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352)
175화.새 황제의 탄생.3
“무영아······.”
지강백은 강무영을 향해 손을 뻗었다. 창대에 메달려 있던 그의 몸이 지강백의 숨으로 스르르 날아들었다.
그를 품에 안은 지강백이 강무영의 볼을 쓰다듬었다. 얼굴의 절반이 뜯겨나가 도저히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때, 지강백의 머릿속에 강무영의 전음이 들려왔다. 아직 그의 의식이 살아있었던 것이다.
-교, 교주님······.
-그래.
-죄송합니다. 제 멋대로 악신을 찾아 죽이려다가 그만······교주님을 뵐 낮이 없습니다. 악신이 수하들을 풀어 낙양 시의 백성들을 전부 악마로······하루라도 속히 낙양을 쳐서 놈을 죽여야 합니다.
-상처가 심각하니 말을 아끼거라. 내 금방 의원에게 가 치료해주마. 조금만 정신을 붙잡고 있거라.
-아닙니다. 제 몸은 제가 잘 압니다.
-허튼 소리. 중원 제일의 의원을 백 명이고 천 명이고 붙일 것이다. 넌 절대······죽지 않는다. 걱정하지 마라.
-교주님. 제발······.
강무영의 목소리에 지강백은 이를 부득 갈았다. 둘 다 마지막임을 이미 직감하고 있었다. 지강백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었으나 이런 시간마저 아까운 듯, 강무영이 말했다.
-기억하십니까? 교주님께서 아직 교주 후보에 계셨을 적, 다른 후보들에게 하루가 멀다하고 암살 위협을 받으셨던 때 말입니다. 그때는 저 홀로 교주님을 지켰었지요.
-그때를 어찌 잊겠느냐.
-그 시절, 저는 자기 전 매일같이 하늘에 빌었습니다. 부디 저보다 교주님이 더 일찍 죽는 순간이 오지 않기를. 그런 불충(不忠)을 범하지 않기를. 교주님이 정마대전에서 죽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하늘을 원망했습니다. 그런데 이제와 돌이켜보니 하늘이 제 소원을 들어준 것 같습니다······.
-영아! 정신 차려라. 제발······날 두고 가지 말아라.
발악하듯 소리치는 지강백을 향해, 강무영은 웃었다. 비록 표정은 드러나지 않지만. 희미한 웃음소리가 흘러나왔다.
-놈에게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군요. 그래도 마지막으로 이렇게······교주님의 얼굴을 뵐 수 있어서······.
강무영의 눈에서 눈물이 고여 피와 함께 흘러내렸다.
지강백은 빠르게 꺼져가는 강무영의 숨소리를 들으며 미칠 것 같았다. 태산을 무너뜨리고 바다를 가를 힘이 있어도 이 순간 그는 무능력했다.
-하늘이여, 제발······!
강무영은 괴로워하는 지강백에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먼저 동료들의 곁으로 가는 것뿐입니다. 저희는 하늘에서도 언제까지나 교주님을 지킬 것입니다. 언제까지나······.
-무영아. 만약 네가 다시 환생한다면, 난 반드시 너를 찾을 것이다. 그러니······꼭 다시 만나자. 내 친우여.
그 말을 끝으로 강무영의 마지막 숨이 흘러나왔다. 반쯤 감긴 강무영의 눈에서 눈물이 주륵 흘러내렸다. 지강백은 그의 뺨을 쓸며 눈물을 닦아내었다.
“수고했다.”
비정마왕 강무영. 한때 마교 최고의 검사로 불린 사내.
비록 그 마지막은 처참했으나 일평생 검사로서 살다 최고의 경지에 오르고 주군을 위해 몸바친 충정만큼은 빛날 것이다.
지강백은 강무영의 눈을 마저 감겨준 다음, 그의 시신을 품에 안았다. 일행은 숙연한 분위기로 지강백의 뒷모습을 응시했다.
“빈······.”
저도 모르게 지강백의 이름을 말한 남궁미향이 그를 향해 손을 뻗으려 할 때였다. 언제 온 것인지 장택산이 그녀의 팔을 붙잡고 말렸다.
“황후마마. 잠시 그를 애도할 시간을 드립시다.”
장택산은 지강백의 품에 안긴 강무영을 응시했다. 그의 눈에서도 한 줄기의 눈물이 흘러내렸다.
‘무영. 나머지는 내게 맡기게. 교주님께서 외로워하시지 않도록, 내가 끝까지 그분의 옆을 지킬 것이야. 부디 지켜봐주게.’
지강백은 강무영의 가슴에 손을 엊으며 차분히 말했다.
“조금만 기다리거라. 악신의 사지를 토막내고 놈을 소멸시켜 너의 영전에 바칠 것이다.”
***
그날 지강백은 강무영의 시신을 화장하여 그 재를 죽통에 보관해 항상 넣고 다녔다. 성대히 장례를 치른 뒤 묻어주고 싶었지만, 어디까지나 마교의 교인이었던 그였다.
‘악신의 토벌이 끝나면, 널 고향땅에 묻어주마.’
지강백은 지방군에게 일러 낙양을 포위하라 이르고 군부의 인사들과 무림맹 인사들을 전부 한 차리에 불러모았다.
“전(前) 황제로 위장했던 자는 악마를 소환해 백성들을 자신의 수하로 만들었으며, 이미 그 주변에까지 마수(魔手)가 퍼진 상태다. 이대로라면 천하가 지옥처럼 변하게 되겠지.”
지강백의 말에 모인 이들이 전부 긴장하며 침을 꿀꺽 삼켰다.
“병부상서. 동원 가능한 군사의 숫자는 몇이나 되는가.”
“십오만 정도입니다. 폐하.”
“총관. 무림에서 동원할 수 있는 무사의 숫자는?”
“무림맹, 구파, 오대세가, 그 외 중소문파 세력에 투항한 흑무림맹의 흑도들까지 전부 합하면 삼만 정도입니다.”
지강백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지금부터 저 악마들을 토벌할 토벌군을 결성한다. 기간은 보름. 그 안에 모든 준비를 마치고 나를 기다리도록. 선봉에는 내가 설 것이다.”
“그 말씀은, 보름동안 어디를 다녀오실 생각이십니까?”
지강백은 말없이 조영서를 향해 웃음을 지었다.
***
늦은 밤, 홍련은 촛불 앞에 앉아 붓을 손에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뭔가를 적어내려가기 시작했다.
그녀가 한참 붓을 놀렸을 무렵, 누군가 그녀를 불렀다.
“련아. 아직 안 자고 있었더냐?”
“장문인께서 어찌 여기를······.”
밤중에 찾아온 손님은 다름아닌 천운자였다. 홍련은 당황하며 그를 안으로 들였다. 그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고맙구나. 차 한 잔만 내주겠느냐?”
홍련은 고개를 끄덕이며 차를 내왔다. 천운자는 찻잔을 두 손으로 감싸며 잠시 온기를 느꼈다. 그가 말했다.
“이제 곧 보름이구나. 준비는 다 했느냐?”
“준비라고 할 게 뭐 있나요······. 늘 하던대로 검을 손질하고 운기조식을 하고, 검술 수련을 했어요.”
“그래? 하나가 더 있는 것 같다만.”
천운자의 시선이 탁자 위에 놓인 종이로 향했다.
“유서라······. 너답지 않게 비관적인 생각을 했나 보구나.”
“황군에게 물어보니 전쟁에 나가기 전에는 다들 써놓는다고 하더군요. 사람 일, 어떻게 될지 아무도 모르니까요. 별 내용 없습니다. 하하.”
어색한 웃음소리가 지나가고, 한 차례 침묵이 흘렀다.
머쓱했던 천운자는 헛기침을 내뱉으며 입을 열었다.
“내 너를 찾아온 건 다름이 아니라······이때가 아니면 너와 대화할 기회가 없을 것 같아서 말이다. 하하.”
“비관적인 건 장문인께서도 마찬가지인 듯 합니다만.”
“허허. 듣고보니 그렇구나.”
천운자의 시선이 벽에 걸린 홍매검을 향했다.
“천화는 내 동생이자 아들과도 같은 녀석이었다. 그 아이의 제자였던 너 역시······내게는 특별한 의미란다.”
그의 목소리에서는 떠나간 천화 진인을 향한 그리움이 물씬 묻어났다. 홍련 역시 그를 떠올리며 아련한 표정을 지었다.
“그래서 항상 네게 미안했다. 너를 더 일찍 바른 길로 이끌어주었어야 했는데······그러지 못했으니까.”
“그 대신 제갈빈이라는 분을 만났지요.”
홍련은 천운자를 향해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호야, 아가씨, 강무영, 그리고 서소까지······. 지난날이 없었다면 만나지 못했을 분들입니다. 전 오히려 장문인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니 미안해하실 것 없어요.”
“련아······.”
천운자는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홍련의 손을 잡았다.
“꼭 살아남으렴. 살아서 행복하게 살아주려무나.”
“네. 저희 모두 전쟁이 끝나고 함께 화산파로 돌아가요.”
두 사람이 한창 훈훈한 분위기를 만들고 있는 그때, 문이 열리며 호야가 조심스레 얼굴을 들이밀었다. 그리고 천운자와 호야의 눈이 마주쳤다.
“헉! 왜 장문인께서 여기에······.”
천운자는 눈을 껌뻑이며 홍련과 호야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홍련은 슬쩍 그의 시선을 피했다.
“허허. 전쟁중에도 꽃은 핀다더니······청춘이로구나.”
쾅! 콰아아앙!
지강백은 황궁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서 홀로 수련을 하고 있었다. 우길이 말했던, 더 강해질 수 있는 깨달음을 얻기 위해서였다.
‘만약 그때 우길이 없었다면, 나는 악신에게 죽었을 것이다.’
앞으로 벌어질 전투에서는 우길과 같은 천운을 기대할 수 없었다. 그러니 어떻게든 자신의 힘으로 싸워 이겨야만 했다.
“허억. 허억······.”
수련을 끝낸 지강백은 바닥에 누워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올려다보았다. 오늘따라 달빛이 더욱 눈부셨다.
“천하의 제갈빈도 긴장이라는 걸 하는 거야?”
고개를 돌리자 남궁미향이 있었다. 지강백의 옆에 앉은 그녀는 달을 올려다보며 나직이 ‘예쁘다’라고 중얼거렸다.
“서소는?”
“장 성주에게 부탁했다. 녀석, 어리지만 어찌나 똑똑한지······아니면 직감적으로 알아차린 모양이다. 다시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는 걸.”
지강백은 남궁미향을 가만히 응시했다. 달빛에 비친 그녀의 얼굴이 시리도록 아름다웠다.
문득 그녀와 함께 보냈던 시간들이 찬찬히 스쳐 지나갔다. 제갈세가의 막내공자로 환생하자마자 갑작스런 혼약 얘기를 들었고, 남궁세가로 향해 연무장에서 처음 그녀를 보았던 그때······.
“미향아. 혹시 긴장돼?”
“당신이라면 긴장하지 않겠어? 전쟁을 치른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더군다나 사람도 아닌 악마라니······.”
남궁미향은 짐짓 투덜대며 지강백의 손을 잡았다.
“그래도 괜찮아. 설령 죽는다 해도 난 만족해.”
“그럴일은 없을거다. 내가 반드시 널 지킬 테니까.”
더 이상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지켜보고 싶지 않았다. 더는.
***
드디어 보름이 지나고 출정식을 위해 군사들의 앞에 섰다.
황군과 무림인 모두 마지막 전투를 앞두고 한껏 긴장한 분위기였다. 지강백은 그들을 한 차례 훑어본 뒤, 입을 열었다.
“그대들 중, 낙양에 가족이 있는 사람이 있는가? 아니면 하남성에? 그게 아니더라도 전국 각지에 소중한 사람이 하나쯤은 있으리라 생각한다.”
소름끼치도록 조용한 가운데, 지강백의 음성만이 또렷하게 울려퍼졌다.
“우리는 그동안 군사로서, 무림인으로서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싸워왔다. 허나, 군사이며 무림인이기 전에 우린 한 사람의 백성이다. 그리고 지금! 백성을 악마로 변화시키며 세상을 지옥으로 만들려 하는 자가 나타났다. 그는 일찍이 황제를 죽이고 황제 노릇을 했으며, 군사들을 시켜 백성들을 무참히 학살하게 만들기도 했다.”
“······.”
“상대가 비록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힘을 가진 악마라고 해도, 이곳은 엄연히 우리의 터전이고 지켜야 할 나라다. 그들이 마음대로 이곳을 농락하는 것을, 두고 볼 수만은 없다. 바로 우리가, 목숨을 바쳐 막아야 한다!”
지강백의 강렬한 외침이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심장을 격동시켰다.
“우와아아아아!”
“황제 폐하, 만세! 만세! 만만세!”
군사들과 무림인, 두 세력이 한데 모여 하늘이 떠나가라 함성을 질렀다. 구파의 수장들은 그 광경을 보며 저도 모르게 감탄을 내뱉었다.
“살아생전 이 모습을 다시 보게 될 줄이야······.”
지강백은 말에 타 창을 높이 치켜들며 소리쳤다.
“출정하라!”
성문이 열리고 지강백은 힘차게 말을 몰아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그 뒤를 십수만의 병력이 튀따르니, 마치 하나의 거대한 용이 몸을 일으키는 것 같았다.
‘악신. 이 싸움의 종지부를 찍을 때다!’
지강백은 남쪽을 향해 눈빛을 불태웠다.
한편, 지강백의 눈빛을 정면에서 마주한 악신은 무너진 낙양성의 중앙에 선 채로 그를 응시하고 있었다.
“확실히, 마지막에 걸맞는 위용이로군. 후후.”
“크르르르······.”
“캬오오오!”
악신의 뒤편에는 숫자를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악마들이 거리를 빼곡이 메우고 있었다. 거기다 악신의 삼신귀와 마찬가지로 그의 심복이었던 다섯 마귀, 오적마(五賊魔)가 든든하게 버티고 서 있었다.
악신은 기대에 찬 눈빛으로 밀려오는 대군을 향해 말했다.
“오너라. 내 너희들을 위해 성대한 연회를 준비했으니.”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