차 보지 못할 만큼 머나먼 ‘영공’. 그곳에서 호쾌한 웃음소리와 함께 추락하는 전쟁의 성배기사가 시야에 들어왔다.
장외전투(2)
···
지금으로부터 1년이 조금 안 된 과거.
중화대륙의 진정한 후계자임을 자처하는 53개국 중 그런저런 한 국가가 그런저럭 다른 국가를 침공했다.
길림 공화국에 의한 헤이룽 인민국 침공.
오크 장군의 쿠데타로 촉발된 이 전쟁은 생각지도 못한 미국과 러시아의 개입으로 끝났는데, 바로 이들 두 국가가 그 어떤 선전포고도 없이 길림 공화국에 위성병기를 쏘아댄 것이다.
지금은 라크샤르에 의해 추락했지만, 신의 지팡이와 그리즐리 레이저 위성이 길림 공화국 오크 군대를 폭격했고, 혼란을 틈타 모종의 부대가 수뇌부를 암살했다──
라는 것이 일반적으로 알려진 사실.
진실은 만신전의 이름으로 주식시장에 개입 중이었던 야피가 주가폭락을 막기 위해 미러의 최첨단 위성병기들을 해킹해 오폭을 하고, 오크 수뇌부를 직접 암살한 것이다.
그 뒤로 길림 공화국은 국력의 주체를 잃고 휘청거리며 불안불안한 정세를 보내고 있었다.
-꽈아아아아아앙!!
길림 공화국 국방 연구소. 정확히는 군의 주체인 오크들의 게이트 공략장비를 연구하고 보급하기 위한 이 비밀 연구소 상공에 십수 기의 미사일들이 낙하했다.
약간의 오차가 있긴 했지만, 정확히 연구소 코앞에 떨어진 미사일들에선 시대착오적인 풀 플레이트 아머의 기사들이 말을 타고 나타났다.
“워~ 워워~ 진정해라, 오랜 전우여.”
미사일의 낙하 충격에 소란스러운 말들은 오랜 친우의 손길에 금세 진정했다.
“그럼, 우리가 제대로 온 건 맞겠지?”
발탄 불타는 검 성배기사단원 라이하르는 눈앞의 큼직한 연구동 건물을 바라보았다.
“으윽··· 방금 통신했는데, 맞답니다······.”
길림 공화국의 국방 연구소는 헤이룽 인민국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그룸 장군과 관련이 있다는 정보였다.
“어째서 적대국의 비밀 연구소와 그룸 장군이 관련 있는 겁니까?”
-휴전 협상 후부터 접촉한 것으로 추정.
“휴전 협상 후부터요?”
조금 의아했다. 어째서 무르카 등장 후가 아니라 거진 1년도 전부터 길림 공화국 연구소에 접촉했단 말인가?
구대성이 고심하는 듯 하자 라이하르가 시원스레 해답을 내놓았다.
“물어볼 게 뭐 있나? 폐하께서 헤이룽 인민국을 장악하셨으니 그 오크 장군이란 놈을 족치면 되는 것 아닌가?”
“그건 그렇습니다만······.”
어쨌든 이 연구소가 그룸 장군과 연결이 있다는 것. 그리고 그룸은 오크 대륙연방에 헤이룽 인민국을 통째로 넘길 작정이었다는 점에서 확인해봐야 했다.
“그런데 야피 경. 그 엄청 거대한 우주병기니 뭐니 하는 거 좀 안 보내주시오? 후작급이나 백작급 말이외다.”
-적 세력의 격추에 대비해 중저궤도로 이동 중. 현지에서 해결하길 권고.
이번 작전을 서포트하는 우주 플랫폼은 전면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 대륙을 감시하는 고고도의 정지궤도에 위성을 띄우면 띄우는 족족 공격받았기 때문이다.
-상대는 정지궤도의 상공 35,786km의 원 궤도에서도 요격이 가능함. 오크 신력에 의한 개념관통인 것으로 추정.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힘들다는거군.”
우주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라이하르는 대충 넘겼지만, 현대인에 나름의 지식이 있는 구대성은 경악했다.
‘우주에 띄운 위성을 공격한다고?’
그런 게 가능한 건가 싶었지만, 문득 생각해보면 라크샤르도 온 우주의 지구 위성들을 격추했다.
성배기사인 자신도 그런 짓이 가능할까 싶었는데, 성배 수호자인 레온이나 악마 군주 그리고 오크 대칸이라는 초월적 존재들에겐 정말로 한계라는 게 없는 듯하다.
“바로 진입하지. 이 난리가 났는데도 불이 꺼진 걸 보면 사람이 없는 건가 싶은──”
라이하르가 그리 말했을 때였다.
-꽝!
그것은 공기를 터뜨리며 쇄도했다.
성배 기사단원 전원이 그 섬뜩한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그것의 속도는 소리보다 빠르다.
“라이하르 경!”
유일하게 그 속도에 대응할 수 있었던 건 다름 아닌 구대성이었다. 대지의 방패로 라이하르를 보호했고, 그것과 충돌하자 겨우 그 정체를 알 수 있었다.
‘투창?’
“구대성 경!”
충격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대지의 방패와 충돌하고도 힘을 잃지 않은 창이 그대로 구대성을 밀어붙였던 것이다.
-콰지직!
괴력으로 그것을 막아서는 구대성의 발목이 대지를 파헤친다. 구대성은 방패를 살짝 틀어 창을 튕겨냈다.
“후우···!”
무슨 놈의 투창이··· 구대성이 안도했을 때였다.
“구대성 경! 아직 안 끝났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