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525)
제 526화
균형을 잡았다. 잡았는데도 뒤로 주르륵 밀린다. 주체는 손으로 복부를 매만졌다.
쩌적, 금이 가 있었다.
세상에.
뭐지 이건?
잘못 본 게 아니다. 방금 저년이 오른손으로 내 팔을 붙잡았다. 그리고, 왼손의 손등으로 복부를 후려쳤다.
방심? 솔직히 하긴 했다. 중요한 건 맞는 그 순간까지 주체는 전력이었다는 거다.
금강불괴가 왜 금강불괴인가. 절대 깨지지 않기에 금강불괴인 것이다.
금강불괴가 깨진다면 그것은 하나밖에 없다. 상대가, ‘월등히’ 강한 강자일 경우.
손으로 머리를 쓸어 올렸다. 흥미롭다.
강자가 없는 줄 알았는데 있었구나. 그렇게 생각한 순간 약 20m 거리에 있던 긴 머리의 여인이 사라졌다. 본능적으로 몸을 틀었다. 방향은 주체를 기준으로 오른쪽이었다.
그녀의 주먹이 뻐어억, 왼쪽 옆구리에 박힌다.
몸을 틀어서 피하긴 했는데 아프다. 지나치게 아팠다.
몸이 위로 솟구친다. 등에서 중압감이 느껴진다.
목소리도 들려왔다.
[4초.]여인의 주먹이 주체의 뒤통수를 후려친다.
빠아악-!
하늘로 솟구치던 주체의 몸이 다시 바닥에 박힌다. 콰아앙, 어마어마한 굉음과 함께 땅이 네 개로 갈라졌다.
주체가 힘겹게 팔을 뻗었다. 바닥을 짚은 그 순간 발렌타인은 이미 쓰러진 주체의 옆에 있었다. 주체가 눈을 크게 뜨는 순간. 그녀의 발이 올라간다. 그리고. 내려찍혔다.
콰아아아앙-!!
“쿨럭-!”
피를 토해 내는 주체의 귓가에 또다시 들려온다.
[7초.]암왕 주체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게 가능이나 한가.
이 정도의 격차라니.
이런 강자가 서대륙에 있다고?
서쪽의 황제라는 놈이 동대륙을 어지럽힌다는 소식을 듣긴 했는데 그럼 대체 이년은 무엇이란 말인가.
이미 등뼈가 아작났고 신경도 아작났다. 아래쪽에 감각이 없다. 아마 잘려 나갔거나 전부 터졌겠지.
궁금했다. 이년의 정체가.
그 생각이 닿은 걸까.
주체의 머리 위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발렌타인 밀로스.]그렇게 말한 발렌타인이 한쪽 무릎을 바닥에 대며 앉는다. 그리고 나머지 손으로 주체의 뒷목을 잡았다.
[황제의 아내 될 사람이다. 그리고.]“쿨럭…… 그리고?”
[10초가 지났구나.]그게 끝이었다. 뻐걱.
주체의 목이 부러진다.
천천히 발렌타인이 일어섰다. 그런 그녀의 곁으로 셀과 샬롯이 다가온다. 드래곤들도 다가왔다. 이미 싸움은 끝나 있었다.
허무해 보이겠지만 어쩔 수 없는 거다.
싸움이 벌어질 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면 더 큰 피해가 생겼을 거고 더 오랜 시간이 걸렸겠지만 이미 대비했다. 대비했고 훈련했고 준비가 끝났다.
아베이루는 분명 사천맹의 무인들을 보고 이렇게 생각했다. 애피타이저라고.
주체의 힘이 예상 밖이긴 하지만 주체 외의 병력은 전부 애피타이저가 맞았다.
전쟁이 끝난 것처럼, 긴장의 끈이 풀어진다.
그때, 발렌타인이 말했다.
[준비하거라.]“……준비요?”
“오고 있구나.”
무엇이 오고 있다는 걸까.
발렌타인이 검지를 곧게 편 채 어느 한쪽을 가리켰다.
아베이루가 시선을 옮긴다. 그쪽에서 해일이 오고 있었다.
그러다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 저건 해일이 아니다.
저렇게 낮은 해일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저건 파도다. 무언가에 밀려오는 파도.
그렇다면 무언가에 밀린 걸까.
순간 모두가 할 말을 잃는다.
초급 마스터가 9천?
[그중에는 상급 마스터급의 기운을 품고 있는 게…… 대충 14마리, 중급은 122마리.]“…….”
저거다.
잭이 말했고 잭이 보여 주었던 그 키메라.
이제 본편이 시작된 거다.
발렌타인이 손을 뻗었다.
[애니메니티드 데드.]그녀의 기운이 사방을 덮는다.
죽었던 동대륙 무인들의 시체가 자리에서 일어섰다. 그들과 싸우며 죽었던 서대륙의 기사들도 자리에서 일어섰다.
적이라면 몰라도 같이 싸웠던 아군을 다시 되살리는 건 너무한 거 아니냐고, 그렇게 물으려는 이가 있을 수도 있다. 발렌타인은 모두를 존중한다. 딱 존중까지만 한다.
전쟁이란 이런 거다.
죽이고, 죽여야 이기는 게 전쟁이다. 여기서 살아남아야 존중받을 수 있는 거다.
발렌타인이 말했다.
[모두가 살아날 거라고는 말하지 않는다. 아마 많은 이들이 죽겠지.]파도 밑에 있던 키메라들의 면상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다. 키메라들은 정면 돌파를 선호하나 보다.
뒤에 있던 아베이루는 재빠르게 행동했다. 우선 통신구를 들었고 전국 각지에 메시지를 보냈다.
모든 병력을 이쪽 로테르담으로 이동시키라고.
다시 열차가 가동하게 된 거다.
싸움은 길어질 거다. 그 와중에 도착하고 그러겠지.
발렌타인이 말을 잇는다.
[지켜라. 그리고 너희의 심장을 바쳐라.]“…….”
발렌타인이 손을 들었다. 그녀의 주변 땅이 진동한다.
[내가, 너희와 함께할 것이다.]인간과 드래곤, 뱀파이어, 오크, 그리고 하피, 엘프. 모든 종족이 일시에 외쳤다.
“와아아아아아아아-!!”
거대한 함성은 사기가 되었고 모두의 심장이 두근, 뛴다.
그렇게, 서대륙에도 전쟁이 시작되었다.
* * *
전에도 말했지만 혼기의 사용법은 무궁무진하다. 드래곤 로드나 달마라는 인간이 예언자 흉내를 내는 것도 가능하고 사타구니를 벅벅 긁으며 땅을 뒤집을 수도 있으며 코를 파며 해일을 일으킬 수도 있다.
나는 혼기를 두 가지 방식으로 사용했다.
마나를 사용할 때처럼 마법을 사용하거나 신체를 강화시키거나.
그 두 개가 전부였다. 그리고 주로 두 개를 혼합해서 사용했다. 이곳 동대륙에서도 마찬가지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 하나에 집중하지 않았다는 거다.
신체에만 혼기를 집중시키면 광범위한 공격이나 대다수와의 싸움에서 불리해진다. 하지만 반반 섞어서 사용하면 대다수의 싸움에서 대등하거나 우위에 설 수 있다.
그렇게 가려고 했는데 상황이 변했다.
나는 지금 마법을 포기했다.
모든 혼기를 신체에만 집중시켰다.
또한 그 혼기를 이용해 수명을 소모했다. 소모한 만큼 신체가 압축되었고 신체 능력은 더 상승했다.
혈관을 압축했고 혈류 속도를 높였다. 보통 사람의 수백 배, 초인의 영역에 이른 이들의 수십 배. 초인의 영역에서 한 번 더 초월한 이들보다 최소 서너 배.
몸에서 연기가 피어오른다.
투웅.
자리를 박찼다.
코앞에 남자가 보인다. 천마신교인지 천외천인지 그건 모른다. 사실 관심도 없었다.
검을 휘둘렀다.
서걱-!
목이 날아간다.
고개를 숙이고 자리를 박찼다. 순식간에 수십 미터를 이동했다. 방금 전까지 내가 있던 곳에 수십 개가 넘는 무기가 박힌다. 검을 휘둘렀다.
서걱-!
옆으로 움직이며 한 번 더 휘둘렀다.
서걱-!
검을 곧추세웠다.
날아오던 검을 막았다.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좌로 한 번 우로 한 번, 다시 좌로 한 번. 세 번을 순식간에 휘둘렀다.
세 명의 목이 하늘로 솟구친다. 그러고는 몸을 틀었다. 오른쪽으로 한 번, 그리고 앞으로 두 걸음.
천마신검을 횡으로 강하게 휘둘렀다.
서거걱-!!
다섯 개의 목이 솟구친다. 일검에 최소 1명.
남아 있는 놈들은…… 꼬리 다 빼고 현경 이상이 총 600명. 아니다. 643명.
지금부터 643번만 베면 된다. 최대한 빠르게, 그리고 신속하게.
공간을 도약했다.
정확히 1km. 검존과 천마에게서 거리를 벌렸다. 눈앞에 세 명의 무인이 보인다.
서걱.
일시에 3명의 목이 날아간다. 그런 내 등을 천마의 주먹이 후려친다.
콰앙-!
그새 다가왔나 보다.
이를 악물었다. 이어서 검존의 검이 뻗어 오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다시 공간을 도약했다.
“이…… 쥐새끼 같은 놈!”
코앞에 다른 무인이 보인다. 뒤로 주춤 물러서는 거까지 다 보였다. 검을 휘둘렀다. 서걱, 또다시 세 명의 목이 날아간다. 한 번 더 서걱 두 명의 목이 더 날아간다. 전장이 혼란에 휩싸였다.
천마신교의 무인들과 천외천의 무인들이 얽힌다.
난전 아닌 난전이었다.
나 혼자서 전장을 휩쓸고 다니는데 이들은 무언가를 할 수가 없었다.
왜냐면 이런 적이 없었을 테니까.
동대륙의 무인들은 싸움에서 도망치는 것을 수치로 여긴다. 동대륙의 무인뿐만이 아니라 그건 힘을 가진 이들 모두가 공통적으로 생각하는 거다.
그런데 지금 나는 피하고 있었다.
천마와 검존.
이 둘은 강하다. 둘과 싸울 때는 전력을 다해야 하는데 잔챙이들이 너무 많다.
나한테 굉장히 불리한 싸움인데 내가 아무리 막 나가도 무식하게 싸우지는 않는다.
제일 약한 이들부터 노리는 내 방식과 아군이라고 해야 할지 적군이라고 해야 할지 혼란스러운 서로간의 진영까지. 그 모든 상황이 무인들을 혼란에 빠지게 했다. 무시하고 검을 휘둘렀다. 코앞에 있던 다른 무인도 검을 휘두른다.
서걱, 상대의 검과 상대의 목이 하늘 높이 솟는다.
이런 상황의 반복이었다.
계속 무인을 베면서 생각했다.
지금 나한테 죽어 가는 이 모질이들은 알고 있을까.
지금 천마와 검존이 힘을 아끼고 있다는 것을.
“쫓아라-!”
같은 소리의 반복이었고, 같은 과정의 반복이었다.
나는 혼기를 사용했다. 선천지기를 소모시켜 신체를 증폭시켰다. 이게 나만 가능할까.
천마와 검존은 과연 이런 기술이 불가능할까. 완벽하게는 아니더라도 비슷하게는 흉내 낼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되면 나는 지금처럼 도망 다니며 무인들을 죽일 수 없었겠지.
하지만 둘은 계속 힘을 아끼고 있다. 이건 간단한 거다. 지금 천마와 검존은 ‘미래’를 생각하고 있다.
상대적으로 내 힘이 더 빠르게 소진되고 있었는데 그런 내 힘이 한계에 부딪히는 순간을 기다리고 있는 거다.
자기 사람들을 강제로 희생시키면서 관망하는 거지.
이런 놈들이다.
검존은 평화를 부르짖는다. 라그나로크를 죽여 세상에 평화를 가져오겠다는 그 신념은 모순덩어리다. 스스로 희생할 용기도 없는 버러지 새끼.
천마는 말했다. 자기는 이기기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한다고. 실제로 놈은 그 말대로 행동하고 있었다.
신교의 무인들은 어차피 소모품이다.
어느 순간부터 천마와 검존은 나를 공격하지 않았다. 뒤로 물러섰다. 하지만 나는 계속 움직였다.
서걱, 서걱.
정확히 9분이 지났다.
코앞에 있는 무인의 목을 날린 뒤, 검을 바닥에 꽂았다.
후우.
고개를 들었다.
살아남은 무인은 천마와 검존을 제외하면 총…… 50명.
전부 생사경 이상의 고수들이다.
나는 잠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숨이 차오른다. 향상된 감각이 둔화되는 게 느껴졌다. 마약을 했던 사람처럼 몸 전체가 나른하다.
최대한 많이 죽이려고 했다. 실제로 죽이긴 했다. 600번을 휘둘러야 한다? 아마 검을 휘두른 숫자는 천이 넘어갈 거다.
문제는 별게 아니었다. 우선 현경의 무인 400명을 죽였다. 생사경의 무인도 40명 정도 죽였다. 신화경은 5명 정도 죽였다. 그리고 그 밑에 있는 놈들, 마치 자기 스스로를 인간 방패라 여기는 화경이나 초절정의 고수들을 칠백? 팔백? 그 정도 죽였다.
현경 이상이 643명이었는데, 그 아래에 있는 놈들은 수천이다. 그놈들이 인간 방패 역할까지 하고 있다.
그냥 간단하게 숫자가 너무 많다. 고개를 돌렸다.
뒤쪽에 있던 천마는 팔짱을 끼고 있었다. 그 상태로 내게 묻는다.
“다 날뛰었나?”
하아. 하아.
천마가 비웃음 섞인 얼굴로 말을 덧붙인다.
“참으로 무식하게 싸우는군.”
“…….”
“참…… 많이도 죽였군. 그리고 아까의 그 기술도 시간이 다한 거 같고.”
답하지 않았다. 다시 검을 고쳐 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