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58)
제 359화
여하튼.
“당했든 안 당했든 그게 뭐가 중요해.”
“그렇지. 중요하지 않지. 중요한 건 자네가 함께하느냐 하지 않느냐니까.”
메나마가 의미심장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혹시나 해서 말해 두는 거지만, 자네가 무언가를 할 때, 나는 그 일이 어떤 일이든 적극 협조할 거라네. 해럴드라는 남자는 자네가 믿는 남자가 아닌가?”
“믿지.”
“그럼 된 거지. 혹시나 해서 말해 두겠네. 이미 계약서를 작성했고, 드워프 무기 3,000점과 갑옷 3,200점을 그에게 건네주었어. 가격이 얼마가 나오건 우리 드워프에게는 70%. 나머지 30%는 잭&해럴드 상단이 먹게 되겠지. 앞으로 잘 부탁하네.”
메나마의 웃음은 여전히 의미심장했다.
마치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듯.
“그리고, 이제 본론으로 들어가도 되겠나?”
하고 싶은 말이 있다는 듯한 녀석의 태도에 슬쩍 수저를 내려놓았다.
곧바로 녀석이 묻는다.
“건국은 언제 할 거지?”
“건국?”
“보통, 사람이 소개를 할 때는 어디 소속인지를 밝히고, 성을 포함한 풀네임을 밝히지. 하지만 자네는 단 한순간도 그러지 않았어.”
내가 그랬나.
“테슬란 왕국의 잭 발란티에. 자네에 대한 소문은 엘프들에게 이미 많이 들었지. 하지만 자네 입에서는 단 한순간도 테슬란이라는 이름과 발란티에라는 이름은 나오지 않더군. 기억하는가? 자네는 항상 ‘잭’이라고만 스스로를 소개했어. 그도 아니라면 실라리온의 주인, 그 마지막 제자…… 내 말이 틀린가?”
틀린 말은 아니라서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굳이 감출 생각이 없어서 그러려니 했었는데, 받아들이는 사람들 입장에서는 또 달랐나 보네.
“자네는 스스로의 포용력과 그릇의 크기를 어느 정도라 생각하는가?”
“글쎄, 부끄러워서 내 입으로 말 못 하겠는데. 워낙 넓어서.”
너스레를 떨자 메나마도 웃음을 터트린다.
“그냥, 이것만 알아둬. 나는 자네와 함께하고 싶어.”
“…….”
“개인적인 욕망이기도 하고, 종족의 미래를 책임지는 지도자의 입장에서도 그게 최선의 선택인 것 같거든. 그러니, 건국을 하거나 하는 상황이 될 때, 우리 드워프도 그곳에 넣어주시게. 충성은 그 이후에 맹세하지.”
전부터 느낀 거지만 메나마는 생각보다 괜찮은 녀석이다.
왜냐면, 계산이 빠르거든.
그리고 본능적으로 뭐가 중요한지 눈치채거든.
“혹시나 해서 말해 두는 거지만 부담을 가지거나 그러지는 말게. 드워프의 미래는 왕이 책임지는 거고 나는 왕으로서 결정한 거니까.”
“부담은 무슨.”
어깨를 으쓱하기 무섭게 녀석이 물었다.
“그러고 보니, 해머 슬레이브, 그 친구를 데리고 대륙에서 철도공사를 한다지?”
“그랬지.”
“7일 내로 최정예 드워프 2,000명을 지원해 주겠네.”
거봐.
우리 메나마, 계산 빠르다니까.
“테슬란 왕국으로 보내면 되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잠시 동안의 침묵이 자리했고, 메나마는 맥주가 가득 담긴 잔을 들어 올렸다.
나는 우유가 든 잔을 들어 올렸고.
짠하고 마주치는 두 개의 잔.
그리고 원샷.
“술맛이, 참 좋군.”
메나마는 그 말만 남기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내일 즉위식 때문에 신경 써야 할 게 몇 개 있어서 먼저 가 보겠네.”
“공사가 다망하네.”
녀석이 슬쩍 웃는다.
그리고는 잠시 문 앞에 선 채로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왜 그렇게 보냐?”
“궁금해서.”
“뭐가?”
“자네가 바라는 세상이 어떤 세상인지.”
대충 손을 휘젓자 피식 웃은 메나마가 문밖으로 걸음을 옮긴다.
이어서 술집 주변에 몸을 숨기고 있던 녀석의 호위.
드워프 근위기사들도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스승님과 단둘만 남은 술집에서 나는, 말없이 음식을 먹었고 우리 스승님은 말없이 나를 바라보았다.
* * *
드워프 왕국에서 벌어진 일은 순식간에 마수의 숲 전체로 퍼져 나갔다.
오황 중 살아남은 세 마리의 드래곤.
그린 드래곤 두리파 로렌초.
옐로우 드래곤 마루앙 타츠로트.
화이트 드래곤 매러디스 골드.
이제 오황이라는 단어는 없다.
정작 쓴다면 삼황이라는 단어를 써야겠지.
“로드께서는 연락이 되지 않는가?”
“안 되더군. 메시지를 보냈는데도 소식이 없어. 마치.”
“마치?”
“……아렌달 섬을 떠나신 것 같더군.”
마수의 숲 안에서만 거주하던 드래곤들이다.
심지어 여기서 황제 그 이상의 권력을 누리고 있었으니 소식이 늦을 만도 했다.
두 로드가 이미 몇 달 전에 죽었고 그 두 로드의 자식이 독립해 다른 드래곤들을 수하로 받아들이며 새로운 세력을 구성했다는 것을.
정말로 이 세 드래곤은 모르고 있었다.
세 드래곤의 대화가 이어졌다.
화친을 맺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남은 이종족들을 동원해 전쟁을 할지 말아야 할지.
그리고 도망을 쳐야 할지 말아야 할지.
별의별 의견이 다 나왔지만 두리파가 낸 마지막 의견에 남은 두 마리의 드래곤은 버럭, 화를 냈다.
“도망?”
“뭔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하고 있나.”
드래곤이고 오황이라는 별칭으로 이 마수의 숲을 완전히 지배하고 있었는데. 도망?
싸우다 죽는 거라면 몰라도 자존심상 도망은 아니지.
세 마리의 드래곤은 계속해서 이야기를 나눴지만 결국 이야기의 끝은 하나로 귀결될 수밖에 없었다.
도망은 존심상 허락이 되질 않으니 결국 싸우고 이기는 수밖에.
그래도 혹시 모르는 거다.
어떤 ‘오해’가 있어서 일이 벌어진 걸 수도.
그럼 화친을 맺어야지.
드래곤들의 머리는 복잡해졌고, 표정은 굳어만 갔다.
* * *
세계수(400년 전에 어떤 한 흑마법사에게 불태워짐)의 가호를 받는 엘프.
그들은 굉장히 운이 좋은 종족이었다.
나무와 가까이 사는 그 단순한 특징을, 바깥세상의 인간들은 굉장히 흥미로워했고 음유시인을 비롯한 소설가들은 거기서 여러 가지 영감을 얻었다.
생식을 일절 하지 않고 오직 채식만 하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매우 조용하고도 아름다운 종족.
확실히 말하건대, 개소리다.
엘프들의 주식은 육류이며 자연과 조화를 이루긴 개뿔, 맘에 안 들면 숲도 태워 버리는 게 엘프들의 본성이다.
그냥 인간과 다르지가 않다.
다른 점이라고는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종족 자체가 굉장히 아름답다는 거, 잘생기고 예쁜, 그런 종족이다.
그런 종족의 왕은 엘프들 중에서도 여러 초월자를 배출했고 기본 마스터를 배출한 귀도 가문의 바르바라라는 이름을 쓰는 적장자.
바르바라 귀도,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별칭은 신궁이었다.
중급 마스터에.
활을 굉장히 잘 쓰는 엘프.
그가 작게 중얼거린다.
“루카 마키아벨리와 스테이시 아담이 죽었다……?”
거짓이라고 의심하는 이는 없었다.
의심하면 그건 진짜 뇌가 없는 거니까.
한 손으로 턱을 짚고 있던 귀도의 표정은 생각보다 심각했다.
“삼황 체제라…… 그리고 그 삼황이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상황…… 허어.”
가볍게 턱을 긁으며 앤틱 의자에 등을 기댄 귀도.
그의 머리에 쓰인 월계관이 반짝였다.
“새로운 바람이 불어오고 있구나.”
그의 곁에 있던 엘프 장로, 현악기를 굉장히 잘 다루며 엘프들의 찬송가와 여러 가지 음악을 제작하는 궁내관.
루트비히는 왕의 식사를 준비하며 의견을 제시했다.
“그 ‘인간’을 직접 만나 보시는 건 어떻습니까.”
“음, 그러고 보니 전에 인간들에게 잡혀 있던 우리 동족을 보내 준 인간과 지금 드워프 왕국에 있는 그 인간이 동일 인물인 거 같은데, 맞는가?”
“예. 맞습니다.”
식사 준비가 끝났다.
돼지고기를 잘 버무린 양파 볶음에 수준 높은 요리사가 만든 토끼볶음탕, 그리고 샐러드까지.
그 음식들을 가볍게 먹던 귀도는 깊은 생각에 잠긴 것처럼 보였다.
궁내관 루트비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그렇게 조용한 분위기에서 식사가 끝났다.
귀도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선다.
“내일인가?”
“무엇을 말씀하시는 건지요?”
귀도는 길게 말하지 않았다.
“메나마-아무르의 즉위.”
그 짧은 말에 루트비히는 기다렸다는 듯 말했다.
“예정된 시각은 내일 오전 11시입니다.”
귀도가 고개를 끄덕인다.
이건 무조건 가야지.
드워프 때문이 아니라, 잭 발란티에. 엘프들의 은인이 거기에 있는데. 안 가는 게 이상한 거지.
그렇게 귀도는 식사를 마치자마자 친위대를 꾸렸고, 출발했다.
드워프 왕국, 브란델로.
* * *
하피Harpy라는 종족에 대해서는 엘프들에 비해 상당히 많은 게 알려져 있었다.
인간의 머리에 조류의 몸을 했다는 등의 이야기가 간혹 세상에 돌아다니긴 했었지만 그건 엄밀히 말하면 사실이 아니다.
하피는 엘프들만큼이나 아름다운 종족이다.
등에는 한 쌍의 거대한 날개가 달려 있고, 마스터가 되는 등의 신체를 탈피하면 한 쌍의 날개가 더 생겨난다.
날개의 색깔은 혈족에 따라 달라지는데, 보통 날개가 흰색을 띤다면 왕족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즉, 인간 세상에 존재하는 ‘천사’라는 단어는 하피들을 통해 만들어진 단어였다.
그 정도로 아름다운 종족에게 조류의 몸을 하고 있다는 등의 악질적인 소문이 가끔 퍼지는 이유는 그들이 강하기 때문이다.
마수의 숲을 지키는 지킴이.
오크와 하피는 2강 체제로 불리며 마수의 숲에서 가장 무서운 종족이다.
그 종족의 왕인 레인 로 빌레아는 빛을 머금은 하얀색의 날개를 쫙 펼쳐 들었다.
1쌍, 그리고 2쌍.
중급 마스터인 레인 로 빌레아는 굉장히 아름다운 미모를 자랑했다.
그녀가 손을 뻗었다.
하늘에 있던 수많은 하피들이 펄럭, 날개를 휘저으며 바닥에 착지했다.
“인간이 드래곤을 죽였대, 그것도 두 마리나. 들었지?”
“네, 폐하.”
빌레아가 히죽, 웃었다.
“새로운 바람이 불었으니까, 그 바람을 맞이해 주러 가야겠지?”
그녀가 천천히 하늘 위로 떠올랐다.
“가자. 드워프들의 마을로.”
그렇게 하피도 움직였다.
* * *
수많은 오크가 한자리에 모여 있었다.
하나같이 엄청난 거구에 흉터로 가득한 몸.
그리고 황갈색 피부.
항상 돋아나 있는 힘줄.
누가 봐도 위압감을 느낄 만한 그런 거구는 몸을 단련하는 오크들에게 있어서 그다지 특별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피부색이 다르다는 것은 굉장히 특별했다.
안 그래도 거대한 오크들의 덩치보다 더 큰 덩치를 자랑하는 한 오크가 있었다.
태어날 때부터 검은 피부였으며 너무나도 다른 피부색 때문에 따돌림을 당하며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오크.
그의 이름은 톤 그륜힐.
오크 중 유일한 블랙 오크였으며 돌연변이 취급을 받았던 그는, 역경을 딛고 오크 사회에서 가장 강한 오크가 되었다.
대족장.
대전사.
그 두 개의 직위를 동시에 역임하고 있는 톤 그륜힐은 명실상부한 오크족의 머리이자 상징이었다.
그리고 그 두 개를 합친 단어가, 바로 오크 로드다.
오직 드래곤만이 로드라는 단어를 썼었지만 그 선례를 깬 최초의 사례가 바로 블랙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