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576)
제 577화
“아, 왔다고?”
감찰수사관으로부터 기다리고 기다리던 소식이 전해졌다.
메론이 도착했단다.
듣자마자 제이슨은 밝게 웃었다.
메론.
솔직히 아카데미 재학 시절, 원래라면 메론과 접점이 없었어야 했다.
하지만 생겨 버렸다.
메론은 19기. 제이슨은 13기다.
메론이 입학할 때 제이슨은 이미 졸업을 했어야 한다.
제이슨이 개인 사정으로 유급을 무려 3년 가까이 했기에, 그 접점이 생겨 버렸다.
제이슨은 아카데미 13기지만 16기 학생들과 함께 졸업을 했고 당시 성적은 차석이었다.
특히 아카데미에서 사고란 사고는 다 치고 다녔던 제이슨은 처음 메론을 만났던 날을 잊지 못한다.
‘넌 여기 왜 왔냐?’
마나 없이 순수 육체로 하수구를 정비하며 맨손으로 똥을 퍼내던 메론은 이렇게 물었다.
‘그러는 선배님은 여기 왜 오셨습니까?’
‘나? 말하기 싫은데.’
‘그럼 저도 말하지 않겠습니다.’
이거 웃기는 놈이네.
그렇게 중얼거린 제이슨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싸웠어. X라 재수 없는 놈이 가문 위세만 믿고 더럽게 깝치길래 뚜드려 팼다.’
‘레오폴드 가문이면 대단한 가문 아닙니까? 고작 그런 걸로 교내봉사 처벌을 받은 겁니까?’
이런 말이 나올 법도 했다.
아카데미에서 교내봉사라는 것은 아카데미가 내릴 수 있는 최고의 형벌인 퇴학 다음으로 극악무도한 형벌이라 불린다.
정학보다 더 최악이다.
왜냐면 교내봉사는 맨손으로 똥을 푸는 등, 일반적인 정신력으로는 쉽게 하기 어려운 일들만 해야 했으니까.
끝이 아니었다. 정신력뿐만이 아니라 육체적으로도 힘들었다. 청소란 청소는 다 해야 한다.
심지어 수업도 다 받아야 된다. 그렇게 고된 상황에서도 마나 한 점 끌어올려서는 안 된다.
만약 마나로 몸을 회복시킨다거나 하는 그런 정황이 보이게 된다면 그 즉시 교내봉사의 기한은 연장되며 이것이 최대 3회 이상 적발될 시 경고 없이 무조건 퇴학이다.
왜 이딴 벌을 만들었는지 의문이 생길 정도였다.
메론과 마찬가지로 맨손으로 똥을 퍼내던 제이슨도 당연히 이 교내봉사를 하고 싶진 않았다. 그런데 어쩌겠는가.
아버지가 시켰는데.
레오폴드 후작이 넌 정신머리가 썩어 빠졌다면서 간단하게 경고 정도로만 끝날 일을 그냥 교내봉사에 집어넣어 버렸으니, 아카데미의 행사에 월권 아닌 월권을 한 게 아니냐고 아버지한테 따졌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하나였다.
‘잘못을 했으면 벌을 받는 게 맞다. 너는 귀족이다. 결국 먼 훗날 내 자리에 앉아 후작이 될 것이다. 그런 놈에게 내려질 처벌이 일반 사람들과 같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마라. 큰 힘에는 책임이 따르는 법이다. 그러니 닥치고 가서 똥이나 마저 퍼라.’
섭섭하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건 또 그것대로 우스운 일일 거다. 섭섭했다. 그런데 뭐 어쩌겠나.
틀린 말은 아니었으니 그저 열심히 똥을 퍼다 나르는 것 말고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 말을 들은 메론은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은 아버님을 두셨군요.’
‘좋긴 개뿔.’
말은 이렇게 해도 좋은 아버지인 것은 맞았다. 이쯤 이야기가 진행된 이후 제이슨은 메론에게 다시 물었다.
‘넌 왜 왔냐니까?’
그러자 들려오는 답이 가관이었다.
‘사람을 죽였습니다.’
‘……뭐?’
‘팔당산에서 사람 잡아먹는 인면지주를 죽였습니다.’
잠시 이해가 필요했다. 사람을 죽였다는 말 이후에 사람 잡아먹는 인면지주를 죽였다?
메론은 스스로가 죽인 사람을 인면지주라고 표현하고 있었다. 사람을 인간의 탈을 쓴 거미로 표현을 한다는 것은 스스로의 행동에 죄책감이 단 한 점도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했다.
적어도 제이슨의 눈에는 그게 보였다.
딱 거기까지였다.
고작 한두 명 죽였겠지. 아카데미 입장에서 메론이 정말 극악무도한 범죄자를 죽였더라면 퇴학을 명하기 애매했을 테니 교내봉사를 시키고 버티지 못하면 자연스럽게 퇴학시키는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됐구나.
그렇게 생각했다.
문득 궁금해진다.
‘얼마나 죽였는데?’
‘모르겠습니다. 세어 보질 않아서.’
폭소를 터트렸다.
‘새끼 이거, 보기보다 재미있는 놈이네. 한 수십 죽였냐?’
‘더 되는 것 같습니다.’
잠시 말문이 막혔다. 농담인 줄 알았는데, 왜 이렇게 진지하지.
‘어허, 거짓말하지 말고 인마.’
‘이런 걸로 거짓말을 왜 합니까.’
‘……진짜 수십 죽였어?’
‘앞서도 말씀드렸지만 모르겠습니다. 세어 보질 않아서. 그런데 수십보다는 많을 겁니다.’
‘……한 수백 죽이셨어요?’
잠시 고민하는 듯하던 메론은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더 되는 것 같습니다.’
침을 꿀꺽 삼켰다.
‘……수천?’
‘얼추 그쯤 되는 거 같습니다.’
진지한 표정과 메론이 이곳 하수구장에 있는 이유, 그리고 얼마 전에 들려왔던 현장학습 실습 기간 중에 대학살이 벌어져서 산에 살던 산적들이 몰살당했다는 이야기가 머리를 스치는 등.
본능과 직감이 말했다. 저거 사실이라고.
‘그런데 일 안 하고 뭐 하십니까? 이 많은 똥 저 혼자 다 처리해야 합니까?’
‘아…… 아니야, 나도 지금 막 하려고 했어……요.’
후에 자세하게 알게 되었다.
메론은 정말로 수천 명을 죽였고 그중에는 남녀노소, 어린아이부터 노인까지 골고루 포함되어 있었다는 거.
소름이 끼치긴 했지만 그렇게 나쁜 애는 아니었다.
스스로의 행동에 거침이 없고 당당했으며 심지어 머리도 좋았다.
그렇게 두 사람은 교내봉사로 맺어진 인연을 시작으로 졸업을 할 때까지 거의 붙어만 다녔다.
두 남자는 의외로 잘 통했으니까. 아.
가끔 하비 발란티에와도 어울리기도 했다.
하비의 이야기가 나왔으니 하는 말인데 솔직히 제이슨은 하비가 조금은 껄끄러웠다.
얄미웠다고 해야 할까.
하도 까불어서 몇 대 쥐어패려고 하면 우리 아버지 재상인데? 이렇게 깐족대기나 하고.
그러다 몇 대 쥐어팬 적이 있었다.
하비는 아버지한테 이르겠다고 이를 갈았었지만 그 말을 하자마자 메론이 하비를 죽기 직전까지 뚜드려 팼다.
정신 차리라고.
애새끼처럼 굴지 말라고.
하비는 아직 어렸고 메론은 지나치게 어른스러웠다. 결국 정신을 차린 하비를 보면서 제이슨은 생각했다.
아, 메론, 이 새끼 이거 제대로 된 놈이구나.
다른 이도 아니고 무려 일인지상 만인지하의 자리에 있는 아베이루 재상의 친아들에게 저렇게까지 할 수 있는 담력이라니.
보통 있는 집 자식을 저렇게 건드리면 온갖 곳에서 핍박을 받기 마련이다. 동급생 중에 하비의 배경을 우호적으로 만들고 싶어 하던 이들이 있었고 그들이 메론을 괴롭혔지만 메론은 그들을 전부 똑같이 후려 팼다.
오죽했으면 메론이 교내봉사를 거의 일 년 가까이 했을까.
버틴 것도 용하고 굴하지 않은 것도 용했다.
메론은 그런 남자였다.
그런 메론이 일 하나만 같이 하자고 한다.
웃음이 나왔다.
재미있을 것 같았기에.
그리고 지금 메론이 왔다.
문을 열고 모습을 드러내는 메론을 보자마자 제이슨은 환하게 웃었다. 얘는 달라진 게 없네. 여전히 잘생겼고 여전히 믿음직스럽다.
언제 연락이 오나 기다렸었다.
메론은 평민이다.
평민으로 살면 불편해지는 게 많다. 적어도 제이슨은 메론이 평민이었기에 동대륙 같은 험지로 발령받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지켜주고 싶었다. 도와주고 싶었고.
인연이라는 걸 무시할 수는 없다.
“형이, 너 많이 아끼는 거 알지?”
“대충은 압니다.”
“새끼…… 좋아. 네가 동대륙에서 무슨 사고를 쳤든 다 내가 커버 쳐 준다. 까짓거 내 명령이라고 해.”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까칠한 메론을 보니 다시 아카데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았다. 학창시절의 추억은 누구에게나 의미 깊은 법이다.
여하튼, 메론의 옆에 있는 건 남만진천궁의 소궁주 남전이 분명했다.
그런데 잠깐만.
뭔가 이상하다.
“야야, 왜 한 명밖에 없어? 두 명 데리고 와야 하는 거 아니냐?”
메론은 당당하게 말했다.
“말을 듣지 않아서 그냥 죽였습니다.”
할 말을 잃었다.
얘는 여전하구나.
변한 게 없구나.
“이 미친놈.”
* * *
크라이캐슬 백작가는 북동부 지역에서도 꽤 유명한 가문이었다.
우선 크라이캐슬 백작가는 무려 6개나 되는 광산을 보유하고 있었는데 이곳에서 생산되는 수많은 구리, 금, 은들은 밀로스 제국 곳곳으로 수출된다.
심지어 대장간도 여러 개 운영하고 있었으며 흑광석으로 가공해 만든 크라이캐슬표 도끼는, 북동부 지역 전체에 뿌리내렸다고 봐도 좋았다.
그냥.
돈이 많은 가문이었다.
그런 가문에서 나고 자란 자식이 기피자가 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했는지도 모른다.
5년이라는 기간은 길다. 너무 길어서 그냥, 때려치우고 싶을 정도였다. 그걸 가능하게 해 준다고 했었다.
장남인 라이언 크라이캐슬은 서대륙 감찰청 천하성 지부의 청장이었던 레이먼드 베크가 내민 달콤한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레이먼드 베크도 바보는 아니었다.
바보처럼 아무나 붙잡고 그런 제안을 했던 게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신분’을 속일 수 있는 환경을 가진 이들에게만 제안을 했다.
보타천궁의 경우에는 오래전에 사망했던 차남이 있었고, 남만진천궁의 경우에는, 보타천궁의 경우처럼 세 번째 자식이 오래전에 비명횡사했었는데 남전은 그걸 이어받지 않았다.
그냥 무림에 전면적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싶지 않았기에 복면을 쓰고 호위부대를 자처하며 그림자 속에 숨었다.
라이언 크라이캐슬의 경우에는 보타천궁의 경우와 흡사했다.
크라이캐슬 백작가의 방계 중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났던 아이가 몇 명 있었다. 그들 중 한 명의 이름을 가져다 쓸 수도 있었지만 라이언과 크라이캐슬 백작은 생각했다.
왠지 그건 위험부담이 클 것 같다고.
혹시 모를 일이다. 그래서 조금 다른 식으로 신분을 숨겼다.
크라이캐슬 백작가의 방계 중 제이미 크라이캐슬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이 아이의 외모는 라이언과 거의 닮았었고 능력도 있었다.
비록 방계라 아카데미에 입학시키지는 않았으나 크라이캐슬 백작가의 방계들은 제이미를 우상으로 여길 정도로 평판이 좋았다.
크라이캐슬 백작과 라이언에게 있어서 유일한 문제는, 라이언이 베크의 제안을 받아들이기 직전까지만 해도 제이미가 살아 있었다는 거다. 그게 문제였다.
그래서.
라이언은 제이미를 죽였다.
어차피 누구도 모른다. 그렇게 라이언은 제이미를 연기했다. 크라이캐슬 백작은 방계인 제이미를 소가주로 만들었고 자연스럽게 제이미는 크라이캐슬 백작가 방계들의 영웅이 되어 갔다.
직계들은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어차피 가주의 말을 들어야 하는 이들이었고 라이언은 직계 형제자매가 없었으니까.
크라이캐슬 백작가의 너무나도 넓은 정원을 걷고 있던 ‘라이언’은 모든 게 순조롭게 흘러간다는 생각을 하기 시작했다.
지금 이 순간까지는, 정말 잘 흘러갔다.
콰아아아아앙-!!
굉음이 터지며 크라이캐슬 백작가의 정문이 날아갔다. 먼지 속에서 한 남자가 빙긋 웃으며 걸어 나온다.
크라이캐슬 백작가의 정예 기사단들을 비롯해 마법사들이 순식간에 정문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이후.
그들은 모두 당황하고야 말았다.
“어허, 이 사람들이 큰일 날 짓을 하네.”
문을 부순 남자가 품 안에서 신분증 하나를 꺼내 들었다. 거기에 선명하게 적혀 있었다.
[중앙감찰청 강력범죄부] [감찰관, 제이슨 레오폴드]제이슨이 주변을 쭉 둘러보았다.
“사람을 하나 찾고 있는데…….”
그러다 제이미와 눈이 마주쳤다.
“찾았네.”
제이미는 가슴이 철렁했고 제이슨은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