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76)
“큭!”
뒤로 밀려난 청파 진인이 피를 흘리며 비틀거렸다.
주먹 자체의 위력도 강했지만, 문제는 몸에 흘러든 뇌전의 기운이였다. 뇌기가 몸 속에 잔류하며 계속해서 몸을 공격하기 시작한 것이다. 재빨리 내공을 돌려 막았지만 이미 내장이 손상을 입은 후였다.
‘이렇게 뇌기의 힘을 자유자재로 다루는 무공이라니······듣도보도 못한 종류의 것이다.’
듣기로 지강백의 무공은 바람을 이용한 무공이라고 들었다.
그렇다면 놈은 지금껏 힘을 숨겨왔다는 뜻인가?
도저히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무서운 사내였다.
그때, 주먹을 내린 지강백이 가만히 청파 진인을 응시하며 물었다.
“보여줄 건 더 없나?”
“크윽······.”
“전혀 달라진 것이 없군.”
지강백이 말했다.
“일 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은 시간이지. 그 세월 동안 꾸준히 무예를 연마했다면 남궁천도 너도, 이렇게 허무하게 당하지만은 않았을 터.”
지강백은 호흡을 다스리며 천천히 제석천의 혼에 담긴 힘을 끌어올렸다. 단전에 충만한 기운이 용트림하듯 혈도를 따라 솟구쳤다.
“그럼 슬슬 마무리를 짓도록 하자.”
허연 백발을 흩날리며 공중에 뛰어오른 지강백의 목소리가 중후히 울려 퍼졌다. 그와 동시에 지강백이 한 줄기 벼락이 되어 아래로 떨어져 내렸다.
콰르르릉!
“빌어먹을!”
청파 진인이 이를 악물었다.
그는 재빨리 내공을 끌어올리며 검을 휘둘렀다. 주변에 흐르는 푸른 기운이 마치 폭풍처럼 원을 그리며 청파 진인을 감싸기 시작했다.
“하압!”
청파 진인이 기합을 내지른 것과 동시에 벼락이 그의 몸을 강타했다.
콰지지직!
청파 진인은 고통에 신음하면서도 검을 휘두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푸른 기운은 계속해서 원을 그리며 지강백의 벼락을 사방으로 비틀어내고 있었다.
월영검을 내리치던 지강백이 눈살을 찌푸렸다.
‘제법 버티는군.’
콰앙!
결국 청파 진인은 지강백의 일격을 막아내는데 성공했다.
지강백이 허공을 날아 바닥에 착지하고, 동시에 청파 진인이 피를 한움쿰 쏟아냈다.
“쿠웩!”
청파 진인의 입에서 흐르는 선혈이 도복을 적셨다. 그는 가슴팍을 쥔 채 괴로운 신음을 흘렸다. 단 한 번의 일격에 심각한 내상을 입고 만 것이다.
‘이 무슨 지독한······.’
청파 진인이 이를 악물고 지강백을 노려보았다.
방금 전 그렇게 강력한 기운을 쏟아냈으니, 저쪽도 기운을 상당히 소진했을 것이 분명했다.
그러나 지강백은 그의 희망을 비웃기라도 하듯 또 다시 푸른 뇌기를 피워올리기 시작했다. 아니, 이전보다 더 거대하고 강렬했다.
청파 진인은 경악에 찬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어떻게 그런 힘을 얻게 된 것이냐?”
“내가 그래도 마교의 교주인데, 안배한 수 하나가 없을 것 같은가?”
“끝까지 그런 헛소리를······!”
청파 진인은 어지간히도 자신이 지강백이라는 사실을 믿고 싶지 않은 듯 보였다. 하긴, 당하는 입장에서는 악몽이나 마찬가지일 테니까.
지강백의 눈빛이 차가워졌다.
그래. 그렇게 믿지 못하겠다면 마지막은 압도적인 일격으로 끝내주마. 네놈이 인정할 수 밖에 없도록.
지강백의 전신이 푸르게 빛나며 두 눈에서 시퍼런 광채(光彩)가 터져 나왔다.
“뇌신강림(雷神降臨).”
콰르릉!
다음 순간, 지강백의 신형이 공중에 솟구쳤다.
푸른 달빛을 등진 그의 전신에서 푸른 번개가 흘러나와 사방을 뒤덮었다. 마치 천신이 강림하는 광경을 마주한 듯했다. 청파 진인의 두 다리가 부들부들 떨렸다.
“허, 허억!”
그 순간, 청파 진인은 제갈빈에게서 오랜 친우, 지강백의 환영을 보았다.
검은 갑주를 입고 거대한 창을 휘드르던 절대자(絶對者)의 모습을.
‘설마······정말 환생을?’
그 사실을 인정하고 나자, 어마어마한 공포심과 무력감이 전신을 내달렸다.
자신은 화경을 넘어선 최고수의 위치에 섰으나, 엄밀히 말해 지강백에게는 십초지적조차 되지 못했다.
딱 한 번, 그에게 도전했던 적이 있었고, 최선을 다해 싸웠으나 결과는 참패였다. 그 날, 청파 진인은 무력에 대한 욕심을 포기했다.
감히 넘을 엄두조차 나지 않는 거대한 벽. 동시에 느껴지던 무시무시한 공포심.
그 공포심이, 지금 여기서 청파 진인을 다시 뒤덮었다.
“으, 으아아아악!”
청파 진인은 괴성을 내지르며 가진 내력을 모조리 검에 쏟아부었다.
푸른 검강이 폭포수처럼 흘러나오며 지강백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청파 진인이 전력을 다해 내지른 최후의 일격이었다.
지강백은 시퍼렇게 일렁이는 눈으로 날아오는 검강을 응시하며 월영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콰드드드득!
청파 진인의 검강은 지강백의 검격에 의해 너무도 쉽게 둘로 갈라졌다.
지강백은 바닥을 향해 한 줄기 벼락처럼 떨어지며 월영검을 내질렀다.
“끝이다.”
콰르르르릉!
푸른 섬광이 숲을 가득 채웠다.
***
“컥! 허어억!”
그 강렬한 벼락의 폭풍 속에서, 청파 진인은 간신히 살아남았다. 다른 무인이었다면 흔적도 없이 소멸했을 터였다.
그러나 그도 정상은 아니었다. 전신이 벼락에 그슬리고 검도 산산조각난 뒤였다. 더 이상의 전투는 물론, 생명까지 위험한 상태였다.
저벅.저벅.
뇌기를 갈무리한 지강백은 월영검을 쥔 채 천천히 그에게 다가갔다. 마무리를 지을 생각이었다.
“히익! 오지 마!”
청파 진인은 이제 제갈빈의 정체가 지강백임을 확신하고 있었다.
그의 눈에는 지강백이 피에 젖은 갑주를 입은 채 창을 들고 다가오는 모습으로 비쳤다.
청파 진인은 두려움에 찬 비명을 내지르며 주저앉은 채 필사적으로 버둥거렸다.
“자, 잠깐만 강백이! 내 말 좀 들어보게!”
청파 진인은 두 손을 들어보이며 애원하듯 외쳤다.
“자네와의 우정을 걸고 맹세컨대 자네를 배신할 생각은 조금도 없었어! 전부 천유성과 다른 놈들이 꾸민 짓이야! 난 어쩔 수 없이 거기 동조했을 뿐이라고!”
지강백은 그의 앞에 서서 차갑게 내뱉었다.
“네가 보급로를 끊은 탓에 우린 첫 싸움부터 필패했고 전세는 크게 기울었다. 난 네놈을 믿었는데, 넌 날 배신했다.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청파 진인은 엉금엉금 기어가 지강백의 발목을 잡고 개처럼 빌기 시작했다.
“미안하네. 대신 내가 자네를 도와 다른 놈들을 칠 수 있도록 돕겠네. 날 한 번만 믿어줄 수 없겠는가? 제발 부탁이네. 으흐흑!”
퍼억!
지강백은 발로 청파 진인의 턱을 후려쳤다.
청파 진인은 외마디 비명과 함께 나가 떨어졌다.
“차라리 끝까지 싸워라. 비겁한 새끼야. 적어도 남궁천은 마지막까지 싸우다 죽었다.”
지강백의 싸늘한 목소리에 살 희망이 없다는 것을 때달은 청파 진인이 독기 품은 목소리로 소리쳤다.
“이 개 같은 광신도 새끼! 변방의 벌레 주제에 계속 짜져있을 것이지, 왜 다시 튀어나왔느냐! 중원을 넘보다 뒤졌으면 얌전히 저승에 처박혀 있을 것이지, 전생에서는 그 창녀같은 년에게 미쳤더니만 이제는 복수에 미쳐서······!”
스걱-.
청파 진인은 뒷말을 이을 수 없었다. 지강백이 월영검을 들어 청파 진인의 입가죽을 길게 찢어버린 것이다.
“어우. 어우우!”
입이 찢어져 덜렁거려 말 대신 이상한 웅얼이가 흘러나왔다.
청파 진인은 턱을 붙잡은 채 꿈틀거리며 손을 뻗었다.
대충 살려달라는 뜻인 것 같은데, 지강백은 검으로 그의 손까지 잘라버렸다.
“어우! 어우우우!”
청파 진인은 고통에 바람빠진 비명을 내지르며 절규했다.
지강백은 월영검을 수직으로 치켜들며 싸늘히 중얼거렸다.
“저승에 가면 남궁천이 기다리고 있을 터이니 외롭지는 않을 것이다. 색귀놈아.”
“어우우우우!”
“듣기 싫으니 그만 닥쳐라.”
스걱-!
지강백은 깔끔하고 간단하게 청파 진인의 목을 베었다.
그의 머리가 바닥에 떨어져 바닥을 데굴데굴 굴렀다.
청파 진인은 끝까지 억울함에 가득 찬 얼굴로 죽음을 맞이했다.
“후우.”
지강백은 고개를 젖히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참으로 허무하고도 통쾌한 순간이었다.
“이제 세 명 남았다. 이제······.”
지강백은 푸른 달빛을 응시하며 중얼거렸다.
“얼마 남지 않았다.”
***
남궁미향은 늦은 밤, 홀로 지강백을 기다리고 있었다.
‘언제 돌아오는 거야. 벌써 며칠이 흘렀는데.’
남궁미향은 유난히 푸른 달을 응시하며 긴 숨을 내뱉었다.
그의 강함을 알기에 죽을 거라는 불안감은 없었다.
그녀가 느끼는 불안감은, 조금 다른 종류의 그것이었다.
그는, 제갈빈이라는 사내는 그녀가 보기에 마치 바람과도 같은 사람이었다. 바람 같아서, 금세 어디론가 훌쩍 사라져 버릴 것만 같은 사람.
혼인을 하고 살을 섞고 가까워졌다고 생각했지만 아직 보이지 않는 어떤 벽 같은 것이 존재했다.
그를 진심으로 사랑하기에 그 벽을 넘지 않는 것이 그를 위하는 것이라 여겼지만, 오늘 같은 날에는 그 벽이 있다는 사실이 모질게 느껴졌다.
이대로 그가 영영 사라지면 살아갈 수 있을까?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던 도중,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혹시 오늘 대련했던 매화검수들인가?
확실히 젊은 매화검수들 중에서는 남궁미향을 보고 남몰래 연심을 품던 이들이 여럿 있었다. 혼인을 했다지만 그녀의 미모는 매우 뛰어났고, 성격도 밝고 활기차 좋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개를 돌린 남궁미향은 눈을 크게 뜨며 입을 벌렸다.
“혼자 뭐하고 있어?”
피에 젖은 채 희미한 웃음을 짓는 지강백이 그곳에 있었다.
“빈!”
남궁미향은 반가움과 놀라움에 그를 부르며 달려가 품에 안겼다. 지강백은 말없이 그녀의 등을 껴안고 토닥여주었다.
“많이 기다렸나?”
“당연하지. 그런데······.”
그의 옷깃을 붙잡고 체취를 느끼던 남궁미향이 돌연 고개를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왜 이렇게 떨고 있어?”
“내가?”
눈을 깜빡이며 되묻던 지강백이 이내 쓸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런가. 답지 않게 감정적으로 굴었구나.”
지강백은 남궁미향을 더 세게 끌어안으며 그녀의 목에 얼굴을 파묻었다.
“왜 그래? 어디 다쳤어?”
“아니······. 그냥 피곤해서.”
잠깐 침묵하던 남궁미향이 잔잔한 목소리로 안심시키듯 말했다.
“그래. 다치지 않았으면 괜찮아. 무사히 돌아와줘서 고마워.”
남궁미향은 가만히 지강백의 등을 토닥이며 말했다.
“오늘은 아무 말 하지 말고 푹 쉬어.”
“응······.”
지강백은 한참 동안 멈춰선 채 움직이지 않았다.
조금 전까지 격렬하게 뛰던 심장이 거짓말처럼 안정을 되찾았다.
***
“헉!”
무림맹주 천유성은 눈을 뜨며 침상에서 벌떡 일어났다.
거친 숨을 내쉬며 아래를 쳐다보자 옷이 흠뻑 젖어 있었다.
“맹주님!”
“아버지!”
천유성의 비명 소리에 호위무사들과 천유태가 한걸음에 달려왔다.
“물, 물을 가져오너라.”
천유성은 거친 숨을 헐떡이며 냉수를 벌컥 들이켰다.
천유태가 걱정스런 눈빛으로 그에게 물었다.
“악몽이라도 꾸신 것입니까?”
“그래.”
“무슨 꿈이었기에 아버지가 이리도 놀라시는지요?”
“······.”
천유성은 대꾸하지 않고 침음을 삼켰다.
꿈에서 청파 진인과 남궁천을 만났다.
그들은 온통 피로 젖은 채였고, 청파 진인은 심지어 목이 반쯤 떨어져 있는 흉측한 몰골이었다.
그때 그들이 한 말이, 아직도 귓가에 맴돌았다.
“유성······. 검은 용이 자네를 죽일 걸세.”
단지 악몽으로 치부하고 넘기기에는 너무도 강렬했다.
천유성은 손으로 머리를 짚으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검은 용······. 검은 용이라니, 대체 무슨 뜻이지?’
천유성이 그 말을 곱씹고 천유태가 걱정스런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는 그때.
호위무사들 중 한 명이 수하의 보고를 받고 천유성에게 다가왔다.
“맹주님. 방금 지부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무슨 연락?”
“청파 진인이 목이 잘린 채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
천유성은 눈을 부릅뜨며 벌떡 일어났다. 꿈 속에 나왔던 청파 진인 또한 목이 비스듬히 잘려 있지 않았는가!
천유성은 침을 꿀꺽 삼키며 주먹을 불끈 쥐었다.
뭔가, 불길한 예감이 그를 스치고 지나갔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