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600)
제 601화
영월은 이 순간 진심으로 당황했다.
아니, 이건 좀 아니잖아.
메론이 강하다는 것 정도는 이미 알고 있었다. 가진 힘도 의심하지 않았다.
하지만 딱 하나.
지금 당황한 이유는 메론의 힘이나 이런 거 때문이 아니라 메론의 행동 때문이다.
“정말…… 데려가시려고요?”
메론은 말했다.
진천휘의 단전을 폐하고 교수형에 처하게 만들겠다고.
물론 어떤 식으로든 진천휘는 죽는다.
하지만 그 과정이 문제다.
아직 회천교가 온전히 분리된 것이 아니다.
온전하게, 메론의 휘하로 복속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회천교의 부교주였던 진천휘가 과연 아무런 말도 하지 않을까.
진천휘도 바보는 아니어서 온갖 곳에서 괴랄한 소문을 퍼트리고 다닐 수도 있다.
애초에 교수형이라는 건 ‘정당한 절차’를 거쳐서 죽인다는 뜻이고 그건 결국 많은 이들에게 노출당한다는 뜻이다.
영월의 판단으로는, 교수형까지 갈 필요 없이 그냥 이 자리에서 죽이는 게 훨씬 효율적이다.
메론이 작게 웃었다.
“왜? 이놈이 입을 열까 봐 걱정되나?”
“되죠. 안 될 수가 없죠.”
메론은 생각보다 담담한 표정을 지었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나는, 한 번 입으로 한 약속은 반드시 지킨다.”
“……그런가요?”
“교수형에 처하겠다고 말을 했으니 그 말을 지켜야 하는데, 행동이나 말을 하는 게 문제다……. 그럼 어찌해야 할까.”
어찌해야 하냐고 말하는 메론이었지만 그의 표정은 이미 답을 정해 놓은 듯했다.
메론이 말을 잇는다.
“말을 못 하게 만들고 아무런 행동도 할 수 없게 만들면 되겠군.”
메론이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덜덜 떨고 있던 진천휘의 혓바닥이 그대로 터졌으며, 이어서 뚜두두둑.
섬뜩한 소리와 함께 진천휘의 사지가 뒤틀리기 시작했다.
인간의 신체 구조상, 그 어떤 무공을 배운다 해도 절대로 꺾일 수 없는 구조로 꺾여 버린 진천휘는 그대로 눈을 까뒤집고 기절하고 말았다.
“이제 됐나?”
메론의 말에 영월은 침을 꿀꺽 삼키고 말았다. 솔직히 저렇게 하는 게 그나마 나을 거라는 생각 정도는 하고 있었지만 그걸 곧바로 이렇게 실천에 옮길 거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아무래도 조금 위험한 주인을 모시게 된 게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일단 복귀부터 하지.”
메론의 말이 맞다.
일단 복귀부터 해야 한다. 복귀하고 나서 해야 할 일이 산더미다.
“그리고, 매화라 했습니까?”
“예, 교주님. 매화입니다.”
“조만간 회식 한 번 할 생각인데, 사람을 모으라고 하면 얼마나 모을 수 있습니까?”
“기존의 회천교에서 영월 님을 따르고 새로 바뀐 교주님을 따르는 이들 모두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적어도 절반 이상은 모을 수 있습니다.”
“절반? 그거밖에 모으지 못합니까?”
“그게…… 솔직히 말씀드리면, 원래 사람 사는 곳이 으레 그렇듯 영월 님을 따르던 이들 중에서도 파벌이 있습니다. 자기 안위만 생각하는 이들과 교의 미래를 생각하는 이들, 그리고 순수하게 영월 님을 따르는 이들. 시간을 조금 주시면 확실히 최소 절반은 모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나머지 절반은…… 조금 힘듭니다.”
원래 안 되는 건 그냥 안 된다고 당당하게 말하는 게 더 좋은 거다. 괜히 안 되는 거 되게 하려다가 온갖 문제를 일으키는 이들을 메론과 영월은 수도 없이 봐 왔다.
그런 면에서 매화의 현실적인 말은 메론에게 있어서 꽤나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메론이 말했다.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불러와요.”
“……예?”
“숫자가 전부 얼마나 될지는 모르겠는데, 하나도 빠짐없이 전부 데려오라고 말씀드렸습니다.”
“…….”
“거절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 말을 전하시면 될 겁니다. 온갖 죄목으로 엮여서 죽기 싫으면, 와서 얼굴이라도 비추라고.”
새삼스럽지만 메론의 직위는 감찰청장이다. 임시긴 하지만 그래도 동대륙에서 벌어지는 모든 범죄자들에 대한 처벌권이 메론에게 있다.
메론의 눈 밖에 나면 어떻게 될지는 적어도 머리가 있는 이들은 알 수밖에 없다.
“일주일 드리겠습니다. 일주일 안에 하던 일 전부 멈추고 동대륙 감찰청으로 데려와요.”
매화도 느꼈다.
메론, 이 남자는 조금 위험한 것 같다고.
이중인격도 아니고 뭔가 부드러운 분위기면서 하는 말은 험악하기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이니 너무나도 큰, 괴리감이 느껴진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아직은 두고 볼 일이다. 가까운 거리에서 더 지켜볼 기회가 있을 테니까.
매화가 포권을 취하며 답했다.
“충-!”
그렇게 메론과 영월은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 * *
남궁철영은 당주 악정군에게 보고를 받고 있었다.
노예 시장을 전부 털었다는 이야기, 전부 반병신이 되었고 모두 동대륙 감찰청 건물 앞에 무릎 꿇려 있다는 이야기.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장부에 대한 이야기.
묵묵히 보고를 받던 남궁철영은 장부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을 때 표정을 굳히고 말았다.
“……장부 하나가 없다고?”
“예. 그것도 청성 상단의 장부만 없습니다.”
굳어질 수밖에 없는 이유였다.
하필이면 청성 상단이다.
말은 안 했지만 남궁철영은 청성 상단과 간접적으로, 그리고 직접적으로 엮여 있었다.
물론 모두가 아는 사실은 아니었다. 천하성 내에서도, 그리고 남궁철영의 주변에서도 극소수 중에서 극소수만 아는 일이었고 악정군은, 그 극소수 중에 하나였다.
“그게 왜 없지?”
“……상단주가 뒤로 빼돌렸을 확률도 있겠지만 크지는 않습니다. 아무래도 청장한테 있는 것 같습니다.”
남궁철영의 미간이 와락 구겨진다. 그건 아니 된다.
“놈은 지금 어디에 있지?”
감찰청장이 지금 어디에 있겠나. 감찰청에 있지.
정확히는.
“……동대륙 감찰청 앞에 위치한 평원에서 죄수들과 함께 있다고 합니다. 말로는 그곳을 감옥이라고 한다더군요.”
남궁철영의 눈썹이 한 번 더 꿈틀했다.
이게, 말이 감찰청이지 전에 건물이 완전히 개박살 났기에 지금은 그냥 거의 오두막 하나가 존재할 뿐이다.
조금 큰 오두막이긴 한데 거기에 감옥 같은 게 있을 리 없다. 그 앞에 있는 평원? 거기도 예전에 메론과 베크가 싸우면서 나무란 나무는 죄다 뽑혀 나갔고 땅이란 땅이 죄다 뒤집어진.
그냥 황무지였다.
“이번에 잡혀간 이들 전부 그 앞에 무릎 꿇린 채 포박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리고?”
“단전이 전부 박살 났다고 합니다.”
“그건 누구의 지시였지?”
“감찰청장의 지시였습니다. 단 한 명도 빼놓지 말고 단전이란 단전은 전부 박살 내라고, 그 외 사지를 절단 내도 상관없다고 했습니다. 순찰사들이랑 실원들이 살판이 났는지 죄다 팔다리를 자르고 단전을 부수고, 난리도 아니었답니다.”
이건 순찰사나 실원, 그들이 미쳤기 때문이라고 볼 수 없다.
자그마치 노예 시장이다.
서대륙의 황제가 ‘직접적’으로 개입할 수도 있는 사안이었고 황제가 개입하게 되면, 지금 부는 피바람은 그냥 순풍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의 거대한 태풍이 불 수도 있다.
동대륙에서 서쪽의 황제의 위명은 어마어마했다.
그냥 이름만 들어도 벌벌 떠는 이들이 수도 없이 많을 정도다.
엄밀히 말하면 서쪽의 황제가, 지금 그 자리에 앉고 그만한 위명을 쌓을 수 있었던 이유는 단순히 서대륙에서 했던 일들 때문이 아니었다.
동대륙에서 그가 했던 일들이 지금의 서쪽의 황제를 만든 것이다.
그의 존재는 이미 전설 그 이상이 되었다.
그런 이가 직접적으로 끼어들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동대륙이 한번 제대로 뒤집어질 거다.
그런 상황이 뒤에 깔려 있었기에 순찰사와 실원들이 미친 듯이 노예 시장의 상인들을 반병신으로 만든 거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상단주 정월산이 장부를 너무 철두철미하게 숨겨서 그 누구도 발견하지 못했을 가능성은?”
“……솔직히 말씀드리면 거의 없을 겁니다. 실원들 중에는 탐색 마법을 사용할 줄 아는 서대륙의 용병들도 있고, 살수 출신들도 여러 명 있습니다. 숨겨 놓은 창고란 창고도 전부 찾아냈는데 장부 하나만 없다는 건 말이 안 됩니다. 그 말은.”
“순찰사나 실원, 그중 누군가 빼돌려서 청장에게 주었다는 뜻이겠군.”
“예. 하지만 청장이 가지고 있지 않고 빼돌린 누군가가 사적인 이득을 위해 따로 숨겨 놨을 확률도 있습니다.”
새삼스럽지만 세상에서 가장 처리하기 어려운 게 바로 내부의 배신자다.
당주 악정군은 의아했다. 장부를 빼돌리는 거? 솔직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걸 굳이 가져가는 건,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들다.
결국 순찰사나 실원들 모두 명령을 받는 입장인데 그걸 아직까지도 개인이 가지고 있다?
이상한 것을 넘어 너무 비상식적이다.
말로는 빼돌린 누군가가 그냥 따로 숨겨 놨을 가능성이 있다고는 했지만 결국, 어떤 식으로든 그 장부를 누군가에게 넘길 것이 확실했다.
그 누군가는, 현재 상황으로 볼 때 임시 청장 메론일 것이다.
남궁철영도 악정군과 같은 생각을 했다.
둘은 시선을 교환했고 남궁철영은, 그대로 자리에서 일어섰다.
“……대당주님? 어디 가십니까?”
“감찰청.”
“…….”
“놈을 직접 보고, 담판을 지을 것이다.”
남궁철영이 그대로 당찬 걸음으로 문을 벌컥 열어젖힌 그때였다.
문 앞에, 누군가 있었다.
그를 보자마자 남궁철영과 악정군이 그대로, 그 자리에서 멈췄다.
얼음처럼.
문밖에 있던 남자가 부드럽게 웃는다.
“우리 대당주, 누구랑 담판을 짓는다고?”
류진이었다.
천하성주 류진.
뜻밖의 인물이 등장하자 남궁철영은 침을 꿀꺽 삼켰다.
* * *
조서를 작성하는 일은 조금 귀찮았지만 그렇다고 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일단 내용이 간단했고, 마법이라는 게 괜히 있는 게 아니다.
죄목을 나열하며 수사를 시작했고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밝혀졌으니 즉결 처형하겠다, 그런 식의 이야기를 길게 풀어서 지금 수백 장 썼다.
“전부 중앙감찰청으로 보내.”
“네, 청장님.”
영월의 대답까지 들은 나는 천천히 밖으로 나왔다.
죄수들은 현재 임시 감찰청 앞에 전부 포박하여 정렬시켜 놓은 상태다.
저기가 저들에게 감옥이고 내일, 교수형이 시작되기 전까지 저들은 저 범위에서 단 한 걸음도 벗어날 수 없다.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단전이 개박살 난 상황이다. 또한 저들 중 절반 정도는 사지가 개박살 났는데 그런 이들이 사방을 포위하고 있는 수백 명의 무인들의 눈을 속일 수나 있을까.
절대적으로 불가능하다. 경계를 서고 있는 순찰사와 실원들이 한눈을 팔고 심지어 잠을 자고 있어도 절대 못 벗어난다.
그쪽으로 걸음을 옮기던 그때였다.
내게, 한 남자가 다가왔다.
“오랜만일세.”
“일주일쯤 된 것 같은데, 오랜만이라는 말이 적절할지는 모르겠습니다.”
남궁철영이었다.
그는 내 말에 입가에 부드러운 미소를 띠었다.
“고생이 많아. 그리고 이번 일로 그대는 한 번 더 업적을 써 내렸어. 이거, 5년 뒤에는 임시 청장이 아니라 진짜 청장이 될 수도 있겠군. 마음 같아서는 미리 축배를 들고 싶을 정도야.”
“과찬이십니다. 그리고 여기까지 오는 데 많은 도움을 주셨지 않습니까. 순찰사들도 지원해 주고 실원들도 지원해 주고, 저 혼자만의 공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일단 남궁철영의 체면을 세워 주었다. 이건 낮추는 게 아니다. 그의 곁으로 가 빈틈을 찾는 거다.
무력으로 찾는 빈틈이 아니라, 제도와 율령, 법 안에서의 빈틈을 찾는 거다. 지금의 나는 임시긴 해도 감찰청장이니까.
그때였다. 웃고 있던 남궁철영의 미소가 싹 사라진다.
“정말 그리 생각하시는가?”
“예.”
“그런데, 그런 것치고는 우리 사이의 ‘신뢰’에 금이 간 것 같은데.”
뜬금없는 소리에 내 미간이 구겨지려던 그때였다. 이어지는 남궁철영의 말에 나는 눈을 끔뻑이고 말았다.
“장부는 왜 빼돌렸나?”
“……예?”
“내 뒤를 치려고? 이거 실망이야.”
지금 남궁철영이 무슨 소리를 하는 건지 나는 이해하지 못했다.
장부? 대체 무슨 장부?
약을 처먹은 것도 아니고 갑자기 와서 이게 뭔 개소린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