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68)
다음 날, 지강백은 남궁미향과 함께 저녁을 먹었다.
“홍련 말이야, 네 제자.”
“어.”
“계속 제자로 키울 생각이야?”
“어.”
“특별한 이유라도 있어?”
“재능도 출중하고 흑무림맹을 향한 원한도 있으니까. 잘 드는 명검으로 만들면 큰 전력이 될 거야. 왜, 마음에 안 들어?”
“······.”
“대답 없는 걸 보니 정말인가보네.”
지강백은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남궁미향을 응시했다.
표정이 좋지 않던 이유가 매화검수들 때문이 아니라 홍련 때문인 듯했다. 혹시 자신이 없던 사이 둘이 다툼이라도 했던 것일까?
“혹시 그 아이가 잘못이라도 했어?”
“······정말 몰라서 물어?”
남궁미향이 눈살을 찌푸리며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그녀는 지강백이 고개를 갸웃거리자 한숨을 내쉬었다.
“돌려서 말하거나 재는 건 내 성격 아니니까 바로 말할게. 홍련이라는 애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아니라, 그 애가 여자인 게 마음에 안 들어.”
단번에 그 말의 숨은 뜻을 알아챈 지강백이 표정을 굳혔다.
“오해하지 마. 그런 일, 결단코 없을 거야.”
“당신은 믿어. 그 여자를 믿지 못하는 거지.”
“혹여 그런 일이 있다면 잘 처리하도록 할게. 당신이 걱정하는 일은 없을 거야.”
지강백은 전생에서도 수많은 여무사들과 함께 수련을 했다. 그러나 어떤 순간에도 그녀들과 이성적인 감정을 나눈 순간은 없었다. 심지어 그쪽에서 호감을 나타낼 때에도 단호히 벽을 쳤고, 명백히 선을 그었다.
그러나 그는 아내의 본능적인 겅계심과 불안한 감정까지는 미처 헤아리지 못했다.
“그리고 홍련에게서도 그런 감정은 찾아볼 수 없었어.”
“······그래?”
남궁미향의 눈빛이 미묘하게 번뜩였다.
그녀는 분명히 보았다. 지강백의 허벅지 위에 누워있던 홍련의 얼굴을. 여자들만이 알 수 있는, 설익은 연정을 품은 여자의 미소와 홍조를.
아직은 자신도 모를 것이다. 그러다 천천히 자신의 마음을 확신할 것이고. 그러나 그걸 들먹이며 떨어지라고 하는 것은 억지에 가까웠다.
남궁미향은 홍련을 향해 속으로 중얼거렸다.
‘그러니 부디 스승과 제자 사이로 남아. 선을 넘으면 내가 널 죽여버릴지도 모르니까.’
***
열흘 뒤, 청파 진인에게서 기별이 왔다.
지강백은 비밀리에 그가 말한 장소로 먼저 도착해 있었고, 조금 지나자 청파 진인이 보낸 수하가 은밀히 도착해 지강백을 어디론가 안내했다. 그곳은 서안의 중심이로 사람들이 바글거리는 시장이었는데, 수하는 지강백을 골목 그늘진 곳으로 데려갔다.
드르륵.
한 낡은 판잣집에 도착하자 문이 열리고 한 노파가 모습을 드러냈다. 수하는 노파에게 작은 목패 하나를 보여주었고, 노파는 순순히 비켜주었다. 그리고 두 사람은 어두운 판잣집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화륵.
수하가 촛불을 밝혔다. 판잣집 내부에는 지하로 내려가는 긴 계단이 보였다. 계단은 꽤나 깊었고, 군데군데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통로도 있었다. 그렇게 쭉 내려가자 작은 문 하나가 보였고, 수하는 문을 열고 지강백에게 손짓을 했다.
안으로 들어가자 제법 넓은 나선형 복도가 나 있었고, 중앙에는 커다란 단상 하나가 놓여 있었다. 지강백은 수하를 따라 어두운 복도를 걸어갔다. 가면이나 복면으로 얼굴을 가린 자들이 군데군데 보였다.
그리고 마침내, 구석 끝자락에 뒷짐을 진 채 서 있는 청파 진인이 눈에 들어왔다. 그는 평소처럼 도복 차림이 아니라 고관대작처럼 멋들어진 비단옷 차림에 가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그는 지강백이 도착하자 싱긋 웃으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왔는가?”
“여긴 어딥니까?”
“내 말하지 않았는가. 자네의 근심을 덜어주겠다고 말이야. 조금 있으면 알게 될 걸세. 그러니 오늘은 마음 놓고 편히 즐기시게.”
청파 진인이 지강백에게 야명주가 달린 봉 하나를 내밀었다.
지강백은 눈살을 찌푸리며 봉을 받아들었다. 이건 어디 쓰는 용도일까?
그때, 등불이 켜지며 중앙 단상을 비췄다. 그리고 멋들어지게 차려입은 가면의 남성이 등장했다. 그는 정중히 사방을 둘러보며 인사를 보내고, 천천히 입을 열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변함없이 이곳을 찾아주신 귀빈 여러분들게 감사의 인사를 드리며 오늘도 즐거운 밤을 보내시기를 바라겠습니다.”
짝짝짝-.
한 차례 박수세례가 끝이 나고, 사내가 단상 끝으로 물러섰다. 그리고 그곳에 누군가 비틀거리며 모습을 드러냈다. 직후, 지강백은 눈을 부릅뜨며 단상을 노려보았다.
올라온 건 젊은 여성이었다. 화려한 장신구와 화장, 비단옷으로 꾸민 아름다운 여인이었는데, 가만히 선 채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그러나 지강백은 여인을 본 순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여인은 지금 환각에 걸린 상태였다. 저 여인은 이곳이 어디인지, 자신이 어디 있는지조차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대충 비슷한 곳이라고는 짐작하고 있었지만······설마.’
지강백은 피가 거꾸로 솟는 느낌이었으나, 잠자코 지켜보기로 했다.
“자, 그럼 첫 번째는 은 10냥부터 시작하겠습니다.”
가면 남자의 말이 끝나니가 무섭게 빛나는 봉이 차례로 들렸다. 지강백은 그제야 모든 것을 알 수 있었다. 이곳은 경매장이었다. 그것도 단순한 물건이 아닌 여성을 파는 경매장!
마침 첫 번째 여성이 금자 2냥에 팔려 어디론가 향했다. 그리고 곧바로 다음 차례의 여성이 단상 위로 올라왔다. 지강백은 그 어느때보다 차가운 눈으로 단상을 응시했다.
‘강호가······이다지도 타락해 있었을 줄이야.’
그때, 듣기 싫은 청파 진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마음에 드는 아이가 없는가? 허허.”
지강백은 당장이라도 검을 뽑아 청파 진인의 목을 쳐버리고 싶은 것을 간신히 참았다. 그리고 머쓱한 웃음을 흘리며 입을 열었다.
“전······잘 모르겠습니다.”
“하긴, 천하제일미를 매일 보고 살면 그렇겠지.”
청파 진인은 봉을 들어 연달아 두 명의 여인을 낙찰했다. 그러자 어디선가 나타난 검은 가면의 사내들이 고개를 꾸벅 숙이며 청파 진인과 지강백을 어디론가 안내했다.
“가지.”
그들을 따라 복도를 걸었다. 끝에는 지상으로 향하는 계단이 있었고, 그 계단을 따라 올라가자 놀랍게도 화려한 기루의 방과 연결되어 있었다. 미리 준비해놓은 것인지 술상까지 차려져 있었다.
“좋은 시간 되십시오.”
술상에 가서 앉자 조금 전, 청파 진인이 낙찰했던 여인 두 명이 올라왔다. 가까이서 보니 일단 기녀들과는 비교조차 할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미모를 지니고 있었다. 청파 진인은 자연스럽게 그 중 한 여성을 옆에 앉히고 술잔을 들었다.
“많이 당황한 모양이군.”
“네. 솔직히······.”
“내 예전에 말한 적이 있었지. 영웅은 여색을 즐겨도 흠이 아니라는 말.”
청파 진인은 술잔을 올리며 말했다.
“나도 순정이 있다네. 어릴 적부터 무당의 도사로 자라왔지만 마음만큼은 남자인 것을 어쩌겠는가? 그래서 난 자네가 부럽네.”
지강백은 속으로 코웃음을 쳤다. 욕정을 참지 못하고 저런 개 같은 경매장이나 들락거리는 주제에, 그걸 순정이라고 부르는 모습이 역겨웠다.
그러나 지강백은 이런 마음을 완벽하게 숨기고 청파 진인을 이해하는 척 맞장구를 치며 분위기를 유도해갔다. 그리고 은연중에 자신도 이 자리가 즐거움을 내비쳤다. 그러자 청파 진인이 비릿한 웃음을 지어보였다.
‘역시 네놈도 어쩔 수 없는 남자였군.’
사실 청파 진인이 처음부터 이런 자리를 마련한 건 이유가 있었다. 여인을 사고파는 경매장? 누가 봐도 눈살을 찌푸릴 만한 광경이었다.
여기서 화를 내고 돌아선다면 더 이상 이용할 가치도 없으니 곧장 죽여버릴 생각이었다. 제갈빈을 데려올 때, 일부러 실력 좋은 살수들을 곳곳에 배치시켜두었다. 그리고 뭣하면 자신이 직접 나서서 죽여버려도 되었다. 이곳은 탈출조차 힘들 정도로 비밀스러운 공간이었으니까.
허나 제갈빈은 조금 경계를 보이고 꺼려하는 기색을 보이기는 했으나, 차츰 적응하고 즐기는 모습을 보였다. 지금도 곁에서 온갖 아양을 떨며 유혹하는 여인을 참지 못하고 손이 조금씩 움직이고 있지 않은가.
‘좋다. 제갈빈. 마음껏 즐겨라. 후후.’
청파 진인은 만족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너스레를 떨었다.
“허허허. 이 사람, 마음에 들면 든다고 말해도 되네.”
“하하하······조금 쑥스럽습니다.”
청파 진인과 지강백은 그렇게 담소를 나누며 웃음꽃을 피웠다. 그리고 술이 거나하게 취하자 각자 방으로 돌아갔다. 물론 낙찰받은 여인들을 곁에 끼고 말이다.
지강백은 여인을 데리고 방에 들어오자마자 그녀를 앉혔다. 여인은 연신 싱글거리며 지강백의 옷을 벗기고 얼굴을 들이댔다.
지강백은 그녀의 관자놀이에 손을 대고 공력을 불어넣었다.
우우웅!
환각이나 환술은 기본적으로 사술에 속한다. 정순한 내력을 흘려보내면 사술은 깨지게 되어 있었다.
그리고 곧, 사술에서 깬 여인이 지강백을 보고 깜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지강백은 여인의 입을 막고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 대며 조용하라고 신호를 보냈다.
그리고 주변에 기막을 쳐서 소리를 차단한 다음, 여인에게 물었다.
“한 가지 묻겠다. 어쩌다 여기로 오게 된 것이냐.”
여인은 극심한 공포에 싸인 듯 벌벌 떨며 몸을 웅크렸다. 아무래도 환각이 풀리며 심한 정신적 충격을 맞은 듯했다. 지강백은 한숨을 내쉬며 탁자에 놓인 따뜻한 차를 가져왔다.
“마시고 진정해라.”
“으으으······.”
“내 얼굴을 봐. 그리고 천천히 호흡해라.”
지강백은 여인에게 강제적으로 호흡을 시켰고, 여인은 곧 안정을 되찾았다. 그녀에게 차를 내밀자 조금씩 마시기 시작했고, 이내 대화가 가능할 정도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린 여인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천천히 말했다.
“잘 모르겠어요······. 거리를 걷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덮쳤고, 그 뒤로는 기억이 잘 나지 않아요.”
“소리나 본 사람, 건물, 아니면 다른 거라도 없었나?”
여인은 뭔가를 곰곰이 생각하다 하나를 얘기했다.
“잘은 모르지만 저랑 비슷한 애들을 잡아 가두던 곳의 이름을 들은 것 같아요······.”
“거기가 어디지?”
“설화정(雪花亭)······설화정이라고 했던 것 같아요.”
“알았다.”
여인은 지강백의 옷깃을 잡으며 필사적으로 애원했다.
“제발 살려주세요. 공자님······.”
“걱정하지 마라. 구해줄 테니.”
지강백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하자, 그제야 여인은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날 밤, 지강백은 여인과 같은 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다음 날 새벽에 몰래 여인을 보냈다.
그리고 비밀리에 옥룡대를 불러 그들에게 은밀히 지시했다.
“정보당주에게 전국에 있는 설화정이라는 이름이 붙은 장소를 모조리 찾아보게 해라. 단, 최대한 은밀히 행해야 한다.”
“옙.”
그리고 며칠 뒤, 유희연으로부터 의심이 가는 곳의 장소가 적힌 쪽지가 날아왔다.
지강백은 곧장 그곳으로 향했다.
***
섬서성 서안 인근 객잔. 지강백은 모습을 감춘 채 그림자처럼 은밀히 그곳에 접근했다. 객잔은 생각보다 규모가 컸고, 들어오는 손님들도 제법 많아 수월하게 들어올 수 있었다.
‘여긴가.’
지강백은 기둥을 타고 천장으로 숨어들어가 안쪽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수상해 보이는 자들을 찾아 유심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런데!
복도를 거닐고 있는 자들 중, 낮이 익은 자가 하나 보였다.
가면을 써서 얼굴은 알 수 없었지만, 그 사람에게서만 느껴지는 고유의 기운과 느낌이 매우 흡사했다. 바로 단상에서 진행을 맡던 그 사내 말이다.
‘여기가 맞았군.’
지강백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은밀히 그 사내의 뒤를 밟기 시작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