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631)
제 632화
나는 스승님의 힘을 안다.
모를 수가 없다. 어렸을 때부터 지속적으로 수련을 받아 왔으니까.
스승님이 경지를 올리는 순간들도 나는 지켜봐 왔다.
보자.
그런 스승님이라면 천마 영정과 하인케스 베커만을 동시에 상대할 수 있을까.
내 생각에 스승님은 분명 마신경에 도달해 있다. 아버지가 있는 그 경지까지 딱 하나. 딱 하나 남겨 두었다.
영정의 힘은 자연경 끝자락, 하인케스 베커만은 자연경 중급 정도로 추정된다. 하프 블러드가 되었으니 높아 봐야 상급 정도다. 스승님이라면 충분히 이길 수 있다.
그런데 여기에서 내가 스승님 쪽으로 가지 않고 타노스 쪽으로 간다면.
애매하다.
분명 무언가 틀어진 게 있을 거다. 그렇다면 딱 하나다.
스승님은 나를 어찌 생각할까.
단순한 제자라고 생각할까, 아니면 내가 품고 있는 감정을 스승님도 품고 있는 걸까.
만약 스승님도 나와 같다면, 만약 내가 스승님의 경우라면 타노스를 택한 그 순간 마음에 큰 파란이 생겼을 거다.
안 그래도 아버지를 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스승님 입장에 매우 섭섭했을 거고 더 나아가 결국 핏줄은 속일 수 없구나, 그런 생각을 했을지도 모른다.
원래 감정이라는 게 그렇다. 별거 아닌, 매우 사소한 것에서 불화는 시작되고 그 불화는 아무리 수습을 하려 해도 걷잡을 수 없이 커져만 간다.
단 한 번의 잘못된 선택으로 불씨를 남기고 향후 걷는 길들로 그 불씨를 더 크게 만들었다면.
나는 왕이 되건 황제가 되건 뭘 하건 간에 수도 없이 후회하고 또 후회했을 거다.
내가 인정받고 싶어 하는 대상은 아버지뿐만이 아니니까.
난 내 옆에 스승님을 두고 싶으니까.
거기까지만 생각했다.
그 이상은 사치였다. 일단, 스승님을 돕고 여기에서 저 두 명을 죽여 놓자.
눈앞에 영정이 보인다. 영정의 몸에서 붉은 불꽃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조금 놀랐다.
내가 완전히 흡수한 ‘성화’의 그것과는 다르지만 많이 흡사했다.
저게 하프 블러드로서 각성한 힘일까.
웃고 말았다. 손에 불꽃이 휘감긴다. 그의 검이 뻗어 온다. 나도 검을 뻗었다.
콰아아아앙-!!
굉음이 터지며 영정의 팔이 하늘로 솟구친다. 한 번 더 놀랐다. 목을 노린 건데, 완전히 놈을 집어삼키려 했는데 방향이 틀어졌다.
“……이 새끼가……. 어찌 천마신공을……. 그리고 그 불꽃은…….”
답하지 않았다. 그대로 다리가 땅에 착지한다. 눈빛이 번뜩인다.
땅이 밀린다. 그렇게.
콰아아앙-!!
영정의 명치에 내 어깨가 닿는다. 영정이 뒤로 주춤했다. 천마신검을 그대로 내려찍었다.
푸욱-!
영정의 어깨에 박힌다. 힘을 주었다. 그대로 내려간다. 서거걱. 고통스러운지 미간을 구긴 영정이 손을 뻗어 내 머리를 움켜쥐었다. 혼기를 머리에 몰았다.
터트리려는 영정과 기세를 몰아 심장까지 베어내려는 내 모습은 어떻게 보면 매우 처절해 보이면서도 단호해 보였을 거다.
묘한 소강상태가 이루어진다. 영정이 손을 들어 내 천마신검을 움켜쥐었다.
그가, 억눌린 목소리로 으르렁거렸다.
“……이 검이 왜 네놈한테 있지? 버러지 새끼가 주인이 떡하니 있는 물건을 훔쳐? 개 같은 새끼.”
내가 웬만하면 모르는 사람한테는 그래도 예의 정도는 차려 준다. 무인으로서 나름 정점에 선 사람이 눈앞에 있는데 그런 사람을 존중해 주는 의미로 말을 높이는 건 전혀 부끄러울 게 아니다.
그런데 말이 이렇게 나오면 나도 곱게 나올 수가 없다.
“빼앗기기 싫었으면 뒤지질 말았어야지.”
“……뭐?”
“간단한 거 아닌가? 20년 전에 그렇게 패배하고 뒤졌으니까 이 검이 주인 없는 검이 된 거고 그 검을 내가 가지겠다는데 왜 이제 와서?”
입가에 미소가 그려진다.
“자기 물건도 못 지키는 새끼가 소유권을 주장하는 것만큼 웃기는 일은 없지. 천마라는 새끼가 이렇게 부끄러움을 모르는 놈일 줄은 상상도 못 했는데.”
손에 힘을 주었다. 주르륵, 영정이 뒤로 밀린다.
“왜? 가져가고 싶은 거 아니었어? 가져가. 능력이 되면.”
영정의 미간에 힘줄이 돋아난다.
“이…… X만 한 새끼가!”
영정이 그대로 머리를 내려찍었다. 박치기다. 수준 낮은 놈에게 어울리는 수준 낮은 수.
그대로 손을 뻗었다.
영정의 머리가 내 이마에 닿는 것과 동시에 내 손이, 영정의 명치를 꿰뚫었다.
콰아앙-!
푸욱-!
그대로 몸이 멀리 날아갔다. 당연히 영정의 명치에 박혀 있던 손도 빠졌고 심장을 베려고 내려찍고 있던 천마신검도 빠졌다.
뒤쪽으로 흐르는 자연기를 조절해 가볍게 자리에 착지했다. 이마가 따갑다. 무언가가 흘러내린다.
피였다. 날름 핥았다.
고개를 들자 흉신악살의 표정을 짓고 있는 영정이 보인다.
그가 물었다.
“……아무래도 네가 황제의 아들이 맞나 보군.”
무시하고 천마신검을 고쳐 쥐었다.
“하나 묻겠다. 천마신공을 배운 것 같던데 그 마지막 오의를 네놈은…….”
“어떻게 깨우쳤냐고?”
그대로 왼쪽 손을 들어 올렸다. 손끝에서 검붉은색의 혼기가 피어오른다. 천하성에서 얻었던 성화의 모습과 조금 달랐지만 그 힘은, 겉에서부터 표현이 될 정도로 굉장했다.
영정의 미간이 와락 구겨진다.
“……그거, 설마 성화……?”
굳이 대답을 하거나 고개를 끄덕일 필요가 없었다. 모르고 물어본 게 아니었을 테니까.
“……어찌 그 성화를 네놈이…….”
“그게 신기한가? 난 죽었다 살아난 네가 눈앞에 있는 게 더 신기한데.”
“……이런 빌어먹을 새끼. 천마신검을 가로채는 걸로도 모자라 성화도 가로채? 황제 그 새끼가 교육을 그따위로 시켰더냐.”
“가질 수 있는 건 가지라고 가르치긴 하셨지.”
“……하, 고작 그깟 기물로 신공의 오의를 깨우쳤다? 개가 웃고 갈 일이군. 네놈은 황제랑은 다르게 상당히 치졸한 새끼구나.”
결국 나는 웃고 말았다.
“지금 본인의 꼴이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지는 아나?”
“…….”
“인간 같지도 않은 몸을 하고 있으면서, 심지어 나보다 까마득한 선배이자 나보다 훨씬 강한 힘을 가지고 있는데 내가 왜 맨몸으로 부딪쳐야 하지?”
“…….”
“성화 정도를 내가 들고 있다고 해도 가진 힘에서 차이가 나는데 치졸? 기록이 전부 옳은 건 아닌 모양이야. 나 이전의 천마가, 그것도 역사상 가장 강했다는 천마가 이따위 수준이라니. 그리고 네가 지금 천마로서 각성을 한 것을 ‘스스로 이룩한 일’이라고 착각하고 있는 모양인데, 네가 되살아나는 데 사용한 힘이 성화라는 건 생각 못 하나? 성화 덕분에 네가 지금 천마강림을 쓸 수 있는 거다. 이걸 이렇게 설명까지 해줘야 하나? 하, 모자란 새끼.”
참지 못한 건지 영정이 결국 자리를 박찼다. 그의 모습은 흐릿했다. 극한까지 끌어올린 내 감각은 100년이라는 수명을 바친 수준이다. 그럼에도 저렇게 보였다.
어마어마하게 영정이 빠르다는 뜻이다.
그래도 흐릿하게 보이는 것과 아예 보이지 않는 건 다르다. 반응했다. 왼손을 뻗었다.
콰아아앙-!!
영정의 주먹이 내 손바닥에 닿는다.
뒤로 주르륵 밀려났다.
왼손에 감각이 없다. 부서진 건지 찢어진 건지 모른다. 중요하지 않았다. 오른손에 든 천마신검에 다시 한번 검붉은 불꽃이 피어오른다. 회오리치는 그것은 흡사 허리케인과도 같았다. 주변 모든 것이 빨려 들어온다. 영정의 미간이 구겨진다. 영정은 느꼈을 거다.
지금.
정확히 지금 이 순간부터 이어지는 단 한 번의 공격으로 내가 죽거나 영정 본인이 죽게 될 것이라는 사실을.
류진과의 싸움으로 명확해졌다.
괴물이 된 놈들과 싸울 때, 시간을 길게 끄는 것은 좋지 않다.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공격으로 최대한 빠르게 끝내는 것, 그게 베스트다.
영정도 느꼈나 보다. 영정의 몸 안에서 모든 기운이 뿜어져 나온다.
선천지기, 수명의 힘이 분명하다.
전력을 다해 천마신검을 내질렀다. 영정도 전력을 다해 검을 내질렀다.
검붉은 회오리와 붉은 회오리가 부딪친다.
콰아아아앙-!!
* * *
셀은 생각했다.
이 복잡 미묘한 감정은 뭐지.
하늘에서 떨어져 내리는 다니엘을 보고 솔직히 조금 놀랐다. 올 거라고 생각은 안 했으니까.
얼마 전에 했던 대화가 그렇게 좋은 방향의 대화는 아니었고 그 대화로 인해 서로의 갈 길은 정해졌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렇게 도와주러 오다니.
너무 의아했다.
‘변화’가 생기고 있는 걸까.
고개를 옆으로 틀었다. 그녀의 머리카락 사이로 검 한 자루가 스쳐 지나간다. 그녀의 시선이 옆으로 움직인다.
하인케스 베커만.
그를 처음 죽였던 순간을 셀은 잊지 못한다.
정확히 6년 전이었다.
6년 전, 셀은 하인케스 베커만을 죽였다. 그의 시신을 갈기갈기 찢었다.
셀이 손을 휘저었다.
콰아아아앙-!!
굉음이 터지며 베커만이 멀리 날아간다. 분노에 가득 찬 그가 재차 자리를 박찼지만 앞선 과정의 반복일 뿐이었다.
이미 베커만과 셀의 간극은 커져 있었다.
과거 그때의 그 순간, 베커만과 셀은 자연경에 머물러 있었다.
베커만은 원래부터 하프 블러드였다. 몸에 셀의 피를 주입한 하프 블러드.
그 상태에서 바하무트의 뼈를 이식하는 등의 행위를 해 봤자 의미 없다.
지금의 베커만은 인간과 드래곤, 그 사이에서 드래곤 쪽으로 매우 치우쳐져 있는 상태다. 몸에 돋아난 비늘과 등에 돋아난 저 웃기지도 않는 날개가 그 증거다.
드래곤이 용인화를 시도했을 때, 그 과정을 정확히 중간 정도에서 뚝 잘라 버리면 저런 모습이 된다.
그게 전부다. 베커만은 그냥, 그 수준에서 끝이다.
그에 반해 셀은 이미 자연경을 넘었다.
잭이 라그나로크를 처음 상대했던 경지, 마신경에 이미 올라서 있다.
베커만이 무엇을 하든, 그 모든 행동들은 셀의 시야 안에 있다. 셀은 다 안다. 알 수밖에 없다.
그거면 된 거다.
지금껏 고전했던 건 영정 때문이다. 영정과 베커만의 합이 너무 뛰어나서 고전했다. 셀의 몸에서 투기가 피어오른다. 그녀의 몸이 순식간에 그 자리에서 꺼졌다.
흡사 연기와도 같았다.
달려오던 베커만의 검이 허공을 가른다. 그가, 뒤늦게 고개를 돌렸을 때 이미 그의 얼굴로 셀의 손바닥이 뻗어 오고 있었다.
반응하기엔 늦었다.
콰악, 그대로 잡힌다. 그렇게.
콰아아아앙-!!
땅에 처박혔다. 셀은 곧장 오른쪽 발을 들어 내려찍었다. 반격하려던 베커만의 왼팔을 그대로 찍는다. 베커만은 완벽하게 제압당했다.
“……네년이 죽였다. 네년이 로만을 죽였어.”
셀은 고개를 저었다.
“이제 와서 하는 말인데, 네 제자는 내가 안 죽였어.”
“……뭐?”
“사실 별로 궁금하지 않아서 ‘단 한 순간도’ 알아본 적이 없는데, 뻔하잖아. 타노스가 죽였겠지. 거기 있는 사람이라고는 타노스밖에 없었으니까. 이 말도 대체 몇 번을 하는 건지 모르겠네.”
베커만이 발버둥 쳤다. 개 같은 년, 빌어먹을 년, 잡종 새끼들 등등등.
온갖 욕이 난무한다. 셀은 베커만의 이런 모습을 감상했다. 기분이 좋다.
웃음만 나온다.
그리고 이 정도면 충분하다.
“무덤으로 돌아가라. 하인케스 베커만.”
퍼석-!
베커만의 머리가 터진다.
그와 동시에 영정의 머리도 하늘로 솟구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