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45)
제 46화
수도 없이 말했지만 세상은 공평하지 않다.
누군가는 귀족의 자식으로 태어나고 누군가는 평민의 자식으로 태어난다.
그런 출생을 바꾸기 위해서는 재능이 필요하다.
나는 분명 천재다.
마나를 느끼고 마나를 운용하는 것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건 분명 ‘개인의 재능’이라는 영역에 속해 있었다.
나는 그 개인의 재능으로 모든 한계도 뛰어넘었고 마스터의 벽도 뛰어넘었다.
하지만 나 같은 놈이 세상에 얼마나 되겠는가.
그리고 눈앞의 타노스.
저 녀석은 너무나도 어중간한 재능을 타고났다.
근성과 노력만을 보자면 전생의 나와 조금은 비빌 만하다고 평가 해 줄 수는 있지만 한계가 너무 뚜렷하다.
4서클.
그것도 최대로 잡았을 때다.
4서클이면 보통 말단 기사라고도 불린다.
후작가의 수습 기사였던 그…… 이름도 기억 안 나는 그놈이 4서클이었던 것을 보면 간단하다.
심지어 그놈은 더 성장할 여지가 있었지만 눈앞에 있는 타노스는 아니다.
정리하면 타노스는 노력의 재능을 가지고 있지만 마나의 재능은 보통 수준인, 매우 안타까운 사례라 할 수 있었다.
[내게서 배웠다는 너라면 알고 있을 것이다. 저 아이가 품고 있는 증오와 욕망을.]안다.
너무 잘 안다.
그게 어떤 대상인지는 모르겠지만 저 타노스는 분명 누군가를 증오하고 있었다.
흑마법사이자 네크로맨서인 스승님과 내게는 그 의지가 너무나도 세세하게 느껴진다.
[증오와 뜻 모를 욕망은 저 아이를 움직이는 원동력이지만, 오히려 그것 때문에 자기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고 있구나. 저러면 성장은커녕 오히려 퇴보할 텐데, 그것을 저 아이는 모르고 있으니 이 어찌 안타깝지 않을 수가 있겠느냐.]평소와는 다르게 스승님이 길게 말씀하신다.
아무래도 내 생각을 알아챈 듯하다.
이제 지켜볼 만큼 지켜봤으니, 가서 말리든 데려가든 빨리 결정하라는 뉘앙스다.
그래, 한 번만 더 강조하자.
타노스는 내 관심을 끌었다.
안타깝고 불쌍하다는 그 냉정한 현실을 외면할 생각은 없다.
타노스에게 마나의 재능이 거의 없다는 건 확실하다.
하지만 상관없다.
그런 재능보다 저 근성이 더 마음에 들거든.
“야, 타노스야.”
검을 멈춘 타노스가 내게 고개를 돌렸다.
“너는 왜 검을 휘두르는 거냐?”
“예?”
“이루고 싶은 목표가 있을 거 아니야. 그 정도는 대답해 줄 수 있잖아? 요 며칠 정情도 들었는데.”
정확히는 나만 든 정이지만, 타노스도 나를 조금 다르게 바라보고 있던 걸까.
녀석이 이마에서부터 흘러내려 눈가를 덮으려던 땀을 슥 훔쳐 내고는, 진지한 눈으로 나를 바라본다.
그리고,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대륙 최강의 검사입니다.”
응?
내가 잘못 들었나.
“저는 대륙 최강의 검사가 될 겁니다.”
순간 입을 다물고 말았다.
대륙 최강의 검사?
농담 삼아서 한 이야기는 아닌 거 같다.
저 진지한 표정과 진지한 어조는 절대로 농담이라고 생각할 수 없을 정도였으니까.
진심으로, 대륙 최강의 검사가 될 거라고?
그래서, 그렇게 노력한 거라고?
하하.
“하…… 하하하하하!”
폭소를 터트리는 나를 잠시 바라보던 타노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다시 검을 휘두른다.
내 웃음을 비웃음으로 받아들인 건지는 모르겠는데, 타노스는 이런 상황이 익숙한가 보다.
그리고 내가 웃는 이유는 비웃으려는 게 아니라 놀라웠기 때문이다.
누군가를 죽이고 싶은 증오와 그것과는 조금 다른 그 어떤 욕망이 합쳐져 저런 노력의 괴물이 만들어졌다.
그중 욕망이라는 게 어떤 건지 몰랐는데, 대륙 최강의 검사?
마음에 든다.
정말 마음에 든다.
검을 휘두르는 타노스에게 나는 말했다.
“야, 너 내 병아리 할래?”
멈칫!
“예?”
“들었잖아. 다시 말해 줘?”
“그, 제가 잘못 들은 것 같아서요. 병아리……라고요?”
“제대로 들은 거 맞네. 할 생각, 있어?”
“……병아리를 하라는 게 무슨 말씀이신지. 어감상 좋은 느낌이 들지가 않는데요.”
짜식이, 눈치는 더럽게 빠르네.
“그럼 병아리 말고, 식객 어때?”
타노스가 고개를 갸웃한다.
이해가 가지 않는 모습이라고 해야 할까.
“식객…… 설마, 가신 말씀하시는 겁니까?”
“글쎄,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고.”
의미심장하게 웃자, 타노스가 여전히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저는 평민입니다.”
“그래서?”
“가진 것도 없고, 돈도 없습니다.”
“그러니까, 그래서?”
타노스가 단호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본다.
“발란티에 가문에 대해서, 솔직히 들어는 봤습니다.”
“오호, 이젠 가문 이야기로 넘어가겠다는 거야? 자연스럽네.”
“……소문과 많이 다르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저능아, 머저리.
나를 뜻하는 그 단어를 아카데미 학생인 타노스가 들어 보지 못했을 리 없다.
“그래서?”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누군가가 많은 것을 숨기고 있다는 건 따로 무슨 계획 같은 것을 세웠다는 뜻이겠지요. 저는 평민이고 재능도 없습니다. 가신은 저 같은 놈 말고 제대로 된 놈을 삼으십시오. 저는 여러모로 도움 안 될 겁니다.”
꽤 귀엽다는 내 말은 상당히 적절했다.
내 걱정도 해 주고 말이야.
그런데.
“대륙 최강의 검사가 될 거라며? 그럼 난 대륙 최강의 검사를 가신으로 두는 거잖아? 그런데 도움이 되지 않을 거라고? 이제 보니, 너는 네 꿈이 이루어지지 않을 꿈이라고 확신하고 있었나 봐?”
벤치에 앉은 채로 턱을 괸 나를, 타노스가 묘한 표정으로 바라본다.
“저 스스로도 알고 있습니다. 제게 마나의 재능이 없다는걸.”
실소를 터트리고 말았다.
아무리 봐도 저 말은 진심 같다.
그것도 많은 말이 생략된 진심.
녀석은 마나의 재능이 없다고 스스로 판단했고 그걸 메꾸기 위해 미친 듯이 검술을 수련했을 것이다.
대륙 최강의 검사가 되기 위해서.
마치 자기 방어처럼 재능이 없다는 말을 내뱉는 타노스를 보고 있자니, 녀석이 어떤 남자인지 슬슬 머릿속에 각이 잡힌다.
그런데.
“어느 정도는 맞는 말인데, 핵심을 제대로 짚지는 못하네. 너, 마나의 재능보다 더 좋은 재능을 가지고 있잖아.”
“예?”
“넌 분명 어마어마한 재능을 가지고 있어, 정확히는 개화했다고 해야 하나.”
“……예?”
슬며시 자리에서 일어섰다.
마나의 재능?
필요 없다.
적어도 나를 만난 이상 타노스는 마나의 재능 따위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그리고 나는 거짓말한 게 아니다.
녀석은 마나의 재능보다 더 뛰어난 재능을 가지고 있다.
“넌 노력의 재능이 있잖아? 내가 아는 한 이 대륙에서 너만큼 노력하는 놈 거의 없어.”
빈말이 아니라 진심이다.
마나의 재능을 가지고 있는 이들은 수도 없이 많다.
어느 밭 가는 농부가 사실은 어마어마한 마나의 재능을 가지고 있었는데 그 재능을 꽃피워 보지도 못하고 그냥 일반인으로 평생을 살다 죽는 경우도 있다.
그런 이들에게 부족했던 건 노력과, 집념이다.
그리고 그 노력과 집념이 쉽게 생기는가.
전혀 아니다.
과거의 나를 생각해 보면 간단하다.
나는 마나의 재능이 있다.
허공에 떠도는 마나?
솔직히 말하면 스승님을 만나기 전까지는 나도 몰랐다.
내가 바라보는 세상이, 남들이 바라보는 세상과 완전히 다르다는 것을.
내 눈에는 보인다.
허공의 마나.
이 공기처럼 떠도는 마나의 결과 그 마나가 내 몸을 감싸는 것.
그 모든 게 느껴진다.
언제부터였냐면, 열 살, 그 이전부터다.
그게 재능이라는 것을 나는 몰랐고, 또한 집념이 없었으며, 노력할 생각도 없었다.
무력했고, 멍청했으니까.
“스스로를 X신 취급 하지 마. 너는 내가 봤을 때 그 누구보다 빛나는 재능을 가지고 있으니까.”
“저는…….”
나를 바라보던 타노스가, 무언가 말하려던 그때.
건너편 수풀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수풀을 헤치고 다가오는 세 명의 남자가 보인다.
조금 의아하다고 해야 할까.
내가 지금 있는 이곳은 엄밀히 말하면 인적이 굉장히 드문 곳이다.
편의상 공원이라고 말해 두긴 했지만 실제로는 공원 외곽 쪽, 심지어 입구 쪽과는 정반대 방향.
그냥 사람이 아예 오지 않는 공터라고 하는 게 더 적절할 듯싶다.
심지어 공간도 되게 협소하다.
조금 단적으로 말하면 나는 요 5일 동안 이 근처로 오는 이들을 단 한 명도 본 적이 없다.
저렇게 세 명이 이곳으로 온다는 건 무언가 목적을 지니고 있다는 건데.
그때 타노스가 내게 말한다.
“이제 그만 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가? 내가? 어딜?”
“오셨던 곳으로요.”
분위기가 심상치가 않다.
그때, 이쪽으로 다가오던 세 명의 학생 중 가운데 있던 놈이 말했다.
“이야, 이것 봐라? 거지새끼가 친구도 사귀고 있었네?”
놈이 나를 바라보고, 내 어깨에 앉은 스승님을 바라보더니, 마지막으로 내 옆에서 주변을 둘러보고 있던 샬롯을 바라본다.
신기하다는 듯 그의 입꼬리가 슬쩍 말려 올라간다.
“이건 무슨 조합이야? 인형을 들고 있는 꼬마에 저 여자애는 또 뭐야? 내 기억에 저런 애가 아카데미에 있었나? 신입생인가?”
옆에 있는 두 덩치에게 고개를 돌리자 그 둘도 고개를 젓는다.
나와, 샬롯을 처음 본다는 그 시선에 정면에 있던 대장 격의 꼬마가 헛웃음을 터트린다.
“하긴 그 많은 신입생을 어떻게 다 알겠어. 신입생이겠지 뭐, 그런데 거지새끼가 내 말을 X으로 들었나. 내가 분명히 아카데미에서 다른 놈들이랑 말 섞지 말라고 했지? 더러운 평민 새끼가 내 말을 무시해? 역시 매가 부족했어. 그래 이건 내 잘못이야. 내가 잘못했구만.”
아무래도 저 거지라는 호칭은 우리 타노스를 뜻하는 단어였나 보다.
왜냐면, 저놈이 계속 거지 거지 하면서 타노스를 바라보고 있었거든.
“가십시오. 제 일입니다.”
타노스가 내게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이게 참.
뭐라고 해야 하나.
이렇게 쉽게 풀릴 수가 있나.
“몸에 난 상처들, 설마 쟤들이 그런 거였냐?”
타노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그저 슬며시 내 앞을 막아설 뿐.
마치 나를 보호하려는 듯한 모양새다.
그 모습을 바라보던 건너편의 삼총사가 무언가 알아챘다는 듯 실소를 터트린다.
그러고는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아, 그거였군.”
그거? 그게 뭔데.
“거지새끼가 포션을 가지고 있는 게 이상하다 싶었는데, 네놈이 거지한테 포션을 주었던 것이구나.”
포션을 알고 있다?
나는 설마 하는 심정으로 물었다.
“설마, 내가 준 포션 쟤들이 뺏어 갔냐?”
타노스는 이번에도 아무 말 하지 않았다.
그리고 이건 분명 긍정이라는 뜻이다.
와씨, 삥을 뜯겼어?
내가 준 걸?
“포션 값, 갚겠습니다.”
그래서 아까 40골드니 뭐니 했던 거구나.
다시 보니까, 이거 상당히 웃긴 상황이다.
내가 준 포션을 녀석은 안 먹은 게 아니라 먹지 못한 거고, 나날이 갈수록 몸에 늘어난 상처는 저놈들에 의해 생겨난 것.
그러고 보니 내가 오늘은 다른 날과 비교해 유난히도 이 자리에 오래 있었다.
평소 3시간~4시간 바라볼 때는 놈들을 마주치지 못했지만, 거의 7시간 가까이 녀석을 지켜본 오늘은 놈들을 마주치게 되었다는 건데, 이거 참.
이게 운명이라는 건가.
정말이지 안 물어볼 수가 없네.
“뭐가 아쉬워서 저런 X신들한테 쳐 맞고 다니냐?”
삼총사 중 가운데 있던 놈이 발끈하며 외친다.
“뭐 X신?”
무시했다.
“이제 그만 가 주십시오. 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