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172)
173화.새 황제의 탄생.1
황궁을 샅샅이 수색한 결과, 궁을 관리하는 궁녀와 환관, 그리고 수많은 후궁들의 시체가 발견되었다. 현 황후 역시 교태전에서 죽은 채 엎어져있는 것을 발견했다.
“정말 살아있는 생명은 싸그리 죽여버렸군.”
천운자는 탄식을 흘리며 중얼거렸다.
지강백은 그들의 유해를 화장하고, 일행과 대책을 논의했다.
“일단 도망친 황제를 추격하는 것이 급선무입니다.”
“허나 중앙 정부가 붕괴된 이상, 머지않아 나라는 혼란에 빠질 것입니다. 외척이 당장 쳐들어와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두 문제 모두 황급히 해결해야 될 사안이었다. 지강백은 고민하다 병부상서 조영서에게 말했다.
“황제가 죽고 황실의 인물들도 없으니 인질로 잡힌 개봉의 성왕과 양양의 연왕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황궁으로 불러오도록.”
황제와 황실의 핏줄마저 사라진 이상, 우선적으로 계승권을 가진 자는 현재로서는 왕의 자리에 있는 성왕과 연왕이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북경의 함락을 만천하에 알리고 각지에 일어난 전쟁을 잠재우도록 하시오. 되도록 빨리.”
아직도 곳곳에서는 황군들과 무림인들의 전투가 끊이지 않는다는 보고가 들어오고 있었다. 그때, 천운자가 조심스레 물었다.
“맹주. 차라리 맹주가 황제가 되는 건 어떤가?”
그 말에 조영서가 당황하며 맹의 대주들이 숨을 삼켰다.
지강백이 눈살을 찌푸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천명(天命)을 하라고요?”
“이미 제국은 멸망했고 성왕과 연왕이 황좌에 앉아봐야 정권이 유지될 거라고 생각하지 않네. 황제의 무림 토벌과 앞선 백성들의 학살로 민심은 땅에 떨어졌어. 그리고 그 민심은 자네를 향해있지. 자네가 천명하고 새 나라를 선포해도 백성들은 반대하지 않을 것이야.”
지강백은 천운자의 눈빛을 보고 그가 진심임을 깨달았다.
가만히 듣고 있던 도영후도 평소와 달리 진지한 표정이었다.
“내 뜻도 장문인과 같네. 황실로부터 백성들을 보호하기 위한 명분을 내세웠지만, 그럼에도 우린 반란군이야. 이대로 끝내면 우린 역사에 역적으로 이름을 남기게 될 걸세.”
“저 혼자 황제 자리를 차지해도 소용없는 짓입니다.”
“각지에서 올라오는 보고를 들으면 민초들 뿐 아니라 유학자와 선비들 사이에서도 맹주는 신망이 깊네. 맹주가 황제의 자리를 차지해도 그들이 알아서 모일 것이야.”
“암. 본래 나라를 세우는 건 백성들인 법이지.”
계속되는 권유에도 지강백은 여전히 굳은 표정이었다.
예전처럼 복수에 미친 때였다면 황제 자리를 받아들였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의 그는 예전과 달랐다.
“······조금 더 생각해보겠습니다.”
“무슨 생각을 하고 말게 더 있나? 칭제하고 나라를 안정화시키면 더 이상 무림과 황실의 다툼도 없을 거 아닌가. 참······.”
도영후가 답답한 듯 외쳤고, 천운자가 그의 어깨를 잡았다.
“무려 황제의 자리네. 고민되는 것이 당연하지. 너무 섣부르게 선택하지 않아도 되네. 구파와 맹주의 일행을 모아놓고 논의해보도록 하세.”
지강백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황좌를 응시했다.
지난 오 년간 잊고 있었던 천하일통의 꿈이 저곳에 있었다.
황좌를 응시하는 그의 눈빛이 복잡하게 일렁였다.
***
“다들 먼 길 오느라 고생했다. 다친 곳은 없느냐?”
지강백의 물음에 홍련이 머쓱한 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예 뭐······. 말 등에 너무 오래 앉아있던 것만 빼면 괜찮습니다. 참, 호야는 달리다 지쳐서 내려 뛰어왔습니다.”
그녀는 함께 온 동영의 검객들을 소개해주었다.
그들은 지강백을 향해 정중히 예를 표하며 말했다.
“가문의 은인을 이리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소식 들었소. 어려운 부탁이었을텐데 도와줘서 고맙소.”
“아닙니다. 가주님의 은인이시니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때, 호야가 성왕을 데리고 나타났다. 처참한 황궁의 모습을 두 눈으로 목격한 그는 깊은 시름에 잠겨 있었다.
그는 지강백을 바라보다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래. 그대가 바로 반란군의 수장이자 무림맹주인 제갈빈이로군. 한 번쯤은 만나보고 싶었다.”
“반갑소.”
성왕은 주변을 쭉 둘러보다 허탈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결국 남은 건 군사와 병부상서 뿐인가······.”
“전하. 이제는 그 직책도 의미가 없는 것 같사옵니다.”
조영서의 멋쩍은 말투에 성왕은 껄껄 웃음을 터뜨렸다.
“그래. 그대의 말이 옳군. 나라가 망했는데 관직은 무슨.”
웃음을 거둔 성왕은 한동안 침묵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의 눈빛에는 많은 감정들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긴 역사 동안 온갖 위기를 겪고도 살아남은 나라인데······그 끝은 웃음이 나올 정도로 허무하구나.”
그는 고개를 돌려 지강백을 향해 말했다.
“이제 그대의 세상이 오겠군. 제갈빈.”
“미안하지만 아직 결정한 건 아니오.”
지강백의 말에 성왕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웃기는 소리. 그럼 백성들이 자신들을 지켜낸 영웅을 두고 몰락한 나라의 제후를 군주로 인정할 것 같은가? 이미 그대는 돌이킬 수 없는 곳에 와 있어.”
그는 잠시 지강백과 눈을 마주하다 입을 열었다.
“한 가지 묻지. 나를 죽일 것인가?”
지강백은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성왕이 말했다.
“그럼 나를 이대로 보내주겠나? 남은 여생은 가족과 함께 눈에 않는 곳에서 보내겠다. 그리고······아마 연왕도 나와 같은 생각이겠지.”
성왕은 고개를 돌려 궁전을 벗어났다. 지강백은 수하를 시켜 성왕을 원하는 곳에 안전히 보내주도록 했다.
***
“빈! 보고 싶었어!”
“아빠!”
황궁 입구에서 남궁미향을 맞이하던 지강백은 서소가 함께 온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서소는 짧은 다리로 열심히 뛰어와 지강백의 품에 안겼다.
서소를 품에 안고 들어올린 지강백이 눈을 깜빡였다.
“서소야, 네가 왜 여기에······당신이 데려온 건가?”
“어. 서소가 아빠 보고싶다고 떼쓰는 걸 어떡해?”
서소는 지강백을 오랜만에 봐서 좋은지 연신 그의 품에 얼굴을 비볐다. 얼떨떨한 표정을 짓던 지강백은 미소를 지으며 서소와 남궁미향을 함께 끌어안았다.
“아, 그리고 저기 일행들도 북경에서 만나 합류했어.”
지강백이 고개를 돌리자 제갈탄과 제갈경을 비롯한 오대세가, 구파일방의 수장들이 전부 모여 있었다. 거기다 항복한 연왕까지 함께였다.
그런데, 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잠깐, 무영이는 어디에 있지?”
“나도 그게 의아해서 물어봤는데······.”
남궁미향이 손을 들어 한 곳을 가리켰다. 그곳에는 강무영이 데려온 남만의 문도들이 석상처럼 우뚝 서 있었다.
장화산은 지강백을 향해 성큼성큼 다가와 말했다.
“거력문의 장화산이 무림맹주님을 뵙소이다.”
“함께 싸워줘서 고맙다는 인사를 해야겠군. 장 문주.”
장화산은 아무의 귀에도 들리지 않게 전음을 보냈다.
-강무영 그놈에게 전해들었습니다. 정말 살아계셨군요.
-그래. 이것도 다 하늘의 뜻인게지. 이번 생에서는 그대와 함께 싸울 수 있게 되었군.
-쩝. 예전에 돕지 못한 걸 이렇게 갚는가 봅니다.
장화산의 어깨를 가볍게 토닥인 지강백이 물었다.
-헌데 무영이는 어디에 있지? 분명 자네들과 함께 싸웠다고 하지 않았던가?
-그게······. 전투가 끝난 뒤에 가보니 갑자기 급한 일이 생겼다고 교주님. 아니, 맹주님께 전해달라는군요. 저도 자세한 건 잘 모르겠습니다.
장화산이 건네준 쪽지에는 ‘낙양으로 간다’라는 짤막한 내용이 쓰여 있었다. 이유는 적혀있지 않았다.
“그래. 알았다. 일단 다들 들어가지. 전해 줄 말도 있고.”
그들은 곧 지강백의 천명 소식을 전해듣게 되었다.
소식을 들은 일행은 제각기 다른 반응을 보였다.
“역시! 난 그렇게 될 줄 알았습니다. 싸움도 저쪽에서 먼저 걸었고, 더군다나 맹주님은 황실로부터 백성들을 지켜낸 영웅 아닙니까? 충분히 자격이 된다고 봅니다.”
“어차피 현 황실은 끝났습니다. 황좌에 앉을 자격이 되는 사람도, 무너진 나라를 다시 일으켜 세울 사람도, 오직 맹주님 밖에 없습니다.”
구파와 오대세가 등, 무림 세력은 대부분 지강백의 천명을 매우 기뻐하며 찬성하고 나섰다. 무림의 수장이 천하를 다스리는데 어찌 반대하랴? 오히려 자부심까지 느꼈다.
뿐만 아니라 제갈탄과 제갈경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예부터 제갈세가는 조정과 밀접한 가문이며, 뛰어난 명재상들을 많이 배출하기로 유명했다. 제갈세가의 가주직을 맡은 적도 있고, 이전부터 백성들에게 신망이 가득한 너라면 가능할 것이다.”
“그래. 제갈세가의 사람이라면 유학자들과 선비들의 반발도 최대한 줄일 수 있겠지. 귀족들 역시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도 찬성할 거고. 가문의 힘과 인망을 이용하면 흩어져 있는 인재들을 모으는 것도 어렵지 않을 거야.”
“둘째 형님. 누님······.”
확실히 현 상황에서 황제 자리에 어울리는 사람은 오직 지강백 뿐이었다. 그게 아니라면 하나 남은 연왕 정도인데······. 연왕은 먼저 한 발 물러나는 쪽을 선택했다.
“목숨을 구제하는 걸로 족합니다. 어찌 황좌에 뜻을 품겠습니까? 부디 나라를 잘 다스려 주십시오.”
이제 남은 건 남궁미향 정도였다. 사실 지강백에게는 누구보다 그녀의 의사가 중요했다. 그녀가 원하지 않는다면 황좌를 다른 이에게 넘길 생각마저 있었다.
그러나 남궁미향은 읏으며 이렇게 말했다.
“당신이 가는 길이라면 어디든 함께하겠어.”
그녀의 한 마디는 다른 이들의 백 마디보다 더 가치있는 말이었다. 지강백은 그녀와 눈을 맞추며 고개를 끄덕였다.
“천명하지요. 전국에 이 사실을 알리고 새 나라를 세울 것임을 만백성에게 공표하십시오.”
몇백 년 역사를 이어온 제국이 멸망하고 새 나라를 세워지는 순간이었다.
지강백은 북경의 백성들을 모아놓고 천명을 공표하며 그들이 보는 앞에서 금룡포를 입고 면류관을 썼다.
그리고 이전 황실에 반대하거나 유배된 이들, 재야에 묻혀 있던 선비들이 새 나라의 탄생을 축하하며 전국에서 몰려들었다.
지강백은 하늘을 올려다보며 속으로 중얼거렸다.
‘교조······. 결국 당신이 원하던 대로 되었군요.’
지강백은 곧장 진압되지 않은 곳으로 황군을 파견해 불씨를 껐으며, 동시에 모여든 이들을 추려 관직을 내리고 조정을 바로세웠다. 이 모든 일들이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그렇게 시간은 조금씩 흘러갔다.
***
한편, 지강백이 황제의 자리에 올라선 그때, 아무도 모르게 홀로 움직이는 한 사내가 있었다. 강무영은 낙양에 도착해 북쪽 산악지대인 북망산을 올랐다.
강무영은 화가 죽기 전 남긴 마지막 말을 떠올렸다.
‘낙양······. 그곳의 북쪽 산악지대에 깊은 곳에 위치한 비동에는 과거 주인님을 따랐던 마귀들이 잠들어 있지. 아주 깊은 세월 원한을 간직한 채 말이야······. 우린 그저 그분의 심복 중 하나일 뿐. 그들이 전부 세상에 깨어나면 너희들 따위로 과연 막을 수 있을까? 흐흐.’
화의 말이 사실인지는 알 수 없다. 자신들을 혼란에 빠뜨리기 위한 허풍일지도 몰랐다. 강무영은 일단 혼자서라도 알아볼 생각이었다. 일부러 지강백에게 자세한 설명을 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를 괜히 걱정하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그분은 새 하늘을 열어야 한다. 방해해서는 안 돼.’
물론 조사를 마치면 곧장 돌아갈 생각이었다. 강무영은 북망산을 휘젓다 낮익은 기운을 느낄 수 있었다.
‘악신의 기운이다. 정말 이곳에 있었던가.’
점점 화의 말이 사실이 되어가고 있었다. 강무영은 불안한 마음으로 속도를 올렸다.
곧 커다란 동굴 입구가 나타났고, 강무영은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혹시 몰라 최대한 기척을 지운 채 한참을 내려가자, 거대한 공동이 나타났고, 그 중심에 악신이 서 있었다.
강무영은 벽에 바짝 붙은 채 악신을 바라보았다.
악신은 커다란 절벽을 응시하며 홀로 중얼거렸다.
“옛말로 정(正)이 한 치 자라면 마(魔)는 한 자 자란다는 말이 있다. 인간은 선보다 악에 더 가깝고 빠지기 쉽다는 뜻이야. 허나 정은 언제나 고고하며 밝게 빛이 나지. 천지를 어둠이 뒤덮어도 하나의 작은 불빛이 있는 한, 절대 마는 이길 수 없어.”
그때, 악신의 고개가 정확히 강무영을 향해 돌아갔다. 악신은 강무영을 향해 비릿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네놈의 주인은 본래 마에 가까웠으나, 어쩐 이유인지 정의 위치에 서 있다. 과연 그가 나라는 마에게 이길 수 있을까?”
파파팟!
다음 순간, 강무영은 검을 뽑아들고 악신을 향해 쇄도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