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198)
제 199화
벤 모리스와 페렌 모리스가 침을 꿀꺽 삼킨다.
2년 전.
그때의 일이 흘러나오니까 아주 당황한 거지.
“직접 본 기억은 없어서 모르겠는데, 들리는 말로는 걔네가 꽤 능력이 있는 애들이었다더라. 당연히 성격도 좋았고 니들이 단체로 노렸을 만큼 예쁘기도 했겠지. 아마 아무 일 없이 자랐으면 꽤 괜찮은 인재가 되었을 거야. 그런데 그러지 못했네? 왜인지는 알지? 너네 때문에 빛도 보기 전에 세상에서 지워졌으니까. 그때 피해자 가문들이랑 혈연으로 엮여 있는 가문들이 나를 돕겠다고. 어떻게든 돕고 싶다고 애걸복걸을 하고 있던 거야. 세상에, 얼마나 원한에 사무쳤으면 나 같은 미친 싸이코한테 고맙다고 그랬을까. 한번 생각해 봐, 어떤 기분일까?”
잠시 말을 멈췄다.
봐 봐, 재미있잖아.
자리에 쪼그려 앉은 뒤 물었다.
“사과를 하겠다? 재미있는 소리를 하네. 이미 죽은 애들한테는 어떻게 사과할 건데? 너 혹시 흑마법 배웠냐?”
마지막 말은 그냥 농담 삼아 한 거다.
이런 허접들이 흑마법을 배웠을 리 없잖아.
그거 아무나 배우는 거 아니거든.
그러니 봐 봐.
아까 이놈들이 흘린 눈물, 그게 진짜 악어의 눈물이잖아.
양아치 새끼들도 이런 양아치들이 없지.
“그리고 말이야.”
“예…… 예?”
“누가 너네 살려 준대?”
“…….”
“난 세간에서 하는 욕 같은 거 신경 안 써. 왠지 알아?”
해맑게 웃었다.
“난 양아치거든. 너희랑은 비교가 불가한, 리얼 트루 생양아치.”
“…….”
“그런 내가 너희에게 해 줄 말은 이거밖에 없지.”
“…….”
“잘 가시고, 다음 생에서는 착하게 살아. 나 같은 양아치 만나지 말고.”
모두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선다.
“이 개새끼!!”
어이구 무서워.
“네놈은 편히 죽지 못할 거다. 네놈도 똑같이 죽게 될 거다!! 죽게 될 거라고!!”
“빌어먹을 새끼!!”
온갖 욕설이 터져 나오는데.
와, 얘네들 봐라. 조용히 이야기할 때는 뭔가 기대 어린 표정을 짓고 있더니 바로 이렇게 돌변해?
진짜 진심인 애가 한 명도 없던 거야?
맙소사.
그때였다.
우리 사랑스러운 벤 모리스.
나도 셋째라 그런가, 이상하게 정이 들려고 하네.
그가 말한다.
“후회할 행동은 여기까지만 하시죠.”
“후회? 무슨 후회?”
“……이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의 가문이 당신을 적대할 겁니다. 곧 토벌대도 복귀할 텐데, 그거 감당할 수 있겠습니까?”
얘는 지략가야 뭐야.
“감당은 당연히 되지. 계속해 봐. 개소리 듣는 것도 의외로 재미있네.”
그때였다.
뒤쪽에 있던 벤 모리스의 형님이자, 하늘나라로 간 페일론의 절친인 페렌 모리스가 외친다.
“허세 그만 잡고 당장 와서 이거 풀어. 새끼야!”
워우.
고개를 돌려 보자, 페렌 모리스가 아주 흉신악살이 따로 없는 얼굴로 외치고 있었다.
“모든 가문이 뭉쳐서 네놈과 네놈 주변에 있는 놈들을 전부 쳐 죽이는 거 보고 싶지 않으면 당장 와서 이거 풀어.”
이건 뭐지.
갑자기 입장이 바뀐 느낌인데.
“처 꼬라보지만 말고 와서 이거 풀으라고.”
천천히 걸었다.
배짱 보소.
손을 들었고, 녀석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쓰담쓰담.
“사람이 좋게 이야기하는데 왜 화를 내고 그래? 그러면 어떻게 되는지 알아?”
놈이 무언가 외치려던 그때.
콰앙-!
놈의 머리를 그대로 바닥에 처박았다.
“끄윽-”
비명을 내뱉는 놈의 목을 천천히, 짓밟았다.
꾸우욱-
“켁…… 켁켁…….”
무시했다.
“컥…… 살…… 살려…… 케엑…….”
“이상한 대답을 하네, 다시 물어볼까? 사람이 좋게 이야기하는데 화를 내면 어떻게 되는지 아냐니까?”
“켁켁…… 살…….”
피식 웃고 말았다.
“모르면 알려 줘야지.”
발에 힘을 주었다.
꾸우욱.
꾸욱.
꾹.
뚜둑-
목이 부서지고.
그 발을 그대로 들어 놈의 머리를.
퍼석-!
짓밟았다.
질식사에 머리가 터져 죽는.
아주 깔끔한 최후다.
그렇게 페렌 모리스는 죽었다.
“이렇게 되는 거야. 어딜 깝죽거리고 있어.”
그대로 고개만 돌렸다.
멍한 표정을 짓고 있는 약 스무 명의 머저리를 보니, 그냥 웃음이 나온다.
그리고 이건 생각보다 큰일은 아니다.
그냥.
“시기가 조금 빨라졌을 뿐이지.”
걸음을 옮겼고. 하나하나 죽였다.
심장을 터트리고 목을 꺾는.
나름 신사적으로 죽였고.
마지막 벤 모리스의 차례가 왔다.
놈이 피눈물을 흘리며 나를 노려본다.
“그게, 그렇게 큰 잘못입니까?”
손을 뻗어 벤 모리스의 머리에 턱 올렸다.
“당신이 저지르는 것과 우리가 저지르는 것, 뭐가 다릅니까? 당신은 위선자입니다. 당신은 쓰레기입니다.”
진심이 느껴지는데, 정말 이 벤 모리스는 모르고 있나 보다.
나랑 자기가 무슨 차이인지.
그래, 옜다 선물이다.
고개만 앞으로 내밀어 녀석의 귓가에 작게 속삭였다.
“나랑 너네가 뭐가 다르냐고?”
“…….”
“간단해. 난 너네처럼 누구를 강간하고 누구를 아무 이유 없이 죽이고 그러지는 않아. 내가 죽이는 건 전부 나름 이유가 있는 놈들이거든.”
여기서 중요한 건 아무 이유 없이 죽인다는 부분이다.
내가 발란티에 후작령에서 죽인 맨티스 백작가의 기사들과 용병들.
애초에 나는 그들을 죽일 생각이 없었다.
정확히는 만날 일도 없으니 죽일 생각도 들지 않는다는 게 정확하겠지. 문제는 놈들이 돈을 받고 발란티에 후작령을, 우리 누나를, 나를, 죽이라는 의뢰를 받아들였다는 거다.
아무 이유 없이 휩쓸린 놈, 어쩔 수 없이 행한 놈? 그런 놈은 단언컨대 단 한 놈도 없다.
그래서 전부 죽인 거다.
죽여도 될 놈들이니까.
“더 나아가, 내가 저지르는 일의 여파와 그게 미칠 일들에 대해서 그걸 온전히 책임질 수 있는가. 나는 그것들에 대해서 가능하다는 확신이 생기면 일을 저질러. 그런데 너네는?”
“…….”
“너넨 다르잖아. 너네가 저지르는 일의 여파가 어느 정도의 일을 미칠지 짐작도 못 했고 그 여파에 대한 책임도 지지 않으려고 했지. 귀족이라는 작위를 등에 업고 죄 없는 여자를 강간하고, 멀쩡한 애들을 죽이고, 입막음하고, 너희가 만들고 쌓아 올린 것도 아닌 힘으로 상대를 찍어 누르고 은폐하고. 너네 같은 새끼들이 향후 가문의 수장이 되면 뭐가 다를 거 같은데?”
“…….”
“수천에서 수만에 달하는 이들을 다스리는 귀족 수장이라는 자리가 니들 개인 권력을 위해 마련된 자리일 리는 없잖아. 혹시 들어는 봤냐? 400년 전 인간 세상을 열던 선언문에 의하면 귀족은 영지민의 안전과 행복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라고 쓰여 있어. 그런데 너네가 그걸 지킬 것 같지도 않고, 지금도 지키는 새끼가 거의 없어. 그래서 다 죽이는 거야.”
잠시 말을 멈췄다.
“이제 알겠지? 난 미친놈이야. 너 같은 찌질이들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진짜 미친놈.”
천천히, 손에 힘을 주었다.
“이거만 알아 둬. 너희들 중 대다수의 아버지는 위원회에 속해 있었을 거거든. 그 새끼들도 ‘곧’ 보내 줄게. 그러니까 찔리는 놈 있으면 미리 마중이라도 나가 있어. 오케이?”
“……개……자식.”
피식 웃고 말았다.
“유언으로 깔끔하네. 잘 가라.”
그게 끝이었다.
퍼석-!
그렇게, 별장 마당에는 스무 명이 넘는 시체가 생겼다.
* * *
그렇게 5분 정도 흘렀을까.
“공자님!!”
멀리서 그레이가 뛰어오는 게 보인다.
음.
뭔가 이런 상황이 자주 일어나는 거 같은 그런 기분이야.
“좀 늦었네.”
“아카데미에서 학생들이…… 예?”
급하게 달려와서 그런지 몰라도 그레이는 담장 쪽에 가려진 참상의 흔적을 보지 못한 것처럼 보였다.
말없이 고개를 옆으로 까딱였다.
그제야 25명의 시체를 확인한 그레이가 침을 꿀꺽 삼킨다.
“결국 죽이셨군요.”
“어차피 죽이려고 했잖아. 현장 학습 때.”
“그래도 조금 빠른 게 아닌가 싶습니다.”
피식 웃고 말았다.
“생각해 보면 참 재미있어.”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한 개인이 툴칸이라는 제국을 무너뜨리고 수많은 귀족들을 전부 죽이겠다는 거, 참 웃기지 않아?”
“…….”
개인이 국가와 싸운다?
그 국가에 소속된 수많은 귀족들을 전부 죽이겠다?
허무맹랑하다 못해 그 누구도 시도해 본 적 없는 일이다.
실제로 이건 소설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그래서 재미있다고 한 거다.
“분명 그 누구도 하지 못한 일입니다. 정확히는…….”
“할 생각을 못 한 거지. 미친놈이 아니고서야 성공 가능성도 없는 그런 일을 굳이 벌일 필요는 없으니까.”
그레이가 고개를 끄덕인다.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나한테는 틀린 말이다.
그 누구도 시도하지 못한 일이라고 해서 그 누구도 성공하지 못 하는 일은 아니니까.
나는 가능하다.
나니까.
“나는 그놈들이랑 같은 세상에서 숨을 쉬면서 살아갈 생각이 전혀 없어. 그냥 그런 것들이랑 같이 살아간다는 게 참 기분이 더러워. 역겨워서 토악질이 나올 지경이야, 그래서 누가 좀 죽여 줬으면 좋겠어. 그런데 그건 너무 불확실하잖아.”
“예?”
“누가 죽여 줬으면 좋겠다…… 누가 저놈은 안 죽이나…… 하늘도 무심하시지 왜 저놈은 안 죽이고…… 등등 무의미한 기도일 뿐이잖아. 세상은 스스로가 만들어 가는 거고 미래도 직접 만드는 건데 왜 기도를 해. 힘이 있는데 왜 그런 불확실한 것에 기대를 걸겠어. 그래서 죽이는 거야.”
“…….”
“역겹고 죽이고 싶은 새끼들이 너무 많아. 상황 파악 못 하고 깝죽거리고, 그렇게 기어올라도 가능하면 참고 한꺼번에 모아서 정리하려고 했는데…….”
피식, 웃고 말았다.
“도저히 안 되겠다.”
그런 나를 바라보던 그레이가 침을 꿀꺽 삼키는 게.
이 이후에 내가 무슨 말을 할지 짐작한 것 같은 모양새다.
그리고 나는 그레이가 짐작한 말을 그대로 꺼내 들었다.
“테슬란 왕국부터 정리하자.”
“……진심이십니까?”
“당연히 진심이지.”
그레이는 이제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다.
“거점 하나 정도는 만들어 두는 게 좋을 것 같더라고, 그리고.”
“그리고요?”
“깜빡했던 거 같은데, 앞으로 내가 움직일 방향을 알려 줄게.”
그레이가 그대로 입을 다물고는 내 입을 주목한다.
내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올지, 단 하나도 놓치지 않겠다는 그 표정.
“무고한 이들이 피해를 보는 그런 상황의 최소화.”
“……예?”
“왜? 대학살을 벌이겠다는 놈이 이런 생각을 하는 게 이상해?”
그레이가 할 말을 잃은 듯 고개를 젓는다.
정말 할 말을 찾는 모양인데, 굳이 찾을 필요 있나.
“난 아무 잘못 없는 누군가가 피해를 보는 걸 별로 좋아하진 않아.”
“그러십니까?”
내가 아무리 양아치 사이코패스 같은 놈이어도 죽일 놈만 죽이지 죄 없는 이들까지 싸그리 몰아서 죽이지는 않는다.
나, 생각보다 착한 놈이라니까.
“정말 어쩔 수 없는 경우라면 몰라도 가능하면 그런 원칙은 지키는 편이거든.”
그레이는 침묵했다.
내 말을 계속 경청하겠다는 그런 의지.
그게 겉모습에서 느껴질 정도다.
“솔직히 지금의 나라면 마스터 15명에서 20명, 그리고 고서클 마나 유저 천 명 이상에 병사들 40만 정도가 제대로 된 전략을 짜서 습격한다면 치명상 정도는 입힐 수 있어. 시간 차를 두고 그것과 비슷한 병력이 습격하면 나를 죽일 수도 있고.”
아, 깜빡했네.
“저런 전제 조건에다가 놈들이 ‘매우 운이 좋을 경우’라는 조건도 하나 붙이면 분명 가능하긴 해.”
그런데.
“그런 세력, 지금 테슬란 왕국에 존재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