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99)
지강백은 장기전으로 갈 경우, 자신에게 불리해진다는 것을 깨달았다. 빙옥을 수호하는 활강시들의 힘은 상상 이상이었고, 더는 지체할 시간도 없었다.
‘일격으로, 단번에 끝을 낸다.’
지강백은 바닥을 박차고 마주 달리기 시작했다. 그의 전신에서 폭풍같은 바람이 일어났다.
검을 든 활강시가 지강백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휘릭. 파파팟!
지강백은 몸을 비틀어 검격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활강시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직후, 활강시의 거구가 공중에 붕 뜨더니, 엄청난 속도로 튕겨나가 그대로 천장에 처박혔다.
풍신환원공, 천리동풍 초식이었다.
지강백은 속도를 줄이지 않은 채 두 번째 활강시와 격돌했다.
쿠오오! 지강백의 전신을 휘감으며 푸른 용이 튀어나왔다.
후웅!
도를 든 활강시는 지강백의 허리를 양단할 작정으로 도를 횡으로 휘둘렀다.
지강백은 아슬아슬하게 바닥을 박차고 날아 도격을 피한 뒤, 발을 수직으로 높이 치켜들었다. 그러자 푸른 용의 기운이 발 끝에 집중되었다.
쩌엉!
지강백은 그대로 활강시의 정수리에다 발꿈치를 내려찍었다.
청룡신공의 용린각(龍鱗脚) 초식이었다. 일순, 푸른 섬광이 터졌다.
콰드득!
머리가 움푹 찌그러진 활강시가 지하 바닥에 반쯤 파묻혔다. 지강백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음 활강시를 향해 몸을 날렸다.
슉! 슉슉슉슉슉!
눈이 어지러울 정도로 매서운 창격이 날아들었다.
지강백은 천기미리보를 펼쳐 창격을 피하는 것과 동시에, 수도를 세워 활강시의 명치에 찔러넣었다. 마치 한 자루의 검처럼 손은 단단한 강시의 몸을 파고들었다.
직후, 활강시의 몸에 금이 쩍 하고 가더니, 이내 강시의 신체가 여덟 조각으로 나뉘어 쪼개졌다.
월인대신검 무검류(無劍流), 화조월석(花朝月夕) 초식이었다.
부서져 내리는 활강시의 틈 사이로, 곤봉을 든 마지막 활강시가 달려드는 모습이 보였다.
후웅! 훙!
무시무시한 파공음을 내며 봉이 날아들었다. 한 대라도 맞았다가는 그대로 얼굴이 터져버릴 듯했다.
지강백은 제석천의 힘을 끌어올린 뒤, 주먹을 쥐었다.
밀려드는 봉격을 피함과 동시에, 진각을 밟으며 정권(正拳)을 내질렀다.
콰득-!
명치에 정확히 틀어박힌 주먹. 동시에 주먹에서 터져 나온 거대한 벼락 줄기가 활강시의 전신을 사정없이 두들겼다.
“뇌성붕권(雷聲硼拳).”
콰르릉! 결국 충격을 버티지 못한 활강시의 몸이 흔적도 없이 소멸되었다.
“허억.허억.”
일격에 기력을 대부분 쏟아부은 탓에, 천하의 지강백도 숨이 차올랐다. 무기 하나 없이 그것도 알몸으로 활강시와 전투를 하게 될 줄이야······.
그래도 어찌 되었든 여기 온 임무는 달성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다.
지강백은 기둥으로 다가가 빙옥을 손에 쥐었다. 시린 한기가 피부를 타고 전해졌다.
이제 무사히 중원으로 돌아갈 일만 남았다.
***
침상 위에 누운 채 깊은 잠에 빠져 있던 홍화린이 눈을 번쩍 뜨고 상체를 일으켰다. 그녀의 온몸은 온통 땀으로 젖어 있었다.
홍화린은 젖은 머리를 쓸어넘기며 눈살을 찌푸렸다.
‘뭐지? 갑자기 불길한 예감이 들어.’
그녀는 빙후의 자리에 오른 뒤, 가끔 악몽을 꾸고는 했다.
거의 대부분 빙궁의 선조들이 나오는 꿈이었는데, 그 꿈을 꿀 때에는 꼭 안 좋은 일들이 일어나고는 했다.
그리고 방금 전에도 어김없이 그 꿈을 꾸었다.
‘아무래도 심상치 않아. 내가 뭘 놓친 게 있나?’
그때 문득, 제갈빈이 떠올랐다. 그러고 보니 그는 이상하게 떠나기 전날 밤, 빙궁에서 묵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물론 어려운 부탁이 아니었기에 흔쾌히 수락했지만, 지금 돌이켜와서 생각해오면 의아한 부분이었다.
악몽도 그렇고, 찜찜한 느낌이 든 홍화린은 결국 침의에 겉옷을 걸치고 방을 나섰다. 보초를 서고 있던 호위들이 그녀를 보고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홍화린은 주변을 쓱 훑어보며 호위들에게 물었다.
“혹시 밤중에 수상한 자가 돌아다니거나 하지는 않던가?”
“수상한 자요? 개미 새끼 하나도 지나가지 않았습니다.”
“알았다.”
홍화린은 회랑을 지나 지강백에게 내어준 방으로 이동했다.
그의 방 앞에 도착했을 때, 홍화린은 방 안에서 그의 기척이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똑똑. 문을 두드리고 그를 불러도 반응이 없다.
설마? 하는 의심이 홍화린의 뇌리를 스치고 지나갔다.
“제갈 가주님? 가주님, 안에 안 계신가요?”
역시. 이번에도 대답이 없다.
표정이 굳어진 홍화린은 문을 벌컥 열어젖혔다.
직후, 그녀의 입이 살짝 벌어지고 눈동자가 흔들렸다.
지강백이 홀딱 벗은 채 침상에 걸터앉아있던 것이다.
“······헉!”
아주 잠깐 멍해져 있던 홍화린이 정신을 차리고 다급히 눈을 가렸다. 지강백은 침의를 걸쳐 몸을 가린 뒤, 홍화린에게 말했다.
“이 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십니까?”
“시, 실례했습니다. 저는 그냥 내일 가신다고 하니 못다한 말이 생각나서······그냥 내일 전해드리는 편이 낫겠군요. 그, 그럼 편히 쉬세요.”
홍화린이 부리나케 방을 나서자, 지강백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늦었다면 그대로 들통날 뻔 했다.
다행히도 홍화린은 지강백의 나체를 본 충격 때문에 조금 전까지 방 안에 기척이 없었다는 것과, 지강백이 활강시에게 기습을 당해 생긴 팔뚝의 상처를 캐묻지 않았다.
가져온 빙옥은 자신의 기운을 둘러 감쪽같이 숨겼다.
이걸 가지고 무사히 중원으로 돌아가면, 이곳에 온 목적은 달성하는 셈이다.
***
“북해에 오신 게 엊그제같은데······시간이 참으로 빠릅니다.”
“북해의 사람들과 빙후님 덕분에 호화를 누리다 가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도 좋은 관계를 기대하겠습니다. 그럼.”
지강백과 상단 일행은 다음 날 에정대로 빙궁을 나섰다. 저 멀리 작아지는 상단을 응시하던 홍화린에게, 소용이 다가왔다.
“시녀에게 얘기 들었습니다. 악몽을 꾸셨다고요.”
“그래.”
“빙후님께서 악몽을 꾸셨을 땐 언제나 불길한 일들이 벌어졌습니다. 한 번도 빠지지 않고요. 분명 선조들께서 경고하시는 겁니다.”
“경고?”
“네. 앞으로 일어날 일들에 대한 경고 말입니다. 뭔가 짚이시는 점은 없으십니까?”
“아직은. 어젯밤에 제갈빈을 찾아가보긴 했지만······.”
홍화린은 며칠이 지나도 찜찜한 기분을 벗어내지 못했다.
혹시나 싶어 북해의 보물들 중 사라진 것이 있나 조사해보기도 하고, 실종이나 살인 사건이 일어났는지도 살펴보았다. 그러나 의심가는 정황은 없었다.
‘그냥 기우였던 걸까.’
지강백이 떠난지 열흘째 되던 날, 홍화린은 북해의 관습대로 천년빙옥이 보관되어 있는 제단으로 내려갔다. 북해의 안녕을 빌며 빙옥의 안정을 확인하기 위한 일종의 풍습이었다.
지하 계단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던 홍화린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슬슬 빙옥의 기운이 느껴져야 정상인데······이상하리만치 아무런 기운도 느껴지지 않았다.
그때, 앞서 제단에 도착한 궁인들이 헐레벌떡 홍화린에게 달려왔다. 그들은 못 볼 걸 보기라도 한 듯, 하나같이 사색이 되어 있었다.
그 순간, 홍화린은 뭔가 큰일이 벌어졌음을 직감했다.
“비, 빙후시여! 제단이······!”
“젠장!”
홍화린은 다급히 제단으로 달려갔다. 그러나 그곳에는 엉망으로 부서진 활강시의 잔해와, 사라진 빙옥으로 인해 어두컴컴한 제단이 있을 뿐이었다. 그것을 본 궁인들은 거의 실신하기 직전이었다.
북해의 심장이, 북해인들이 신성시하는 상징과도 같은 물건이 사라졌다.
멍하니 빙옥이 있던 자리를 응시하던 홍화린이 이내 분노의 외침을 터뜨렸다.
“제갈빈······제갈빈!”
홍화린은 이제야 모든 것이 이해가 되었다.
그날 밤, 빙궁에서 묵게 해달라는 부탁과 느껴지지 않던 기척. 그리고 그가 일부러 이 먼 변방까지 몸소 찾아온 이유. 전부 다!
결국 이번에도 악몽은 그대로 들어맞은 셈이었다.
홍화린은 곧장 빙궁으로 올라와 장수들을 소집했다. 빙궁의 수십 장수들은 그녀로부터 빙옥을 도둑맞았다는 소식을 듣고 대노했다.
“이 중원의 버러지같은 새끼가!”
“당장 잡아다 사지를 찢어놓아야 합니다!”
“아직 국경을 넘지 못했을 것입니다. 명령을 내려주소서!”
홍화린은 북해에서 가장 날쌘 군사들과 장수들을 데리고 직접 성문을 나섰다.
‘열흘이란 시간에다 일행도 많으니 아직 멀리가지는 못했을 것이다. 아직 잡을 기회가 있다.’
홍화린은 시퍼런 안광을 불태우며 달리는 말에 박차를 가했다.
***
지강백은 빙궁에서 조금 벗어나자마자 짐이 될 물건들을 최소한의 식량만 남겨두고 모조리 버리도록 지시했다. 그리고 쉴 새 없이 국경까지 강행군을 치뤘다.
그리고 사막을 넘어 국경에 다다를 무렵, 지강백은 저 멀리서 추격대가 오고 있다는 보고를 듣게 되었다.
‘빌어먹을. 하루만 더 늦었으면 좋았으련만.’
추격대가 오고 있다는 보고에 장 행수와 표사들이 기겁하며 도망치기 시작했다. 그러나 북방의 튼튼한 말들과 북방 이민족들의 뛰어난 기마술은 익히 알려진 바였다. 두 무리 사이의 거리는 금세 좁혀졌다.
이대로라면 국경에 다다르기 전에 홍화린에게 잡힐 게 불보듯 뻔했다.
장 행수는 영문도 모른 채 도망치다 지강백에게 제안했다.
“가주님. 저들이 왜 쫒아오는지 몰라도 일단 멈춰서 대화로 풀어보는 것이 어떻습니까? 분명 피차간 오해가 있는 게 분명······.”
“여기서 멈추면 끔찍하게 죽음을 맞이할 겁니다. 잔말말고 계속 달리세요.”
장 행수는 사색이 되어 침을 꿀꺽 삼켰다. 하긴, 대접을 잘 받고 맘 편히 돌아가려는데 갑자기 추격대가 흉흉한 살기를 내뿜으며 쫒아오니 당황하지 않을 리 없었다.
그때, 뭔가가 싸늘한 느낌을 받은 지강백이 고개를 돌렸다.
저 먼 하늘에 붉은 무언가가 반짝거리며 이쪽을 향해 쏟아져 내리고 있었다.
‘화살!’
어느새 거리는 화살을 쏘아서 맞출 수 있을 정도로 가까워져 있었던 것이다.
푹! 푹푹푹!
상단의 맨 뒤쪽에 있던 표사들과 쟁지수 몇 명이 화살에 맞아 쓰러졌다. 지강백은 혀를 차며 월영검을 뽑아들고 상단의 뒤쪽으로 말을 몰았다.
“으, 으아악!”
“당황하지 말고 전속력으로 말을 몰아라!”
지강백은 비명을 지르는 일행에게 소리치며 직접 화살을 막아내기 시작했다.
그때, 저 멀리서 홍화린의 분노에 찬 외침이 들려왔다.
“이 씹어먹어도 시원찮을 개새끼야! 감히 북해의 심장을 훔치다니, 내 너를 반드시 잡아 포를 뜨고 소금통에 절여버릴 것이다!”
섬뜩한 외침에 도망치던 일행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지강백은 최악의 경우까지 염두해야만 했다.
‘홍화린이 데리고 온 병력의 숫자는 대략 이천 정도······. 저 중 절정고수가 열댓 명은 있다는 가정 하에, 홍화린까지 상대한다면 나 혼자서는 불가능하다.’
지강백은 눈살을 찌푸리며 국경 부근을 응시했다. 그는 뭔가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었다.
‘제발······.’
두두두두-!
그때, 국경 부근에서 거친 말발굽 소리와 함께 깃발을 내건 부대가 이쪽으로 진격해오는 것이 보였다.
바로, 북쪽 국경을 수호하는 제국의 군대였다.
그들을 확인한 지강백의 표정이 비로소 밝아졌다.
됐다. 지강백이 이때를 대비해 안배해놓은 수가 드디어 나타난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