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36)
제 37화
페일론을 두들겨 패고 감옥에 들어갔을 때, 후작은 소문을 퍼트렸다.
잭이 흑마법을 배웠다……라고.
그리고, 그건 사실이다.
나는 흑마법을 배웠다.
대충 손을 뻗어 곤잘레스의 볼을 툭툭 두드려 주었다.
“형 말 잘 듣고 그러면 지금처럼 자다가도 떡이 생기고 그래. 지금 봐 봐. 자그마치 8서클 마나 유저가 됐잖아? 결과만 보면 이건 너한테 이득 아니냐?”
“…….”
“내가 주는 떡, 더 먹고 싶지 않아?”
대답은 없었지만 사실, 지금 이 상황에서 놈이 긍정하든 부정하든 그런 건 의미 없었다.
찰싹-!
“이것도 명심해, 앞으로 너는 론의 말에 절대복종한다. 기라면 기고 죽으라면 죽는 시늉까지 하는, 쉽게 말하면 론의 손발이 되라는 거지. 무슨 말인지 알지?”
“……예 ……예.”
“잘하자? 응? 할 수 있지?”
내게 죽었던 그 수습 기사는 정확히 병아리 1호였다.
그리고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이놈은 이제부터 새로운 병아리 2호다.
아, 샬롯은 뭐냐고?
샬롯은 내 사람이다.
내가 이용하지 않고 진심을 다해서 지켜 주고 키워 줄 나만의 병사이자, 내 동료.
그리고 눈앞에 있는 이놈은 언제든 쓰고 버릴 수 있는 병아리.
구분은 어렵지 않다.
결국, 곤잘레스가 고개를 끄덕인다.
나름 정리된 거 같으니까.
“론!”
“예, 도련님!”
“밥 먹으러 가자!”
“예!”
* * *
“……제가 잘못 들은 겁니까? 뭘 잡았다고요? 드래곤? 그것도 성체 드래곤이요?”
“제대로 들었네.”
론이 할 말을 잃은 듯 붕어처럼 입을 뻐금거리기 시작했다.
“……그게 가능하긴 한 겁니까?”
론의 의문은 당연했다.
드래곤은 기본적으로 성장이 빠르다.
내가 알기로 드래곤은 10살이 되기 전 자연스럽게 4서클에서 5서클의 마나 하트를 만들고, 최소 50이 되기 전 마스터의 경지에 이른다.
내가 죽인 발락투스의 나이는 어림잡아 100살에서 200살.
그리고, 언젠가 가볍게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마나 유저는 검사든 마법사든 그 어떤 것이든 병행할 수가 있다.
하지만 대체적으로 몸이 빈약하고 신체적인 싸움에 재능이 없는 이들은 마법사의 길을 걷고, 몸이 우람하고 싸움에 재능이 있는 이들은 검사의 길을 걷는다.
하지만 드래곤은 다르다.
그들은 마법사이자 검사, 검을 휘두르면서 언령으로 마법을 쏟아 내는 진정한 마검사가 바로 드래곤이다.
하지만 놈은 그 특성을 제대로 발휘하지도 못했으며, 나를 지나치게 경계했고, 또한 심리전에 완전히 말려들었다.
사실, 언급은 안 했는데, ‘용인화’라는 기술이 있다.
인간의 모습을 한 발락투스의 그 외형을 말하는 게 아니다.
그건 그저 폴리모프 마법을 쓴 것일 뿐, 용인화는 아니다.
용인화는 드래곤이 성체의 모습에서 몸 전체를 인간 크기 정도로 압축시킨 형태를 뜻한다.
사실 드래곤의 본체는 성체의 경우 크기가 무려 수십여 미터에 달한다.
그런 덩치라면 마법을 쓸 때는 위력이 증폭되며 말도 안 될 정도로 강해지지만, 이건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바로 덩치.
표적이 크면 때릴 곳도 많아지는 법이다.
그래서 탄생한 게 용인화다.
드래곤이 인간과 비슷한 크기로 몸 전체를 ‘압축’시키는 건데, 드래곤의 본체가 마법을 쓰는 데 특화되어 있다면 용인화는 근접전의 극대화를 위한 기술이라고 할 수 있었다.
압축된 근육은 마나를 끌어 올리지 않아도 맨손으로 강철을 종이처럼 구부릴 정도이며, 그 몸에 마나를 담는다면 그 위력은 어마어마하게 증가된다.
괜히 드래곤을 지상 최강의 생명체라 부르는 게 아니다.
만약에, 놈이 나와 거리를 벌리지 않고 내게 언령을 내뱉을 시간과 영혼계를 열 시간을 주지 않았더라면, 아마 나는 꽤 불리한 처지에 처하게 되었을 것이다.
물론 내가 나름 짬이라는 게 있어서 지지는 않겠지만, 그래도 고전을 면치 못하는 건 확실했다.
나름 노린 거긴 한데, 어차피 이건 결과론적인 말이라 의미는 없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건.
“놈이 생각보다 더 멍청했어.”
“멍청해요?”
“고작해야 2서클인 내가 아무리 잘 싸워도 10서클 유저랑 맞붙는다는 게 말이 돼?”
“……비상식적이긴 하죠.”
“그런데 놈은 그걸 몰랐지. 언령 몇 번 쓰니까 지 혼자 쫄아서 거리 벌리고, 경계하고…… 용인화도 못 쓰고 방어 마법 한 번 펼치다가 도망치고, 그러니 죽은 거지.”
쉽게 말하면, 그냥 경험의 차이다.
그것보다.
“이게 참 묘하네, 우리 대화 말이야. 너무 자연스럽지 않아?”
“……예?”
나는 론에게 많은 걸 알려 주지 않았다.
몇 번 언급했지만 현재, 이 세상에서 모든 드래곤은 죽었다고 알려져 있다.
수도 없이 말했듯, 그건 스승님께서 과거에 맺은 언약의 결과다.
인간 세상에 개입하지 말라는 스승님의 언약은 지금도 드래곤들의 정점인 두 드래곤 로드를 완전히 묶고 있으며, 그 두 로드의 명령을 다른 드래곤은 거절하지 못한다.
그쪽이나 이쪽이나 결국 힘의 논리로 모든 게 정리되니까.
그런데, 론은 드래곤이 죽지 않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처럼 대화가 자연스럽게 흘러가지.
만약 다른 사람이었다면, 내가 드래곤을 죽였다고 했을 때 ‘어? 드래곤이요? 그거 거의 상상 속의 동물 아닙니까?’ 혹은, 얼마 전 마주쳤던 불개미인지 땅개미인지 하는 용병단 애들처럼 폭소를 터트렸을 것이다.
거듭 강조하지만 적어도 현재 시점까지는 이 서대륙에 존재하는 수많은 사람들은 드래곤이라는 존재를 거의 상상 속의 동물로만 인식하고 있으니까.
“론이 생각보다 음흉한 사람이라는 건 이미 알고 있었는데, 드래곤들이 죽지 않았다는 거까지 알고 있었어? 조금 의외네.”
“어…… 그게…….”
론이 당황해한다.
마치, 괴리감을 느끼는 표정이라고 해야 할까.
결국 론이 묻는다.
“전부 알고 계신 거 아니었습니까?”
“알아? 내가 뭘?”
“그, 제 과거나 그런 거요.”
“내가 그걸 어떻게 알아?”
너 비명횡사했다니까.
* * *
이어서 론이 머리를 긁적인다.
“도련님께서 모르는 것도 있으셨군요. 음. 조금 긴 이야기가 될 거 같은데, 말씀드릴까요?”
망설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새삼스럽지만 론은 굉장히 신중한 남자다.
전생에서 나와 함께 후작가를 탈출했을 때도 말해 주지 않았던 과거다.
정확히는, 숨기고 있던 힘을 개방한 론에게 약간의 두려움을 느끼고 있던 당시의 X신 머저리 같던 나를 론이 배려해 준 결과였다.
중요한 건 그런 상황에서까지 론이 밝히지 않았다는 거다.
그러니 굳이 이제 와서 내가 알 필요는 없다.
비밀 한두 개쯤 가지고 있는 사람.
세상에 수두룩하다.
그 범주에 론이 들어가지 않으리란 법도 없다.
하지만 딱 하나.
딱 하나만 물어보자.
“그냥 이것만 답해 줘.”
“어떤 거요?”
“론은 툴칸 제국이랑 관계없지?”
“관계요?”
“첩자나 뭐 그런 거.”
내 어조에는 힘이 실리지도 않았고 감정도 담지 않았다.
그저 평소 내뱉는 말투였지만 받아들이는 론은 아니었나 보다.
진지한 눈빛으로, 론이 대답한다.
“아닙니다. 절대로요. 그쪽이랑은 관계도 없습니다.”
“그거면 됐어.”
혹시나 싶었는데, 조금은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부담 주고 싶지 않다는 내 작은 바람이 닿았으면 좋겠는데.
닿았을라나?
어색하게 웃고 있는 론의 표정을 보아하니 닿긴 닿았나 보다.
여하튼.
‘슬슬 서클을 만들긴 해야 되는데.’
내가 계속 혼기를 사용해서 중요성이 사라진 것처럼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서클이라는 건 내게도 매우 큰 의미가 있다.
여태껏 보여 주었듯, 나는 혼기를 쓸 때마다 극심한 고통에 시달린다.
내가 무슨 약쟁이도 아니고 그때마다 포션을 들이마실 수는 없는 노릇.
일단 서클을 최대한 늘려 내 신체를 강화시키고, 혼기를 쓴 이후의 리바운드를 최대한 막아 내야 한다.
이쯤에서 나는 젓가락으로 눈앞에 놓인 오리고기를 집었다.
어차피 아카데미로 가면 남는 게 시간이니, 거기서 서클을 만들든 몸을 만들든, 천천히 생각해 보자.
오리 고기를 입에 넣고 씹으려던 그때, 내 어깨에 앉아 계속 침묵을 지키시던 스승님께서, 말씀하셨다.
[확실히, 네가 내 제자가 맞긴 하구나.]“갑자기요?”
묘하게 진지한 스승님의 목소리에 살짝 장난기를 섞어 받아쳤지만 스승님은 진지했다.
[‘흑의 굴레’를 쓸 줄이야.]론은 말없이 식사에 열중했고 내 옆에 있는 뱀파이어 꼬마는 내게 안긴 채로 내 쇄골에 송곳니를 박아 넣고 피를 빨아 대고 있었다.
이 자리에 나와 스승님만 존재하는 그런 느낌이 들 정도다.
지금 스승님이 언급한 흑의 굴레는 내가 곤잘레스의 심장에 새긴 묵빛 서클을 뜻하는 명칭이다.
흑마법이기도 하고, 이 세상에서 오직 스승님과 스승님에게 가르침을 받은 나만 알고 있는 마법.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이 마법을 만들고 수식을 짠 게 바로 스승님이거든.
그래도 이쯤 됐으니 가볍게 언급 정도는 해 줘야 할 것 같다.
흑의 굴레는, 간단하게 말하면 언약의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다.
자세하게 언급은 안 했지만 과거 영광의 시대는 다른 말로 전쟁의 시대라고 불리기도 했다.
엘프들은 화살에 독을 묻혀 날리고, 오크들은 투지를 불태우며 미친 듯이 도끼를 휘둘렀고, 뱀파이어는 몸 전체를 피로 물들이며 전장을 누볐으며, 드래곤들은 하늘에서 온갖 언령 마법들을 쏟아 냈다.
그 전쟁의 시대에 탄생한 흑마법이, 설마 좋은 뜻을 가졌겠는가.
이 마법을 만든 스승님은 이 흑의 굴레를 다른 이도 아닌 상대 진영의 첩자들에게 사용했었다.
강제로 만든 서클에 무조건 지켜야 하는 ‘언약’을 새기고, 그 언약을 지키지 않는다면 서클은 물론 그 첩자의 몸 자체가 그 자리에서 터져 버리는, 말 그대로 악독한 마법.
시킨 명령을 제대로 이행한다면 잠시나마 힘을 얻게 되지만 그 명령을 이행하지 않는다면 무조건 죽는다.
당근과 채찍을 절묘하게 조합한 이 마법은, 당시 괴물이라 불렸던 스승님의 악명을 드높이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리고 전생에서 내가 툴칸 제국을 무너뜨릴 때 아주 유용하게 써먹었던 마법이기도 하다.
정말이지, 스승님은 나에게 있어서 여러모로 참 고마운 사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