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ader of the Demonic Cult, Zhuge Se, is reincarnated as the youngest scholar RAW novel - chapter (88)
모용세가의 가주 모용명은 요 근래 기분이 매우 좋지 않았다.
팽가가 무너지고 강북의 중심이나 다름없는 하북이 당가와 제갈세가의 손에 넘어간 걸로도 배가 아파 죽을 지경인데, 무림맹이 그들을 지지하는 모습까지 보이자 대세에서 밀려났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형님. 저희도 뭔가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모용명의 동생이자 모용세가의 총관직을 맡고 있는 모용성(慕容星)이 말했다. 그는 모용명이 자신의 아내인 정보당주 정소영(丁素榮)과 함께 가장 신뢰하는 인물이었다.
“대책? 무슨 대책.”
“뭐긴 뭡니까. 당문호 그 작자와 제갈세가의 가주를 제칠 방법 말입니다.”
“흐음······.”
턱을 괴고 신음을 흘리던 모용명이 모용성에게 물었다.
“무슨 좋은 방법이 없겠나?”
“일단 정면으로 부딪히는 건 무리입니다. 놈들의 세력 또한 만만치 않으며 이렇다 할 명분도 없으니까요.”
“팽가놈들처럼 알아서 자멸해주길 기다릴 수도 없고······.”
“이대로 계속 두고만 본다면 놈들은 차근차근 강북에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질 겁니다.”
“일단 두 놈들 중 한 놈이라도 치워버려야 해. 제갈가 가주야 맹주와 두터운 친분이 있다는 건 확실하니 당문호, 그 새끼부터 어떻게 해버렸으면 좋겠는데.”
그때, 모용성이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그에게 말했다.
“형님. 차라리 차도살인(借刀殺人:남의 손을 빌려 상대를 죽이다)의 계책을 쓰는 건 어떻습니까?”
“칼로 쓸만한 놈들이 있을까? 당가는 만만찮은 놈들이야.”
“이번에 새로 오대세가에 들어온 하남의 공손세가가 있지 않습니까. 공손 가주는 형님의 측근이니 이번 기회에 함께 당가를 밀어내자고 제안하면 받아들일 겁니다.”
“음······또 없을까?”
“진주의 언가에 서신을 넣도록 하지요. 항상 오대세가에 들고 싶어 환장한 놈들이니 당가를 무너뜨리는데 큰 공헌을 하면 대가로 오대세가의 공석에 추천해주겠다고 하는 겁니다. 분명 관심을 보일 것입니다.”
“혹여 실패한다고 해도 우린 관계가 없으니 뒤탈을 걱정할 필요도 없겠군.”
“바로 그렇습니다.”
“좋아. 서신을 넣어. 계획을 세우자고.”
모용명은 어쩌면 이번 일들이 자신들에게는 기회로 작용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기회에 변방에서 벗어나, 중원으로 진출해 모용세가의 위상을 천하에 알린다. 당가와 제갈가는 그 목표를 향한 첫 번째 발판이 될 것이다.
***
진주언가의 가주 언차인(彦嵯隣)은 우락부락한 거체를 이끌고 모용세가의 정문을 넘어섰다. 그 뒤로 공손세가의 가주 공손도(公孫道)가 들어왔다.
모용성은 버선발로 뛰어나가 그들을 맞이했다.
“다들 멀리까지 오느라 고생 많았네.”
“아닙니다. 당연히 와야 하는 것을요.”
“그간 강녕하셨습니까?”
“나야 잘 지냈지. 자네들도 별 탈 없으신가?”
간단히 안부를 주고받은 뒤, 모용성은 크게 술상을 차리도록 지시했다. 시종들이 상을 차리는 동안, 모용성은 미리 준비해 놓은 고급 차를 가져왔다.
두 사람에게 손수 차를 따라준 모용성이 넌지시 물었다.
“요새 하남이나 산동 무림은 어떤가?”
“한창 어수선합니다. 아무래도 팽가가 몰락한 영향이 크겠지요.”
“그 자리를 당가와 제갈세가가 차지한 탓도 있고요.”
“아무래도 강남의 패자인 제갈세가의 강북 진출로 인해 자신들의 입지도 위험해질까 두려워진 것이겠지요. 벌써 하북의 세력들 대부분이 놈들에게 무릎을 꿇었다더군요.”
“저희도 마찬가집니다. 하남이나 산동은 하북과 매우 밀접하니까요.”
모용성은 한숨을 내쉬며 투덜거리는 두 사내를 말없이 응시했다. 이 정도면 강북 대부분의 세력은 당가와 제갈세가에 어느 정도 반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 확실했다.
모용성은 짐짓 안타깝다는 듯 탁자를 치며 언성을 높였다.
“나도 그렇게 생각하네. 지금이 삼국시대나 춘추전국시대도 아니고, 같은 정파인들끼리 싸움이나 하고, 서로 칼을 겨누는 게 말이 되는가? 강호의 협의와 정의는 어디로 갔냐는 말일세.”
“실로 옳은 말씀이십니다.”
공손도와 언차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동의했다.
곧 시종들이 술상을 거하게 차렸고, 찻잔 대신 그들의 앞에 술잔이 놓여졌다.
“자, 일단 한 잔씩 하지.”
두 사람의 술잔에 술을 따라준 모용성이 잔을 부딪혔다.
술을 단숨에 들이킨 모용성이 고기 한 점을 씹으며 말했다.
“현 강호의 사태를 파악해보니 심상치가 않네. 아무래도 제갈세가의 가주가 야망을 품고 있는 것 같아. 장강을 넘어온 것으로도 모자라 팽가가 무너진 자리를 차지했지 않은가. 내 짐작컨대 팽가의 몰락에 그들이 관여했을 가능성이 매우 높네.”
“네? 그래도 같은 정파끼리 그런 짓을······.”
“나도 듣는 귀가 있다네. 듣기로 지금 제갈빈이 황금성 등을 동원해 강북에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더군. 이게 무슨 뜻이겠는가? 하북은 그에게 강북 평정을 위한 발판에 불과하다는 뜻이네. 언젠가는 하남, 산동, 요녕까지 노려올 것이라는 소리야.”
그 말을 들은 공손도와 언차인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모용성의 말을 듣자 코앞에 위기가 닥쳤음을 실감한 것이다.
언차인은 술잔을 쥔 손에 힘을 주며 중얼거렸다.
“건방진 애송이가 언가의 앞마당까지 들어오는 꼴은 절대 못 봅니다.”
“저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절대 순순히 당할 수만은 없습니다.”
“당연히 그래야지. 언제부터 강남의 가문이 강북을 노려왔던가? 그리고 자네들과 나까지 무너지면 이 강호에는 유례 없는 독재자가 탄생하는 것이네. 그것만큼은 막아야 해. 그리고······놈들이 무력으로 빼앗은 하북을 그대들이 되찾을 수 있겠지.”
모용성은 교묘하게 당가와 제갈세가를 쓰러뜨리는 것이 강호를 위한 일임을 강조하며 하북을 손에 넣을 수 있음을 암시했다. 실리와 명분을 동시에 챙겨준 것이다. 그러자 두 사내의 눈빛이 미묘하게 번뜩였다.
“가주님. 어찌 방도가 없겠습니까?”
“부디 고견을 들려주십시오.”
모용성은 두 사내의 표정을 확인하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자자, 일단 진정하게. 놈들의 위세가 강성하고 동맹 관계로 엮여 있으니 신중해야 하네. 지금은 승산이 없어.”
“그럼 어찌해야······.”
“둘이 떨어져 있는 틈을 노려야지. 자리를 만들어 놈을 유인하란 말이야. 그러기 위해서는 언 가주, 자네가 당가의 밑으로 들어가야 하네.”
“네?”
“당문호를 방심시키려면 일단 그를 안심시켜야지. 자네가 그들의 밑으로 들어가겠다 선언하고 연회를 마련하게. 그리고 그가 무방비해지는 순간을 노리게.”
단번에 모용성의 말뜻을 알아들은 언차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암습이라······확실히 가장 경계가 풀어지는 순간이겠군요.”
“그리고 언가의 앞마당이니 자네들에게 가장 유리하지.”
당가의 가주를 암살하는 일이다. 언차인은 그 후폭풍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되었지만, 공손가와 모용세가가 곁에 있으니 한 번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어차피 먼저 죽이지 않으면 죽임당하는 관계 아닌가?
***
며칠 뒤, 당문호는 언차인으로부터 당가의 밑으로 들어오겠다는 서찰을 받았다.
그 서찰을 본 당휘란은 의구심을 감추지 못했다. 언가가 모용세가와 제법 친한 관계라는 것은 이미 알고 있는데, 갑자기 이쪽에 붙을 이유가 뭐란 말인가.
그러나 당문호는 별다른 의심을 보이지 않았다.
“하하! 이놈들이 대세를 정확하게 파악했구나. 변방의 오랑캐들과 어울려봐야 자기네들에게 좋을 것이 없다는 걸 깨달은 것이지. 언가의 가주가 제법 눈썰미가 있군.”
당문호는 기꺼이 언가를 받아들였고, 언가는 그 답례로 연회를 열기로 했다.
그가 연회장으로 가기 전날, 당휘란이 당문호에게 찾아왔다.
“아버지. 저도 연회장에 따라가면 안되겠습니까?”
“어허. 너는 내일 제갈 가주와 함께 식사자리를 가지기로 하지 않았느냐. 아비는 신경 쓸 필요 없다.”
“허나······뭔가 찜찜한 기분이 듭니다.”
“언가가 무슨 꿍꿍이를 품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냐?”
당문호는 껄껄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그래봤자 오대세가 축에도 끼지 못한 가문이다. 제깟놈들이 수작을 부려봐야 우리에게는 아무런 위협도 가하지 못할 것이야. 그리고 놈들도 생각이란 게 있으면 우리에게 덤벼서 이득 될 것이 없다는 것쯤을 알고 있을 것이다. 괜한 걱정 할 필요 없다.”
“저희가 파악하기로 언가주는 자존심이 굉장히 강하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사이가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우리에게 너무 쉽게 무릎꿇은 것이 좀 걸립니다.”
“나 역시 언차인, 그놈에 대해서는 아는 바가 있다. 주먹이나 쓸 줄 알지 머리 굴리는 건 소질 없는 놈이야. 아마도 곁에 있는 책사들의 말에 설득된 걸거다.”
“······알겠습니다. 그럼 호위사병의 수라도 늘리십시오.”
“비검대(飛劍隊)가 날 호위하고 있으니 괜찮다.”
비검대는 대대로 당가 가주를 호위해온 부대로, 제갈세가의 옥룡대와 비슷했다.
당휘란은 그들의 강함을 잘 알고 있기에 걱정을 덜고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많이 노쇠하시긴 하셨어도 아버지 또한 한때 독공으로 이름을 떨친 고수이시다. 내 지나친 기우겠지.’
그래도 마음이 놓이지 않아 당휘란은 아버지 몰래 언가의 저택이 위치한 부근에 무사들을 배치시키기로 했다.
***
“아이고~우리 당 가주님 오셨습니까! 이놈이 목 빠져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하하.”
당문호가 언가에 도착하자 언차인이 환한 미소와 함께 그를 맞이했다. 당문호는 성대한 연회장의 분위기에 만족하며 그의 어깨를 토닥였다.
“용맹함으로 천하에 명성이 자자한 언 가주께서 이몸을 반가워해주니 몸둘 바를 모르겠소. 허허.”
“무슨 말씀을. 저야말로 정마대전에서의 명성이 자자한 당 가주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그리고 충성을 맹세한 몸이니 이제 편히 불러주십시오.”
“하하! 마음에 드는군. 그리 하지.”
“이놈이 당 가주님을 위해 특별히 신경을 좀 썼는데 아마 즐기다가 쓰러지실지도 모릅니다. 흐흐.”
“허허. 늙다고 무시하지 말게.”
둘은 연신 웃음을 터뜨리며 연회장으로 들어갔다.
언차인의 말대로 연회는 특별히 신경을 쓴 티가 났다. 음식은 각지에서 공수한 특별식으로 준비되었고, 당문호의 입맛에 맞게 사천 지방의 음식들도 있었다. 연회장 중앙에는 아름다운 가희들이 나와 춤을 추며 흥을 돋구고 악사들이 분위기에 맞게 음악을 연주했다.
그리고 언차인은 직접 당문호의 술잔을 채워주며 시종일관 그의 비위를 맞춰주었다.
“저희같은 놈들이야 작은 물에서 놀면서 주먹이나 쓸 줄 알지, 강호무림이 돌아가는 일이나 이해관계 같은 건 볼 줄을 모릅니다. 허나 하나는 확실히 보지요.”
“그게 뭔가?”
“강자와 약자. 이놈이 보기에 현 강호의 최강자라고 할 만한 분들은 당가주를 비롯한 몇 명이 아닐까 싶습니다.”
“하하! 제법 눈썰미가 있다고 생각했는데, 역시 그랬군.”
당문호는 취기도 제법 올랐겠다, 언차인의 아부에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거의 늘어진 채 언차인과 농을 주고받기까지 했다.
언차인은 따로 아름다운 여인들을 보내 당문호의 뒤를 호위하는 비검대에게도 술을 나눠주었는데, 대부분 호위를 핑계로 술을 거부했다.
“가주님. 많이 취하신 것 같습니다.”
“으음.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조금 힘들군.”
당문호는 언차인이 안내해준 거처로 걸음을 옮겼고, 미색이 출중한 시녀 한 명을 붙여주었다.
당문호는 그동안 팽가와의 접전 때문에 여인을 접할 기회가 없었는데, 마음 편히 즐길 기회가 오자 기뻐하며 비검대를 조금 물렸다.
그리고 언차인은 기다렸다는 듯 미리 거처 부근에 잠복해 있던 수하들에게 전음을 보냈다.
-실수 없이 처리하도록 하라.
-존명.
명령을 내린 언차인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공손세가의 가주, 공손도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가 언차인에게 물었다.
“당문호는?”
“완전히 취했소. 여자도 붙여주었고.”
“비검대는 어찌 되었습니까.”
“거처에서 꽤나 떨어진 곳에 있으니 걱정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좋습니다. 저희가 비검대를 막을 동안 언 가주께서 당가주를 해치우시지요,”
두 사람은 동시에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