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101)
“태감의 말씀은, 저기 저 사내가 제국 최고의 대부호라는 말씀이십니까?”
“파악된 바로는 그렇습니다. 심지어 개인 재산과 가문 재산, 파악되지 않은 것들까지 빼고 말씀드린 것입니다.”
황제는 의자 팔걸이를 툭툭 치며 물었다.
“재산을 모으는 과정에서 어떠한 불법적인 수탈이나 부정한 방법이 없었느냐.”
“예, 폐하. 확인된 사실이 없나이다.”
태감은 한 차례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제갈세가에서 매년 바치는 공물의 품목만 해도 331개로 상당하며 두 달 전 진상한 그림과 예술품 또한 제갈세가에서 직접 보내온 것이옵니다.”
“음.”
“또한, 제갈세가에는 매년 곳간을 풀어 배고픔에 허덕이는 백성들을 돌보는 일 또한 해오고 있다 합니다. 그로 인해 백성들 사이에서도 제갈세가와 제갈빈의 인망은 날로 치솟고 있는 중이옵니다.”
지강백은 실제로 백성들의 신임을 얻기 위해 기아와 가난으로
고통받는 지역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이 일로 일부 관리들
은 불편한 시선을 보냈다. 딱히 정치적인 개입은 없었지만 백성들의 신임을 얻는, 강남과 강북을 평정한 당대 최고의 권력가가 바로 제갈빈이라는 사내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제갈빈이 매년 바치는 공물과 진상품의 숫자만 해도 어마어마한 양이었기에 감히 건드리지 못할 뿐이었다.
“스스로 나라의 도움이 되고자 가진 재물을 풀어 베풀다니, 진정한 군자의 덕(悳)이로다.”
황제는 지강백을 매우 칭찬하며 그에게 말했다.
“다시 한 번 묻겠다. 빙궁의 물건을 훔친 사실이 있느냐?”
“하늘에 맹세코, 거짓이 없사옵니다.”
“그럼 저 빙궁의 사신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뜻이로군.”
“폐, 폐하!”
분위기가 이상하게 흘러간다는 것을 직감한 빙궁의 사신이 다급히 외쳤다.
그러나 황제는 이미 마음을 굳힌 듯, 기다리고 있던 황군들에게 명했다.
“사신을 돌려보내라.”
황군들은 그대로 사신을 붙잡아 끌고 나가기 시작했다.
사신은 황망한 표정으로 힘없이 대전에서 끌려나갔다.
지강백은 그를 향해 말없이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로부터 두 달 후, 북해에서는 북방 이민족들을 포섭한 뒤 대대적으로 군사를 일으켰다.
무인(戊寅). 4월.
역사에 기록될 북해대전(北海大戰)의 시작이었다.
***
“소식 들었어? 북해에서 전쟁을 일으켰다는데.”
저녁을 먹던 도중, 남궁미향이 먼저 얘기를 꺼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지강백이 고개를 끄덕였다.
“혹시 당신이 북해에 간 일과 관련이 있는 거야?”
“그럴 리가.”
“그럼 다행이고. 듣기로 북해의 여제(女帝) 홍화린이 직접 나섰다고 하더라고. 북해의 홍화린은 중원무림에서도 유명한 인물이잖아? 화경의 고수이며 한빙공(寒氷功)의 대가로.”
분노한 홍화린은 1차 전투와 2차 전투에서 제국의 군대를 완벽하게 패퇴시켰다. 이는 지강백도 충분히 예상한 결과였다.
황실에도 무공을 익힌 고수들이 즐비했지만, 홍화린의 힘은 지강백도 인정하는 수준이었다. 천유성이나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는 이상, 그녀를 막을 상대는 어디에도 없다.
황실에서도 그 사실을 직시했는지, 다시 지강백을 황궁으로 불러들였다. 이번에는 무림맹주 천유성도 함께였다.
***
이번에 불려간 곳은 태화전이 아닌, 그 뒤편에 있는 중화전(中和殿)이었다. 주로 외국 사신이나 중요한 손님을 접견할 때 사용하는 궁전이다.
지강백과 천유성은 중화전에서 만나 가볍게 인사를 나눈 뒤, 황제를 알현했다.
“그대들을 부른 건, 다름이 아니다. 북해의 전쟁을 그대들의 힘으로 막기 위해서다.”
눈살을 찌푸린 황제는 기분이 좋지 않아 보였다.
하긴, 한낱 북방의 이민쪽 따위에게 앞선 두 번의 전투를 전부 대패했으니, 화가 날 만도 했다.
“소를 잡을 때는 소 잡는 칼을 써야 하는 법. 무림인을 잡을 때는 무림인을 써야 하지 않겠느냐?”
황제는 두 사람을 번갈아 바라보며 말했다.
“듣자하니, 무림맹주는 과거 빙궁의 수장과 개인적으로 친분이 있다고 들었다. 사실인가?”
“그러하옵니다. 폐하.”
“그럼 묻겠다. 이 전쟁, 그대의 손으로 끝낼 수 있겠는가?”
천유성은 일말의 망설임 없이 곧바로 대답했다.
“한때 개인적인 친분이 있었던 건 사실이나, 감히 나라를 어지럽히는 오랑캐를 이 나라의 백성으로서, 또 폐하의 신하로서 어찌 가만히 두고 볼 수 있겠습니까? 명령만 내려주신다면 신(臣)이 선봉에 서서 그녀의 목을 따오겠나이다.”
가만히 듣고 있던 지강백은 실소가 흘러나오려는 것을 간신히 참았다.
한 번 배신당하고 죽어보니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우리 사이의 친분은 언제든지 쉽게 끊어버릴 수 있는 썩은 밧줄과도 같았다는 것을.
그걸 죽어서야 깨달은 사실이 그저 후회스러울 뿐이었다.
한편, 황제는 천유성의 대답이 썩 흡족했는지 미소를 지었다.
“좋다. 그럼 이번에 짐이 오군도독부의 장군들과 병부상서를 이끌고 친히 북해로 진격할 것이다. 그대들은 짐을 따르라.”
“황은이 망극하옵니다.”
“또한 이번 정벌에 꼭 필요한 무림의 인사들을 그대들이 직접 뽑아 참전시키도록 하라. 반드시 승리하고 돌아올 수 있도록.”
황제가 자리를 떠나자, 두 사람도 궁전을 나섰다.
“지금이야 태평성대이지만 내가 청년 시절일 적만 해도 이런 일이 자주 있었지. 특히나 새외의 세력들은 황실과 무림에는 특히나 골칫거리였어. 칠년 전 정마대전이 대표적인 예지. 그땐 마교 외에도 서장의 포달랍궁(布達拉宮)이나 북해빙궁도 마찬가지였고.”
천유성과 지강백은 동시에 옛 과거를 회상했다.
무수히 많은 무인들이 사라져간 전쟁의 시대를.
참으로 재미있는 상황이다. 그 시절 적으로 싸웠던 둘이 같은 길을 걸으며 그때를 회상하고 있다니.
천유성은 지강백의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처음이라 당황스럽겠지만 너무 걱정말게. 북방의 침략은 왜구의 남침만큼 흔해빠진 일이니까. 그럼, 멀지 않은 때 보세.”
지강백은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가만히 응시했다.
***
가문으로 돌아온 지강백은 곧장 휘하 세력들을 모두 집합시켰다. 남궁세가와 사천당가를 비롯해 화산파와 곤륜, 청성파의 장문인들도 함께 참석했다.
“······이렇게 해서, 북해 정벌에 나설 분들을 뽑고 있소.”
“이거 중대한 사안이군요.”
구파일방의 장로들은 당연히 참가하기로 했으며, 각자 특출난 무공실력을 지닌 무인들을 차출해 데려왔다.
남궁운은 창궁칠검을, 당휘란은 암화대를 불렀다. 지강백 또한 옥룡대와 질풍대 등을 불러들였다. 최근 제자로 삼은 홍련도 당연히 데려가기로 했다.
문제는 남궁미향이었다.
지강백은 남궁미향이 이 전쟁에 참여하지 않았으면 하는 게 솔직한 바램이었다. 가장 위험한 장소에 가장 소중한 사람이 간다는 건 누구나 원치 않았다.
그러나 남궁미향은 단호했다.
“내가 여기 참가한 무인들보다 못한 게 뭔데? 내 몸 하나 건사할 실력은 충분히 되니까 걱정하지 마.”
결국 홍련을 그녀의 호위로 붙인다는 조건 하에 그녀를 데려가기로 결정했다.
다음은 재야의 숨은 고수들을 부를 차례였다.
무림이라는 숲 속에 모습을 감춘 채 살아가는 이름모를 고수들. 또는 신분을 감춘 협객들이 필요했다.
“개방 방주에게 서신을 보내 이름난 고수들을 찾도록 하시오. 은거고수들 가운데에는 황실의 이름을 꺼려하는 자들도 있으니 북방의 위협을 배제하기 위해 힘을 빌려달라는 쪽으로.”
서신을 받은 벽사걸은 개방 방주라는 이름이 아깝지 않게 금세 은거고수들을 찾아냈다.
확실히 나라의 위험이라는 소리를 듣자 협의가 솟은 협객들이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지강백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그들을 맞이했다.
“먼 길 오느라 고생들 많았습니다.”
강남에서 협의로 이름을 떨친 칠객(七客). 하북 최강의 문파인 거용문(巨龍門)의 거용 대인. 강북 전통 무관 출신의 강북십협(江北十俠). 소림에서 파계당한 승려 파곤(破困). 전대의 전대에 활약했던 노고수 삼천노군(三千老君). 전설의 창잡이로 불리던 남악의 젊은 고수 설검인(雪劍引). 강동의 맹호라 불리는 태산군(泰山君). 그 외 등등······.
도합 오십 명 정도의 고수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지강백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예를 갖추며 인사를 나누었다.
단순히 이번 정벌을 위해 이들을 데려온 것이 아니다. 훗날 용이하게 쓰기 위해 미리 친분을 다져놓을 필요가 있었다. 휘하로 들인다면 더할나위 없었다.
탐나는 인재를 끌어들이는 건, 지강백이 가장 자신있어하는 분야였다.
지강백은 은밀히 그들의 뒷조사를 해, 그들의 성향을 자세히 파악했다.
돈이 궁핍한 자들에게는 물질적인 지원을, 단순히 정의로운 협의를 원하는 자에게는 그럴듯한 명분과 화술을. 강함을 원하는 자들에게는 무력을 써서 자신의 사람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북해 정벌에 나설 인원이 정해졌다.
***
그 시각, 천유성은 자신의 침소에서 흑무림맹주 마태룡과 독대하고 있었다.
“아주 제 집인 양 들락날락하는군.”
“나라고 썩 내키지는 않아. 친우가 그 먼 길을 찾아왔는데 차 한 잔도 안 내주나? 망할 영감탱이.”
가볍게 한 마디씩 주고받은 뒤, 마태룡이 입을 열었다.
“들었다. 홍화린 그 미친년이 갑자기 미쳐 날뛰고 있다지? 그그것 때문에 운남도 아주 시끄러워.”
“자주 있는 일 아닌가. 유난 떨 일도 아니지.”
“그런데 이번에는 그 이유가 특이하던데? 왜, 북해의 상징과도 같은 물건을 도둑맞았다고 했다면서? 그거 혹시 천년빙옥 아닌가?”
천유성은 굳이 대답하지 않았다. 이미 그도 짐작하고 있던 차였다.
“엄청 중요한 물건이라고 홍화린에게 들은 기억이 나는데······그년은 어쩌다 그런 물건을 쳐 빼앗기고 난리야?”
“북해 교역을 위해 들른 제갈빈이 훔쳤다더군. 주장하는 대로는.”
“제갈빈 그놈은 그걸 어떻게 알았다던가?”
“그건 나도 모르지. 애초에 홍화린의 말이 사실인지도 확실치 않고.”
“골치 아프군. 그래서, 그년은 죽일 거고?”
천유성은 고개를 저었다. 늘 그렇듯 정치적인 목적으로 하는 시위에 불과하다면 이쪽도 굳이 힘을 뺄 생각은 없었다.
하지만 정말 빙옥과 관련되어 있고, 홍화린이 진심으로 빙옥을 되찾기 위해 전쟁을 벌인 것이라면? 천유성의 눈가에 주름이 깊어졌다.
***
드디어 북경으로 떠나는 날이 되었다.
새벽에 일어난 지강백은 고수들과 함께 처소를 나섰다. 밖에는 이미 황제가 보낸 금의위(錦衣衛)가 기다리고 있었다.
“황제 폐하의 명을 받들어 모시러 왔습니다.”
“고맙습니다. 헌데, 잠깐만 기다릴 수 있겠습니까?”
“한시가 급합니다. 이유가 있습니까?”
“아직 도착하지 않은 사람이 있습니다.”
남궁미향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벌에 참가하기로 한 고수들은 이미 전부 집합했다. 여기서 새로운 고수가 온다는 소식은 들은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강백은 가만히 서서 어딘가를 유심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지강백의 시선이 향한 곳에서 엄청난 흙먼지와 함께 누군가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처음에는 다들 제 눈을 의심했다. 웬 사자 한 마리가 달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달려오는 사람과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그제야 사람이 사자탈을 덮어쓰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
“어? 저 사람, 설마?”
“그래.”
지강백이 반가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내가 부른 마지막 고수다. 제갈세가의 학자들과 이름난 군사(軍師)들로부터 꾸준히 가르침을 받아왔으며, 내 가르침과 무공 수련을 통해 실력을 키웠고, 최근에는 강남의 온갖 산들을 돌아다니며 산채들을 박살내고 녹림십팔채를 모조리 털어버렸다더군.”
머리에 쓴 무시무시한 사자탈과 몸집보다 더 큰 거대한 대도(大刀). 이국적인 외모에 푸른 벽안.
“호야!”
마지막 고수, 호야가 마침내 도착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