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46)
제 47화
타노스는 내게 계속 가 달라고 말하고 있었다.
저 말의 바탕은 나를 향한 걱정과 배려다.
이런 더러운 일에 얽히는 건 자기 하나면 족하다는 듯이 타노스는 내가 이 일에 얽혀 드는 걸 원하지 않아 하고 있었다.
슬쩍 고개를 돌리자 건너편의 삼총사 중 두 명은 이 상황이 뭐가 그리 재미있는지 계속 피식피식 웃고 있었고. 나머지 하나.
계속 거지 하며 타노스를 부르던 그놈은 허리춤의 몽둥이를 쓰다듬고 있었는데, 당장이라도 저걸 뽑아서 달려들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든다.
그런데.
“보자. 나는 너한테 포션을 줬잖아?”
“……그랬죠.”
“그런데 그 포션을 저놈들이 삥 뜯었어. 그러면 이건 네 일일까 내 일일까.”
타노스가 입을 다물었다.
역시, 생각했던 것보다 이 타노스라는 꼬맹이는 감이 좋나 보다.
“원래 들어갈 입이 아니라 다른 입으로 들어갔으니 내 포션이 얼마나 슬퍼하겠어? 적어도 포션의 복수는 해 줘야지. 안 그래?”
진심인 건지 장난치는 건지 모를 내 말에 타노스가 고개를 갸웃한다.
하지만 적어도 내 손을 붙잡고 있던 샬롯과 내 어깨에 앉아 있던 스승님은 눈치챘나 보다.
내가 진심이라는걸.
스승님은 내 어깨에서 뛰어내리고는 샬롯의 머리 위에 부드럽게 착지했고, 샬롯은 그 상태로 스승님과 함께 뒤로 멀찍이 물러났다.
우리 샬롯은 이젠 어떤 일이 벌어질지는 내 말과 행동만 봐도 안다.
이게 학습 효과라는 거지.
그리고 내가 웬만하면 애들 싸움에는 안 끼어드는데.
이건 끼어들어야겠다.
“거기 몸 숨기고 있는 호위 두 놈, 5초 준다. 모습 드러내고 상황 설명하도록.”
뜬금없는 내 말에 타노스는 물론, 건너편에 있던 세 명의 머저리들도 당황해한다.
호위? 두 놈?
“지금 무슨 소리를 하는 거지?”
무언가 설명해 줄 생각은 당연히 없다.
보니까 저 세 놈은 최소 귀족이다.
그것도 모습을 숨긴 호위가 뒤를 지키는 귀족.
한 놈은 저쪽 수풀 뒤쪽에 모습을 숨기고 있고, 다른 한 놈은 나무 위에 있었다.
등급은 둘 다 6서클 마나 유저.
당사자인 저 세 귀족도 그 존재를 모르는 걸로 보아 아주 비밀스럽게 움직이고 있는 모양인데.
이러면 어쩔 수 없지.
“쳐 맞고 나올래, 아니면 뒤지게 쳐 맞고 나올래? 그것도 아니면 그냥 좋은 말 할 때 나올래? 결정해.”
여전히 말이 없다.
정말 어울려 줘야 하나 보다.
그래, 그냥 어울려 주자.
내 포션과 미래 대륙 최강의 검사를 꿈꾸는 녀석을 위해서.
* * *
테슬란 왕국에는 정확히 다섯 명의 오리지널 후작이 있다.
언젠가 언급한 적이 있었는데, 왕국에는 명예 작위라는 게 있다.
명예 후작이니, 명예 공작이니 하는 단어.
그건 대부분 서클 유저들을 대우해 주는 작위로서, 엄밀히 말하면 오리지널 귀족과는 다르다.
그들은 영지가 없고, 오리지널 귀족은 영지가 있으니까.
그 다섯 명의 후작 중 동부 지역을 꽉 잡고 있는 헤르만 가문에는 문제아가 한 명 있었다.
현재 17살이자, 곧 아카데미를 졸업하게 될 소가주.
이름은 디트리히 헤르만.
잭이 저능아나 머저리라는 별명으로 유명했다면, 디트리히는 조금 다른 식으로 유명했다.
망나니.
리얼 오리지널 망나니.
디트리히의 이력은 화려했다.
13살 때, 헤르만 후작가의 하녀 한 명을 간살했던 것을 시작으로 14살 때에는 마약에 손을 댔으며, 15살 때부터는 사교고 나발이고 환락에만 쭉 빠져 사는.
심지어는 마약 사업도 한다는 소문이 있을 정도로 웃기지도 않는 헛짓거리에 도가 튼 디트리히는, 헤르만 가문의 수치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럼에도 디트리히의 미래는 창창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디트리히는 헤르만 가문의 장자였기 때문에.
그에게 동생이 한 명 있긴 하지만 현재 나이는 고작해야 6세.
디트리히의 미래는, 분명 창창했다.
또한, 그의 망나니 기질은 적어도 아카데미에서만큼은 멈출 수 있었다.
아카데미에는 공작가의 자제부터 시작해, 왕족도 더러 있었으니까.
그뿐일까.
마탑주만 보아도 알 수 있다.
테슬란 왕국의 모든 마법사들은 마탑에 속해 있고, 그 마탑의 주인이 바로 아카데미의 마법학부 학장이다.
심지어 총장까지도 전 공작이다.
디트리히가 아무리 망나니여도, 심지어 마약에 빠져 살았다고 해도 그 정도 눈치는 있었다.
그래서 디트리히는 자신만의 소소한 장난감을 만들었다.
아니, 찾았다.
성조차 없는 평민이자, 어떻게 아카데미에 입학했는지조차 모를 학생. 그의 이름은 타노스였다.
디트리히는 타노스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타노스는 재능이 없다.
어느 정도냐면 타노스는 15살 때부터 쭉 2서클에서 벗어나지를 못했으니까.
그럼에도 체력 단련은 물론, 검술 수련에 마나 훈련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하는 타노스의 모습에 디트리히는 부아가 치밀었다.
그 X신 같은 몸뚱이에 재능이 없는 걸 그 누구보다 자기가 잘 알 텐데, 왜 저렇게 열심히 수련을 하는 거지?
대체 왜?
역겨웠다.
그래서 괴롭혔다.
누군가를 괴롭히는 것에는 이유가 필요 없기 마련이지만 적어도 디트리히는 이유를 찾았다.
정당하고 합당한 이유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디트리히에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건, 나름의 이유를 찾았다는 거.
그거면 충분했으니까.
개강하기 일주일 전, 어센블에 도착한 디트리히는 곧바로 타노스를 찾았다.
아카데미 공원의 외곽 쪽에서 매일 수련을 한다는 수하의 보고를 받았고, 그날부터 다시 타노스를 괴롭혔다.
모진 구타가 이어졌고, 디트리히는 만족했다.
아니, 즐거웠다.
그러다 얼마 전에 꽤 신기한 일이 있었다.
놈을 곤죽으로 만들고 있던 그때, 놈의 품에서 병 깨지는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포션.
포션이었다.
거지가 포션을 가지고 다녀?
어이가 없네.
그래서 더 괴롭혔다.
몽둥이로 두드려 패고, 주먹질을 했다.
타노스는 반격도 하지 못했다.
그게 평민과 귀족의 차이였으니까.
그런데 오늘은 타노스의 옆에 똑같은 머저리가 하나 있었다.
외모를 보면 어디선가 본 적이 있는 것 같긴 한데, 중요하진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그놈이 자신보고 X신이라고 했다는 거.
디트리히는 확신했다.
오늘, 새로운 장난감이 생길 거라는 것을.
허리춤에 있던 몽둥이를 꺼내 들고, 천천히 걸음을 옮겼다.
“이 꼬맹이 새끼가. 아까는 나보고 X신이라고 하더니 왜 가만히 있냐? 쫄았어?”
디트리히는 실실 웃었고, 잭은 고개를 가로저었다.
마치 한심한 새끼라고 말하는 듯하다.
하지만 디트리히는 그걸 느끼지 못했다.
“인형이나 들고 다니는 놈에게 물을 소린 아니지만 너, 내가 누군지는 아냐?”
“알아야 되나?”
디트리히는 이를 악물었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
이놈은 뭔데 이렇게 건방진 거지?
“내 이름은 디트리히 헤르만, 머지않아 동부의 대영주인 헤르만 후작이 될 몸이지. 네놈의 이름은?”
잭이 한숨을 푹 내쉰다.
“5초 지났다.”
뜬금없는 잭의 말에 디트리히는 눈을 껌뻑이고 말았다.
설마 이름이 5초 지났다인 것은 아니겠지.
그리고 떠올렸다.
아까 저놈이 5초 안에 호위에게 모습을 드러내라고 했다는 것을.
그때, 잭이 한 걸음 내딛는다.
디트리히는 그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놈과의 거리는 5m.
안 되겠다.
일단 패고 보자.
그렇게 마음먹은 순간, 디트리히의 몸 안에 있던 세 개의 서클이 회전했고, 그 청량한 기운에 디트리히의 몸놀림이 더욱 빨라진다.
순식간에 5m의 거리를 좁힌 디트리히가 몽둥이를 휘둘렀다.
목표는 눈앞에 있는 꼬맹이의 왼팔.
후웅-!!
그 파공음에 디트리히는 확신했다.
이 몽둥이는 저 꼬마의 왼쪽 팔을 완전히 으스러트릴 거라고.
그리고 그 확신이 박살 나는 데에는 고작해야 2초.
딱 2초면 충분했다.
잭이 한 걸음 더 내딛고, 그의 팔이 몽둥이가 휘둘러지는 방향 쪽으로 올라간다.
디트리히는 속으로 웃었다.
설마 맨팔로 내 몽둥이를 막겠다는 건가?
어처구니가 없다.
보아하니 아카데미 학생인 것 같긴 한데, 마나를 두른 몸과 두르지 않은 몸은 기본적으로 차이가 있다는 것도 모르는 걸까?
멍청한 새끼.
그렇게 생각한 순간, 잭의 손과 몽둥이가 맞닿았고. 이어서.
투웅-!
몽둥이가 하늘로 솟구친다.
“어라?”
디트리히의 눈이 크게 떠진다.
왜 방향이 강제로 변한 거지?
왜…… 팔목이 욱신거리는 거지?
혹시 맞은 건가?
그게 끝이었다.
디트리히는 순간 옆머리에서 무언가 감촉 같은 것을 느꼈고, 이어서 시야가 회전하는 느낌이 들었다.
아니, 이건 느낌이 아니다.
실제로 시야가 변했다.
하늘이 땅에 있고 땅이 하늘에 있는.
쿠웅-!
디트리히의 머리가 땅바닥에 그대로 처박힌다.
고통이 찌릿하고 올라왔지만 디트리히는, 고통보다 의아함을 더 먼저 인식했다.
내가 왜 바닥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거지?
내 몽둥이는 왜 저기로 날아가 있는 건데?
그 순간.
뚜둑-!
오른팔이 끊어지는 듯한 고통이 디트리히의 머리를 강타한다.
“아…… 아아아악!!”
비명을 내지르며 천천히, 최대한 천천히 고개를 돌린 디트리히는 볼 수 있었다.
자신의 오른팔이 절대로 꺾일 수 없는 방향으로 꺾여 있는 것을.
“아…… 아아아악!! 내 팔!! 팔!!”
그런 디트리히의 귓가로, 잭의 낮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울린다.
“다음.”
* * *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나머지 두 놈이 나를 향해 달려들었다.
전력은 일단 내 앞에 머리를 처박고 있는 이놈은 4서클에 가까운 3서클이고, 다가오고 있는 두 놈은 3서클이다.
“이 개새끼가!”
쌍욕을 터트리며 주먹을 휘두르는 놈.
그리고 그 뒤에서 발길질을 하려는 놈.
그 두 놈을 정리하는 데에는 단 두 번의 움직임이면 족했다.
일단 손을 들어 올려 주먹을 휘두르는 놈의 팔을 옆으로 쳐 냈다.
퍼억-!!
그 주먹은 발길질을 하려던 놈의 얼굴에 적중했고, 나는 그대로 몸을 회전시켰다.
원심력을 담은 내 발이, 처음 주먹을 휘두르던 놈의 면상을 향해 뻗어 나간다.
뻐억-!!
빗나가는 게 이상할 정도로 내 발의 궤적은 완벽했다.
털썩-
털썩-
두 명이 거의 동시에 쓰러진다.
당연한 소리지만 두 놈은 그대로 기절했다.
여전히 내 옆에 쓰러져 있던 디트리히가, 비명을 내지른다.
귀가 아플 정도다.
쯧.
“이래도 안 나와?”
모습을 감추고 있던 두 호위가 몸을 움찔 떠는 것까지는 느껴졌는데, 여전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슬슬 짜증 나네.
발을 들어 디트리히인지 뭔지 하는 놈의 면상을 그대로 짓밟았다.
콰직-!
“케엑!”
피가 터져 나왔지만 여전히 호위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한 번 더 내려찍었다.
콰직-!!
“끄엑!”
반응이 없다.
한 번 더 내려찍으려던 그때.
“멈춰라!”
결국 두 놈이 동시에 모습을 드러낸다.
둘 다 왜소한 체격에 몸에 딱 맞는 가죽 갑옷을 입고 있는 걸 보니, 일단 호위인 것은 확실한데, 마치 뒤처리를 주로 해 주는 놈들처럼 보인다고 해야 할까.
하긴, 생각해 보니 귀족 중에서 더러 있었던 것 같긴 하다.
사고를 하도 쳐서, 가문에서 그 뒤처리를 시키기 위해 붙여 주는 호위.
이른바 청소부.
거참.
“나타나랄 때 나타났으면 이런 험한 꼴 안 봤을 거 아니야.”
“……네놈, 지금 누구를 공격한 건지 알고는 있느냐?”
“얘가 제 입으로 소개하긴 하던데, 사실 귀담아듣지 않아서 잊어 먹었거든, 그거 꼭 알아야 되는 거였어?”
“……놈!”
다시 짜증이 올라온다.
그대로 발을 들어 올렸고 디트리히의 면상을 다시 짓밟았다.
콰직-!
“왜 타노스라는 저 꼬맹이가 저렇게 얻어맞는지, 왜 이 모질이 새끼들은 타노스를 못 잡아먹어서 안달이었는지. 이번에는 3초 줄게. 설명해.”
“이놈!”
결국 두 서클 유저 중 한 놈이 자리를 박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