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583)
제 584화
천하성의 대당주 남궁철영은 거대한 대전 안에서, 한 남자와 독대하고 있었다.
그의 풍채는 거대했다.
덥수룩한 수염, 우람한 근육, 그리고 거대한 키.
조금 자세히 말하면 동대륙 식으로 그의 키는 거의 7척에 달했다.
서대륙으로 환산해 보면 대략 2m하고도 10cm.
심지어 몸의 근육도 우람하긴 했으나 하나하나가 조화를 이루고 있었다. 완벽한 무인의 몸.
신력을 타고난, 세상을 부숴 버릴 정도로 완벽한 신체.
저런 신체를 무림에서는 천무지체天武肢體라 부른다.
그 남자는 거대한 왕좌에 몸을 늘어뜨린 상태로 앉아 있었는데, 그를 바라보는 남궁철영의 두 눈에는 존경이라는 감정이 한껏 담겨 있었다.
“철영아.”
이곳 천하성을 비롯해 무림 전체에서 남궁철영에게 철영이라 부를 수 있는 이는 오직 두 명밖에 없다.
현재는 무림에서 은퇴했던 남궁세가의 전대 가주 남궁철상, 그는 남궁철영의 아버지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머지 한 명은, 남궁철영이 스스로 수하가 되기를 원했으며 온 정신의 모든 것을 바쳐서 섬기고 있는 남자다.
남궁철영의 충심을 그 남자도 안다.
그 남자는, 천하성의 성주로서 현재 무림서열록 2위에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오래전에 1위에 올라가 있던 드래곤 로드 셀과 건곤일척의 승부를 했다가 무승부에 가까운 결과를 만들었던, 그러나 결과만 무승부였지 그때의 승부는 자신의 패배였다며 호탕하게 인정했던 남자.
그 남자의 이름은 류진이다.
천하성주 류진.
그의 부름에 남궁철영은 답했다.
“예. 성주님.”
“너도 알 거야. 내가 널 왜 대당주 이상으로 올리지 않는지.”
“……예, 압니다.”
“자격 정도만 보면 뭐, 사혼제랑 동급으로 묶일 급은 아니지 네가.”
이건 칭찬이었다. 과분한 말씀이십니다, 그렇게 말하려던 남궁철영은 이어지는 류진의 말에 그대로 입을 다물고 말았다.
“하지만 ‘월궁’에 비하면 모자라.”
“…….”
“물론 능력으로는 월궁과 비슷하지만 앞서 말한 자격에 문제가 있지. 천하성은 무림 안의 또 다른 무림이야. 그런 무림을 지배하는 게 천하성이고, 그런데 그런 무림에서 책임을 다퉈야 하는 자리가 성주, 부성주, 그리고 주령인데, 이 세 개의 자리는 책임을 져야 돼. 그 모든 일들의 책임은 내 앞에서 정리가 되지. 자기 앞가림도 못 하는 애들이 책임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리는 건 굉장히 의미 없다고 생각되지 않아?”
“……맞습니다.”
“뒤가 깨끗해야 되는데 너, 천하성에 오기 전에 사고를 너무 쳤어. 수습은 해도 오명은 남아. 그 오명 때문에 네가 대당주에 머물러 있는 거야. 전에도 말했지만.”
그 말을 남궁철영이 받았다.
“너를 일정 자리에 올릴 수는 없다. 최대한으로 올라간다 해도 그건 대당주의 자리가 최대일 거다. 그 이상을 네가 노려도 상관은 없지만 네가 주령 위의 자리에 앉게 되는 일은 내가 살아 있는 한 절대로 없을 거다, 예. 성주님. 기억합니다. 지금도 생생히.”
작게 고개를 끄덕인 류진이 자리에서 일어서더니 남궁철영에게 다가갔다.
“철영아.”
“예, 성주님.”
“난 내 사람, 의미 없이 버리지 않아. 뒤에서 무언가를 받아먹건 뭘 하건 그것도 상관하지 않아. 들키지만 않는다면.”
“…….”
“들키지만 않으면 살인을 해도 좋다. 돈을 떼먹고 착취하고, 그 외 등등, 전부 해도 좋아. 하지만 들켰을 때 그 책임을 피하려 한다면 그때는 벌을 받겠지.”
조금 부연 설명이 필요한 말이었다.
“세상 모든 게 완벽하고 공정할 수는 없어. 착취도 착취 나름이지.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게 있는 거고 그건 무림뿐만이 아니라 천하성에도 적용이 되는 거야. 천하성은 일방적인 착취를 권장하지 않아. 일방적인 착취는 결국 책임의 문제가 될 거고 나한테도 이야기가 들려오게 돼. 그때는 나도 조용히 지켜만 볼 수 없는 거고.”
류진이 거대한 팔을 뻗어 남궁철영의 어깨를 짚었다.
“철영아. 네가 남궁세가에서 해 왔던 일들이 지금 너의 앞길에 발목을 잡긴 하나 너는 그런 것들을 전부 뿌리치고 ‘최고의 자리’에 올라갔어. 더 이상 천하성에 들어오기 이전에 네가 해 왔던 일들은 너의 발목을 잡지 않아. 하지만 천하성에서의 일이 이제 너의 발목을 잡기 시작했네.”
이건 분명한 진실이었다.
애초에 천하성주 류진은 밀로스 제국 감찰청 천하성 지부와 전혀 관련이 없다.
실제로 만나본 적? 딱 한 번 있으나 그건 밥 한번 먹었을 뿐 일적인 대화는 전혀 하지 않았다.
핑계처럼 들릴 수도 있겠지만 류진은 어떤 식으로든 감찰청장 레이먼드 베크와 만날 수밖에 없었다.
천하성 내부에 생겨난 감찰청 지부의 청장과 천하성의 지배자.
두 사람이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건 그거대로 말이 나왔을 거다. 동대륙이든 서대륙이든.
즉, 동대륙 감찰청장 베크가 지향했던 최종 목적지는 류진과 관련이 있을지라도 류진 개인과는 전혀 관계가 없는 일이다.
즉, 기피자를 만든 것도 베크와 거래를 했던 것도, 천하성과의 관계를 만든 것도.
전부 남궁철영과 관련되어 있었다.
“너를 어떻게 해야 할까. 응?”
천천히 류진의 손에 힘이 들어간다. 적색 마스터, 그 끝자락에 있는 남궁철영일지라도 류진에게는 안 된다.
류진이 한 손가락만 사용한다 해도, 심지어 혓바닥만 사용한다 해도 남궁철영은 그 자리에서 죽는다.
지금 손수, 무려 다섯 손가락이나 사용해 주고 있는 거다.
“제가 수습하겠습니다. 천하성의 명성에 먹칠하지 않도록, 제가 처리하겠습니다.”
“죽인다거나 그러려는 건 아니지?”
“예, 물론입니다. 제가 그를 죽인…….”
“아니아니, 내 말을 잘못 이해한 거 같은데. 너, 그 메론이라는 감찰관 절대 못 죽여.”
“……예?”
“걔가 하는 짓을 봐. 시원시원하잖아. 그게 어떻게 가능했을까.”
“…….”
“힘이 있으니까 가능한 거야. 힘이 있으니까. 레이먼드 베크가 뒈진 거고 그 밑에 원적…… 뭐시기랑 또 뭐야, 그 이상한 애들도 뒈진 거고 그래서 지금, 네가 내 앞에서 이러고 있는 거고.”
“…….”
“절대 못 죽여. 죽이는 게 가능하다 해도 절대 죽여서는 안 되고.”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었다. 하지만 남궁철영의 생각을 읽기라도 한 듯 류진은 빙긋 웃으며 손가락으로 남궁철영의 볼을 살짝 쳤다.
“대당주는 천하성의 지역을 총괄하는 자리야. 보고는 대당주가 아닌 주령에게 하지만 형식적이라는 건 너도 알잖아.”
“…….”
“대당주로서, 해야 할 일을 해. 어떻게 처리할지 어떤 수를 써야 할지, 이걸 내가 전부 말해 주면 네가 그 자리에 앉아 있을 이유가 없잖아. 그러니까.”
산적처럼 생긴 류진이 한쪽 눈을 찡긋했다.
“가서 일해. 대당주답게.”
남궁철영은 진심으로 의아했다.
“벌을, 내리시지 않는 겁니까?”
“내릴 게 있나. 굳이 내리자면 대당주로서의 무게감, 그게 벌이겠지.”
그 말을 끝으로 류진은 몸을 돌렸다.
남궁철영은 대전을 나서는 류진을 향해 깊게 고개를 숙였다.
일이 어떻게 되든, 설령 류진이 남궁철영 스스로를 죽일지라도 류진을 향한 남궁철영의 충성심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그 정도로 남궁철영은 류진을 믿는다.
류진이라는 사람 그 자체가 무림에 있어서 빛이었으니까.
* * *
상황이 참 애매해졌다.
우선 동대륙에 있을 감찰청 지부가 박살 난 상황이다.
청장도 없다. 부장도 없고.
원래부터 달랑 한 명 있던 직원도 없다. 업무라는 것을 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맛탱이가 완전히 가 버린, 지금은 건물뿐만이 아니라 그냥 이름만 달랑 남은 게 밀로스 제국 감찰청 천하성 지부의 상황이다.
텅 비어 버린 땅 위에 서 있던 메론은 조용히 그 자리에 있었다.
위에서 공문이 날아오긴 했었다.
곧 건물을 만들 거고 새로운 청장이 부임할 것이며 새로운 부장과 새로운 감찰관들이 부임할 거라고.
그뿐만이 아니었다.
레이먼드 베크가 죽고 부장 알렉스 크로스도 죽고, 난장판이 되어 버린 동대륙의 상황에 대해서 메론에게 책임을 묻지 않고 오히려 상을 줄 것이라는 이야기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기피자들은 범죄 혐의가 그대로 적용되어 현재는 감옥에 있다. 본래라면 곧장 남은 공직 기간을 채워야 했는데 그들이 지금까지 숨어지내던 시간이 생각보다 길었으며 그동안 저질러 온 범죄들이 있기에 곧장 공직에 복귀하는 것은 도의적으로나 법적으로나 말이 되지 않는다.
메론은 대체 어떤 상을 받게 될지 궁금했고 새로 오게 될 청장이 누구인지도 궁금했다.
새로 지어질 건물도 궁금하긴 한데 그 이상은 없었다.
그렇게 대기하던 메론은 슬쩍 손을 튕겼다.
빈 땅에서 흙더미들이 솟아난다. 이후 메론은 반대쪽에 있는, 약 3km 거리에 펼쳐진 숲을 향해 손을 펼쳤다.
숲에 있던 나무 다섯 그루가 뿌리째 뽑혀져 나온다.
메론은 뒤로 한 걸음 물러서며 손을 휘저었다.
나무가 분해되고, 흙더미들과 함께 땅으로 일제히 박힌다.
아래에서부터, 틀이 만들어진다.
눈 깜짝할 정도의 시간이었다.
그 시간 안에 매우 작은, 사람 한 명이 살아도 무방할 법한 집이 지어졌다.
메론은 그 앞에 선 채 한숨을 터트렸다.
론의 말이 머릿속에 맴돌았다.
분명 5년의 기간을 전부 채워야 하는 것은 맞다.
아무리 스스로가 하는 행동에 옳다는 확신이 있다 해도 그건 다른 거다.
메론의 아버지는 황제고 어머니는 황후다.
메론은 두 사람과 ‘다른 길’을 갈지언정 최종적으로 추구하는 ‘목적지’는 같다.
그 목적지를 추구하게 만든 것은 아버지와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
메론이 걷는 길이, 생각보다 너무 과격해서 두 사람에게 실망을 줄지언정 그래도 두 사람에게 진 마음의 빚이나, 자식으로서의 도리는 해야 한다.
5년의 의무 복무를 마친 이후, 메론은 감찰관을 계속할지 혹은 그만둘지.
그 선택권을 가지게 된다.
감찰관이라는 명패는 메론에게 있어서 무기일 수도 있지만 족쇄로도 작용한다.
더 자유로워지고 싶었다.
메론은 그 이상 생각하지 않았다.
5년의 기간을 채울 생각이 확고한 것은 맞으니까.
그때였다.
짝짝짝.
박수 소리가 울려 퍼진다.
메론이 고개를 돌렸다.
그곳에는 굵직한 인상의 한 남자가 있었다.
“대단하구려.”
처음 보는 남자였다.
메론은 그 남자를 처음 본 순간 딱 이런 인상을 받았다.
‘굵다.’
전체적으로 굵었다.
눈썹도, 머리카락도, 머리도 목도, 팔과 다리도.
그리고 키는 약 190cm다.
메론은 분명 저 남자를 처음 보지만 저 남자가 누구인지는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천하성에 저런 인상을 지닌 인물은 정확히 두 명이다.
한 명은 천하성주 류진.
무림서열록 2위에 이름이 올라간 그 남자가 맞다.
나머지 한 명은 천하성 내각의 모든 당주들과 순찰사들을 관리하는 대당주.
남궁철영이 확실하다.
그가 말을 이었다.
“소개가 조금 늦었구려. 나, 대당주 남궁철영이오.”
메론이 곧장 답했다.
“반갑습니다. 한 번쯤은 뵙고 싶었습니다.”
어깨를 으쓱한 남궁철영이 말을 잇는다.
“내 의도와는 다르게 나를 아는 이들이 그대와 척을 진 것도 사실이지만 그대와 나는 초면이오. 싸울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지만 이건 확실히 하고 싶소.”
남궁철영이 메론에게 다가왔다.
두 사람의 거리는 매우 가까웠다.
“나는 그대와 척을 지고 싶지 않소. 그대는?”
메론은, 작게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