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44)
제 45화
나는 눈앞에 있는 한 명의 요리사와 다섯 명의 병사들과 통성명을 하고는 곧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일단 열심히 감시하고, 내가 감시하기 편하도록 도와줄게. 자, 나는 스테이크를 매우 좋아해. 그러니 아침 점심 저녁으로 배 터지게 먹을 정도의 스테이크를 준비하도록, 거기다 곁들일 야채는 싱싱한 걸로, 그 유기농, 마법 작용 안 된 그거 알지? 그중에서도 최고급으로 매일 준비해. 그리고, 나는 딸기 주스랑 토마토 주스도 좋아하니까. 그것도 매일매일 준비해 주고.”
“……예?”
“다 알아들었으면서 뭘 되묻고 있어?”
“……그렇게 하겠습니다.”
기왕 써먹을 거 아주 뽕을 뽑아 버려야지.
“그리고 음식에 장난칠 생각은 하지 마라. 내가 세상에 있는 모든 독이란 독은 다 먹어 봤거든? 그중 단 한 개라도 내 머릿속에 떠오르는 순간, 니들 다 줄초상 치르는 거야. 오케이?”
요리사, 이름이 기네스라고 했던 거 같은데, 그가 멍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오케이, 요리사는 패스.
다음은 다섯 명의 병사.
이름은 기억하기 귀찮으니까. 그냥 오총사라고 부르자.
왜 오총사라고 부르냐면.
“몸에 있는 근육들이 전부 일정하네. 마른 근육이라…… 암살자나 정보원 같은데, 영감님이 키우던 애들인가 보지?”
오총사가 입을 떡 벌린다.
그런 그들을 조금 자세히 살폈다.
그러자 꽤나 재미있는 사실이 포착된다.
“아하. 원래 마나 유저 출신들이셨구먼. 다섯 명 전부 마나 하트가 부서졌었네? 하, 거참. 야, 이것들아. 저기 아카데미 가면 서클이 전부 부서지고도 새로 만든 애가 있어요. 걔 좀 본받아.”
“……혹시 총장님한테 따로 언질받으신 게 있으신 겁니까?”
“있겠냐? 니들한테는 따로 해 줄 말이 없네. 니들은 그냥 니들 할 일 해. 심심하면 나랑 같이 체력단련이라도 하고.”
오총사가 고개를 돌려 서로를 바라본다.
이 꼬맹이 진짜 뭐지 하는 눈빛 같다.
나는 손을 뻗어 내 옆에 있는 샬롯의 머리를 가볍게 쓰다듬었다.
오늘부로 아카데미 입학생이 된 샬롯이다.
재미있게도 나랑 같은 학년.
나는 내 동창이 될 꼬맹이에게 말했다.
“이제 집 구경이나 좀 해 볼까?”
“네 보스.”
* * *
“잡아야 합니다. 무조건 잡아야 합니다.”
롬멜 총장의 눈이 동그랗게 떠진다.
벨라미 크래그.
왜소한 체격과는 별개로 지닌 바 능력도 뛰어나도 의지도 뛰어나며, 심지어 충성심마저 있는 이 시대의 보기 드문 남자다.
그는 보통 일에 흥분하지 않고 웬만하면 모든 일을 이성적으로 처리하는 성격을 지니고 있었다.
그런 성격이었기에 마법사로서 나름 대성할 수 있었고, 마탑주라는 자리에 앉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지금 이 모습은 조금 의외다.
“이보게, 일단 진정부터 하게. 그 앞에 차부터 한잔 마시게나.”
벨라미는 고개를 저었다.
도저히, 진정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으니까.
“잭, 잭 발란티에. 엄청납니다. 대단한 아이입니다. 무조건 잡아야 합니다.”
“거참, 이 친구야. 폴리모프로 모습을 감추고 마중 나가더니 갑자기 왜 이러는 겐가. 전후 사정부터 이야기해야 내가 무슨 말이라도 하지 않겠나.”
벨라미가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잭의 앞에서는 나름 평온한 모습을 보여 주려고 애썼지만 지금은 아니다.
포텐이 지나치게 올라왔다고 봐도 상관없다.
그럴 만도 한 게, 이게,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두 번 생각하고, 세 번, 네 번, 그 이상 생각해도 이건 도저히 있을 수가 없는 일이다.
아니, 굉장한 일이다.
‘폴리모프를 단번에 눈치채? 고작 2서클짜리가?’
9서클 마법사의 폴리모프다.
심지어 주변 마나까지도 차단했다.
알아채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다.
엄청난 재능.
잭은, 마나를 보는 눈과 마나를 느끼는 그 감각이 어마어마하다.
이걸 다르게 말하자면 마나를 다른 이들보다 더 월등하게 운용할 수 있다는 뜻.
절대로 놓치면 안 된다.
분명 엘리자베스보다 뛰어난 게 확실하다.
말도 안 되는 재능.
“제가 제자로 삼아야겠습니다.”
“그러니까 누구를? 설마, 잭 발란티에?”
“예. 무조건, 무조건 잡아야 합니다. 그 아이 제가 장담하는데 향후 10년 이내로 전 대륙에 이름을 떨치게 될 겁니다.”
“……그 정도였단 말인가? 자네가 그렇게 확신할 정도로?”
벨라미는 신중하고 또 신중한 남자다.
그는 허튼 결정을 거의 내리지 않는 인물이기도 했는데, 이렇게 확신을 가지고 있는 모습은 또 처음이다.
“그리고 저, 머지않아 10서클로 올라갈 것 같습니다.”
그 말에 롬멜 총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서고 말았다.
“뭐?! 그게 정말인가?!”
“예. 감 잡았습니다. 그간 못 느끼고 있었는데, 의식하고 집중해서 느껴 보니 제 심장에 서클의 잔재가 남아 있더군요.”
“오…… 맙소사. 축하하네. 정말 축하하네. 이럴 수가.”
롬멜 총장은 지나치게 흥분한 듯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10서클 마나 유저의 탄생은 그 자체로 복이었다.
사실, 9서클인 벨라미가 마탑주를 맡는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이야기였다.
테슬란 왕국을 제외한 모든 왕국에도 마탑이 존재하고, 그 마탑의 주인은 대대적으로 10서클의 마나 유저가 맡는 게 당연한 절차.
테슬란 왕국이 그 절차에서 예외가 된 것은,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전 마탑주를 비롯해, 그 전 마탑주까지.
그리고 그 외에 10서클이 되었던 몇몇의 마나 유저들.
그들 모두가 툴칸 제국으로 귀화했다.
이유? 뻔하다.
더 높은 지위와 더 많은 돈.
그 외의 다른 이유도 있었겠지만 중요한 건 그들이 귀화했다는 거다.
그뿐일까.
툴칸 제국의 인재 사냥은 끊임없이 이루어진다.
재능이 있는 이들에게 귀화를 권유하는 건 툴칸 제국의 습성이기도 했는데, 문제는 이 코딱지만 한 왕국은 그걸 막을 힘이 없다는 거다.
하지만 지금 새로운 마스터가 탄생하려 한다.
그것도 자신의 충신이라 할 수 있는 벨라미.
귀화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이어서 롬멜 총장의 얼굴이 시뻘겋게 달아올랐다.
이건 완곡한 기쁨의 표현.
그런 롬멜에게 벨라미가 말한다.
“잭, 그 아이 무조건 마법부로 편성시켜 주십시오. 제가 책임지고 키워 보겠습니다.”
“허허허. 내 한번 그 아이랑 대화해 보겠네. 일단 검술학부와도 이야기해 봐야 하고…….”
“무조건입니다. 총장님 무조건, 무조건 마법학부로 오게 만들어 주십시오.”
“거참. 알겠네 알겠어. 내 꼭 힘써 보겠네. 으허허.”
총장은 결국 자리에서 일어났다.
오늘은 복이 연속으로 터지는 날인가 보다.
벨라미를 끌어안고 자리에서 방방 뛰는 롬멜 총장은 나이에 걸맞지 않게 해맑았다.
그는 생각했다.
‘테슬란 왕국의 미래는 아직 밝구나.’
Chapter 8
머지않아 쫄딱 망할 이 왕국의 아카데미는 2학기 제를 채택하고 있다.
보통 3월에 신학년이 시작되고 7월에 1학기가 끝나며 한 달에서 한 달 반가량의 방학을 맞이한 후 8월 중순부터 2학기가 시작된다.
2학기가 끝나는 시기는 12월 중순.
내가 영감님에게 집을 선물 받은 날짜는 8월 9일이며, 개강식이 시작되는 날은 8월 16일이다.
그리고 오늘은 8월 14일이다.
나는 그 5일 동안 꽤 여유롭게 시간을 보냈다.
샬롯에게 옷을 사 주고, 도시를 돌아다니며 군것질을 하고, 연극을 관람하는 등.
나름 평화로운 나날이었고, 그리고 그 나날 중 내가 빼먹지 않고 유일하게 규칙적으로 행동했던 게 정확히 두 가지가 있었다.
일단 그간 미뤄 두고 있던 체력 단련.
가볍게 언급했었지만 내가 지내는 저택에는 수련장까지 딸려 있었다.
사실 싸움의 감각이나 마나에 대한 감각은 내가 잊고 싶어도 절대 잊을 수 없을 정도로 내 뇌리에 깊이 박혀 있기 때문에 한 몇 년 놀고먹어도 실력이 녹슬지는 않는다.
그 정도로 내 머리에 완전히 각인되어 있거든.
문제는 체력이었다.
그래서 천천히 수련장을 뛰어다니면서 체력을 길렀다.
그런 내 옆에는 항상 내 행동 하나하나를 따라 하려는 샬롯이 있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관찰이었다.
요 5일간 나는 하루도 빠짐없이 아카데미의 공원으로 나갔다.
당연히 관광이 목적은 아니었고, 매일같이 그 자리에서 수련을 하는 타노스를 관찰하기 위해서였다.
하루는 3시간 가까이 녀석을 지켜본 적도 있었고, 4시간 가까이 지켜본 적도 있었다.
상황은 간단했다.
나는 그저 지켜보고 타노스는 그저 휘두른다.
타노스는 이렇게 말할 수 있었다.
노력의 천재.
재능은 없지만 그 노력만큼은 비상할 정도.
그래서 더 안타깝다.
저런 노력을 할 수 있는 녀석이 자신의 한계가 고작 4서클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저 노력도 이제는 그만두지 않을까.
이건 분명 관심이었다.
부정할 생각은 없다.
나는 타노스에게 조금 관심이 생겼다.
후웅-!
후욱-!
숨을 몰아쉬며 계속해서 검을 휘두르는 타노스.
땀으로 흠뻑 젖은 그의 옷 사이로 그의 단단해 보이는 근육이 비쳐 보인다.
이렇게 말하니 조금 오해할지도 모르는데.
나는 이성애자다.
내 시선은 저 옷 사이로 비치는 근육에 생겨나 있는 아주 시퍼런 멍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요 5일간 타노스와 나 사이에서 오간 대화는 단 한 마디도 없지만 그래도 약간 정이라도 든 걸까.
타노스의 몸에 늘어나 있는 상처를 바라보며 물었다.
“하루 지날 때마다 상처가 늘어나는 거 같다?”
후욱-!
검을 한 번 강하게 휘두른 타노스가 숨을 몰아쉬며 검을 내려놓는다.
“그게, 왜 궁금하십니까?”
“그냥.”
“…….”
“내가 준 포션 아직도 안 먹었나 봐?”
첫날 봤던 타박상이 시퍼렇게 변색되어 있었으니, 확실하다.
녀석은 내가 준 포션을 먹지 않았다.
내게 무언가 말하려던 타노스가 그대로 입을 다문다.
생각할 거리라도 있는 걸까.
그 시간은 길지 않았다.
잠깐 망설인 타노스의 입에서 조금 의외의 말이 튀어나온다.
“그 포션, 40골드 정도 하는 걸로 알고 있습니다.”
“음, 아마 그쯤 할걸?”
“……꼭, 갚겠습니다.”
그러고는 그대로 늘어트린 검을 다시 들어 올린다.
다시 수련을 시작하는 타노스의 모습에 고개를 살짝 갸웃했다.
뭐야, 그래서 왜 안 먹었냐니까?
검을 휘두르는 타노스의 움직임은 심각하게 굼떴다.
당연한 소리지만 적어도 내 눈으로 직접 본 타노스의 상처는 절대로 가벼운 수준이 아니다.
저 정도면 뼈 몇 개 정도는 금 갔을 테고, 팔다리 쪽은 저릿저릿해서 무언가를 한다는 생각도 못 할 텐데, 굼뜬 게 당연하지.
후웅-! 후욱-!
그래서 내가 노력형 천재라고 했던 거다.
뼈에 금이 간 상황에서 무언가를 한다.
문장은 간단하지만 이거, 실제로 해 본 사람이라면 오물을 뒤집어쓴 것 같은 표정을 지었을 거다.
그런 상상외의 고통을 무시하고, 그 몸으로 수련을 한다?
그것도 요 5일간 매일?
하루 종일 지켜본 건 아니었지만 녀석의 하는 행동을 보면 아마 하루 종일 검을 휘둘렀을 거다.
감탄스럽다.
정말, 놀랍다.
그런데.
“그 정도 근성에 그 정도 악바리를 가지고 있는 놈이 맞고 다니는 게 조금 우습기도 하네.”
후웅-! 후욱-!
타노스는 대답하지 않고 검을 휘둘렀다.
계속, 휘둘렀다.
내 말에 대꾸도 하지 않는다.
“어디서 개가 짖는구나. 멍멍.”
내 어깨에 앉아 있던 스승님이 피식 웃는다.
“쟤, 생각보다 귀엽지 않습니까?”
[귀엽다라…… 그렇게 보이느냐? 나는 저 아이가 안타깝게만 보이는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