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egendary youngest son of the marquis RAW - Chapter (65)
제 66화
“실제로는 디트리히 헤르만의 단독 사업이 아닌 헤르만 후작가 전체가 얽혀 있는 큰 사업이었습니다.”
“……이거 재미있네, 그게 가능해? 마약 융통하는 게 쉬운 것도 아니고, 법으로도 금지되어 있는 마약으로 장사를?”
다시 자료를 쭉 훑어 내려가던 아베이루가 어느 한 지점을 보고는 결국 허탈하게 웃는다.
“이것 봐라? 디트리히 헤르만은 그냥 얼굴마담이라고 쳐도 헤르만 후작가가 단독으로 처리했다고 보기에는 어려운데? 유통 경로가 전국 각지로 퍼져 있잖아. 대체 어디까지 얽혀 있는 거야 이건?”
“……그것만 봐도 아십니까?”
아베이루의 눈매가 찌푸려진다.
“어, 난 보면 알아. 그러니까 어디까지 얽혀 있는 거냐고.”
“……거기까지는 조사하지 못했습니다.”
“…….”
“더, 조사할까요?”
알라베스 길드는 전국 각지에 지부가 있고, 지부에 속한 정보원들만 거의 수천 명에 달한다.
하지만 그들이 조사를 한다 해도 밝혀낼 수 있을까?
아니, 밝혀낸다 해도, 그걸 확실히 믿을 수 있을까?
아베이루는 속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이 마약 사업이라는 거, 최소 공작가나 왕족까지 얽혀 있는 일이 분명하다.
잠시 고민하던 아베이루가 고개를 젓는다.
“조사는 됐고, 청부금, 찾았어?”
“절반은 찾았습니다.”
절반이라…….
이걸로 확실해졌다.
암살은 확실히 실패했고, 펜타닐 암살단은 전멸했다.
그게 아니라면 이렇게 돈을 찾아다니는 정보원들을 가만 놔둘 리 없었으니까.
혹시 펜타닐 암살단이 모습을 숨기고 잭 발란티에를 앞세워 헤르만 후작가를 엿 먹이고 돈만 찾아가려는 게 아닌가 하는, 웃기지도 않는 가정을 세우기도 했었지만, 그건 역시 가정에 불과했다.
‘제3의 세력이 등장한 건가?’
머릿속에 든 생각을 일단 접어 두었다.
벤타몬은 생각보다 매우 치밀한 남자다.
하지만 돈을 숨길 수 있던 시간은 고작해야 하루.
나름 돈을 분산해서 숨겨 둔 것 같은데, 이미 청부금의 절반을 찾았다.
걸린 시간은 고작해야 5시간.
나머지 절반을 찾는 것도 시간문제다.
“일단 최대한 찾아보고. 애들 입단속, 제대로 시켰지?”
“예. 그런데 왜 윗분들한테 이 일을 숨기는 건지 여쭤봐도 되겠습니까?”
아베이루는 똑똑했다.
머리는 비상했고 감각도 남다르다.
천성적으로 정보원의 자질을 가지고 있다고 해야 할까.
아베이루는 지금 이 순간에도 표정을 감추고 진심을 감췄다.
“정확히 말하면 숨기는 건 아니지. 그냥 윗분들한테 피해 안 가도록 내 선에서 정리하려는 거다. 윗분들이 좀 바쁘냐?”
“그렇군요.”
“그래, 이런 사소한 일로 신경 쓰이게 할 수는 없지. 거기다 공작가가 얽혀 있을 확률이 높잖아? 보고는 일이 전부 끝난 다음에 해도 늦지 않아.”
“역시, 지부장님이십니다.”
피식 웃은 아베이루가 그만 나가 보라는 듯 손짓하자 톨리소가 고개를 숙이고는 자리를 벗어난다.
혼자 남은 집무실에서 아베이루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왜 윗분들한테 숨기는 거냐고?
믿을 수 없으니까.
내 선에서 정리하는 이유가 윗분들에게 피해 가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그럴 리가.
‘분명 잭 발란티에의 살기는 진짜였어.’
아베이루는 목숨의 위협을 느꼈다.
부정할 생각은 없다.
청부금을 찾아내는 이유는, 살기 위해서다.
보고는 후에 해도 늦지 않긴 하지만, 보고를 해야 하는지 하지 말아야 되는지 판단도 후에 해도 된다.
길드의 안위? 그딴 것보다 자기 목숨이 훨씬 더 중요하니까.
거기다 아베이루는 지부장이라는 자리에 있었음에도 이 길드에 충성까지 하는 남자는 아니었다.
그럴 만도 한 게.
‘알라베스 길드의 윗선은 지부장이 된 지금의 나도 본 적이 없다. 여자인지 남자인지, 그리고 늙었는지 젊었는지, 그 어느 것도 몰라. 확실한 건 한 명이 아니라는 거.’
정체를 숨기고 부려 먹기만 하는 놈들에게 충성은 쥐뿔.
이어서 아베이루의 머릿속이 실타래처럼 얽혀 들어 간다.
무의식적으로 아베이루는 손가락으로 탁자를 두드리고 있었다.
‘마수의 숲을 토벌하는 것부터 이상했어.’
지금 한창 마수의 숲에서 격전을 치르고 있을 이들에게는 미안한 소리지만 애초에 이 토벌은 굳이 일어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심지어 지금 주민들은 모르고 있다.
이건 단순한 토벌이 아니라 전쟁이라는 것을.
몬스터와 인간의 전쟁.
비록 몬스터들이 숲에서 나오질 못한다고는 하나 본질이 변하지는 않는다.
그리고, 기본적으로 전쟁이라는 건 사회에 패닉과 공포를 가지고 오기 마련.
하지만 지금의 왕국은 평화롭다.
그게 가능했던 이유는.
‘알라베스 길드는 생각 외로 힘이 크다. 여론도 잠재우고 국가의 분위기도 좌지우지할 수 있는, 심지어 친국왕파.’
솔직히 왕국법으로 보호를 받는 조항이 있기까지 했으니 모험가 길드는 어쩔 수 없이 친국왕파가 되는 것이 당연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는.
‘굳이 일어날 필요가 없는 토벌로 인해서 마나 유저의 숫자는 급감할 거고, 당연히 국왕은 귀족들의 지지를 잃을 확률이 높다. 그때도 의아했지만 대체 왜 이런 악수에 모험가 길드가 협력한 거지?’
아베이루의 시선이 어느 한쪽으로 이동한다.
이리저리 흐트러져 있는 서류들 중 디트리히에 대해서 적혀 있는 자료.
‘마약 사업이라…… 왕국이 묵인하지 않았더라면 이루어지지 않았을 일이야. 그렇다면 망나니인 디트리히를 전면에 내세우고 바지사장에 앉히는 수고비로 30만 골드를 지급했다고 봐야 하나? 그럼, 대체 얼마를 해 먹었다는 거지? 최소 수백만? 그런데 그만한 돈이 움직이는 걸 모험가 길드가 몰랐다고? 이렇게 하루만 조사해도 나오는 걸 나도 모르고 있었다?’
실제로 전국 각지에서는 최근 들어 범죄율이 급증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 범죄자들을 잡아 죽이는 데 고용되는 용병들의 수도 한 둘이 아니다.
마약과 범죄율의 급증, 하지만 정보의 통제.
이건 너무 뻔하다.
‘알라베스 내부, 아니지. 정확히는 그 윗선에서부터 의도적으로 은폐한 거다. 그래서 놈의 청부를 받아들이라는 답신이 온 거였어. 무엇보다 이렇게 은밀하게 움직인다는 건…… 잠깐만. 설마 이거…….’
머릿속에서 한 가지 단어가 빛처럼 스쳐 지나간다.
‘비자금? 아니야. 그런 성격이 아니야. 그럼…… 군수자금? 전쟁 준비? 누구의 것이지? 윗선? 아니면 그보다 더 위? 그렇다면 그 돈의 용도는? 분명 마수의 숲 토벌을 위한 자금은 아니다. 그때의 자금은 내가 알기로 맨티스 백작가가 대부분 부담했다고 했으니까. 그렇다면 이 돈을 지금도 숨기고 있다는 건데, 대체 왜? 무엇을 위해서…… 아.’
머리에 번개가 친다.
‘누군가 의도적으로 국가의 전력을 갉아먹는 듯한 느낌이었는데…… 착각이 아니었어. 거기다.’
툭- 툭
아베이루의 손가락이 다시 탁자를 두드린다.
‘2년 전이었나? 툴칸 제국에서 드래곤을 가지고 생체 실험을 한다는 소문이 있었지. 멸종했다고 알려져 있지만 어차피 그건 문서상으로 남은 소리일 뿐. 소문이 퍼진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 법.’
아베이루는 그 소식을 접하고 곧바로 조사하려고 했지만 윗선에서 그만두라는 공문이 날아왔었다.
‘그게 단순한 소문이었다면 조사하지 말라는 공문이 모든 지부에 동시에 내려올 리 없지. 그리고 그때랑 지금, 비슷해. 직감이긴 한데 너무 비슷해.’
머릿속에 한 가지 가정이 떠오른다.
정말 생각하고 싶지 않지만 본능이라고 해야 할까.
이게, 생각을 이어 가다 보니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불안감이, 온몸을 덮치고 있었으니까.
거기다 지부장이라는 자리는 정보를 취급하고 남들보다 한 수 내지 두 수 앞을 바라봐야 한다.
당연히 한정된 정보로 온갖 소설을 쓸 수 있어야 하는 능력은 기본이다.
아베이루가 현재 있는 정보들만으로 짜 본 소설은 간단하다.
‘알라베스 길드의 윗선은 툴칸 제국의 이들이거나, 툴칸 제국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정말 생각하고 싶지도 않은 가정이다.
그걸 토대로 생각해 보면.
‘모험가 길드는 토벌에 매우 협조적이었고, 정보를 통제하고 있지. 다시 생각해 보자. 왜 마수의 숲을 토벌하는가. 마수의 숲에 대한 정보는 한정적이다. 겉핥기식의 정보는 많지만 깊은 정보는 없어. 드래곤 실험…… 만약 그 소문이 사실이라면 연구자들에게 표본은 많을수록 좋겠지. 하지만 드래곤을 어디서 찾을까.’
연결되고, 맞물린다.
‘다른 곳도 아닌 마수의 숲이라면 드래곤이 서식하고 있을 수도 있다. 가능성이 낮지만 제로는 아니야. 만약 토벌군의 진짜 목적이 몬스터 토벌이 아닌 드래곤 사냥이라면? 아니지, 정확히는 드래곤의 흔적을 찾는다고 해야겠지. 이건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툴칸 제국 입장에서는 자국 병사도 아닌 이들이니 소모시켜도 상관없을 테고, 성과가 있다면 환호하겠지. 즉, 토벌군의 최종 명령권을 가지고 현장을 지휘하는 이는, 100%, 툴칸 제국의 사람이다.’
탁자를 두드리던 손이, 그대로 멈춘다.
‘이 가정이 맞으면 테슬란 왕국은 오래가지 못해. 어쩌면 이미 국가의 형태만 유지하고 있는 식민지가 되었을 수도 있어. 그렇다면 그들이 최종적으로 원하는 게 뭐지? 일단 사업으로 충당한 돈, 그 돈이 비자금이 아닌 군수자금이라면 전쟁…… 이런 젠장.’
복잡하게 얽혀 있던 머릿속의 실타래가 순식간에 불에 타 버린 느낌이다.
‘표면적인 이유를 아무리 가져다 대도 마수의 숲 토벌로 왕국이 얻을 수 있는 건 없다. 귀족들은? 당연히 없지. 그렇다면 마수의 숲에서 병력을 잃은 귀족들이 과연 가만히 있을까? 그들을 국왕이 달래 준다? 대체 어떻게? 묘안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이 가정대로라면 그런 건 없는 게 분명해. 거기다 국왕이 툴칸의 개새끼라면 국왕은 애초에 달래 줄 생각도 없겠지. 그렇게 되면 무조건 내전이 벌어질 거고, 툴칸 제국이 내전 이후 망가진 테슬란을 밀어 버리면…… 이거, 대륙 전쟁의 시작을 알리거나 끝을 맺는 완벽한 퍼즐이잖아.’
힘없이 무너지는 왕국.
마치, 대륙 통일이라는 원대한 업적을 이루기 위해 한 걸음 나아가는 거대한 권력자의 야망이 만든 거대한 체스판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다.
이건 분명 가정이고 소설이긴 하지만 아베이루는 본능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이거, 충분히 가능성 있겠다고.
‘대륙 통일은 툴칸 제국의 강경파가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목표. 그렇다면 알라베스의 윗선과 왕국 최고위층은 툴칸 제국의 사람, 그것도 강경파의 사람이 분명하다. 그럼 시간이 얼마나 남은 거지? 5년? 10년? 15년? 아니야. 이건 길어야 10년이다.’
생각하면 할수록 이 가정이 맞는 것 같았다.
세부적인 부분이 틀릴 수는 있겠지만, 팩트만 짚자면 간단하다.
왕국의 미래는, 밝지 않다.
그리고 과연 이 모험가 길드가 멀쩡히 살아남을 수 있을까?
‘살아남는다 해도, 그 자리에 과연 내 자리가 있을까?’
어센블의 지부장이라는 자리는 수많은 귀족들의 자제들과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괜히 노른자위라고 하는 게 아니다.
그런데 그런 노른자위의 지부장이 된 지 무려 3년.
그 3년 동안 아베이루는 이 모험가 길드의 윗선을 만나 본 적이 없다.
즉, 서로 간의 신뢰가 없는 관계, 더 나아가 애초 신뢰를 쌓을 필요도 없는 관계. 또한 포섭도 필요하지 않은 관계.
그러면서 밑에다 쓰고 써먹을 수 있는 관계.
이런 걸 뜻하는 단어가 하나 있다.
사냥개.
‘나는, 그저 개새끼였구나.’
청부금을 조사하다, 말도 안 되는 가정을 세워 버렸다.
조금 다듬고, 확실한 증거를 모아야 했지만…… 본능이 외친다.
망설이면 X 된다고.
아베이루는 결심했다.
살아남기 위해서.
‘새로운 줄을 찾아야겠어.’
튼튼한 동아줄이 필요했다.
아베이루는 손을 뻗어 다른 서류 뭉치를 집어 들었다.
가장 먼저 목차가 눈에 들어온다.
‘잭 발란티에에 대한 조사 보고서.’