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93)
제 194화
“분에 못 이겨서 온갖 마법을 갈겼다…… 그런 건가.”
목을 슬쩍 풀며, 다시 한 번 주변을 둘러보았다.
“냉기, 화염, 그리고 토土 속성의 기운까지, 블리자드에 헬파이어, 그리고…… 어스퀘이크? 아니지, 마나 배열이랑 남아 있는 흔적을 보면…… 메테오?”
엽록소의 눈이 크게 떠지는 걸 보니 맞나 보다.
“……너는 누구냐?”
통성명을 하자는 건가.
음.
일단 죽일 생각은 없으니까.
말해 주지 못할 것도 없지.
“‘밀로스 아카데미’ 마법학부 1학년 잭.”
놈의 눈매가 강하게 찌푸려진다.
“놈…… 지금 장난하는 것이냐?”
이게, 뭐라고 해야 하나.
드래곤들만의 특성이라고 해야 할까.
이 새끼들, 전생에서도 아주 뼈저리게 느낀 건데.
‘오만’이라는 게 아주 몸에 배어 있다.
내가 알기로 눈앞의 이 엽록소는 산 타는 걸 좋아해서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는 놈인데, 그중 놈의 본거지라 할 수 있는 곳은 이쪽, 트롬 산에 있는 화전민 부락이다.
그곳에서 저놈, 돈 많은 졸부 행세 하면서 영주 놀이도 하는데 그런 놈의 옷차림을 보라.
무슨 무도회 나가는 것도 아니고 붉은색 바지에 주황색 조끼, 그리고 겉으로는 바지와 깔맞춤한 것처럼 붉은 코트.
거리의 연예인이 따로 없을 지경이다.
“놈! 내가 묻질 알았느냐!”
“에휴.”
한숨이 터져 나온다.
이게, 조금 우습게 들릴지 모르겠는데.
나도 웬만하면 폭력은 쓰고 싶지 않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는 어떻게 해.
줘 패 달라고 용을 쓰고 있으니까, 줘 패 줘야지.
아, 그 전에.
이건 물어야겠다.
“네가 올래? 아니면 내가 갈까?”
“……뭐?”
아직 상황을 파악 못 하는 거 같은데.
그래. 저거면 대답으로 충분하지.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내가 갈게.”
놈이 무언가 입을 열려던 그 순간.
투욱.
빠아아악-!
chapter 7
블랑은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뻐어억-!
빠아아악-!
빠악-!
쉴 틈 없이 움직이는 눈앞의 인간.
처음에는 조금 우습게보기도 했다.
이상한 위화감이 느껴지긴 했어도 그래 봤자 어린애가 아닌가.
그런데.
뭔가 이상하다.
코앞에서 뻗어져 오는 주먹.
그걸 피하려고 고개를 옆으로 튼 순간.
빠아악-!
‘큭……?’
옆 얼굴에게 강한 충격이 느껴진다.
뭔가 이상하다.
분명 거리도 파악했고, 방향도 완전히 읽었다.
그렇게 피했는데, 왜 맞은 거지?
어안이 벙벙했다.
다시 한번 인간의 주먹이 뻗어져 온다.
이번에는 계속 바라보았다.
그 주먹이 타점에 도달하고, 제대로 된 힘이 실린 그 순간.
블랑은 아까처럼 고개를 젖혔다.
하지만.
뻐어어억-!
‘뭔데!! 대체 왜 맞는 건데!’
귀신에 홀린 것 같다고 해야 할까.
짜증이 났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대체 네놈은 누군지.
온갖 궁금증 때문에 쉽사리 행동하지 못했다.
그건 분명 블랑이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언제라도 상대를 때려눕힐 수 있고, 언제라도 죽일 수 있는 그런 자신감.
그래서.
블랑은 그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일단 반만 죽여 놓고 보자.
그렇게 결심한 블랑이 양손을 펼쳐 들었다.
이어서 한쪽 손에는 10서클 마법인 그라비티 웨이브Gravity Wave가.
다른 한쪽 손에는 라이트닝 월드Lightning World가.
10서클 마법을 규정할 때 모두가 광범위 공격 마법으로 최상위권에 링크되어 있는 그 마법이다.
그게.
지금 이 자리에서 펼쳐진다.
아니.
펼쳐지려 했다.
파직-!
파직-!
인간이 주먹을 쥐는 그 단순한 동작으로 마법을 ‘파훼’하기 전까지는.
“……어……어?”
당황도 잠시였다.
콰직-!!
어느새 뻗어져 온 인간의 주먹이 블랑의 콧대를 완전히 짓눌렀으니까.
털썩.
멍하니 자리에 주저앉은 블랑은 이게 무슨 상황인지 이해조차 가지 않았다.
마법을 파훼했다고?
그것도 드래곤의 언령 마법을?
“……대체 이게 무슨?”
블랑은 멍했다.
그 앞에 있던 인간인, 잭이 피식 웃는다.
“왜? 신기해?”
“…….”
“그런데 너 드래곤이잖아. 어떤 원리인지 파악 못 했어? 그거 못 하면 쓸모없는데.”
잭의 말은 상당히 의미심장했다.
마치.
어떤 물건을 바라보며 품평하는 것 같은 사업자의 모습.
그런 잭의 말을 블랑은 이해하지 못했다.
정확히 말하면 원리는 파악했다. 그저 왜 이 인간이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건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을 뿐.
앞서 말했듯 원리는 이미 파악했다.
마법의 기본 원리는 [이해], [배열], [형상화].
이 세 가지의 절차가 기본이다.
상대 마법을 중간에 파훼시키는 방법은 이론상으로는 매우 간단하다.
눈앞에 있는 저 인간은 상대가 [배열] 단계에서 마법을 [형상화] 시키기도 전에 자신의 마나를 강제로 집어넣어 배열 자체를 깨 버린 것이다.
말은 쉽지.
정말 말은 쉽다.
이게 가능했으면 이 세상에 마법은 진작에 멸종했을 거고, 전쟁이 났을 때 고서클 마법사를 어떻게 해서든 초빙하지는 않았을 거다.
“말도…… 안 돼.”
그중 마법의 지배자라 불리는 드래곤은 이 현상을 다른 이들처럼 그저 ‘당황’의 수준에서 멈추지 않았다.
찰나의 찰나.
마법을 이해한 시전자가 마법을 펼치려는 그 짧은 순간을 잡아내야 하고, 그 짧은 순간 어떤 마법인지까지 그 모든 것을 파악해야 한다.
인간의 마법이라면 몰라도 자그마치 드래곤이다.
언령으로 마법을 펼친 건데 그게 형상화되는 그 짧은 시간.
정확히 0.1초도 안 걸리는 그 찰나의 순간에 상대의 마법에 자신의 마나를 집어넣는다?
이건 저 인간의 마나 컨트롤의 수준이 신의 경지에 다다랐다는 증거였다.
장담하는데, 두 로드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아니.
이 세상 그 누구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대체 이 괴물은 뭐야…….’
드래곤이 아무리 오만하다고 해도 각기 다른 세월을 살아온 이들이기에 성격은 다를 수밖에 없다.
전에 잭에게 죽었던 발락투스는 이 정도 선에서 도망을 쳤지만 블랑은 달랐다.
완전한 전의 상실.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은 블랑에게.
잭이 다가갔다.
“확실히 그때랑 비슷하긴 하네.”
천천히 팔을 털어 내는 잭을, 블랑이 올려다본다.
“상황 파악도 빠르고, 쓸데없이 반항하는 것도 없고. 그때는 죽였지만 이렇게 될 줄은 나도 몰랐다야.”
잭의 입가가 호선을 그린다.
“기본 마법 이론도 알고 있고, 이 정도면 단순 작업은 꽤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네. 그러니까…… 합격.”
“……뭐?”
블랑을 내려다보던 잭이 히죽 웃었다.
“내 데스 나이트를 죽였으니까, 그만큼 일해.”
“……?”
“시간제가 좋냐, 아니면 할당제가 좋냐? 선택해.”
도통 이 인간이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건지 블랑은 정말 이해하지 못했다.
뭐야, 이 미친놈은.
* * *
“나는 마음이 참 넓은 사람이야.”
“…….”
“너는 이해 못 하겠지만 그게 사실이거든.”
“…….”
블랑은 말이 없었다.
눈 한쪽이 밤탱이가 되어 있고, 다리 한쪽을 절뚝거리며 팔이 아픈지 오른팔로 왼팔을 끌어안고 있는 녀석의 모습은 그만큼이나 애처로웠다.
“그러길래 ‘뭐야, 이 미친놈은.’ 이런 생각을 왜 해.”
“……안 했…….”
눈을 희번떡 뜨자, 블랑이 황급히 시선을 피한다.
“앞서 말했듯 형이 마음이 되게 넓어. 그러니 다시 물어볼게. 시간제가 좋냐 할당제가 좋냐.”
바보가 아닌 블랑이었기에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금방 눈치챘다.
“……내가 필요한가 본데, 그런 놈치고는 하는 행동이…….”
“혹시나 해서 말해 줄게.”
“……?”
“난 굳이 ‘너’가 아니라 마법적인 재능이 뛰어난 놈이 필요한 거뿐이거든. 너도 잘 알다시피 지금 살아 있는 드래곤이 꽤 되잖아?”
“…….”
“뭐 길게 말할 거 있나. 네가 여기 있는 걸 내가 어떻게 알았을까. 그럼 다른 드래곤은 어떨까…….”
블랑이 침을 꿀꺽 삼켰다.
“그러니까 기회 줄 때 잘해. 토막 쳐서 오븐에 구워 버리기 전에.”
“……그럼 제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요.”
이거 봐.
아까까지만 해도 분노 조절 장애 걸린 놈이 이제는 분노 조절 잘해로 바뀌었잖아.
이게 다 착한 사람의 힘인 거지.
“마법 통신구를 만들 거거든. 기본 틀은 알려 줄게. 넌 그냥 그거 양산만 하면 돼.”
“……시간과 할당, 정확히 구체적인 숫자를 듣고 싶습니다.”
“시간은 100만 시간, 할당은 통신구 7천 개. 둘 중 하나를 끝내면 풀어 줄게. ‘자유’로.”
블랑의 눈이 크게 떠진다.
뭐 이런 사기꾼 새끼가 다 있어…… 그런 표정인데.
덜 맞았나.
주먹을 들어 올리자, 황급히 자리에서 두어 발자국 물러선다.
“……아까 물어보려다 못 물어봤는데.”
“데?”
“……요.”
고개를 끄덕이자, 녀석이 다시 말을 잇는다.
“혹시 당신이 ‘발렌타인 밀로스’입니까?”
순간 멍했다.
드래곤은 400년 전 역사를 알고 있다.
왜곡한 역사이긴 해도, 발렌타인 밀로스라는 존재에 대해 어느 정도는 알 만한 놈이, 왜 나보고 저런 질문을 하는 건데.
설마.
“내가 여자로 보이냐?”
“……그게 아니라, 환생이라든가, 그런 거 있지 않습니까.”
우리 엽록소.
판타지 소설 꽤 좋아하나 보다.
“그냥 쉽게 말해 줄게. 네가 말한 그 ‘발렌타인 밀로스’ 님은 여기 내 어깨에 앉아 계신 이분이고, 나는 그분의 제자. 그리고 니들이 떠받들어 모시는 바하무트랑 볼리모트는 얼마 전 내 손에 세상 하직했어. 시체도 못 찾을걸. 전부 지워 버렸거든.”
“…….”
“그럼 이야기는 이쯤하면 된 거 같고, 할당제 할래 시간제 할래? 지금 세 번째 묻는 건데, 네 번은 없어.”
“할당…… 할당제로 하겠습니다.”
조금 아쉽네.
“그래, 할당제로 해라.”
그렇게 유능한 ‘인력’이 추가됐다.
음.
인력이 아니라 용력인가.
* * *
그린 드래곤 블랑.
새로운 식구도 아니고, 그렇다고 내가 꼭 챙겨 줘야 할 그런 녀석도 아니다.
그냥.
짐꾼.
마법 통신구를 만드는 게 귀찮아서 데리고 온 일종의 소방수다.
그래서 그냥 신경 쓰지 않으려 했다.
마법 통신구 제작을 놈에게 맡겼고, 데리고 온 지 4시간 만에 녀석은 통신구 80개를 만드는 기염을 토해 냈다.
보통이라면 드래곤이어도 어려웠겠지만 기본 틀부터 시작해서 어떤 식으로 제작하는지, 통신소로 만든 그 거대한 마법진과 어떻게 호환하는지, 그 모든 걸 알려 줬는데 그것도 못하면 지상 최강의 생명체라는 별명은 내다버려야 한다.
블랑은 생각보다 필사적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내 손아귀에서 도망치고 싶다…… 그런 게 느껴질 정도다.
새삼스럽지만 나는 블랑의 심장에 흑의 굴레를 새기거나 하는 작업을 하지 않았다.
그냥 말 그대로 옆에 두고 쓰고 있는 거다.
그런데도 블랑은 도망치지 않았다.
발락투스처럼 왜곡된 역사를 정말 왜곡된 그대로 받아들이는 놈이 있었다면 눈앞의 블랑처럼 왜곡된 것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는 놈도 있는 법이다.
그런 놈이.
지금 내 앞에서 화를 내고 있었다.
“드래곤이, 인간들과 지낸다고?”
자기 자신을 두고 말하는 게 아니었다.
바로 셀.
아카데미에서 수업이 끝나고 샬롯과, 그 옆에 있는 타노스와 함께 재잘대며 이야기 나누는 모습을 보면서 내뱉은 말이다.
“거기다가 뱀파이어? 지고한 종족인 드래곤이 어찌 하등한 이들과 함께 산단 말인가. 거기다 아카데미…… 학생?”
내뱉는 말은 허탈함의 극치를 표현하는 듯했지만 블랑의 표정은 일그러져 있었다.
그러고는 나를 향해 고개를 돌리며, 이렇게 묻는다.
“드래곤이라는 종족이 우습게 보이는가?”
쳐 맞고 분노 조절 장애가 된 놈이 갑자기 기어오르니까 당황보다는 그냥 실소가 터져 나왔다.
이것 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