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100)
북쪽 국경지대를 지나 북해로 넘어가기 전, 지강백은 국경을 수호하는 지휘관인 조철수(曺哲秀)와 은밀하게 만남을 가졌다.
“아이고, 가주님께서 이 먼 곳까지 오실 줄은 몰랐습니다. 미리 연락을 받기는 했지만······.”
이미 조정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는 지강백이었다.
과거, 사고를 쳐서 국경지대에 발령난 상태였던 조철수는 지강백을 마치 상관 대하듯 극진히 모셨다.
“북해까지 가신다고 하셨습니까?”
“그렇습니다.”
“먼 길을 가시는군요. 아, 검문은 걱정하지 마십시오. 혹여나 시간이 지체되실까 아랫것들에게 검문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지시를 내려두었습니다. 상인들에게도 정중히 대하라 단단히 일렀으니 염려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조 장군께서 어련히 알아서 처리하셨으려고요.”
지강백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조철수에게 말했다.
“듣자하니, 조 장군께서는 이곳 국경지대의 가장 높은 직위를 가진 분이시라고 들었습니다. 유사시 이곳의 병력을 움직일 수 있는 유일한 분이시라고.”
“예, 그렇습니다.”
“지금 이곳을 수호하는 군사의 숫자가 얼마나 됩니까?”
“별 이상이 없을 시에는 대략 삼천 명 정도 됩니다.”
“삼천 명이라······.”
잠시 고민하던 지강백이 말했다.
“적어도 한 달까지 만 명 정도의 병력을 집합시켜 두십시오. 그리고 하루도 빠짐없이 북쪽 경계를 유심히 지켜보시고요.”
“네?”
갑자기 엉뚱한 부탁을 해오자 조철수는 난색을 표했다.
“그건 좀 어렵습니다. 물론 제가 북방 경계의 군사 통솔권을 가지고 있긴 합니다만, 전시(戰時)도 아닌데 단독적으로 그렇게 많은 병력을 한곳에 집중시킬 수는 없습니다. 부하들도 따르지 않을뿐더러, 조정에서 의심을 할 가능성이 다분합니다.”
“그렇습니까?”
“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이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지강백은 잠깐 침묵했다. 그러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척박한 변방의 음식과 풍경, 이제 지겹지 않으십니까?”
“네?”
“실례인 줄 압니다만, 조 장군의 뒤를 좀 조사해보았습니다. 삼년 전, 정마대전 당시 전투에서 패하고 수습도 제대로 못하고 도망친 죄가 있으시더군요. 그 죄로 좌천당한 신세시고······. 지금은 꾸준히 도성으로 복직하기를 바라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조철수의 얼굴이 붉어졌다. 멋대로 치부를 들춘 것에 화가 난 것 같기도 하고, 부끄러워하는 것 같기도 했다.
그리고 갑자기 왜 이런 말을 꺼내는 것인지에 대해 의문스럽다는 표정도 떠올랐다.
지강백은 그가 멋대로 상상하는 걸 막기 위해 선수를 쳤다.
“일 년. 일 년 안에 조 장군을 도성으로 복직시켜드리겠습니다. 원하신다면 가고 싶은 곳으로 옮기실 수 있도록 최대한 힘써드리지요. 대신 제 부탁을 들어주셔야 합니다.”
조철수의 눈이 크게 뜨였다. 그는 잠깐 멍한 표정을 지었다가 이내 침을 꿀꺽 삼켰다.
생에 다시는 없을 엄청난 기회가 왔음을, 직감했을까.
지강백은 그가 입을 열 때까지 잠자코 기다렸다. 그는 한참이 지나서야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저······제갈 가주님. 혹시 이유를 들어볼 수 있을까요?”
“그건 말씀드리기 곤란하군요. 허나 제안은 사실입니다.”
“허나 방금 말씀드렸듯 그건 불가능한······.”
“가능하게 만들어야지요. 부하들을 설득시키든, 거짓말을 하든, 어떻게든 병력을 끌어모으세요. 설마 방법까지 제가 가르쳐드려야 합니까?”
“아니, 그게 아니라······.”
지강백은 더듬거리는 조철수를 응시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한층 낮아진 목소리로 협박하듯 차갑게 내뱉었다.
“조 장군님. 아직 모르시겠습니까? 제가 지금 장군님께 딱 한 번의 기회를 드리는 겁니다. 만약 제 손을 놓으시면 장군께서 다시 도성으로 돌아올 기회가 과연 있을까요?”
조철수가 입술을 질끈 깨물었다. 이대로면 평생 변방 신세를 면치 못한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실감하고 있었다.
솔직히 이곳의 척박하고 황량한 풍경, 매일같은 밥, 그리고 여자까지······질렸다.
질끈 눈을 감았던 그가 다시 눈을 떴을 때, 지강백의 주변에 빛이 나오는 착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눈빛을 확인한 지강백은 미소를 지었다.
지강백의 목소리가 다시 부드럽게 변했다.
“할 수 있으시겠지요?”
“······맡겨만 주십시오.”
“그럴 줄 알았습니다. 그럼, 조 장군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일 년 뒤, 강남의 경치 좋은 기루에서 술이나 한 잔 합시다. 하루 통째로 비워놓겠습니다.”
벌떡 일어선 조철수가 고개를 깊이 숙였다.
***
지강백은 저 멀리서 달려오는 대군을 발견하고 안도했다.
‘조철수 장군이다. 아주 무능한 작자는 아니었군.’
이걸로 최악의 상황은 면한 듯했다. 그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두두두두두-!
대략 만 명 정도로 되는 대군이 엄청난 속도로 진격해오자, 장 행수를 비롯한 상단의 일행들도 기쁨의 외침을 터뜨렸다.
“제국의 군대다!”
황금성 일행과 가까워진 군사들은 두 갈래로 나뉘어 일행이 피할 길을 열어준 뒤, 다시 합쳐졌다.
그들이 추격자들을 막아준 덕분에 지강백을 비롯한 일행은 무사히 성문을 넘어 안전하게 몸을 피할 수 있었다.
“살았습니다. 가주님! 으허헝!”
장 행수가 눈물을 흘리며 만세를 불렀다.
성문 밖에서는 제국의 군사들이 홍화린을 비롯한 추격대를 막아서는 중이었다. 직접 병력을 이끌고 나온 조철수가 홍화린을 향해 경고의 외침을 날렸다.
“물러서시오! 더 이상 다가왔다간 본국을 향한 선전포고로 받아들이겠소!”
홍화린은 이를 부득 갈았다. 분노로 머리가 터져버릴 것 같았다.
“이런 벌레만도 못한 것들이······!”
그녀의 몸에서 시린 냉기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마치 전설 속 마녀와도 같은 모습에 조철수가 흠칫했다.
분노한 홍화린이 당장이라도 달려들어 전부 쳐죽이려는 것을, 곁에 있던 소용과 철노소가 간신히 막았다.
“빙후님! 일단은 물러나셔야 합니다!”
“놔라! 빙궁의 심장이······빙옥이 저곳에 있지 않으냐!”
“여기서 중원의 군대와 맞선다면 그 순간 전쟁입니다! 일단 물러나신 다음, 정식으로 사절을 보내시지요!”
“철노소 장군의 말이 옳습니다. 물러나셔야 합니다.”
홍화린은 입술을 질끈 깨물며 지강백이 들어간 성문을 노려보았다. 그녀의 입에서 분노의 괴성이 터져 나왔다.
“으아아아아!”
그 소리가 어찌나 우렁찼던지, 가까이 있던 병사 수십 명이 귀에서 피를 쏟으며 기절했다.
괴성은 지강백이 있는 성문 뒤까지 전해질 정도였다. 귀를 꽉 막은 장 행수가 일그러진 얼굴로 물었다.
“대체 왜 저희를 추격해온 것일까요?”
“그건 나도 모릅니다. 갑자기 생각이 바뀌어서 저희를 다 죽이려고 했을지도.”
“젠장할. 북쪽 이민족들은 전부 성격이 지랄맞다더니.”
장 행수는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는 듯 몸서리쳤다.
시간이 지나고, 무사히 귀환한 조철수가 추격자들이 돌아갔음을 알렸다.
지강백은 품에 고이 보관한 빙옥을 어루만지며 눈을 빛냈다.
남은 건, 빙궁에서 먼저 전쟁을 걸어오기를 기다리는 것뿐이었다.
***
홍화린은 빙궁에 돌아오자마자 정식으로 사신을 보냈다.
북해의 심장, 천년빙옥에 대한 진실은 비밀이었기에, 사신은 ‘대대로 전해 내려오는 북해의 상징과도 같은 물건’을 언급하며 제갈세가의 가주인 제갈빈에게서 그 물건을 돌려받기를 청해왔다.
그리고, 이를 돌려받지 못했을 시 무슨 짓이든 할 수 있다며 협박까지 가해왔다.
물론 황실에서 이것을 겁낸다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불필요한 전쟁을 굳이 일으킬 필요는 없었다. 분란을 잠재울 수 있다면 평화롭게 잠재우는 것이 옳았다.
벌써 북쪽 경계는 시위를 해대는 이민족들 때문에 경계가 삼엄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거기에만 드는 돈도 상당했기에 황실에서는 빠르게 이 상황을 정리할 필요가 있었다.
결국 황제는 칙명을 내려 제갈빈을 불러들였다.
황제의 칙명서를 받아든 관리는 그 길로 지강백이 묵고 있는 제갈세가 강북 지부로 향했다.
지강백은 예상했다는 듯 덤덤하게 받아들였지만, 돌아가는 상황을 모르는 제갈경과 남궁미향은 혼란을 감추지 못했다.
결국 두 사람을 진정시키고 나서야, 지강백은 황도(皇都)로 향할 수 있었다.
천마였던 시절에도 황궁에 갔던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런 식으로 가게 되다니. 세상 일이란 참 모르는 일이었다.
황도에 도착한 뒤 황제를 알현하기 위해 옷을 단정히 차려입은 지강백은 황궁의 심장부인 태화전(太和殿)으로 향했다.
거대한 황금빛 기와 지붕을 지나 안으로 들어서자, 수백, 수천 명의 관료들이 좌우로 정렬해 있었고, 중앙의 태사의에는 현 제국의 황제가 앉아 있었다.
그리고 앞에는 무릎을 꿇은 빙궁의 사신이 있었는데, 눈을 마주치자 핏발이 선 눈으로 이를 부득 갈았다.
이곳이 황궁이 아니었다면 당장이라도 달려들 기세였다.
지강백은 그의 옆으로 가서 마찬가지로 무릎을 꿇었다.
황제······. 한때는 가장 증오하던 자였는데, 이렇게 마주하자 색다른 기분이었다. 전생에서도 얼굴은 한 번도 보지 못했고, 그건 지금도 마찬가지였다.
“폐하. 이자가 호북 명문가인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빈이옵니다.”
태감의 소개에, 황제가 말했다.
“제갈세가라면 짐도 잘 알고 있다. 고명한 학자를 많이 배출해 낸 명망있는 선비의 집안이 아닌가. 짐이 황태자 시절 태자태사(太子太師:황태자의 스승) 또한 제갈씨를 썼느니라.”
낮고 근엄하며 깊은 울림이 있는 목소리.
대충 오십 대 중반에서 환갑에 가까운 남자였다.
“그런데 가문을 이끄는 자가 이리도 젊다니. 어찌 된 일인가?”
“예, 폐하. 사실 제갈가의 전대 가주가 독살을 당한지라 어쩔 수 없이 젊은 소가주였던 제갈빈이 가주직에 오른 것으로 알고 있사옵니다.”
“그 어린 나이에 한 가문을 맡아 다스릴 정도면 보통 인물이 아니다. 저 아이가 궁금하구나. 고개를 들라.”
황제의 명령이 떨어지자 지강백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황제의 모습이 선명하게 눈에 들어왔다.
천자(天子)를 상징하는 화려한 금색 용포와 면류관(冕旒冠).
잘 정동된 수염과 정광이 번뜩이는 눈동자. 자연스러운 위압감.
지강백은 이 위압감의 정체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작게는 한 세력을, 크게는 거대한 제국을 다스리는 지존에게서 나오는 군주의 기운이었다.
‘이자가 황제로구나.’
황제는 지강백을 응시하다 흥미롭다는 어투로 말했다.
“눈빛이 범상치 않은 것이, 용의 기운을 가진 아이로다.”
이번에는 지강백이 흥미를 느낄 차례였다. 겉보기에는 아무런 내력도 없는 늙은이에 불과한데, 뭔가를 느낀 것일까?
황제는 잠시 지강백을 관찰하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빙궁에서 온 사신은 네가 빙궁의 상징과도 같은 물건을 도둑질했다고 하였다. 사실이더냐?”
“전혀 사실이 아니옵니다. 폐하.”
“거짓입니다!”
지강백이 담담하게 대답함과 동시에 빙궁의 사신이 버럭 소리쳤다. 그러자 좌측에 정렬해 있던 오군도독부의 장군 한 명이 언성을 높였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언성을 높이느냐!”
“폐하! 저자의 말은 모두 새빨간 거짓이옵니다!”
지강백은 사신의 외침에도 꿋꿋이 말을 이었다.
“폐하의 명으로 제 집과 관계된 모든 장소를 살펴보게 하소서. 허나 제 말에 한 치의 거짓도 없음을 미리 밝힙니다.”
“폐하! 저자는 이미 빙궁의 보물을 빼돌렸을 것입니다. 저자를 넘겨주시옵소서! 고문을 해서라도 밝혀내겠사옵니다!”
사신이 악을 쓰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지강백은 표정의 변화 없이 고개를 숙였다.
그런 지강백을 유심히 지켜보던 황제가 물었다.
“태감.”
“예, 폐하.”
“제갈빈이 소유한 건물과 사업체, 땅 등을 모두 말해보라.”
“예, 폐하. 호북의 대저택을 비롯해 소유한 건물의 숫자는 대략 천 이백 가구. 가문에서 운영하고 있는 사업체는 대략 칠백 구십 개, 그리고 소유한 토지는······아직까지 전부 파악하지 못했나이다.”
“······.”
대전에 일시적으로 침묵이 감돌았다. 심지어 황제마저도 잠깐 멈칫했다.
분명 개인이나 가문의 재산을 빼고, 물질적인 소유만 불렀는데도 이정도다. 그렇다면 대체 얼마나 부자라는 것인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