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632)
제 633화
서대륙은 크다. 물론 단순히 크기로 따지면 동대륙이 더 크긴 하지만 서대륙에는 동대륙에 없는 종족들이 존재한다.
오크, 하피, 뱀파이어.
서대륙의 중심에 위치한 마수의 숲은 그 자체로 굉장히 특수한 곳이었으며 그곳의 주인인 샬롯은 더 특별한 존재다.
밀로스 제국은 동대륙과 서대륙 모두를 지배한다.
두 대륙에는 오직 한 명의 황제만이 존재한다. 그렇다면 그 아래는 어떨까.
귀족들, 대공이나 공작 후작 이런 것을 넘어서 ‘실질적인 왕’이라 불리는 존재가 딱 한 명 있다.
그게 마수의 숲의 주인인 샬롯 드 로얄이다.
아니, 서대륙에 거주하는 자들이 바보 천치도 아니고 동대륙에서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를 수가 없다.
동대륙과 서대륙을 오가는 선박만 해도 수백 개가 넘는다. 이건 그냥 대충 잡은 거고 실제로 소규모 선박 대규모 선박 가릴 거 없이 하나하나 숫자를 세면 수천 개가 훨씬 넘는다.
정보를 줄 사람들이 그만큼 많다는 뜻이고 애초에 선박의 정보원들까지 갈 것도 없이 도관의 인물들이 동대륙에 퍼져 있다.
지금, 서대륙에서 ‘힘을 쓰는 사람’은 단 한 명도 빠짐없이 동대륙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인지하고 그 심각성도 절실히 알고 있다.
이들이 가만히 있는 이유는 단 하나다.
잭 밀로스.
밀로스 제국의 황제가 동대륙에서 벌어지는 일에 끼어들지 말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지금 천공성에 한 여인이 방문했다.
금발을 휘날리는 그녀는 매우 성숙한 모습을 하고 있었으며 그녀의 두 눈은, 피처럼 붉었다.
그냥 평상시 모습이다. 걷는 모습에서는 위엄이 넘쳤고 그 위엄 사이로 우아함마저 엿보일 정도였다.
그녀가 문을 열고, 계속 걸었다.
샬롯 드 로얄은, 정말 간만에 오는 천공성의 경치를 감상할 겨를도 없이 직진했고 그렇게 한 남자를 마주할 수 있었다.
정원에서 꽃에 물을 주고 있는 남자.
밀로스 제국의 황제이자 동대륙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에 간섭하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 존재이자 샬롯에게 있어서 생명의 은인 그 자체인, 그가 밝게 웃는다.
“어, 웬일이야?”
“……폐하, 여쭤볼 게 있어서 이렇게 갑작스럽게 방문드…….”
지나치게 예의를 차리는 샬롯에게 잭이 손을 휘저었다. 그러지 말라는 뜻이다.
“우리 사이가 남도 아니고, 편하게 해, 편하게. 옛날엔 편하게 많이 했잖아.”
“……그땐 어릴 때고 이젠 아니잖습니까.”
“그건 그렇네. 너도 애가 아니지. 셀도 그렇고, 다니엘도 그렇고. 나도 그렇고.”
잭은 말을 멈췄다.
샬롯은 잭의 그 모습이 마치 생각에 잠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그건 잠시였다. 잭이 말을 잇는다.
“셀이 나한테 화가 많이 난 모양이야.”
“…….”
“언제부터였더라, 4년 전이었나? 다니엘이 아카데미에 들어가고 얼마 안 지나서 셀이 그러더라고.”
“뭐라고 했습니까?”
“아니 잠깐만, 말이 너무 딱딱하잖아. 샬롯아, 마수의 숲을 지배한다고 어깨에 너무 펌핑이 들어간 거 아니냐?”
웃는 잭 덕분인지 분위기는 한결 편안해졌다. 분명, 편안하게 할 대화는 아니었는데 샬롯은 이 상황을 겪으면서 잭의 힘을 또 한 번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말 한마디로 분위기를 바꿔 버리는 수준이라니.
솔직히 단어 몇 개로 세상을 부숴 버릴 수 있는 존재는 눈앞의 이 남자 말곤 없을 거다.
샬롯은 전처럼 하기로 했다.
“셀이 뭐라고 했는데요?”
“너무 잘못된 길로 들어서고 있는 거 아니냐고.”
“……셀 본인이요? 아니면 폐하께서요?”
“난 개인적으로 전자라고 생각하는데 셀이 한 말의 의미는 후자야. 내가 잘못된 일을 하고 있다고, 황제로서 절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하는 거라고, 미래에 어떤 일이 벌어지건 그건 세상의 흐름에 맡겨야 할 일이지 그것을 인위적으로 조절하는 건, 황제가 하는 일이 아니라 악마가 하는 짓이라고.”
“……저는 무슨 말인지 잘 모르겠어요.”
“모를 거야. 솔직히 난 네가 몰랐으면 싶어. 발렌타인도 몰랐으면 싶고, 셀도 몰랐으면 싶었는데 세상일이 쉽지가 않네.”
잭의 표정은 여전히 웃음기가 가득했지만, 그 웃음 뒤에 고뇌와 번뇌가 있음을 샬롯은 눈치챘다.
샬롯은 항상 그랬다. 누군가의 말을 들으면 그 말을 하는 사람의 속마음이 어떤지, 그런 것을 너무나도 잘 읽었다.
왜.
대체 왜.
“왜 그렇게 힘들어하시는 거예요?”
“내가?”
“네.”
“글쎄. 쉽지 않은 것뿐 그렇게 힘들진 않아. 그래서 동대륙에서 벌어지는 일에 서대륙의 인물들은 끼어들지 말라는 명령을 내린 거야.”
샬롯이 잭의 마음을 읽었듯 잭도 샬롯의 마음을 읽었다.
왜 샬롯이 이곳에 왔는지 잭이 모를 리 없다.
“안 끼어드는 게 나아.”
잭은 샬롯이 어떤 행동을 할지, 어떤 말을 할지 충분히 알고 있는 듯했다.
“거기는 다니엘이랑 셀한테 맡겨 두자. 아, 타노스도 있네.”
“…….”
“왜? 섭섭해?”
샬롯은 느낌으로 알 수 있었다.
“제가 모르는 어떤 일이 지금 벌어지고 있는 거죠?”
“아닐 수도 있고, 맞을 수도 있고.”
“……하나만 더 여쭤봐도 될까요?”
“뭔데?”
“저는 안 되는데 왜 타노스는 되는 거죠?”
잭이 눈을 끔벅였다. 생각지도 못한 대사였나 보다.
“……어…… 음, 솔직히 말하면 타노스한테 연락을 하기엔 좀 그랬어. 얘가 다니엘이 사고 칠까 겁나서 동대륙에 잠깐 있겠다는데 내가 뭐 어떻게 하겠냐. 너도 알잖아. 타노스 직책이 수호자라는 거.”
잠시 미소가 사라졌던 잭의 입가에 다시 미소가 그려진다.
“타노스는 서대륙의 인물이 아니야. 밀로스 제국의 인물이지. 동대륙이든 서대륙이든 그 어디든 넘나들 권리가 타노스한테는 있어. 내가 타노스한테 ‘자유’라는 걸 부여했잖아. 그럼 된 거지. 이해했어?”
“네.”
“그래, 다행이네. 음…… 그리고 이렇게 말해서 미안한데 잠깐만 천공성에 머물러 줄 수 있을까?”
샬롯의 표정이 굳어졌다.
“무슨 의미예요, 그거?”
“말 그대로야. 오랜만에 왔잖아. 온 김에 대련도 좀 하고 맛있는 밥도 좀 먹고, 마수의 숲 근황도 좀 이야기하고.”
샬롯은 느꼈다. 잭이 자신을 막아 두려 한다는 것을.
느낌이 이상했다.
솔직히 말하면 샬롯은 잭과의 대화가 끝나면 곧장 동대륙으로 갈 생각이었다.
피를 나누지는 않았으나 자매라고 생각하는 셀이, 동대륙에서 되살아난 괴물들과 키메라들을 상대할 상황에 처해 있다. 도와주는 게 맞다.
잭과 셀의 사이가 왜 안 좋아진 건지는 모른다. 그런 것을 생각할 겨를이 없었으니까.
샬롯은, 선택했다.
“다음에 해요. 미안해요.”
샬롯이 자리를 박찼다. 순식간에 천공성을 벗어났다. 하늘에 떠 있던 샬롯이 한 번 더 가속한다. 순식간에 동대륙을 향해 넘어가려던 그때.
샬롯은 이번에도 기이한 경험을 했다.
세상 속의 세상이라고 해야 할까.
방금 전 자리를 박차고 한 번 더 박찬 그것은 분명 현재의 일이었다. 현재의 일이었는데 왜.
아직 천공성 정원에 있는 걸까.
앞에는 나무에 손을 올린 잭이 웃고 있었고 샬롯 본인의 발은 그 자리에 못 박힌 듯 박혀 있었다. 애초에 걸음을 옮기지도 않았다.
뭐지.
환상인가.
착각인가.
“샬롯아. 그냥 있어. 부탁이다.”
“……지금 뭐 한 거예요?”
“너의 생각과 너의 신체가 불협화음을 일으켰을 뿐이야. 샬롯아. 너랑 내가 같은 ‘시간’에 있다고 생각해?”
“……무슨 의미예요?”
“말 그대로야. 너한테 1초가 나한테도 1초일까?”
“…….”
“험하게 하고 싶지 않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너잖아. 내가 실제로 낳지는 않았지만, 마음으로 낳은 자식이 두 명 있어. 셀이랑 너야. 아, 물론 난 남자라 낳지는 못해. 대충 어떤 맥락인지는 알지?”
“네. 좋게 봐주셔서 감사해요. 저도 폐하를 실제 아버지는 아니지만, 아버지로 생각하고 있어요. 저뿐만이 아니라 셀도 그렇고요.”
“……셀은 조금 애매하긴 한데, 마저 이야기하면 앞서 말한 대로 험하게 하고 싶지가 않아. 네가 뭘 할지 나는 알거든. 그래서 말하는 거야. 그냥 여기에 있어. 부탁이다.”
샬롯은 의지가 강한 여자였다. 의지뿐만이 아니라 심지도 굳고 힘도 강하다. 생각도 깊다. 그리고 가끔 만용도 부린다. 하지만 그 만용도 내세울 사람 앞에서 내세워야 한다.
잭의 앞에서는 의미 없다.
방금 보았듯 그냥, 무엇을 한 건지 이해조차 하지 못한 상황에서 샬롯은 세상과 격리되는 느낌을 받았다.
이 이상은 없다.
샬롯은 포기했다.
“잘 생각했어. 고맙다. 내 말 들어줘서.”
“……하나만 더 여쭤봐도 될까요?”
“두 개 더 물어봐도 돼. 다 물어봐. 다 답해 줄게.”
“셀이랑은 왜 틀어지신 거예요?”
“아까 말했잖아.”
샬롯이 고개를 저었다.
“그건 추상적인 이유였잖아요. 저는 구체적인 이유를 원해요.”
“그 정도면 다 말해 준 건데.”
이번에도 샬롯이 고개를 저었다.
“폐하랑 셀 사이가 그렇게 좋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어요. 그런데 구체적인 이유를 아는 사람은 드물어요.”
“드물다?”
드물다는 뜻은 아예 없다고는 확신할 수 없을 때 쓰는 단어다.
“제 주변에는 아는 사람이 없지만, 폐하 주변에는 있을 수도 있으니까요. 예를 들면.”
“예를 들면?”
“재상이라든가, 황후라든가.”
피식 잭이 웃었다.
“둘 다 몰라. 그런데 꼭 알아야 해?”
“궁금해서요. 폐하 말씀대로 제가 이곳에 남게 된다면 생각할 거리 정도는 있어야 덜 지루할 거 같아요.”
잭이 어깨를 으쓱했다.
“섭섭하네. 여기가 보기엔 이래도 할 만한 게 많아. 볼 것도 많고.”
“그래 봤자 저한테는 그냥 하늘에 떠 있는 집,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에요.”
“까칠해졌네.”
“폐하는 더 고집스러워졌고요.”
하하하, 웃음을 터트렸다.
이어서 잭은, 샬롯이 상상도 하지 못하는 말을 내뱉었다.
“시간을 돌리고 있었어.”
“……네?”
“몇 번인지 기억이 안 나. 하지만 어느 순간, 어느 시점, 어떤 사건이 일어났을 때 그 사건을 바꾸게 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정도는 알아. 아직 내 계획안에 있어.”
샬롯은 침을 꿀꺽 삼켰다.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
“셀이 왜 나랑 사이가 틀어졌냐고? 간단해. 마신경에 오른 셀이 눈치를 채 버렸거든. 내가 뭘 하고 있는지.”
“…….”
“셀은 말했어. 왜 라그나로크 같은 괴물이 되려 하냐고, 왜 시간을 마음대로 다루고 왜 흘러가는 이 세상을 ‘당신만의 실험대’로 만드냐고.”
샬롯은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이게 진짜라고?
“계속해서 그런 짓거리를 한다면 나는 당신을 막을 수밖에 없다고, 나를 구해 주었고 내 삶에서 빛이 되었던 당신이라는 존재는 이런 괴물이 아니었다고, 당신을 이성적으로 생각했던 적도 있었지만 지금은 아니고 그것과는 전혀 관계가 없다고, 나를 막고자 한다면 당신은 나를, 죽여야 할 거라고.”
온몸에 소름이 돋은 샬롯은 이어지는 잭의 말에 한 번 더 소름이 돋고 말았다.
“다 들어 버렸네. 다 말해 버렸고, 이제 어디 가지 마. 천공성에 있어. 방은 전에 네가 쓰던 방 쓰면 될 거야.”
잭의 말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맞다. 하지만 두 번째 소름이 돋은 이유는 잭이, 이 모든 것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하고 있다는 거다.
웃으면서.
정말 별거 아니라면서.
시간을 돌리는 것 정도, 수년, 수십 년, 수백 년 정도 돌리는 건 일도 아니라고, 세상을 거대한 실험장으로 만든 것도 부정하지 않고 혼자서 그 모든 것을 짊어지려는 것도 부정하지 않고.
문득, 샬롯은 단어 하나를 떠올리고 말았다.
괴물 Monster.
본래 뱀파이어들의 언어 중 몬스트룸 monstrum 이라는 단어가 있었다. 이 단어는 원래 기형아, 중증 장애인들을 가리키는 단어였는데 이것이 시간이 흐르고 흘러 인간 세상에서 괴물 내지 마물을 표현하는 괴물 Monster가 되었다.
그 말대로다.
잭은 괴물이다.
진정한 의미의 괴물이 되었다.
괴물이 말했다.
“식사라도 한 끼 할까? 오랜만에 내 피라도 마실래?”
* * *
영정을 죽인 다니엘이 고개를 돌린다. 마침 베커만을 죽였던 셀도 고개를 돌렸다.
다니엘이, 천천히 걸음을 옮긴다.
셀의 앞에 다가간 뒤 말했다.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동대륙을 제 땅으로 만들 생각입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내가 왜 도와줄 거라 생각하느냐.”
웃고 말았다.
“그거야 제가 먼저 도와드렸으니까요.”
“…….”
“스승님, 아버지에 대한 감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네가?”
“예. 스승님의 그 말을 듣고 아버지를 보러 갔었습니다.”
셀은 조용히 다니엘의 말을 기다렸다.
“제 눈에, 아버지는 매우 수상해 보였습니다.”
“……그래?”
“예. 스승님의 말처럼 시간을 돌리는 건지는 확실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만약 시간을 돌리는 것이라면.”
“것이라면?”
“지금 이 순간은 아버님조차 생각하지 못했던 순간일 수도 있습니다.”
“…….”
“제가 왜 이곳으로 온 건지 아십니까?”
“왜 왔느냐.”
“만년설산으로 가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어서입니다.”
“…….”
“스승님 혼자서라도 저 두 명을 상대할 수 있었을 겁니다. 이길 수도 있었겠죠. 질 확률도 있겠지만 너무 극악의 확률입니다. 하지만 스승님도 아시잖습니까. 세상의 모든 일은 예측할 수 없다는 거.”
셀은 다니엘이 무슨 말을 하려는지 충분히 눈치챘다. 다니엘이 말했다.
“제 곁에서 저와 함께하시겠습니까?”
“…….”
“저는 스승님을 원합니다.”
셀이 잠시 눈을 감는다. 그런 셀의 귓가로 단호한 다니엘의 말이 들려왔다.
“아버지가 괴물이 되었다면, 저는 아버지를 막을 겁니다. 도와주시겠습니까?”
셀이 눈을 뜨며 말했다.
“도와주지 않는다면?”
“힘으로, 하게 할 겁니다.”
“네가?”
“예. 제가.”
“무리다. 아직 마신경에 오르지 않은 너는 제대로 된 ‘진실’을 모른다. 지금 너의 선택이 후에 내가 걸어갈 길에 어떤 걸림돌이 될지 충분히 생각하고 또 생각…….”
“제가 궁극적으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아십니까?”
“……스승님의 말도 끊고, 많이 컸구나.”
“저는 원래 컸습니다. 그보다 제 질문에 답부터 해 주십시오.”
셀이 실소를 터트렸다.
그래.
“그래서, 원하는 게 무엇이냐?”
“스승님입니다.”
“……뭐?”
“어릴 적부터 저를 가르쳤으니 제 마음을 모를 리 없을 테고, 그러니 이번에도 길게 말하지 않겠습니다.”
다니엘이 한 걸음 더 셀에게 다가갔다.
두 사람의 거리는 고작 20cm.
말 그대로 넘어지면 코 닿을 거리였다.
“저는 스승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아버지가 시간을 돌릴 수도 있겠지만 상관없습니다. 이 순간 제 마음은 스승님께 가 있습니다. 아버지께 죄송한 말씀이지만 저는 쟁취할 생각입니다.”
“쟁취한다? 무엇을?”
다니엘이 미소 짓는다. 무엇을 쟁취하는지는 딱 한 단어로 표현이 가능했다.
“전부를.”
“…….”
“동대륙을 정리할 겁니다. 그리고 키메라도 정리할 겁니다. 제 곁에 있으십시오. 혼자 싸우지 마시고.”
셀은 자기도 모르게 웃고 말았다.
그리고 이어지는 셀의 말을 다니엘은 예상치도 못했다.
“너는 항상 그렇게 말을 하는구나.”
다니엘은 당황했다. 당황한 건 단순히 앞선 셀의 말 때문이 아니었다.
셀이.
아니, 스승님이 눈물을 흘리고 있었으니까.
“변하지 않는구나. 정말 너는, 변하지 않아.”
변하지 않는다고?
대체 무슨 말이지.
셀은 애써 웃음 지으며 물었다.
“이번이 몇 번째라고 생각하느냐.”
전에 한 셀의 질문과 같았다. 하지만 그때와 다른 것은 뉘앙스다.
다니엘은, 지금 저 말이 너무나도 서글프게 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