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210)
제 211화
* * *
생각보다 가까운 거리에서 해럴드와 두 명의 마스터는 멈춰 섰다.
그때 해럴드의 옆에 있던 베네딕트가 샬롯과 타노스를 향해 자리를 박차려 하자.
터억-
해럴드가 막는다.
“왜 막으십니까.”
곧장 물어 오는 베네딕트의 질문에 해럴드는 조용히 고개만 저었다.
콰직-!
퍼억-!
퍼어억-!
섬뜩한 소리가 울려 퍼지는데, 해럴드는 정말 저 ‘싸움’에 개입할 생각이 없는 것인지 조용히 팔짱을 낀다.
베네딕트와 키어런은 의아했다.
이 양반, 갑자기 왜 이래.
미친 건가.
“만약에 저 둘 중 한 명이 죽으면 우리도 죽을 겁니다.”
잭 발란티에가 어떤 남자인지 자세히 아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어떤 방식을 취할지 예측하는 것은 그것과 다른 이야기다.
잭 발란티에는 여러 번 보여 주었으니까.
해럴드가 듣지 못한 것처럼 보이자 베네딕트는 최대한 침착한 목소리로 다시 말했다.
“저 두 꼬마를 아끼는 거 같은데, 이대로면…….”
“이대로면?”
“타노스, 죽을 겁니다.”
해럴드는 고개를 저었다.
곁에 있는 이 두 명의 남자도 나름의 마스터다.
하지만 잭 발란티에가 두렵긴 두려웠는지 판단력이 조금 흐려진 듯한 모습을 보여 준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저 샬롯이라는 아이가 어떻게 보이는가?”
“……?”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이나? 아니면 피에 미친 살인귀처럼 보이나?”
베네딕트와 키어런이 시야를 좁힌다.
확실히 판단력이 흐려졌었나 보다.
지금 이 주변을 완전히 떨리게 만들고 있는 말도 안 되는 어마어마한 살기.
농도 짙은.
이 세상에 등장하면 안 될 것 같은 그런 말도 안 되는 기운을 뿜어내는 저 꼬마는 분명 이성이 있었다.
“이게 참 신기한 건데, 잭 발란티에, 그의 주변에 있는 이들은 하나같이 평범하지가 않아.”
이게, 워낙 잭이 괴물 같은 모습을 보여 주어서 가려진 거지만 곰곰이 살펴보면 잭이 데리고 있는 이들은 하나하나 범상치가 않았다.
롬멜이나 아베이루 같은 이들을 말하는 게 아니었다.
셀과 샬롯, 그리고 타노스.
이 세 명을 말하는 거다.
재능을 언급하면 입이 아플 정도다.
하지만 그중 단 한 명, 해럴드는 유독 단 한 사람에게 관심이 있었다.
바로 타노스.
“분명 재능이 비범한 녀석은 아니었는데…….”
어센블에서 살았던 세월만 약 6년.
롬멜 어센블이 총장으로 부임하기도 전부터 해럴드는 어센블에서 살았다.
그런 해럴드가 타노스에 대해 모를 리 없었다.
‘마나 하트가 부서져 평범 이하의 재능을 가진 아이, 배경은 알 수 없음. 롬멜 어센블이 약 4년 전에 아카데미에 입학시킨 아이, 처음부터 두각을 드러내지도 않았고 미래도 없었지만 잭 발란티에를 만난 이후 하루 만에 2서클에서 4서클 마나 유저가 된…… 기이한 아이.’
해럴드는 턱을 짚고 곰곰이 생각했다.
‘대체 저 아이에게서 무엇을 본 걸까. 무엇을 보았기에 자기 사람으로 삼은 걸까.’
중급 마스터.
현실적으로 보면 대륙 전체에서도 손에 꼽히는 강자고 무소불위까지는 아니어도 정말, 못하는 것보다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은 그런 마스터인데도.
‘그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세상에 살고 있는 것 같다.’
진심이었다.
‘생각하는 게 다른 건지, 보는 게 다른 건지, 아니면 너무나도 까마득하게 높아서 감히 짐작을 못 하는 건지, 정말 모르겠구나.’
눈앞에서 타노스와 샬롯이 거의 사생결단을 내듯 싸우는 모습을 바라보던 해럴드는 빠져들고 있었다.
둘에게 빠져드는 게 아니라, 저 둘을 받아들인 잭 발란티에에게.
* * *
“티 많이 나요?”
대수롭지 않은 듯 샬롯이 말한다.
하지만 코앞에서 듣는 타노스는 무언가 꺼림칙했다.
눈에 있는 핏줄이란 핏줄이 죄다 터진 것처럼 붉게 물들어 있는 샬롯의 두 눈.
그리고 검게 물든 피부.
희미하게 웃고 있는 얼굴.
제압한 듯 보이지만 실제로는 팔 한 번 뿌리치거나 발 한 번 뿌리치면 벗어 나올 수 있는 그런 상황에서.
샬롯은 장난기가 넘치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장난감과 노는 어린아이처럼.
“확실히 많이 났나 봐요. 오빠가 눈치챌 정도니까, 헤헤.”
그 이상 타노스는 샬롯과 밀착한 채로 있을 수가 없었다.
재빨리 자리를 박차며 샬롯과 거리를 벌렸다.
그런 타노스의 눈에.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서는 샬롯이 보인다.
여전히, 샬롯은 웃고 있었다.
그리고 살기도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살기는 짙어져 있었다.
이어서 샬롯이 옷에 묻은 먼지를 털어 내며 말했다.
“아, 이게 무슨 기분이지.”
“무슨 기분?”
“설명하기 어려워요 막…… 기분이.”
샬롯이 고개를 돌린다.
그 붉은 눈이, 옆으로 살짝 기울인 채로 타노스를 바라보며 작은 체리 같은 입술이 호선을 그린다.
그 웃음.
그건 분명 그 나이대의 아이가 보여 줄 수 있는 그런 웃음이 아니었다.
생각보다 농염한.
그리고 기이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소름이 돋는 미소.
“너무, 좋아요.”
타노스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아니, 소름은 아까부터 돋아 있었다. 지금 돋은 것은 단순한 소름이 아닌 진짜 죽음의 공포.
“말은 안 했는데요, 혹시 오빠는 알아요? 보스의 피 맛이 어떤 맛인지?”
알 턱이 없다.
“달콤해요. 아이스티처럼 촉촉하고 과일주스처럼 상쾌한, 정말 맛있어요, 끊을 수 없을 정도로. 그런데.”
손가락에 묻은 타노스의 피를 살점과 함께 혓바닥으로 살짝 핥은 샬롯이 인상을 찡그린다.
“오빠의 피는 막…… 뭐라고 해야 하나, 되게 퍽퍽해요. 닭가슴살을 음료수로 갈아서 마시는 기분이라고 해야 할까.”
그 손으로 샬롯이 머리를 쓸어 올린다.
“그렇다고 섭섭해하지는 마세요, 전에는 그냥 맛이 없었는데 요즘에야 조금 맛있어진 거예요. 그리고요, 오빠.”
“……왜?”
“보스의 피 맛 말고, 혹시 이건 알아요?”
“뭘?”
샬롯이 이번에는 새침하게 웃었다.
헤헤.
“정맥이나 동맥에서 나오는 피랑 심장에서 나오는 피는 그 농도 자체가 다르다는 거요.”
꿀꺽-
샬롯이 목울대가 꿀렁인 게 아니라, 타노스의 목울대가 꿀렁인 거다.
마른침을 삼킨, 보통 사람이 마른침을 삼키는 경우는 매우 긴장하거나 초조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지금 타노스가 그랬다.
그럴 만도 한 게, 샬롯이 이런 말을 내뱉었거든.
“오빠 심장. 한번 먹어 봐도 돼요?”
타노스는 본능적으로 자세를 잡았다.
와씨.
이게 그건가.
중2병.
“너 혹시 사춘기냐?”
“헤헤, 글쎄요.”
샬롯은 그 말만 하고는 천천히 숨을 몰아쉬었다.
상대를 죽이겠다는 의지.
심장을 뜯어서, 피를 마시고야 말겠다는 의지.
너무나도 순수한 그 의지가 살기가 되어 주변을 지배하고 있다는 것을, 타노스는 조금 늦게 깨달았다.
“역사책에 보면 피에 미친 이들이 등장한다고 하더라.”
타노스의 말에 샬롯이 고개를 돌린다.
“그래서요?”
“너, 지금 그래 보여.”
샬롯은 고개를 저었다.
완곡한 부정의 표현.
“이건 미친 게 아니에요, 그냥……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뜬 거지.”
“새로운 세상?”
샬롯이 천천히 손을 든다.
그 손으로 모여드는 허공의 마나.
그건 자연스럽게 샬롯의 몸으로 들어갔고, 더 자연스럽게.
우우우웅-!!
서클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기존에는 2서클 마나 유저였던 샬롯이 이 순간, 3서클 마나 유저가 된 거다.
그게 끝이었으면 다행이었을 거다.
샬롯의 손으로 모여드는 마나는 여전했다.
그렇게 30초 정도의 시간이 흐르고.
후우우우웅-!!
샬롯의 심장에 한 개의 서클이 더 추가되었다.
평소에는 하얀색이었지만 지금은 모든 서클이 붉은.
마치 피로 만들어진 것 같은 그런 서클.
“보스가 어떤 세상을 바라보는지 저는 몰랐거든요.”
“…….”
“그런데 이제는 알 거 같아요.”
허공에 보이는 마나의 결.
그 모든 게 샬롯은 보였다.
그리고 깨달았다.
이게, 보스가 바라보는 세상이구나.
“너무 반칙이잖아, ‘이런 상태’에서도 제대로 감이 잡히지 않는 건 정말 너무한 거잖아요. 안 그래요?”
타노스가, 슬며시 뒤로 한 걸음 물러선 그때.
홱 하고 샬롯의 고개가 돌려진다.
“저 아직 못 깨달은 게 몇 개 있거든요. 그러니까 조금만, 조금만 상대해 줘요. 심장은 절반 정도만 먹을게요.”
상황과 어울리지 않게 타노스는 이런 생각을 했다.
심장이 절반 뜯기면 그건 죽는 건데, 라고.
새침하게 웃던 샬롯이.
콰아아앙-!!
자리를 박찬다.
공중으로 날아오른 샬롯, 그녀의 양손에 붉은 기운이 응집했고 자연스럽게 그 기운은 불로 이루어진 거대한 주먹이 되었다.
전에 발란티에 후작령에서 셀이 샬롯에게 썼던 마법.
그걸 샬롯은 그냥, 마나와 감으로만 형상화시킨 거다.
그렇게 샬롯의 몸이 타노스가 있는 방향으로 수직 낙하했다.
마치 매가 먹잇감을 노리듯.
그 움직임은 너무나도 신속했고, 너무나도 빨랐다.
타노스는 반응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 타노스는 이 순간 죽음을 직감했다.
정확히는 심장이 반으로 동강난다는 게 맞는 표현일지도 모른다.
그때.
마치 구원투수처럼 누군가 타노스의 앞을 막아섰다.
그의 손에 들린 검.
그 검과 샬롯의 붉은 주먹이 맞부딪친다.
콰아아아앙-!!
굉음과 함께 주변으로 터져 나가는 파동.
나무가 흔들리고 땅이 진동한다.
샬롯이 고개를 들었다.
“학부장님?”
“……그래.”
예비 상업학부 학부장 해럴드 린치.
그가 결국 끼어든 거다.
그는 물었다.
“지금 타노스 죽이려고 한 거 같은데, 맞나?”
샬롯이 고개를 젓는다.
“죽인다니요. 심장만 한입 먹어 보려고 한 거예요. 제가 정말로 심장을 절반이나 뜯어 먹겠어요? 그리고 한입 먹는다고 죽는 건 아니잖아요.”
교차한 상태로 샬롯이 고개를 돌려 타노스를 바라본다.
“아니에요? 심장 한입 정도는 괜찮잖아요.”
정말 궁금하다는 듯.
이게 정말 안 되는 거냐는 듯, 그렇게 묻는 샬롯의 모습에 해럴드는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확신했다.
“잭 발란티에, 그의 몸도 검게 물든 적이 있었지.”
“그래서요?”
“그가 개발하고 그가 발전시킨 그만의 기술이라 생각했다. 그래서 너의 몸이 검게 물들었어도 의심은 하지 않았어. 그런데…… 이제는 의심이 가는구나.”
해럴드의 몸에서 점점, 마나가 피어오른다.
그 마나는 일반적인 마나가 아니었다.
마나 유저로서 정점에 선 마스터.
그중 중급의 마스터인 해럴드가 전력으로 펼치는 금색 마나.
황금색으로 물든 해럴드가 샬롯을 바라본다.
“너는, 인간이 아니었어.”
샬롯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웃었을 뿐.
“혹시.”
“혹시?”
“드래곤이냐?”
샬롯의 웃음이 짙어진다.
왜.
“맞으면요?”
“…….”
“맞으면 어쩌실 건데요.”
해럴드가 조용히 고개를 젓는다.
“툴칸 제국에서 실험당하던 드래곤은 네가 아닌 ‘셀’이었지. 네가 드래곤이라면, 셀과 같은 드래곤이라는 건데, 상관없다. 네가 드래곤이든 엘프든 오크든, 심지어 뱀파이어든 상관없어. 지금 난 교관이고 넌 학생이라는 게 중요하지.”
“그래요?”
해럴드가 슬쩍 검을 옆으로 틀었다.
그러자.
콰아아앙-!!
기묘한 충격파와 함께 샬롯이 날아간다.
“그간 보여 주던 모습들과 너무 달라서 이질감이 느껴지는구나. 이중인격, 그런 건 아닌 거 같고 일시적인 것 같은데, 아무리 일시적이어도 참으로 예의가 없어.”
피식.
“예의요?”
나무에 박힌 샬롯이 팔을 뻗어 나무에서 내려온다.
투욱.
“학부장님, 제가 얼마나 예의가 바른데요. 우리 보스도 맨날 착하다고 칭찬만 하는데, 학부장님이 뭔데 예의를 운운하고 그러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