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209)
제 210화
* * *
대륙전장 소속의 세 마스터 해럴드 린치, 베네딕트, 조슈아 키어런.
그들은 나무 아래에 모여 야영지를 바라보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이 나누는 대화의 주제는 현장 학습과는 관련이 없었다.
“장주님이 그러시더군.”
“뭐라고 하셨는데요.”
“끝났다고.”
해럴드는 그 말만 하고는 손에 들린 통신구를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았다.
대체 이런 걸 어떻게 만든 걸까.
그런 해럴드에게 베네딕트가 묻는다.
“끝나다니요?”
어깨를 으쓱한 해럴드가 통신구를 품 안에 집어넣었다.
아, 뭐가 끝났냐고?
“테슬란 왕국.”
“예?”
“테슬란 왕국은 끝났어. 국가의 지배권, 재산권, 소유권, 그 모든 게 지금 ‘잭 발란티에’. 그 남자에게 들어갔거든.”
해럴드의 말에 두 마스터는 침묵했다.
개인의 무력이 강한 것과 한 국가를 통째로 먹는 것은 분명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그런데 그게 가능하다고?
“정치적인 안정을 줄 수 있는 롬멜 어센블, 군사학에 정통하고 군대를 다루는 데 전문가이자 백성들 모두가 아는 청렴결백의 대명사인 시어런 가문의 정통 후계자인 그레이 시어런, 그리고 외모에 대한 소문부터 심성에 대한 소문까지 옛날부터 대륙 전체를 강타한 엘리자베스 발란티에, 지금은 철혈의 성주라는 별명으로 위엄 있는 모습도 보여 준다고 하던데. 이 세 명이 잭 발란티에의 사람이 되었어. 원래 되어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게 뭐가 중요하겠나.”
말을 하던 해럴드도 어이가 없었다.
하지만 웃음은 나오지 않았다.
이게 끝이었으면 차라리 다행이었으니까.
“그 외 친국왕파나 친귀족파를 표방하던 귀족들은 롬멜을 제외하고 모두 죽었고, 오직 중립만을 외치며 손해란 손해는 다 보던 이들이 살아남았지.”
“……무능한 이들 아닙니까?”
해럴드는 고개를 저었다.
“현실적인 문제를 직시하고, 문제가 닥치는데도 신념을 고수하던 이들이야. 그런 이들이 무능하다? 말도 안 되지. 그들은 분명 무능하지 않아.”
“…….”
“그들은 자기 영지에 있는 영지민들이 배곯지 않게, 가능하면 웃으면서 살게 해 주려고 스스로를 희생했어. 자네가 귀족이라면 그게 가능하겠는가? 자기는 빵에 수프 찍어 먹으면서 영지민들은 고기를 먹이는, 자네는 그런 살신성인이 가능하겠냐고.”
베네딕트와 키어런은 고개를 저었다.
“그런 이들만 남았어. 그들이 하고 싶은 일, 잭 발란티에의 밑에서라면 가능해. 그는 언제든지 돈을 벌 수 있고 실제로도 돈이 많지. 하지만 사치를 부리지도 않고 술, 담배를 하지도 않아. 그렇다고 도박을 좋아하지도 않…… 아니지, 도박이라고 하기엔 부적절해. 그 인간은 도박을 도박으로 보지 않으니까. 하…… 세상에.”
말을 하면서도 믿기지가 않는다.
이게 가능한 건가?
이런 인간이 대체 어디서 툭 튀어나온 거지?
거기다.
“아베이루, 라고 했었지.”
“모험가 길드 지부장 말씀이십니까?”
고개를 저은 해럴드가 잘못된 부분을 수정해 준다.
“‘전’ 지부장이었지. 대륙전장의 최우선 영입 리스트에 들었었지만 능력이 너무나도 뛰어나서 영입을 시도할 생각도 못 했던.”
“…….”
“그 누구에게도 충성하지 않고 그냥 시키는 일만 기계처럼 처리하던 그 남자를 아버님은 이렇게 비유하셨지. 날개를 달고 있는 매서운 매가 날개는 안 펴고 두 발로만 땅을 걸어 다니고 있다고. 그런데 그 남자가 지금 날개를 펼쳤어.”
해럴드는 터지지 않을 것 같던 웃음을 결국 터트리고 말았다.
“계획을 짠 게 얼마나 된 건지는 모르겠지만 잭 발란티에가 실행하자 그는 기다렸다는 듯 모든 것을 보조하고 모든 상황을 정리했지. 장주님께 듣기로 빈 영지를 전부 먹고 정리하는 데 걸린 시간이 고작해야 7시간이라더군. 모든 게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걸 보면 확실히 비범해. 거기다 텔레포트 마법만 무려 60번 넘게 사용한 ‘블랑’이라는 정체불명의 인물까지, 하…… 그런 남자를 비롯해 진짜 인재들이 전부 잭 발란티에에게 충성한다는 건…….”
“……포용력이겠죠?”
해럴드는 고개를 저었다.
“엄밀히 말하면 맞는 말이지. 하지만 단순한 포용력은 아니야. 이건…….”
말을 하던 해럴드는 천천히, 말끝을 흐렸다.
그것은 제왕, 혹은 진짜 지배자의 자연스러운 기세, 더 나아가 인과와 세상의 흐름이라는 복잡한 헛소리를 내뱉을 뻔했으니까.
“그럼 우리 ‘대륙전장’은 어떻게 되는 겁니까?”
가장 중요한 주제다.
정치적인 중립을 표방하는 대륙전장이 지금 잭 발란티에와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
세상에서는 아마 이렇게 비쳐 보이겠지.
대륙전장이 잭 발란티에와 손을 잡고 테슬란을 뒤집었다.
이건 정치적인 중립이 깨졌다는 뜻인데.
“일단 지켜보자고.”
“…….”
“잭 발란티에, 내가 그를 잘 알지는 못하지만 하나는 확실히 알거든.”
“어떤?”
“자기가 벌인 일은 오직 자기가 책임져. 대륙전장이 빚을 지긴 했어도 그는 그것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남자야. 대륙전장이 휘청이게 할 일은 하지 않을걸. 장주님도 나름의 조치를 취할 테니. 우리가 할 일은.”
“할 일은요?”
“그냥 지금 하는 일만 쭉 하면 돼. 상인을 기르고 길러서 더 큰 이익 추구하는 거. 아무리 생각해도 이 대륙에서 이곳이 가장 안전해 보이거든. 가장 노다지처럼 보이기도 하고.”
“그렇습니까?”
“어. 그리고.”
“그리고요?”
무언가 말하려던 해럴드는 하지 않았다.
‘잭 발란티에의 밑으로 들어가면 아마 많은 게 바뀌겠지.’
그건 대륙전장 전체의 행보와 관련이 되어 있었고, 위기를 자초할 수도 있는 말이었다.
분명 롤랜드 린치의 아들인 해럴드 린치로서는 쉽게 내뱉을 수 없는 말.
그래서 하지 않은 거다.
그때, 계속 가만히 있던 키어런이 물었다.
“그런데, 그 ‘블랑’이라는 남자. 뭔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해럴드와 베네딕트가 그대로 입을 다물었다.
이상한 것을 넘어 그 이상의 위화감을 깨닫고 있었으니까.
“오만하고 강합니다. 가만히 서 있기만 해도 기세가 느껴지는데, 난생처음 느껴 보는 기세였습니다. 최소 중급, 아니 상급, 분명 적색 마나를 사용하는 마스터가 분명한데…… 정보가 전혀 없습니다.”
조용히 듣던 해럴드가 말했다.
“앞서 말한 테슬란을 정리하는 일이 고작 7시간밖에 걸리지 않았던 이유는 그 ‘블랑’이라는 남자가 텔레포트 마법을 계속 사용했기 때문이라네.”
“…….”
“아마 잭 발란티에, 그가 가지고 있는 괴물 같은 힘의 배경일지도 모르지. 정말 이 대륙에 우리 대륙전장도 모르는 ‘제3의 조직’이 존재했을 수도.”
해럴드의 말에 두 마스터는 허탈하게 웃었다.
이거 말만 그럴싸하지, 그냥 간단하게 말하면 그거잖아.
아무것도 모르겠다…… 이거.
“그런 ‘인간’이 잭 발란티에의 명령을 따르는 걸 보면…….”
“그것도 포용력입니까?”
해럴드가 피식 웃는다.
“글쎄, 후드려 패서 강제 충성을 받아 내는 것도 나름 포용력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맞을 수도 있겠지.”
그렇게 웃고 있을 때였다.
싸아아아아-
세 마스터가 동시에 고개를 돌린다.
땅이, 하늘이.
마나가 외친다.
무언가 등장했다고.
어마어마한 살기.
그리고 그걸 넘어서서 순식간에 증폭되는 마나.
“……저쪽 방향이면, 거기 아닙니까?”
“…….”
“타노스와 샬롯이 갔던 곳. 밀회 같은 느낌이어서 따라가지는 않았…….”
베네딕트는 말을 멈출 수밖에 없었다.
해럴드와 키어런이 살기가 느낀 그곳을 향해 자리를 박찼으니까.
베네딕트도 그 뒤를 따랐다.
* * *
타노스는 이를 악문 채 고개를 숙였다.
후웅-!!
생각보다, 더 빠른 속도로 방금 전까지 자신의 머리가 있던 곳을 스치는 샬롯의 손톱.
들고 있던 검을 역수로 고쳐 쥔 뒤.
언젠가처럼 그대로 내질렀다.
하지만 지금 샬롯은 그때의 샬롯이 아니었다.
터억, 콰앙-!!
발로 뻗어 오는 타노스의 팔을 지렛대 삼았고 반대쪽 무릎으로 타노스의 얼굴, 정확히 관자놀이 부분을 후려쳤다.
물 흐르듯 이어지는 움직임.
타노스는 순간 의아했다.
고통에 정신이 가출할 지경이었지만 분명 의아했다.
이런 움직임.
잭이 보여 준 적도 없고, 발렌타인이 보여 준 적도 없으며 아카데미 교관들도, 그리고 셀도 보여 준 적 없다.
여기서 한 번 의심을 품었고.
이어지는 공방에서 또다시 의심을 품었다.
검을 쥐고 있지 않은 주먹을 그대로 내질렀다.
콰앙-!
전신 강체술을 시전했을 때와 시전하지 않았을 때, 그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엄청나다고 해야 할까.
타노스 스스로가 생각하기에도 사기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왜냐면.
분명 4서클의 마나를 끌어 올렸을 뿐인데 그 파괴력은 강철을 짓이길 정도의 힘이니까.
그건 거의 6서클이나 7서클 마나 유저는 되어야 보여 줄 수 있는 건데 4서클에서 그런 힘을 보여 줄 수 있으니 사기라는 말은 분명 적절했다.
문제는.
그런 공격을 샬롯은 너무나도 쉽게 흘려 냈다는 거다.
오른손을 들어 주먹을 가벼게 쳐 내는.
그 단순한 동작에 타노스의 균형이 무너졌다.
주먹은 허공을 가르고, 완벽하게 노출된 수많은 빈틈.
자연스럽게 샬롯의 쭉 뻗은 발이 타노스의 복부를 후려친다.
퍼어억-!
어느새 뻗어 온 주먹이 턱을 쳤고.
빠아악-!
타노스가 느끼지도 못할 새에 샬롯의 손바닥이 타노스의 뒤통수를 빠악- 후려치고. 그 손이 그대로 타노스의 머리채를 붙잡는다.
마치 연계 동작처럼.
타노스는, 그렇게 잡혔다.
그런 타노스의 얼굴로 샬롯의 주먹이 뻗어 나간다.
뻐억-!
빠악-!
퍼어억-!
콰직-!
허공에 피가 흩날리고, 타노스의 이빨로 추정되는 물체가 날아다닌다.
그렇게 열한 대 정도를 얻어맞았을 때.
콰직-!!
샬롯이 타노스의 어깨를 깨물었다.
아프다.
미칠 정도로, 화상을 입은 것처럼 아프다.
하지만 이런 고통.
목이 날아가는 고통에 비하면 약과다.
타노스의 눈동자가 빛났다.
오른팔을 들어 샬롯의 머리를 붙잡았고, 반대쪽 팔로는 샬롯의 몸을 끌어안았다.
그러고는 그대로 자리를 박찼다.
허공, 약 10m 정도의 높이에서 타노스는 다시 한번 팔에 힘을 주었다.
절대 놓치지 않겠다는 듯.
강하게 샬롯을 끌어안은 타노스.
그의 몸이 그대로 밑으로 수직낙하한다.
콰아아아앙-!!
타노스와 샬롯이 박힌 땅 주변으로 먼지가 피어올랐다.
그 먼지 사이로 드러난 풍경.
타노스는 샬롯을 위에서 누르는 형태로 양팔을 교차해서 붙잡은 뒤 양다리로 샬롯의 복부를 누르고 있었다.
하지만 여전히 샬롯의 눈은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샬롯은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음에도 빠져나오지 않고 있었다.
마치 감정을 다스리려는 것처럼.
그걸 바라보는 타노스의 표정이 기괴하게 변했다.
피를 흘리고, 코는 뭉개지고 몸 전체에 성한 곳이 없었기에 기괴하게 보인 거지만, 실제로는 웃은 거다.
왜냐면 아까 깨닫고 아까 눈치챘던 게 이제는 확신으로 다가왔으니까.
“너.”
“크르르…….”
“지금 제정신이지?”
“크르…… 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