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90)
제 191화
-어디까지나 가능성의 문제잖아. 보스가 다치는 걸 보고 싶어 하지 않는 건 나도 너랑 마찬가지야. 하지만.
“하지만?”
-……숨길 일은 아니라고 봐.
샬롯은 잠시 입을 다물었다.
셀이 내뱉는 말이 매우, 미묘했으니까.
-가족이잖아. 나는 가족끼리 비밀을 숨기는 건 조금 아니라고 생각해.
“하지만.”
-하지만?
셀이 고개를 돌렸다.
샬롯의 표정.
굉장히 진지해 보인다.
“타노스 오빠의 비밀을 당사자도 아닌 우리한테 듣는 거잖아.”
-…….
“그게 옳은 걸까?”
셀은 결국 한숨을 터트리고 말았다.
-너, 엿들은 거 걸릴까 봐 그러는 거지?
샬롯이 어색하게 웃는다.
그리고는 이렇게 덧붙였다.
“아닌데.”
* * *
근래 들어 이런 생각을 처음 하는 거 같은데.
우리 꼬맹이들이.
뭔가 이상하다.
어제 저녁을 먹을 때였나.
타노스는 무언가 깊게 생각할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였고.
그런 타노스를 샬롯과 셀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바라보는데.
그런 애들을 바라보며 이런 생각을 했다.
혹시.
타노스가 연애라도 하나?
뜬금없는 상상은 아니었다.
왜냐면 혹시나 해서 물어봤었거든. 이렇게.
“무슨 고민이라도 있냐? 많이 복잡해 보이는데.”
타노스는.
“아…… 아니요. 주군, 아무것도 없습니다.”
이렇게 답했고.
슬쩍 고개를 돌려 두 자매 같은 꼬맹이들한테 똑같이 물었더니.
-저는 없어요.
“저도요.”
음.
이거 혹시.
나 따돌리는 건가?
“걱정돼서 그러는데, 정말 별일 아닌 거지?”
셀 빼고, 두 녀석이 말했다.
“네.”
셀은.
-글쎄요.
이렇게 말했는데.
설마 이거 진짜 사춘기가 온 건가?
으음.
* * *
다음 날 아침.
수상한 행동을 하는 꼬맹이 셋을 아카데미로 보낸 뒤, 나는 마당에 쪼그려 앉았다.
그런 내 앞에 놓인 세 개의 수정구.
크기는 한 개당 내 주먹 세 개의 크기였다.
[전에 말했던 ‘그것’을 만들려는 것이냐?]“예. 그냥 마법 통신구라고 해도 좋고, 아니면…….”
[도청기?]슬쩍 웃었다.
“예. 도청기, 그런데 이게 감이 잘 안 잡히네요.”
마법 통신구의 제작 과정을 말하는 건 아니었다.
눈앞에 놓인 것들이 말해 준다.
이거 세 개.
어젯밤에 두 개 만들고 방금 하나 만든 거다.
개당 수백만 골드 아티펙트를 나는 순식간에 세 개를 만든 거지.
문제는.
“도청, 이걸 어떤 식으로 새겨야 하나…….”
오랜만에.
정말 오랜만에 머리를 쓰는 기분이다.
처음에는 흑마법을 새길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부적절하다.
왜냐면 아무리 흑마법이어도 기본 범주는 서클 마법이기에 ‘마스터’들이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거든.
그럼 하나밖에 없다.
“혼기…… 그걸 이용하면 마스터들도 눈치 못 챌 텐데…….”
그런데 왜 이러고 있느냐.
간단하다.
가능하면 쉬운 길로 가고 싶으니까.
지금 어림잡아 만들어야 하는 마법 통신구는 약 500개.
중간에 박살 나거나 운송 중에 사고가 날 수도 있으니, 여유분까지 하면 약 700개에서 800개 정도는 만들어야 한다.
그런데 그 수정구 하나하나에 일일이 혼기를 새긴다고?
그건 미친 짓이다.
뭔가, 다른 방법이 없을까.
그러다 문득, 고개를 돌렸다.
내 어깨에서 내려와 팔짱을 끼고 있는 스승님.
[어딜 보는 것이냐?]내 시선을 따라 스승님도 고개를 돌린다.
스승님 너머에 있는 아카데미.
전에도 말했는데, 나는 분명 아카데미를 거점으로 삼으려고 했다.
세상의 모든 도시가 무너지고 사라진다 해도, 이 아카데미만큼은 지킬 거다.
그러니까.
이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장소라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아베이루도 아카데미로 불러올 생각도 하고 있었으니…….
음…….
혹시.
나 천잰가?
[뭔가 혼자 되게 만족해하고 있는 것 같구나.]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만약에요.”
[만약에?]“상당히 거대한 마법진을 만들어서, 그곳을 ‘통신소’로 만드는 건 어떨까요?”
[통신소?]스승님이 고개를 갸웃하신다.
아무리 스승님이어도 이런 건 생각 못 하셨을 거다.
40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어도, 마스터 마법사라는 존재는 그때나 지금이나 숫자의 차이만 있을 뿐 희귀한 건 매한가지였고, 자연스럽게 마법 통신구도 희귀할 수밖에 없었다.
현재 세간에서 사용하고 있는 마법 통신구의 원리는 간단하다.
통신구와 통신구 사이를 좌표로 연결하고 호환시킨 것.
더 깊게 파고 들어가면 텔레포트 마법 중 [전송] 부분을 분해한 뒤 [목소리] 와 호환시키고 재구축한 거다.
그 재구축한 것을 보내려면, 통신구마다 일련번호 같은 게 있어야 하는데 그 번호를 보통 ‘좌표’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만드는 것도, 쓰는 것도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는 거지.
“제가 이런 말 하긴 좀 그런데.”
[……?]“저 진짜.”
[진짜?]“천재인 것 같습니다.”
[…….]농담하는 게 아니고. 나 지금 100퍼센트 진심이다.
스승님을 바라보며 머리로 떠올리고 있는 걸 그대로 말씀드렸다.
“통신소라는 중간 거점을 만들고, 마법 통신구를 전부 통신소로 연결시키는 겁니다.”
[연결?]앞서 말했듯, 기존의 마법 통신구는 좌표 설정으로 인해 제한된 통신구와 통신을 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그 모든 걸 중앙에서 처리해 주는 기구가 생긴다면?
“쉽게 말하면 이런 겁니다. ‘발란티에 후작’이 ‘그레이 후작’에게 연락을 하려 합니다. 마침 손에 통신구도 들려 있겠다, 작동시킵니다. 그런데 어라? 이상한 사람이 통신구에서 나타나네요? 그런데 그 사람이 이렇게 묻습니다. ‘어디로 연결해 드릴까요?’”
스승님의 눈이 크게 떠진다.
“발란티에 후작은 이렇게 말합니다. 그레이 후작에게 연결해 달라. 교환원이 답합니다.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르자 통신구 속에서 그레이 후작이 나타납니다. 그렇게 발란티에 후작과 그레이 후작은 대화를 나눕니다. 그런 대화를.”
입가에 웃음이 지어진다.
“교환원이 듣는 거죠. ‘몰래’.”
[…….]이후에는 어떤 상황이 벌어질까.
간단하다.
혼기를 쓰면 내가 도청을 하는지에 대해 다른 이들은 모른다.
문제는 본능적으로나마 위화감을 느끼는 놈들이다.
그럴 땐, 불편함을 감수해서라도 굉장히 비싼 기존의 마법 통신구를 사용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하려 한다.
“통신소로 통하는 ‘일반형’, 기존의 통신구처럼 좌표 설정으로 통신소를 거치지 않고 특정한 통신구들끼리만 통신을 할 수 있는 ‘프리미엄형’. 당연히 두 개의 가격은 최소 10배 이상 차이 나게 만들 겁니다. 그럼에도 지금 시중에서 팔고 있는 마법 통신구보다는 싸겠죠. 스승님 느껴지십니까?”
[…….]스승님은 말없이 나를 바라볼 뿐이었다.
저 반응은 하나밖에 없다.
내가 벌일 일을, 제대로 이해하신 거지.
“지금 세상이 변한 겁니다.”
발 없는 말이 천 리를 간다는 말이 있다.
그런데 지금.
발 없는 말이 만 리를 가게 생겼다.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
“저 진짜 천재 같지 않습니까?”
[……맞구나.]스승님이 양손을 뻗는다.
마치, 나를 어깨에 앉혀 달라는 듯한 모습이다.
그래서 한 손으로 조심스럽게 스승님을 들고는 어깨에 앉혔다.
스승님이 말했다.
[천재, 맞구나.]아마 이건 시작에 불과할 거다.
세상은.
정말로 바뀔 테니까.
* * *
누군가가 ‘아, 이거 돈 되겠는데?’ 하는 생각이 들 사업 아이템을 떠올렸다.
그럼 그 이후에는 어떻게 해야 할까.
여러 가지 방법이 있다.
유명한 상업 도시로 가서 좌판을 깔고 물건을 팔든지, 아니면 해당 영지를 관리하는 귀족한테 가든지.
하지만.
수도 없이 말했듯 착한 사람은 이 세상에서 살아남지도, 행복해지지도 못한다.
좌판을 깔고 물건을 판다면, 심지어 그게 돈이 된다면 누군가에게 암살당한 뒤 물건을 빼앗길 것이고.
해당 영지를 관리하는 귀족에게 간다면 그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간 사람은 얼마간 ‘그 영지에 들어오지 않은 상태’가 될 것이다.
쉽게 말하면 그냥 그 귀족한테 죽임당하고 죄다 뺏긴다는 거지.
일반화의 오류를 범할 생각은 없지만 대다수가 그런 결말을 맞이한다.
그래서 진짜 머리가 똑똑한 이들은 곧바로 대륙전장을 찾아간다.
공정하다는 소문도 있고, 실제로 공정한 대륙전장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대륙전장이 대단한 거다.
그런 대륙전장에서 ‘사업 아이템을 보고 괜찮은데요?’ 하는 평가가 나온다면 그건 그 즉시 세상에 자동으로 홍보가 된다.
대륙전장은 이 대륙 전체를 지배하고 있는 상단이니까.
지금의 나도 비슷하지만 저런 경우에 속했다.
사업 아이템이 떠올랐고, 생각 외로 획기적이다.
그래서 오랜만에 상업학부의 학부장을 하게 될 해럴드 린치를 불렀다.
바로 별장으로.
그런데 우연일까.
해럴드 린치도 나한테 따로 할 이야기가 있었나 보다.
마주하게 된 우리는 누가 먼저랄 새도 없이 동시에 말했다.
“사업 하나 같이…….”
“사업 하나 해 보실 생각…….”
동시에 말을 멈추고 말았다.
해럴드가 이런 표정을 짓는다.
뭐야 이놈?
나도 마찬가지다.
뭐야 이놈.
“사업?”
“……먼저 말씀하시죠.”
고개를 저었다.
“먼저 말해.”
“그럼 사양 않고 말씀드리겠습니다. 혹시 전에 만든 그 양탄자, 양산 가능하십니까?”
이것 봐라.
누가 상단주 아들 아니랄까 봐, 돈 냄새는 기가 막히게 맡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얘는 뼛속까지 상인일까 아니면 겉 무늬만 상인일까.
“그게 전부야?”
“예?”
“하늘을 날아다니는 양탄자, 굳이 네가 아니더라도 돈이 될 거라는 생각은 누구나 할 텐데. 사업?”
“……?”
내 말에 담긴 속뜻을 해럴드는 눈치채지 못한 듯싶었다.
그걸로 확신했다.
얘는 겉 무늬만 상인이라는 것을.
굳이 점수를 매기자면.
“50점, 아무리 봐도 너는 상인으로 대성하기에는 그른 것 같다.”
“……이해가 가게 말씀해 주셨으면 합니다.”
피식 웃고 말았다.
“내가 네 아버지도 아닌데 내가 왜? 가서 롤랜드한테 물어봐.”
해럴드의 표정이 찌그러진다.
정말 이해하지 못한, 그럼에도 내 말이 그냥 헛소리가 아니라는 본능적인 느낌.
그냥 그런 걸 받는 모양인데, 됐다.
“양탄자에 대한 건 패스하고, 우선 내가 새로 구상하는 사업이 하나 있어. 잘 들어 봐.”
그렇게, 해럴드에게 아까 스승님과 이야기하던 부분을 들려주었다.
당연히 ‘도청’에 대한 건 전부 뺐다.
떠벌릴 게 따로 있지, 도청에 대한 걸 떠벌리는 건 조금 아니잖아.
그리고 도청에 대한 걸 이야기하지 않아도 충분했다.
내 이야기에 해럴드는 매우 놀랐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