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599)
제 600화
용성운은 한숨을 터트리고 말았다.
솔직히, 감찰청의 일반 직원으로 들어간 이유는 전부 당주의 명령 때문이었다.
당주 이상부터는 정보력과 정치력으로 승부하긴 하지만 솔직히 순찰사의 자리도, 단순 무력보다는 정치력과 인맥으로 결정된다.
순찰사 용성운은 당주의 명령을 들을 수밖에 없고 그 당주가, 대당주인 남궁철영의 최측근이라는 사실 또한 알고 있다.
즉 자신의 행동은 결국 남궁철영의 뜻과도 같았는데 조금 회의감이 든다.
노예 시장이라니.
그것도 무려 다섯 개나 되는 노예 시장이라니.
지금 이 사건에 대해서 서대륙까지 냄새를 맡고 중앙감찰청의 감찰관들과 도관의 대전사들이 대거 파견될 수도 있다는 소문이 돌고 있을 정도였다.
용성운은 눈앞에 있는 남자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게 대체 무슨 일입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을 짓고 있는 저 남자는 청성 상단의 상단주인 정월산이라는 이름의 남자였다.
청성 상단이라 하면, 과거 청성파가 존재했던 청성산에 터를 둔 상단으로서 천하성을 비롯해 동대륙 전체에서 그렇게 크게 알려지지 않은 상단이었다.
수완이 뛰어난 것도 아니고 돈을 많이 버는 것도 아니었으며 절대적으로 상단의 크기 자체가 매우 작았다,
소규모 상단이라고 봐도 좋았다.
그런 상단이었기에 그 누구도 몰랐다.
아니지.
이건 확실히 해야 한다.
용성운은, 알고 있다.
청성 상단이 아무리 소규모 상단으로 위장하고 있었어도 노예 시장을 운영하고 있던 음지에서 꽤 거대한 단체라는 사실을 다른 곳이라면 몰라도 천하성이 모를 리 없다고.
알고도 덮은 거다.
이건 추측이 아니었다. 확신이었다.
그럴 만도 한 게.
당주였던 악정군이 순찰사들에게 이런 명령을 내렸었다.
노예 시장 내에 장부가 있다면 그걸 메론에게 주지 말고 일단 천하성으로 가지고 오라고.
분명 천하성의 주요 인사들 중 고객이 있을 거다.
그 인사는 무림세가의 인물일 수도 있고 천하성의 고위 간부들일 수도 있다.
아마 장부를 얻게 되면 알게 될 거다. 용성운이 앞으로 나섰다. 이 자리에는 약 80여 명의 실원이 있었고 순찰사는 용성운과 상장부의 항장수, 총 두 명이었다.
항장수는 두말할 필요 없을 정도로 천하성의 인물이다. 그는 맹목적으로 천하성을 따른다.
그를 잠시 바라본 용성운이 청성 상단의 상단주에게 말했다.
“노예 시장을 운영하는 거 다 알고 왔소. 위치도 전부 파악했고, 그러니 마지막으로 말하겠소이다. 곱게 가시겠소, 아니면 이 자리에서 반병신이 된 채로 가시겠소.”
“……오해가 있는 겁니다. 노예 시장이라니요. 무슨 말도 안 되는……. 저희가 그럴 리 없잖습니까. 이토록 작은 상단에서 노예 시장이 웬 말입니까.”
“곱게 말할 때 그냥 듣는 게 나으실 텐데.”
“오해요. 그러니 그냥 돌아가시오. 내 이러면 천하성에 정식으로 이의를 제기하겠소.”
이거면 충분했다.
용성운이 목소리에 내공을 담은 채 말했다.
“천하성 감찰청의 행사에 방해되는 존재는 전부 죽여도 된다. 청성 상단의 모든 것을 압류해라.”
대답은, 행동으로 했다.
80여 명이 일제히 자리를 박찼다. 이곳은 메론의 정보에 의하면 노예 시장 중 가장 작은 곳이다. 이 정도의 인원들로 충분했다.
초급 마스터인 용성운도 자리를 박찼다.
그날.
청성 상단의 모든 이들이 체포되었다.
기적이라고 해야 할까. 아니면 운이 좋았다고 해야 할까.
용성운은 청성 상단 내부에 깊게 숨겨져 있던 장부를 찾았다.
그리고 장부의 내용을 확인한 순간, 표정이 급속도로 굳어졌다.
‘……미치겠군.’
예상이 맞았다. 그저 그뿐이다.
일단 장부를 품속에 집어넣은 용성운에게 똑같이 장부를 찾아다니던 항장수가 다가왔다.
“이보시게.”
용성운이 고개를 돌렸다.
“왜 그러나?”
“장부, 찾았나?”
용성운은 한 치의 고민도 없이 고개를 저었다.
“……으음, 알겠네. 혹시나 해서 하는 말이지만 자네와는 다르게 나는 그 장부가 필요해. 만약 장부를 찾게 된다면 내게 주시게.”
“어차피 당주에게 가져다줘야 하는 거 아닌가?”
“그걸 내가 하고 싶다는 뜻이야. 나는 당주 자리까지 올라가고 싶거든.”
“…….”
“자네는 배경이 좋지 않은가. 이미 당주 자리까지 약속받은 걸로 아는데, 내 부탁 좀 하겠네.”
분명, 용성운은 현재 사천뿐만이 아니라 천하성에 존재하는 모든 순찰사들 중에서 가장 강한 남자다.
그가 그동안 순찰사가 되지 않았던 이유는, 그저 관심이 없었을 뿐이다.
최근에야 관심이 생겨서 순찰사가 된 거고 순찰사가 될 때 남궁철영이 직접 찾아와서 이렇게 말했었다.
‘사천의 순찰사를 맡아 주었으면 해. 향후에 자리가 날 때 그 자리에 자네를 최우선적으로 뽑겠다고 내 약속하지.’
고개를 들어 항장수를 바라보며, 용성운이 말했다.
“알겠네. 찾게 되거든 자네에게 주도록 하지.”
“고맙군. 그리된다면 내 그 은혜를 절대 잊지 않겠네.”
항장수는 다시 장부를 찾으러 갔고 용성운은, 조용히 숨을 몰아쉬었다.
방금 잘못 본 게 아니라면 장부에, 남궁철영의 이름이 있었다.
세상 모든 것이 공정하고 옳을 수는 없다.
하지만, 공정한 척하고 옳은 척을 하는 이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더러운 존재라면 그건 치워야 한다.
용성운은 판단했다.
이 장부는, 천하성에 주지 않을 거라고.
이 장부는 임시 청장인 메론에게 줄 것이다.
어찌 사용할지는 그에게 달렸다.
그렇게 용성운은 천하성으로 복귀했다.
* * *
천화교에는 천화교주에게만 대대로 전해져 내려오는 천화공이라는 무공이 있다.
이 무공은 수도 없이 많은 변수를 만들어내는 것이 그 특징이었는데, 과거부터 현재까지, 곤륜산 내에서 천화공을 배운 이들은 웬만하면 상대하기 싫다는 의견이 압도적일 정도의 그런 무공이다.
현재 천화교를 이끄는 동시에 회천교의 부교주 자리를 맡고 있는 진천휘는 천화공을 대성한 초월자다.
비록 신화경 초급이긴 하나 회천교의 교주였던 천월조차 진천휘를 무시하지는 않았다.
그런 존재다, 진천휘는.
그런 진천휘가 지금 매우 당황하고 있었다.
그럴 만도 했다.
지금, 진천휘가 주먹을 뻗었다.
순식간에 주먹이 수백 개로 늘어난다. 한정된 공간 안에서 수백 개의 주먹이 뻗어지는 모습은 장관이었다.
그리고 메론은, 그 수백 개의 손을 향해 단 한 순간의 망설임도 없이 주먹을 뻗었다.
콰아아아아앙-!!!
굉음이 터지며 진천휘의 주먹이 위로 튕겨져 올라간다. 수백 개의 변초 중 진실된 하나의 주먹을 완벽하게 강타한 거다.
앞서 말한 대로 당황스러웠다.
이게 이렇게 파훼된다고? 말도 안 된다.
진천휘는 빠르게 고개를 숙였다. 그의 머리 위로 메론의 발이 스쳐 지나간다.
순간 철렁했다.
조금이라도 반응이 늦었더라면 저 발에 얻어맞고 정신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균형을 잃은 진천휘는 그 상태에서 즉시 자리를 박찼다. 그의 몸이 정면으로 뻗어나간다.
퍼억, 어깨로 메론을 들이받았다. 메론의 몸이 뒤로 주르륵 밀린다. 메론은 즉시 무릎에 힘을 주었다.
그리고, 그대로 올려 쳤다. 집중력의 문제라고 해야 할까.
당연한 사실이지만 그 집중력에도 약간의 차이가 있다.
그 차이는 초월자들 간의 싸움에서 매우 큰 영향을 발휘한다.
지금처럼.
뻐어어억-!
진천휘의 고개가 위로 튕겨져 올라갔다.
분명 먼저 메론을 밀어냈고 이어서 공격을 시도하려 했는데 메론이 더 빨랐다.
이젠 당황스러운 것을 넘어서, 두려울 정도다.
이어서 진천휘의 눈이 크게 떠진다. 그의 두 눈에 발뒤꿈치가 보였기에.
그리고 그것이 그대로 그의 얼굴을 후려쳤기에.
빠아아아악-!
허공에 피가 튄다.
그대로 멀리 날아간 진천휘는 산에 맥없이 처박혔다.
초월자다. 신화경의 초월자가 아무리 서로 간에 경지가 차이가 나도 이토록이나 맥없이 당한다는 것은 말도 되지 않는다.
하지만 상성이라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천월의 경우와 흡사하다. 메론은 변초를 사용하는 이들에게 있어서 거의 절대적인 우위를 점한다.
그런 수련을 해 왔으니 당연한 거다.
그리고 방금 전의 이 격돌로 진천휘는 스스로가 메론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을 확실하게 깨달았다.
그래서.
진천휘는 선택 했다.
애초에 이렇게 했어야 했다.
놈과 마주치는 순간 그냥 이렇게, 했어야 했던거다.
서대륙의 텔레포트 마법은 서클 마법으로 분류되긴 하지만 동대륙의 무인들도 사용할 수는 있었다.
원리는 비슷했고 어차피 내공을 불어다가 사용하는 것은 마찬가지였기에 사용하지 못하는 게 더 이상하다. 무엇보다 초월자이기에.
지금 이 상황은 간단했다.
진천휘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그 자리에서 곧장 텔레포트를 사용했다.
순식간에 진천휘의 몸이 사라진다.
뒤늦게 진천휘가 있던 자리에 도착한 메론은 잠시 미간을 구겼다.
“이거 진짜 양아치 새끼네.”
무인이라는 새끼가 기개가 있어야지. 싸우다가 조금 불리하니까 바로 도망을 친다?
이건 메론의 상식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상대가 안 되어도 무인으로서 절대로 물러서면 안 되는 싸움이 있는 법이다.
진천휘는 모든 기반을 잃을 위기에 처해있다.
그런데 물러선다? 무인이라는 새끼가 가지고 있던 모든 것을 버리고 자기 목숨 하나 구하기 위해 도망을 친다?
화가 난다.
정말이지.
“피곤하게 하는군.”
질문이다. 과연 진천휘는 어디로 갔을까.
솔직히 말하면 모른다. 진천휘라는 남자에 대해 그렇게 자세하게 알고 있는 게 아니니까.
하지만 상관없다.
텔레포트 마법은 결국 포탈을 여는 마법이다. 더 깊게 들어가면 텔레포트 마법은 공간과 공간을 연결한다.
어떤 식으로든 공간이 열리면 그곳에는 흔적이 남는다.
이건 너무 자연스러운 거다. 세상 모든 일에 ‘흔적’ 없는 일은 없으니까.
그것을 잡아 올 수 있는 이와 없는 이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리고 메론은, 전자의 경우였다.
균열이 난 공간의 흔적을 메론은 확실하게 읽었다.
그리고 이 공간을 메론처럼 확실하게 읽을 수 있다면.
메론은 그대로 손을 뻗었다.
쩌저저적, 섬뜩한 소리와 함께 눈앞의 공간이 찢어진다.
메론의 손이 찢어진 공간 한으로 파고든다.
이어서 ‘무언가’가 잡힌다.
손안에 들어오자마자, 메론은 손에 힘을 주었다.
꽈아악.
뭐가 잡혔는지는 곧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메론이 손을 잡아당겼다.
찢겨진 공간 안에서 메론의 손이 다시 모습을 드러낸다. 그리고 이어서 머리채가 잡힌 채 딸려 오는 남자가 있었다.
방금 사라졌던 진천휘였다.
앞서 말한 대로 메론의 경우라면 이런 게 가능하다.
메론은 단 한 순간도 망설이지 않았다.
메론은 그대로 반대쪽 주먹으로 진천휘의 머리를 내려찍었다.
콰지직-!
당황한 표정의 진천휘가 그대로 바닥에 처박힌다.
메론은.
그 즉시 발에 힘을 준 뒤 내려찍었다.
콰아아아아아앙-!!
메론의 발은 진천휘의 복부에 닿아있었다. 땅이 수십 갈래로 갈라진다. 사방으로 거대한 먼지가 피어오른다.
어마어마한 수준의 혼기도 퍼져나갔다.
지금, 진천휘의 단전이 개 박살 났다.
진천휘는 그렇게 일반인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