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57)
제 158화
잭이 펼치는 혼기로 이루어진 언령.
그것을 샬롯은 제대로 익히지 못했다.
그저, ‘참격’ 비슷한 것을 뿜어내는 기술로 나름 체득했을 뿐이다.
단점은 하나였다.
입.
잭이 언령을 내뱉었듯, 본능에 충실한 샬롯은 그때처럼 잭이 내뱉는 언령이 ‘필수’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아직 완전히 체득되지는 않았다는 거지.
셀은, 그냥 그 허점을 노린 거다.
자연스럽게.
-[Illusion]!
셀의 몸이 두 개, 세 개, 네 개로 분리되었다.
가벼운 환상 마법.
그중 두 기가 뒤로 물러섰고, 허공에서 무언가를 계속 말하지만 말은 하지 못하는 샬롯이 이도 저도 못한 모습이 되었다.
그런 샬롯에게.
뒤로 물러난 셀이 외쳤다.
-[Slow]!!
드래곤.
지상 최강의 생명체.
그들이 최강이라 불리는 이유는 간단하다.
이 언령.
언령 때문이다.
그들은 주문을 외울 필요가 없다.
그저, 의지를 담고 말을 내뱉으면 그게 마법이 된다.
즉, 4서클인 현재의 셀은 5서클 마법도 펼칠 수 있고 더 나아가 7서클, 8서클, 더 나아가 무려 10서클에 해당하는 마법도 펼칠 수 있다.
주문 하나 없이 잭과 발렌타인처럼 언령으로 펼칠 수 있다는 뜻이다.
여기서 셀이 4서클 이상의 마법을 펼치지 않는 이유는 간단하다.
몸이 받쳐 주질 않으니까.
언령은 장점도 있지만 스스로의 그릇이 마법을 받아들일 수 있어야 한다는 단점도 존재한다.
그런 셀이, 허공에서 자신의 환상과 싸우는 샬롯을 물끄러미 바라본다.
샬롯의 속도는 슬로우 마법으로 느려졌지만, 거기까지였다.
두 개의 환상.
샬롯은 느려진 그 몸으로도 두 개의 환상을 찢고, 부숴 버렸으니까.
그걸 물끄러미 바라보던 셀이 양손을 펼쳐 들었다.
셀의 양손에 빛나고, 몰려드는 마법.
셀의 입이 열렸다.
-[[Bind]]!
6서클 마법, 바인드.
상대를 속박하는 마법 중 하나이며, 그걸 중첩해서 쓸 수 있다면 그 위력은 배가된다.
셀은 지금 양손으로 바인드를 두 번 사용했다.
멀티 캐스팅.
본래 어린 드래곤이라 해도 멀티 캐스팅을 쉽게 펼칠 수는 없다.
하물며, 4서클 드래곤이 6서클 마법을 더블 캐스팅으로 중첩해서 펼친다?
장담하는데 그런 드래곤, 이 세상에 단 한 명도 없었을 거다.
그건 확실하다.
하지만 셀은 했다.
그게 재능이다.
그리고, 지금 셀은 6서클 마법을 중첩해서 펼쳤다.
그 말은.
우리 셀.
머지않아.
‘바로 5서클이나 6서클로 올라가겠네.’
흐뭇하게 웃고 있을 때였다.
-그대로 쉬고 있어. 움직이지 말고.
셀의 그 말 한마디가 상황을 정리했다.
싸움은 끝났다.
놀랍게도, 승자는 셀이었다.
온몸에서 피를 흘리고, 가죽은 벗겨져 뼈가 드러난 부분도 있었지만, 지금 제압당한 것은 셀이 아닌 샬롯이다.
그렇기에, 셀은 웃을 수 있었다.
이겼으니까.
스스로, 증명했으니까.
샬롯이라는 괴물을 제압하는 그 모습을 잭에게 보여 줌으로써, 내가, 잭의 자리를 물려받을 수 있는 자격이 있다는 것을.
이 세상에 알려 줬으니까.
그런 셀의 웃음은 생각보다 밝았다.
Chapter 5
“끝났네.”
“……그렇군요.”
타노스는 멍했다.
아까부터 저런 표정이던데 아주 트레이드 마크가 되겠어.
사실 그럴 만도 하다.
타노스는 샬롯의 폭주 상태를 보고 진지하게 겁을 먹었었다고 한다.
사실, 내가 타노스였어도 겁 정도는 먹었을 거다.
하얗던 피부가 검게 물들고, 내가 사용했고 스승님이 사용했던 요상한 기술을 따라 쓰려고 노력하는 그런 괴물이.
심지어 어마어마한 살기까지 뿜어낸다면, 실제로 그런 괴물을 본다면 그 누가 겁먹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런 샬롯을, 셀은 이겼다.
온몸에서 피가 흘러내리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랴.
이긴 건 이긴 거잖아.
천천히 걸음을 옮겨 셀의 머리를 두드려 주었다.
“너도 많이 아파 보인다?”
-아프긴 한데, 그래도 마음은 편해요.
바인드 마법을 유지하며 여전히 샬롯을 구속하고 있는 셀은 정말 마음이 편해 보였다.
사실, 언급은 안 했었는데.
현 세상에 퍼진 10서클까지의 수많은 마법.
그 마법은 대체 누가 창시했을까.
대체 누가, 그렇게 많은 마법을 만들었던 걸까.
답은 간단하다.
드래곤.
그것도 수천 년 전에 존재했다던 초대 드래곤 로드가 만든 거다.
당연히 인간을 위해서 만든 것은 아니었다.
그저 드래곤.
자기 종족인 드래곤들을 위해 체계적으로 마법을 만들었고, 그 마법을 접하던 인간들과 다른 이종족들이 그 마법을 자기들만의 형식으로 체계화시킨 것뿐이다.
즉.
드래곤은 마법의 시조요, 진정한 마법의 지배자다.
진조와 향후 드래곤 로드가 될 것이 확실한 셀.
두 녀석의 첫 싸움은 셀의 승리로 끝났다.
나는 슬쩍 손을 뻗어 셀에게 가볍게 치유 마법을 먹여 주고는, 샬롯에게 다가갔다.
“듣고 있는 거 알아.”
“크르르-”
“피안화, 이성을 잃고 본능에 충실한 괴물이 된다고 하더라. 내가 봐도 그래 보여. 그런데 혹시 그런 생각 안 해 봤어?”
여전히 샬롯은 크르르 하는 소리만 낼 뿐이었다.
저거 약간 가래 끓는 소리인데.
담배 피우는 건 아니겠지.
여하튼.
“그 상태에서 이성을 유지할 수 있으면 어떻게 될까.”
“…….”
“재능이 개화되는 그 순간을 너의 의지로 컨트롤할 수 있다면, 너의 성장은 지금보다 더 빨라지겠지. 잘 들어. 숙제야.”
“크르르-”
“다음 피안화 때 이성을 잃는지 잃지 않는지 지켜볼 거야. 그러니까 노력해, 꼬맹아.”
* * *
그날 밤, 애들을 재우고, 나는 스승님과 함께 누나의 방으로 갔다.
“안 자는 거 다 알아, 빨리 문 열어.”
끼익 하는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린다.
열린 문틈 사이로, 누나의 수척한 얼굴이 보였다.
“생각, 많이 해 봤어?”
“……응.”
안으로 들어갔다.
고가의 액세서리 같은 것은 단 한 개도 없는 말 그대로 수수한 방.
그 방에 있는 작은 탁자 쪽으로 걸어가 의자에 털썩 주저앉았다.
전에 가볍게 말했었는데.
똑똑한 이들과 대화할 때는, 굳이 긴 사족 같은 걸 붙일 필요가 없다.
즉,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일단 누나가 생각하는 거, 맞아.”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데?”
모를 리 없다.
“내가 발란티에 후작을 죽일까, 죽이지 않을까. 그런 생각, 아니야?”
누나가 내 맞은편에 있는 의자를 빼고는 마주 앉는다.
“아직도 적응이 안 돼.”
“뭐가?”
“나보다 나이 많은 동생이라니, 이게 뭐야.”
희미하게 웃었다.
“오빠 같은 동생, 그런 거라고 대충 생각하고 있어. 뭐 어려울 거 있나.”
그때였다.
“아버님, 꼭 죽여야 할까?”
내가 누나한테 전생을 이야기해 준 이유.
내가, 맨티스 백작가의 개새끼들을 잡아 죽인 이유.
그 모든 걸 누나가 지켜보게 한 이유.
앞서 말했듯 길게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
우리 누나, 진짜 똑똑하거든.
“나는 그 누구에게도 세 번 이상의 기회는 안 줘. 그건 사치를 넘어선 낭비 그 이상이라고 생각하거든.”
“세 번?”
“처음 회귀를 인지하고 장미 정원에 앉아 있었을 때, 발란티에 후작은 히스테인이랑 같이 장미 정원으로 왔었어. 그때 한 번 참았고.”
슬며시 탁자에 팔을 걸고 의자에 등을 기댔다.
“지금, 응접실 건너편에 있는 방에 가둬 놓으면서 두 번째 기회를 줬어.”
“그게 뭔데?”
“종이랑 펜을 가져다 놨거든. 후작이 상황을 파악하고, 지금 자기가 무엇을 해야 할지 알고 있다면 후작은 살 수 있을 거야. 그 종이에 내가 원하는 내용이 적혀 있다면, 농담이 아니라 나는 후작을 살려 줄 수 있거든.”
서클은 전부 부숴 버리고, 장미 정원에서 밖으로 못 나오게 감금해 둘 거다.
외출은 금지시킬 거고 먹는 것도 통제하는.
죽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이지만, 엄밀히 말하면 살려 주는 건 살려 주는 거다.
하지만, 그건 앞선 상황이 전제될 때의 이야기다.
즉.
“그게 아니라면, 어쩔 수 없는 거지.”
잠시 창밖을 바라보고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우리 누나.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는데, 확실히 전과는 다르다.
전이었다면.
아버지는 가족이라면서, 죽이면 안 된다고, 그렇게 이야기했을 테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그 정도 변화면, 누나의 기준으로는 엄청 많이 변한 거다.
“누나는 아무것도 하지 마. 그냥 깨끗하게만 남아 있어. 손에 피를 묻히고 더러워지는 건 나 하나면 충분하니까.”
“잭…….”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섰다.
앞서 말했듯 길게 이야기할 필요는 없다.
가족끼리는 다 통하는 게 있거든.
그렇게 걸음을 옮기다, 잠시 문 앞에서 멈췄다.
이 말을 깜박할 뻔했네.
“대륙 최초의 여후작이라는 호칭, 그거 누나랑 꽤 잘 어울려. 물론 내 기준으로 보면 더 높은 자리에 앉아도 되겠지만…… 아니다, 이건 나중에 얘기하자.”
“…….”
“당분간은 누나가 내 허수아비라는 말이 나올 수도 있어. 거기다 음담패설 같은 걸로 누나를 흠집 내려는 애들도 있을 거고. 그런데, 그런 거 신경 쓰지 마.”
다.
뒤질 테니까.
한 놈도 빠지지 않고, 발 걸치고, 손 걸치고, 주둥이 한번 놀린 놈들까지.
이 대륙 끝까지 찾아가서 전부 죽여 버릴 거니까.
그 말은 그냥 하지 않았다.
“내 손에 묻은 피, 나중에 시간 되면 조금씩 닦아 줘.”
시답잖은 농담 같은 내 말에 누나가 작게 고개를 끄덕인다.
확실히, 누나는 변했다.
고개를 끄덕이는 저 모습부터, 표정의 변화까지.
누가 저런 여자를 보고 갓 성년이 지난 사람으로 보겠어.
아베이루가 그러기를, 누나는 다른 가문의 소가주들과 비교를 불허한다고 하던데, 확실히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후작.
우리 누나라면 잘할 것 같다.
못하게 되면.
내가 도와주면 되지.
그렇게 문을 닫고 밖으로 나왔다.
천천히 걸었고, 장미 정원 쪽으로 걸어갔다.
그때, 장미 정원 입구에 한 남자가 서 있는 것이 보인다.
실루엣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아베이루.
녀석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앞서 말하기도 했지만, 모든 일이 끝난 건 아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아직 현재진행형이었다.
그리고, 이런 말이 있지 않나?
역사는, 밤에 만들어진다고.
음…… 의미가 조금 다른 건가.
* * *
후작가 본관에서 약 600미터 떨어진 거리에 있는 건물.
본래는 맨티스 상단이 쓰던 건물이라고 하던데, 상단이 망하고 거의 버려진 건물이나 다름이 없던 곳이다.
여기가 바로 아베이루가 거점으로 삼은 건물이었다.
그 안으로 들어갔다.
무도회장처럼 넓은 복도에는 수많은 이들이 무언가 바쁜 일이라도 있는 것처럼 여기저기 뛰어다니고 있었는데.
그들이 아베이루와 나를 보고는 깊숙이 고개를 숙인다.
한 명.
다섯 명.
열 명.
이십 명.
백 명.
신경 쓰지 않고, 걸었다.
5층짜리 건물.
계단을 걸어 올라가면서도 알 수 있었다.
나에게 고개를 숙인 이들이, 아직도 고개를 들지 않았다는 것을.
그냥 신경 쓰지 않았다.
5층, 아베이루가 쓰는 곳으로 짐작되는 집무실로 향했고, 자연스럽게 상석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내 옆으로 아베이루가 시립하고.
내가 의자에 등을 파묻고, 긴 한숨을 터트리는.
그 과정이 물 흐르듯 이어졌다.
“많이 피곤해 보이십니다.”
“내가?”
“예.”
웃고 말았다.
솔직히 말하면 피곤하지는 않았다.
그냥.
걱정되는 거지.
“누나도 그렇고, 론도 그렇고, 우리 애들도 그렇고.”
슬쩍 고개를 들었다.
“너도 그렇고.”
“…….”
“걱정이 되네.”
아베이루가 희미하게 웃는다.
“주군 같은 분께서…… 아니지, 공자님 같은 분께서도 걱정 같은 걸 하십니까?”
“나도 사람인데 못 할 건 또 뭐야? 그리고.”
손을 뻗어 상석과 가장 가까운 자리를 손으로 툭툭 쳤다.
“앞으로 주군이라고 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