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416)
제 417화
“저게 사람인가.”
삼 황자, 마르키뇨스 툴칸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정말 저게 사람일까.
문득 고개를 내려 오른손을 바라보았다.
덜덜덜, 떨리고 있었다.
정치적인 싸움을 할 때 가끔 손을 떨거나 몸을 떠는 식의 행동을 했던 적이 있었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그런데 이건 그런 게 아니었다. 몸이 의지를 배반한 거다.
머릿속으로는 이 자리에서 놈을 죽여야 한다고. 놈이 아무리 강해도 레드 게이트를 부순 지 하루도 지나지 않았다. 여기까지 오면서 놈이 싸운 상대가 대체 얼마나 많은가.
오르딘 강을 통째로 놈에게 쏟은 것도 놈의 기력을 빼놓기 위해서였다. 마스터들을 후방에 배치한 게 아니라 전방에 배치해 놓은 것도 놈의 기력을 빼놓기 위해서였다. 불바다를 만들어 버린 것도 놈의 기력을 빼놓기 위함이었다.
기력을 빼놓고 마지막 공격으로 놈의 몸을 투창으로 뚫어 버리는 그런 계획이었다.
머리로는 지금이라고. 이거 할 수 있다고. 해볼 만하다고. 놈은 결국 혼자라고 외치고 있었지만 심장은 아니었다.
도망치라고. 네가 무슨 수작을 부리건 세상에 등장하지 않았던 엄청난 책략을 쏟아부어도 안 된다고.
심장이 의지를 가진 것 같았다. 이 박동을 멈추고 싶지 않으니 도망치라고. 개지랄 말고 도망치라고.
마르키뇨스 툴칸은 심장의 외침과 머리의 외침 중 결국 머리를 따랐다.
아무리 생각해도 해볼 만, 했거든.
눈앞에서 이미 수천이 넘는 병사가 썰려 나가고 병사들 중에도 이탈하는 이들이 생겼지만 의미 없었다.
정말로 해볼 만했으니까.
마르키뇨스가 손을 들어 올린다.
그에 맞춰 뒤에 있던 투석기가 무언가를 하늘 높이 쏘아 올렸다.
아까와 같았다.
기름이 가득 들어 있는 오크통.
그게 끝이었으면 섭섭했을 거다.
성벽에 위치해 있는 약 100대의 발리스타가 장전을 했다.
레드 게이트에서의 발리스타가 단순히 강화 마법이 걸린 발리스타였다면 이번 건 조금 달랐다.
강화마법에 속성 마법까지 부여했으니까.
가장 먼저 투석기가 오크통을 쏘아 올렸다.
터어어엉-!!
하늘 높이 솟구치는 수십 개의, 아니 수백 개의 오크통.
그게 아까처럼 다시 땅에 처박힌다.
아군 적군, 의미 없었다.
적어도 삼 황자 마르키뇨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어차피 둘 다 버러지잖아. 죽든 말든 무슨 상관이야.
오크통이 바닥에 떨어진 순간 발리스타가 발사됐다.
허공을 찢으며 오로지 한 목표만을 설정한 발리스타.
그곳에서 뻗어 나온 100개의 거대한 투창이 땅을 가르고, 허공을 찢으며 날아간다.
잭은 평소처럼 손을 들었다.
손을 들다 피식 웃더니 그대로 자리를 박찼다.
허공을 찢으며 날아오는 투창이 잭을 스친다. 그리고 바닥에 박혔다.
콰아아앙-!!!
투창이 박힌 자리에서 엄청난 폭발이 터져 나왔다.
100대의 발리스타는 마치 메테오 마법처럼 가는 곳마다 전부 터트렸다.
거대한 크레이터가 땅에 새겨진다. 굉장히 흉측했다.
툴칸의 병사들은 겁에 질렸다.
눈앞에는 잭 발란티에, 어떻게 해도 상처 하나 낼 수 없을 것 같은 괴물이 있고 뒤에는 아군 같은 단어는 애초에 배운 적도 없는 것처럼 같은 툴칸의 병사를 쓸어내고 있다.
진퇴양난? 그런 단어는 무의미했다. 그냥 이 자체가 의미 없었다.
지금 살아남은 병사는 2천.
최소 5만이 넘는 병력 중에 고작 2천이 살아남았다.
3만 정도는 잭의 손에 죽었고 나머지 1만 8천이 저 발리스타의 속성 마법으로 죽었다.
이게 무슨 전쟁인가.
이 자리에서 죽기 위해 살아왔던가.
자리를 박차 발리스타들을 전부 피했던 잭이 고개를 돌린다.
그의 눈은 여전히 싸늘했다. 싸늘했지만 묘하게 달랐다.
삼 황자 마르키뇨스가 병사들을 바라보는 시선과 잭이 바라보는 시선은 분명 달랐다.
“그렇게 죽기 위해 검을 들었나?”
살아남은 이천의 병사들이 잭을 바라본다.
아니라고 답하고 싶었다.
이렇게 죽기 위해 검을 들었을 리 없지 않은가.
“그게 아니라면 가라.”
“…….”
“적어도 내가 볼 때, 저쪽 위에 있는 놈들은 너희가 목숨을 바칠 정도로 대단한 존재가 아니거든.”
다시 발리스타가 장전되었다.
“국가를 위해, 혹은 어떤 것을 위해 검을 든다, 상대가 아무리 강하더라도 검을 든다, 명령에 따라 검을 든다, 난 그 모든 걸 존중해. 지키고자 하는 자의 의지를 어찌 폄하할 수 있을까.”
장전된 발리스타가 다시 잭을 향해 돌려진다.
투창의 예리함이 전장을 훑었다.
“하지만 그걸 바라보는 시선에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어. 적어도 내 눈에는 전부 무의미해 보이거든. 물론 선택은 니들 몫이고.”
잭은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몸을 돌려 발리스타들을 마주했다.
성벽에 있던 삼 황자가 외쳤다.
“발사-!!”
투창이 발사되고 하늘을 덮었다.
분명 잭을 목표로 설정한 거 같은데, 기이하게도 전부는 아니었다.
잭이 빠르다는 것을 알기에 잭의 반경 100미터에서 200미터. 그 사이로 투창을 일정 간격마다 발사한 거다.
그리고 그곳에는 자국의 병사들이 있었다. 가슴에 툴칸의 상징을 박고 있는 병사.
그들은 체념했다.
이렇게 죽겠구나.
잠시 동안의 체념이었다.
잭이 손을 들어 올리기 전까지는 분명 그들은 삶을 포기했다.
레드 게이트에서 그러했던 것처럼 잭의 왼손이 올려진 그 순간.
우뚝하고, 모든 투창들이 허공에서 멈췄다.
레드 게이트에서 벌어졌던 일을 아는 이는 없었다.
왜냐면, 대부분 죽었으니까.
게이트를 지키겠다는 그 일념을 지키던 이들이 전부 잭에게 달려들었고 전부 죽었다. 애초에 툴칸을 위하지 않는다는 생각을 하는 이들은 툴칸을 벗어난 지 오래였다.
정보를 알린다? 도망치기 바쁜데 그런 거 할 시간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기에 없는 게 당연했다. 이들 모두가 처음 본다.
압도적인 위용을.
공기를 지배하고, 마나를 지배하고, 세상의 모든 것을 지배하는 진짜 지배자의 위용을.
그의 손이 돌려진다.
“인생 한 번이야. 한 번 사는 거 제대로 살아야지. 오만과 만용을 구분하지 못하면 그만큼 한심한 게 어디 있겠어. 안 그러냐.”
그건 병사들에게 하는 말이었다.
적의 병사를 신경 써 주는 적이라니.
아이러니했다.
그리고 그건 병사들의 심장을 잡아당겼다.
잭은 그 이상 말하지 않았다.
손을 그대로 쭉, 뻗었다.
백 개의 투창이 블루 게이트를 향해 뻗어 나갔다.
황급히 도망치려는 삼 황자, 그리고 그의 주변에 있던 마나 유저들. 그 외 등등.
모두가 도망치려 했지만 의미 없었다.
1초.
2초.
3초.
콰아아아아아앙-!!
블루 게이트도, 레드 게이트처럼 무너졌다.
* * *
레드 게이트 때와 흡사했다.
성벽이 무너지며 먼지가 사방으로 솟구쳤는데, 이때를 절호의 기회라 생각한 건지 온갖 곳에서 공격이 들어왔다.
계속 당했으면서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 건지, 아니면 배운 게 마법뿐이라 마법을 계속 사용하는 건지.
공격 마법들이 내게 뻗어 왔고 그건 손짓 한 번에 사라졌다.
그 공격이 날아왔던 곳으로 달려가 천마신검으로 마법사의 목을 자르고 심장을 꿰뚫는 이 일련의 과정만 벌써 30번이다.
지겨울 정도의 상황이었다고, 잠깐 생각하고 있을 때.
“끄으으…….”
무언가 깔린 듯, 비명을 내뱉는 신음이 들려왔다.
듣자마자 환하게 웃었다.
내가 무슨 변태라거나 그런 게 아니라, 되게 익숙한 목소리였거든.
거리는 약 10미터. 성벽의 파편에 몸이 터져 버린 몇몇 근위 기사들이 보인다.
그중 고서클 마나 유저들도 있었고, 지금 나를 향해 공격해 오는 저 검의 주인인 중급 마스터.
새삼스럽지만 여기는 툴칸 제국이다.
마스터가 썩어 나는 인간 역사상 가장 강한 국가.
천마신검을 가볍게 휘둘렀다.
서걱, 검과 이름 모를 마스터의 목이 동시에 잘려 나간다.
다시 시선을 옮겼다.
익숙한 신음이 들려오는 곳, 그 앞에 무릎을 꿇은 채 숨을 헐떡이고 있는 초급 마스터가 한 명 보였다.
그는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었는데, 이상하게 전의는 없었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없었다.
그리고 그런 그를 애타게 바라보는 시선이 하나 있었다.
무너진 성벽에 깔려 있는 한 남자.
툴칸 제국의 삼 황자, 마르키뇨스 툴칸.
“이거…… 치워……. 뭐 하는 것이냐…… 대체 뭘…….”
몸이 반쯤 깔려 있었는데, 그가 말을 흐리더니 힘겹게 고개를 돌린다. 그리고 나를 발견했다. 놈의 눈이 커진다. 그리고 떨리기 시작했다.
“나…… 나 좀…… 나 좀…… 이 멍청한 새끼야!! 뭐 해!!”
결국 큰 목소리로 외치는 삼 황자였지만 초급 마스터는 여전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은 듯, 허무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다.
그리고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허무하게 날 바라보던 그 초급 마스터가 이렇게 말했거든.
“신…… 신이다.”
주변을 둘러보았다.
아무도 없었다.
설마 나 말하는 건가.
“오오…… 신이 강림하셨도다…… 미천한 종이 신께 인사를 올리옵니다-!!”
고개를 갸웃했다.
쥐고 있던 천마신검을 허리춤에 꽂고 자리에서 넙죽 엎드리는 초급 마스터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드르륵, 드륵.
이거 혹시 연기하는 건가.
그의 앞에 서서 몸을 기울였다.
숙였던 그의 얼굴이 보인다.
아니나 다를까.
그의 눈은 이글거리고 있었다. 그 두 개의 눈동자가 옆으로 이동해 나와 눈을 맞춘다.
동시에 그 즉시 엎드려 있던 그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다.
언제 뽑아 든 건지는 모르겠지만 단검 하나가 그의 손에 쥐어져 있었고 정확히 내 목을 향해 뻗어 왔다.
그래, 이거지.
툴칸의 마스터들이 이 정도는 돼야지.
하지만.
터억-
가볍게 오른손을 뻗어 단검을 잡아챘다.
“시도는 좋았어. 연기도 괜찮았고.”
그가 재차 무언가를 시도한다.
다리에 마나가 옮겨지는 걸로 봐서 발로 나를 걷어차거나 이 자리를 피하려는 그런 속셈인 거 같은데.
말했잖아. 도망을 칠 거였으면 아까 쳤어야지. 단검 휘둘러 놓고 도망이라니. 그건 아니지.
오른손에 힘이 들어간다.
뚜둑- 초급 마스터의 팔이 그대로 꺾인다.
놈은 비명을 참았다. 신경 쓰지 않았다. 아무것도 쥐지 않고 있던 왼손을 그대로 뻗었고 놈은 내 예상대로 다리에 마나를 몰아넣은 채 자리를 박찼다.
놈의 선택은 공격이 아닌 도망이었다.
자연스럽게 내 왼손이 허공을 스치고 놈의 몸이 뒤로 쭉, 뻗어 나간다.
약 40미터쯤 거리로 이동한 초급 마스터가 털썩, 그대로 자리에서 허물어졌다.
허공에 수놓아지고 있는 핏물.
쓰러진 초급 마스터에게는 목이 없었다.
그 목, 지금 내 손에 들려 있다.
도망친다는 그 의지와 목을 잃었다는 사실이 매치가 되지 않은 거다. 인식이 느렸던 거다. 그 말은 즉 내가 인식 밖에서 움직였다는 뜻이다.
그걸 보통 이렇게 말하지. 격의 차이라고.
그대로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
지금 무슨 상황이 벌어진 건지 당황해하고 있는 삼 황자.
꽤나 수려한 용모의 이놈은 일단 마나 유저다.
5서클 마나 유저.
나이는 24.
핏줄이 좋다고 해도 모두가 재능이 있을 수는 없다.
재능 몰빵이라는 단어도 있잖아. 이스칸다르가 얘가 받아야 할 재능을 전부 받아갔는지도 모르지.
손을 뻗어 놈의 몸을 깔고 있는 성벽을 치워 주었다.
어정쩡한 자세로 누워 있는 녀석을 자리에서 일으켜 세워 주었다. 너무나도 친절하게.
내 태도가 의아했던 걸까.
“왜…… 왜……?”
그 속내가 짧은 말에서 전부 드러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