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2)
지강백은 캄캄한 어둠 속을 걷고 있었다.
이것이 죽음인가. 꽤 안락하고 편안했다.
“공자님······.”
“우리 공자님 어떡해······.”
근데 이게 뭔 소리야.
어떤 호로 잡놈인지는 몰라도 이제 편하게 영면에 들려 하는 천마를 방해하다니. 간이 배밖으로 나온 놈이 분명했다.
“네 이놈! 감히 누구의 잠을 방해하는 것이냐-!”
“꺄악!”
버럭 소리치며 일어나자 이상한 광경이 보였다.
여덟 명 정도 되는 젊은 여인들이 지강백을 둘러싸고 있었다.
“뭐, 뭐냐 이건?”
지강백은 눈을 껌뻑였다.
여긴 저승이 아니었다. 적당한 크기의 단정한 방 안이었다.
근데 왜 여기서 눈을 뜬 거지?
“난 분명 죽었는데······.”
지강백이 중얼거릴 때였다.
“공자님이 눈을 뜨셨어!”
“공자님!”
“의원을 불러와! 어서!”
여덟 명의 여인들이 경악하며 아우성쳤다.
지강백은 황당한 얼굴로 소리쳤다.
“조용! 조용히 좀 해라. 대체 왜 소란인 게야!”
바로 그때, 지강백은 번뜩 정신을 차렸다.
잠깐. 지금 나 살아있는 거 맞지?
지강백은 자신의 심장에 손을 가져다 대었다.
분명 심장이 쿵쿵 뛰고 있었다.
“살아있어. 하지만 어떻게?”
마침 침상 옆에 작은 면경이 놓여 있었다.
손을 뻗어 면경을 잡고 얼굴을 확인한 지강백이 경악을 금치 못했다.
“내가 아니야. 내가 아니잖아?”
호랑이를 닮은 위엄 있는 용맹한 인상은 어디가고, 옥을 조각한 듯 매끈한 귀공자의 모습이었다.
지강백은 침상에 몸을 뉘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여긴 어디냐?”
“공자님. 여긴 제갈세가에 위치한 별채입니다.”
“제갈세가?”
지강백은 눈을 껌뻑이며 여인을 응시했다.
그때, 문이 드륵 열리며 거기서 초로의 노인이 모습을 드러냈다.
“의원을 모셔왔습니다. 공자님.”
***
지강백은 의원의 진찰을 받으며 생각에 잠겼다.
정신이 똑바로 들자, 본래 주인의 정보가 머릿속에 빼곡이 들어온 것이다.
일단, 환생했다.
교에서도 일단 신을 숭배하기는 했지만, 환생이니 뭐니 하는 얘기는 터무늬없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겪어보니 얼떨떨했다.
지금은 갑신(甲申)년.
마교가 멸교를 당하고 지강백이 죽은 지 딱 1년째 되는 해다.
그리고 지금 지강백이 들어가 있는 몸은 제갈세가의 막내공자, 제갈빈이었다.
평소 여색을 밝히고 무공과 공부에 담을 쌓은 녀석이다.
제갈세가의 가주 제갈현은 부인과 자식을 많이 두었고, 자식들 간의 자리싸움도 치열했다.
그 와중에도 제갈빈은 재능도, 노력도 하지 않고 조용히 후계자 다툼에서 빠지게 되었다.
놈은 가진 지위와 재산을 이용해 계집질을 일삼고 다녔는데, 평판이 나빠지자 가주 제갈현에게 벌로 독방에 며칠 동안 갇히게 되었다.
그러다 결국 쓰러졌고, 며칠째 깨어나지 못하고 있다가, 지금 눈을 뜬 것이다.
바로 마교 교주, 지강백의 혼으로.
“진기가 많이 쇄하긴 했지만 괜찮습니다. 일단 무리하지 마시고 식단도 며칠간 미음으로 대신해야 합니다.”
의원은 진찰을 마치고 물러갔다.
지강백은 머리를 식힐 겸 시종 여인들을 데리고 산책을 나왔다.
“하늘도 무심하시지. 한때 최정상에 있던 내게 오대세가의 공자로 태어나게 하시다니.”
그가 있는 곳은 제갈세가의 별채로, 내원과 많이 떨어진 곳에 위치해 있었다.
그건 제갈빈이 세가의 눈밖에 난 자식이라는 뜻이었다.
시녀가 말하길, 그의 어머니는 세 번째 부인이었고, 가문도, 배경도 빈약한 평범한 천출이었다.
그녀가 제갈빈을 낳았을 때, 세가 사람들은 하나같이 차가운 시선을 던졌다.
근본도 없는 놈이 세가의 이름에 먹칠을 하지 않을까 걱정한 것이다.
제갈빈은 꽤나 영특했는지, 그걸 진즉에 알아채고 욕심을 버렸다.
그런데도 불구, 다른 자식들과 아버지인 가주마저 제갈빈을 차별하며 방마저 별채로 배치해두었다.
그야말로 찬밥 신세였다.
“이놈도 제법 냉혹한 삶을 살아왔군.”
지강백은 파란 하늘을 올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하늘이시여, 왜 저를 이 놈의 몸으로 환생시켰나이까.
혹, 제게 기회를 주신 것입니까.
마교를, 나를 배신한 간악한 정파 무림에게 복수할 기회를.
‘그렇다면, 사양하지 않겠나이다.’
지강백은 이글거리는 눈으로 저 먼 허공을 응시했다.
먼저 제갈세가를 자신의 기반으로 다듬고, 점차 무림을 장악해 나갈 것이다.
그리고 종국에는 무림 정파 연합 전체를 발 아래 두고, 원수를 갚으리라.
무림맹주 천유성.
남궁가주 남궁천.
흑무림맹 맹주 마태룡.
무당파 장문인 천파 진인.
북해빙궁의 빙후 홍화린.
한때는 둘도 없는 친우였으나 자신을 배신한 간악한 위선자들.
마지막에 그들을 발 아래 두고 말할 것이다.
내가 돌아왔노라고.
그때, 누군가 후원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허리에 칼을 찬 제갈세가의 무사였다.
“막내공자님.”
“무슨 일이냐.”
“가주님께서 공자님을 찾으십니다.”
지강백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지금 난 지강백이 아니라 제갈빈이다.
이제는 이 호칭에도 익숙해져야 한다.
“지금 가겠다.”
***
“몸은 괜찮으냐?”
“예.”
가주 제갈현은 갑자기 바뀐 아들의 모습에 위화감이 들었다.
아름다운 외모와 날카로운 눈빛은 여전했지만, 평소 유약하고 주눅든 막내가 아니었다.
표정과 몸짓에는 자연스러운 위엄과 여유가 흘렀으며, 눈빛이 당당하고 총기가 흘러넘쳤다.
‘얘가 원래 이랬던가.’
제갈현은 뭔가 찝찝한 기분이 들었지만, 애써 무시했다.
느낌을 버리고 보면 영락없는 제갈세가의 막내공자였다.
“이제 반성을 많이 했더냐?”
제갈현의 말에, 지강백은 자리에서 일어나 큰절을 올렸다.
“소자가 부족해 가주님께 해를 끼쳤나이다. 부디 용서해 주시옵소서.”
제갈현은 또 한번 크게 놀랐다.
평소의 제갈빈은 어린애처럼 우물쭈물하고 말주변도 없는 아이였다.
청년이 된 이후에는 호색한 짓만 일삼으며 제대로 된 예법도 가르치지 않았는데.
어떻게 사람이 이렇게 바뀐단 말인가.
‘혹 독방에 갇혀있을 때 뭔가 깨달음을 얻은 것인가.’
이제는 이런 생각까지 드는 제갈현이었다.
그는 태연한 척 헛기침을 하며 말했다.
“됐다. 네가 잘못을 깨달았으니 더는 문책하지 않으마.”
“감사합니다.”
“내 너를 부른 것은, 그것뿐만이 아니다.”
제갈현이 물었다.
“네 나이가 올해로 약관이다. 이제 슬슬 혼인을 할 때가 아닌가 싶은데, 네 생각은 어떠하냐?”
지강백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정파놈들은 하는 짓이 똑같구만.
한때 연인이었던 팽연화도 제갈빈과 같았다.
팽연화는 지강백과 만나기 이전까지는 무공에 소질이 없는 둔재였다.
해서 하북팽가는 그녀를 약관의 나이에 다른 집에 시집보내기로 했다.
대충 괜찮은 집 자제와 혼약을 올려, 미리 후계자 구도나 자리싸움에서 내보내려 한 것이다.
어차피 재능도 없는 자식, 힘 있는 가문과 연을 맺는 용도로 사용하기 딱 좋았다.
물론 팽연화는 지강백에게 무공을 배운 이후, 단번에 절정고수가 되었지만.
그녀도 조금만 더 지강백의 곁에 있었다면, 화경의 자리까지 넘볼 수 있었을 터였다.
‘연화.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천유성의 아들과 정말 혼인한 것일까?
지강백은 마음이 조금씩 아려왔다.
“어떠냐. 생각이 있느냐?”
다행히 제갈현의 물음에 상념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지강백은 저 말이 제안이 아니라 명령임을 알고 있었다.
자, 어찌 할까.
어차피 그에게는 선택권이 없었다.
“그리 하겠습니다.”
제갈현이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네게도 좋은 일일 것이다. 상대가 무려 남궁세가의 둘째 딸이니까.”
“남궁세가 말씀이십니까?”
“그래.”
남궁세가라.
남궁세가의 가주, 남궁천은 지강백의 친우 중 한 명이자, 이제는 그의 원수가 된 자였다.
생각보다 일찍 마주치게 될 듯했다.
“남궁세가에서도 긍정적으로 보고 있더구나. 열흘 뒤에 네가 세가로 방문해 남궁 가주와 둘째 딸에게 인사를 하고 오너라.”
제갈현은 남궁세가와 혈연을 맺을 생각이 신이 난 듯했다.
게다가 남궁세가의 둘째 딸은 천하제일미라고 소문난 절세미녀였다.
그녀의 혼인은 분명 전 강호인의 시선을 집중시킬 터였다.
“준비하고 있겠습니다.”
“오냐.”
발에 박힌 가시같던 막내가 말에 순순히 순종하자, 제갈현은 흐뭇해졌다.
그러나 그는 알지 못했다.
자신의 막내 아들이 제갈세가를 삼킬 계획을 짜고 있었다는 것을.
***
“아수라신공과 천마신공은 익힐 수 없어.”
별채로 돌아온 지강백은 한숨을 내쉬었다.
일단 가장 먼저 필요한 건 전성기 시절의 내력과 무공을 되찾는 것이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마교 교주에게 대대로 내려오는 신공들을 익힐 필요가 있었다.
그러나 아수라신공과 천마신공은 선천적으로 금강지체의 몸을 타고난 자가 아니면 익히는 것이 불가능했다.
“지강백의 신체였다면 바로 익힐 수 있었을 텐데, 젠장할.”
지강백은 아수라신공과 천마신공을 제외하고 다른 무공들은 익힌 적이 없었다.
다행히도, 교주가 되고 나서 최상승 무공들을 적어놓은 무공서들을 보관해놓은 곳이 있었다.
일단 그곳에 가서 필요한 무공을 익히는 것이 먼저였다.
‘오직 나만이 알고 있는 곳이지.’
천마림(天魔林).
온갖 해괴한 진법으로 둘러싸인, 신비의 비고였다.
그곳에 수십 가지의 신병이기들과 각종 보물들. 그리고 무공 서적들을 보관해놓고 있었다.
이렇게 쓰게 될 줄은 몰랐다.
‘일단 거기서 쓸만한 것들을 좀 가져오고.’
천마림에 있는 것들을 활용하면 전성기 시절의 힘을 손에 넣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다음은 어떻게 제갈세가를 손에 넣느냐였다.
일단은 가주가 되어서 제갈세가를 먹는 것이 목표였다.
‘아쉽군. 하필이면 막내라니.’
차라리 장자로 환생했다면 손쉽게 가문을 손에 넣을 수 있었을 텐데.
후계자 다툼에서 정실 후계가 아니거나 장자가 아니면 크게 불리했다.
‘게다가 내게는 든든히 후원을 해줄 지지기반도 없다.’
이미 가문 내에서는 후계자 후보를 두고 쟁쟁한 대립구도를 형성하고 있었다.
1공자 제갈권을 뒷받침하는 원로원과 정실부인 진휘란.
솔직히 이놈이 가장 유력한 후보였다.
그리고 2공자 제갈탄을 뒷받침하는 방계 자식들과 두 번째 부인 현소향.
외가 쪽이 힘이 세고 방계 무리의 세가 좀 크다보니 이쪽도 만만치는 않았다.
3공자나 4공자는 좀······. 솔직히 이것들은 학식과는 담 쌓은 무인이었다.
나머지는 전부 여자들이라 가주가 되기보다는 세가의 중책을 맡게 될 확률이 컸다.
‘1공자나 2공자를 넘기 위해서는 내게도 쟁쟁한 뒷받침이 있어야 해.’
지강백은 그 뒷받침으로 남궁세가를 선택했다.
내부에서 도움을 받을 수 없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하지 않겠는가?
남궁세가를 잘만 요리한다면, 막강한 힘을 얻을 수 있을 터였다.
‘일단 혼인하기로 한 남궁세가의 둘째부터 잘 구슬려야겠군.’
그런데 살짝 걱정되기는 했다.
이 새끼, 원래 소문이 좀 좋지 않더라.
***
저녁이 되고 어둠이 내려왔을 무렵.
지강백은 침의를 벗고 기부좌를 틀었다.
‘확실히 내력도 뭣도 없는 단순한 일반인이네.’
체격과 기력도 허약하고, 무엇보다 혈맥이 약했다.
원래대로라면 무인이 될 생각은 꿈에도 못 할 몸이었다.
‘이런 몸으로 아수라신공이나 천마신공을 수련했다간 사흘 안에 산산히 부서지고 만다.’
일단 임독양맥 타통과 환골탈태를 중점으로 두고 수련을 시작해야겠다.
다행히도 원래 익히던 내공심법이 없어서 새 단전을 쌓기에 수월할 듯했다.
그는 두 가지의 심공을 생각해두고 있었다.
백야무명심공(白夜無明心功).
흑월만천심공(黑月滿天心功).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